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빈자리는 때론 상처를 남긴다. 어떤 상처는 금방 아물기도 하지만, 어떤 상처는 자신이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긴다. 김반월키의 빈자리는 그런 이미 시간이 흘러버린, 이미 흉이 질대로 져버린 상처와 그 빈자리를 노래한다.
1번트랙 디퓨저는 향에 관한 이야기로 곡의 운을 뗀다. 향은 소리와 더불어 가장 강한 기억수단이다. 그 향을 맡으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기도 하지만, 그게 그 향 때문인지 혹은 기억 때문인지는 모른다.
2번 트랙 기억에 의존한 초상화는 1년이 지난 후 익숙해지는 것 같지만 익숙해지지 않은, 누군가의 빈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단순히 기억에만 의지하여 그림을 그려보지만, 결국 화자가 초상화에 칠하게 되는 색은 체념의 색채일 뿐이다.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기타의 선율 위에서 그려져 가는 초상화는 그렇게 완성되었기에 가장 아름답다.
3번트랙 미라쥬는 프랑스어로 신기루라는 뜻이다. 이번 트랙에서 화자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다. 어떤 난관도 넘어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말이다.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제목은 대체 왜 신기루일까. 지난 과거를 신기루 취급을 하겠다는 뜻일까, 혹은 이렇게 힘을 내는 것조차 일시적인 신기루에 지나지 않은 걸까.
4번트랙에서는 템포도 빨라지고 진행도 비교적 밝아지며 분위기가 바뀐다. 그러면서 불완전한 한 관계의 대화가 진행된다. 한 번만 잘못돼도 터질 것 같지만, 그걸 즐기는 걸까? 별난 사람들.
5번 겨울에 접어들 무렵은 겨울을 기준으로 바뀌어가는 관계의 변화를 보여 준다. 가사를 기준으로 추측해보건대, 화자는 연인과 불가피한 일로 떨어져 지내고 있다. 초겨울에는 연인에게 편지를 썼고, 한겨울에 접어들 무렵에는 상대를 위한 곡을 한 곡 썼다. 늦겨울에 접어들 무렵에는 직접 만나 행복했다. 그게 현재였던 시절도 있었다는 말로 미루어보아 과거를 회상하는 곡으로 추측할 수 있다.
6번 트랙 단상 : 불나방에서는 스쳐 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지금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함에도 과거에 붙잡혀 사는 자신을 인지한다. 스스로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계속해서 과거에 사로잡힌 자신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가장 가사가 인상 깊은 곡이었다. 추억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밀해지는 것이리라.
평생 그리움을 떠안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7번 트랙에서 계속된다. 사람을 사람으로 다 잊을 수 있었나?
무려 13분 분량의 마지막 트랙에서는 드디어 과거를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 가고자 한다. "아픔은 미화라는 불빛을 잠시금 반짝이다 아스러지지" 라는 가사처럼 과거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현재가 아닐까. 특히 마지막 곡은 사운드가 공중도둑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느껴져서 참 즐겁게 들었던 것 같다.
우리도 과거에 붙잡혀 산다. 누군가는 과거의 실수를 괴로워하며, 누군가는 과거의 영광에 젖어 살아간다. 현재가 가장 아름답고, 현재를 가장 사랑해야 함에도, 우리는 늘 과거의 전철을 밟는다. 이 앨범은 그리움과 빈자리라는 이름의 과거에 사로잡힌 한 명의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다시 한번 과거라는 가장 가깝지만 어려운 주제를 생각해보게 되어 좋았다.
너무 좋게 들은 앨범이라 듣고 느낀점과 개인적인 해석 끄적여봤습니다... 조금 부끄럽네용
이거 좋더라고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앨범이죠 정말
막트랙 넘 좋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걸음만 조심스럽게 나아가려는 듯한 느낌
맞아요 너무 좋아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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