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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뷰 이 벤 트] Sigur Ros - ()

아즈냥2025.04.10 19:21조회 수 628추천수 12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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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무, 그리고 소요의 음악

 

도인:
스님, 그대는 혹시 시구르 로스라 하는 북방 사람들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름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노래들이더군.

 

선승:
들어보았지.
그대가 말하는 앨범은 아마도 ()일세.
제목이 없고, 가사도 허공 같으며, 침묵조차 하나의 트랙이 되어 있더군.
마치 선문답 같지 않은가?

 

도인:
허허, 맞네. 처음 들었을 땐 의미를 찾으려 했지.
하지만 곧 깨달았어.
그것은 ‘의미 없음’이 아니라 ‘모든 의미의 가능성’이더군.
말하자면, 장자의 나비가 꿈꾸는 소리 같았지.

 

선승:
‘의미 없음’이란 바로 공(空)의 세계 아닌가.
있으나 고정되지 않고, 들리나 붙잡히지 않으며,
마음이 머무르지 않으면 법도 머무르지 않네.
이 음악은 ‘무자성(無自性)’을 닮았어.
형상도 없고, 본질도 없이 다만 감각만이 일어나네.

 

도인:
장자는 이를 가리켜 자연지도(自然之道)라 했지.
이름 붙지 않은 것이 진짜 이름이며,
형상 없는 것이 참된 형상이니.
그대는 침묵이 곡 사이에 흐르는 것을 보았나?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바람이 지나가듯 도(道)를 느꼈네.

 

선승:
그 침묵은 마치 선방의 목탁 소리 사이의 공백 같지.
사이, 그 사이에 모든 진리가 들어 있네.
그러니 곡이 말하지 않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들을 수 있지.
무언가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듣게 되는 소리야.

 

도인:
허허, 그대는 역시 참된 귀를 가졌군.
그대 말대로라면, 이 앨범은 도를 설하려 하지 않는데
도를 설하고 있네.
억지로 감동시키려 하지 않는데,
들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군.

 

선승:
그것이 바로 무위(無爲)지.
하지 않음으로써 다 이루는 법.
나는 듣는 동안 나를 잊었네.
내가 듣는지, 음악이 나를 듣는지, 경계가 사라졌지.

 

도인:
나도 그랬네.
그저 흐르듯 듣고, 듣다 보니 나도 흐르고 있더군.
그 순간, 나라는 것이 없었어.
다만 음악이라는 하나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현실도 꿈도 아닌 그 어딘가에 머물렀지.

 

선승:
그대와 내가 따로일까, 음악과 침묵이 따로일까.
이 앨범은 가르치려 하지 않으면서 가르치고,
설명하려 하지 않으면서 전부를 보여주지.
선도 그렇고, 도도 그렇지 않은가.

 

도인:
허허, 결국 말 없는 앨범이 우리에게 이리 많은 말을 하게 하였구려.
그러나 이 말들 또한 결국 흩어질 것이니,
지금 이 순간, 차 한 잔 하며 그 여운만 남기세.

 

선승:
좋습니다.
차는 비우는 데 있고, 음악은 채우려 하지 않음에 있습니다.
비워내니 다 들어오고, 버리니 다 얻어지니,
()이란 앨범, 참으로 도와 불이(不二)한 소리입니다.

 

 

 

 

 

 

 

한자 찾느라 더럽게 오래걸렸네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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