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金盞花)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웠던 구절은 마지막 문장입니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저는 (문학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이 문장에서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라는 구절이 가장 따스하고 빛났습니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쉬이 공감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타인의 상처나 기쁨,슬픔 같은 감정들은 온전히 개별적이고 특별합니다. 그러니까 저 말은 쉽게 너의 고통을 나의 고통과 같다고 여기지 않겠다,나는 너의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솔직한 무력함의 고백이 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보면서 그 여자와 나의 회복을 바라는 것. 그것이 윤동주의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윤동주라는 시인의 가장 맑고 감동적인 부분은 부끄러움과 무력함을 드러내는 순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시인들보다 그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이 부끄러움과 무력함의 맑고 깨끗함이 우리에게 가장 잘 다가오기 때문이겠지요.
이거심찬우수업에서읽었던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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