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과 실험의 경계에서 쌓아온 감정과 소리의 층위로 완성한 JR만의 미학 – 9.0 / 10
[New Music Review]
Jane Remover(JR)의 세 번째 정규 앨범 ‘Revengeseekerz’는 단순한 장르의 실험을 넘어, 자신이 걸어온 디지털 음악 여정의 총합을 폭발적인 밀도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Glitchcore, Digicore, Rage, Hyperpop, Shoegaze 등 인터넷 기반의 음악 장르들이 한 데 뒤엉킨 이 앨범은, 놀랍게도 혼란이 아닌 서사와 감정의 정돈으로 귀결된다. 과잉된 디지털 노이즈, 끊임없이 밀려드는 보컬과 신스, 감정의 고조가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도, JR은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의 윤곽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는 과잉된 자극 속에서조차 중심을 잃지 않는 사운드 디렉션과, 의도적으로 왜곡된 사운드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작동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완성된 사운드 해체적 실험’이다. ‘TWICE REMOVED’, ‘Dreamflasher’, ‘TURN UP OR DIE’, ‘Professional Vengeance’와 같은 트랙들은 기묘할 정도로 단단하고 완성도 있는 곡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파열음과 압축된 디지털 질감을 덧입힌다. 이는 단순히 헤비한 사운드를 구현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디지코어나 레이지 등 파편화된 장르들의 본질을 직조해낸 것에 가깝다. JR이 데뷔 초반부터 다뤄왔던 소리의 질감에 대한 탐구가, 이번 앨범에서 본격적인 하나의 언어로 정제되어 드러나는 셈이다.
다만, JR은 이번 작에서도 당연히 새로운 사운드적 실험을 시도하며, 이러한 시도는 직관적으로 곡마다 강렬하고 감각적인 인장을 찍는다. ‘Psychoboost’에서의 비명과 광기가 뒤섞인 비트 위에 Danny Brown 피처링은 이질적인 듯하면서도 놀랍도록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제공한다. 또한, 가장 인상적인 트랙과 드랍인 ‘Experimental Skin’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의 배경음악처럼 설계된 리듬과, 글리치-신스가 과장되게 겹쳐지며 사이버펑크적 감성을 자극하며, 드랍 직전의 박자 변형과 신경을 긁는 톤 셋업은 그 자체로 청각적 쾌감을 전달한다.
보컬 운용 또한 이 앨범의 핵심적인 장치다. ‘Star People’, ‘angles in camo’ 와 같은 곡들은 JR의 멜로디가 전면에 나서며 사운드의 중심축이 된다. 때로는 날카롭게 내지르고, 때로는 자조적인 속삭임에 가까운 톤을 구사하는 등, 음색의 다양성과 그 안에서의 정서적 변화는 앨범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JRJRJR’에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과거를 마주하는 내면의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음악적 진폭과 함께 정서적 파열까지 함께 전달된다. 또한, 화제의 선공개곡이였던 ‘Dancing with your eyes closed’는 Jane Remover가 이전부터 구축해 온 감성적인 사운드 프로그래밍 능력을 정제해 보여주는 트랙이다. 하이퍼팝 특유의 날카로운 샘플링과는 달리, 이 곡에서는 보컬이 중심에 있으며, 한층 명확한 멜로디라인과 드라마틱한 사운드 전개가 돋보인다.
‘Revengeseekerz’는 정제되지 않은 파편과 과잉된 감정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하나의 응축된 언어로 풀어낸 앨범이다. 각각의 트랙은 분명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전체적인 감정의 서사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그로 인해 이 앨범은 단순히 ‘사운드가 무거운 디지코어/레이지 앨범’으로 분류되기보다는, 하나의 자아 탐구 서사로서 기능하게 된다. Jane Remover는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이 거쳐온 장르의 역사를 끌어안으면서도, 더 이상 그 장르들 안에 머무르지 않고, 그 경계를 능동적으로 다시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첫 장면은 ‘Revengeseekerz’에서 이미 충분히 인상적으로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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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번엔 Huremic 앨범 리뷰로 찾아왔던 MMM입니당
이번에도 개인적인 생각을 가볍게 읽는다는 마인드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JR 커하 앨범으로 생각해요! 본문에도 나와있다 싶이, 실험의 완성본을 보는 느낌이랄까...?
Everyone Say Thank You JR
Thank You JR
개추 템플릿 깔끔하고 이쁘네요
아케이드 게임 얘기 엄청 공감 되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걸으면서 4번 트랙 듣다가 진짜 냅다 지나가는 사람과 모쉬핏 할뻔...
점수 기준이 따로 있을까요
앗 인스타 하이라이트에 자세히 설명이 있긴한데,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9.0은 굉장히 뛰어난 앨범입니다!! 강력 추천 그 이상이랄까요 ㅎㅎ
님 어케 들음?
낫배드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앨범은 제인이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다양한 스타일의 총집합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인지 그 누구보다도 제인의 과거 프로젝트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앨범 같아요. 저도 진성팬으로써 환장할 포인트가 많아서 너무 재밌었습니다 ㅋㅋ
저 또한 2023년부터 제인을 계속해서 들었던 사람으로서, 정말 그 많디많던 실험적 시도들이 이번 앨범으로 완성된것같아서 대단하게 느껴졌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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