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 중이다.
떠먹여 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ㅒ#@!$#*? (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 주실 거죠?)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트렸다. $#·&@\·%,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 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이런 시를 보면 아연해진다. 이 세상의 끔찍한 부조리와 불공평에, 나 자신의 초라한 고통과 근거없는 투정이, 속에서 올라오는 동정과 그 밑바닥에 깔린 오만이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리라. 아니, 그것 보다는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좋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에게 되뇌려고 한다.
그들은 불편할지언정 불행하지 않다. 그들은 너와 같은 인간이다. 똑같은 인간의 존엄을 가지고 있다. 안도감도 동정심도 느끼지 마라. 그들의 삶을 함부로 규정하지 마라. 등등.
하지만 이 엄정하도록 정확한 표현들 앞에 나는 저 말들이 얼마나 공허한 지 괜시리 부끄러워진다.
그동안 내가 무시해온, 관절이 어긋난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떠올라서일까...
자연은 불공평하고 부조리하다. 그것이 본질이다. 하지만 그 말이 우리가 권리를 위한 투쟁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존재는 당위가 아니다.
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할 말도 할 자격도 없다. 하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있다. 세상 모든 정식씨와 정은씨. 꼭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시길,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무시하는 사회와 사람들 사이에서 꼭 지켜나가시기를. 무엇보다 살아있어 달라고.
게이로서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에, 칸예의 뻘짓 속에 발달장애인이라고 공격하는 것이 맘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쓰게 된 글입니다.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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