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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힙합전사의 2010년대 10개의 앨범 -1

title: Velocity : Design : Comfort파워힙합전사7시간 전조회 수 134추천수 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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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중도둑 - 무너지기

 

 

듣다 보면 정말로 무너져 어딘가로 떠밀려 휩쓸려갈 것 같은 앨범이다. 체념한 듯이 낮게 읊조리는 보컬과 잔뜩 왜곡된 사운드를 듣다 보면 그런 착각이 든다. 나는 앨범 재킷의 낚시꾼이고,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이미 파도에 휩쓸려간 뒤이다. 그렇게 부력의 부드러운 탄력과, 중력의 속절없는 이끌림에 의해 끝을 알 수 없는 저 깊은 심해로 침잠하는 중, 이라는 터무니없는 상상. 달리는 버스 창가로 솔솔 불어오는 상긋한 바람에 못 이겨 이어폰을 꽂은 상태로 잠에 들었을 때, 잠결에 그런 상상을 했었던 것 같다.

 

 

 

2. Candy Claws - Ceres & Calypso in the Deep Time

 

 

기억 속 장면들에는 항상 노이즈가 껴있다. 그렇지만 어느 누가 인간의 기억 속 장면에 노이즈가 껴있다고 해서 질책하겠는가.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그림부터 시작해 결국에는 카메라까지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켜온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카메라는 내 생활의 모든 것을 기록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직까지는 문명이 그만큼 발전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추억 회상에는 불가피하게도 노이즈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왠지 싫지만은 않은 노이즈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달콤 씁쓸한 멜로디를 듣다 보면, 각자의 소중한 추억에게 바치는 노래 같아서 마음이 따스해지나 보다.

 

 

 

3. Sufjan Stevens - Carrie & Lowell

 

 

참으로 우울한 앨범인 건 맞지만, 힘든 일이 있고 나서 울고 나면 한층 속이 후련해지는 것처럼 듣고 나면 편안 하고 홀가분해진 기분이 든다. 수프얀 스티븐즈를 만나보지도 않았을뿐더러, 사실 누군지도 잘 모른다. 그저 그의 앨범만 몇 장 들어봤을 뿐이다. 그래도 그가 이 앨범에 담고자 했던 그의 진심은 충분히 내 마음에 닿아, 마치 서로가 서로의 슬픔을 이해한 듯한 착각을 자아낸다. 그러한 초현실적 공명은 머릿속으로는 일순간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 마음에는 확실한 위로가 되어줬으니 비록 착각일지라도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다.

 

 

 

4. Tyler, the Creator - Flower Boy

 

 

꽃샘추위도 다 물러간, 그런 햇살 가득한 오월의 풍경을 묘사하는 앨범인 줄로만 알았는데, 곱씹을수록 묘한 시월의 그리움이 느껴진다. 뭐 생각해 보면 봄이 행복하다거나, 기분이 상쾌해진다던가 꼭 그런 느낌만을 받아야 한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다소 철 지난 감성에 젖어 잔뜩 멜랑꼴리해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5. The Brave Little Abacus - Just Got Back From the Discomfort—We're Alright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이모 앨범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히 '이모 앨범'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앨범 속 빛나는 창의력들이 흘러넘쳐 언어 속에 제대로 담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사춘기 때에 흔히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를 음악에 담아내기 위한 시도는 이모 장르 내에서 거듭해서 발전해 왔다. American Football 같이 부드러운 아르페지오 주법의 기타 연주와 특이한 박자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개인들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서정성을 표현해 내기도 했고, Orchid처럼 힘껏 내지르는 보컬과 공격적인 기타 연주로 분노를 표출해 내는데 집중하기도 했으며, My Chemical Romance 같이 분노와 서정성을 적당히 절충하여 대중에게 납득될 수 있는 형태의 팝 음악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TBLA는 앨범 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을 통해 이모 장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단서를 제공하였으며, 결과적으로는 파란 노을과 Weatherday과 같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을 필두로 하는 5th Wave 이모 조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 리스트를 본 순간 음악적 영향력 고려 없이 그저 자기 주관대로 뽑은 리스트라는 것은 누구나 파악할 수 있으니 필요 없는 사족에 불과할 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하게 그냥 앨범을 들으면 감정적으로 몰입이 잘 된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이번에 일본 여행을 가서 라멘을 먹어봤다. 한국 라멘은 솔직히 실망이었는지라, 일본 라멘도 비슷하겠거니 살짝 기대는 안 하고 먹었던 것 같다. 역시나 라멘과 국물, 그리고 차슈를 각각 언뜻 먹어보았을 때는 서로 개성이 너무 강하여 이게 과연 하나의 '요리로서' 잘 어우러질지 좀 회의감이 있었다. 그렇게 라면 면발을 차슈로 감싸고 국물과 함께 한번 먹어보았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밸런스가 손상되는 일 없이 하나의 새로운 맛을 훌륭히 창조해냈었다. 역시 본토의 라멘은 다르구나 감동하던 순간이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소리를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장르를 배합했다가, 또 해체하기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그러한 실험성에는, 그 시도 자체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결국엔 그것이 하나의 음악으로서 위화감 없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라 사료된다. 그리고 tbla는 그것을 훌륭하게 해냈다. 하나의 혼란스러운 태풍 속을 뚫고 지나가는 것처럼, 보컬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는 거친 파도와도 같은 감정의 격랑, 기본이 되는 기타 베이스의 사운드뿐만 아니라 향신료처럼 첨가된 여러 가지 악기의 소리들,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곡의 전개 양상 등등이 주위를 맴돌다가 스쳐 지나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요소들이 어떠한 위화감 없이 자연스레 청취자 개인의 감정의 몰입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이것은 음악에 진심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제일 아름다운 것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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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6시간 전

    추억에는 어쩔 수 없이 노이즈가 낄 수 밖에 없다

  • 6시간 전

    와 표현 너무 좋은데요

  • 6시간 전
    @미오

    감사합니다.

  • 5시간 전

    수프얀은 신이야. 2편엔 안 들어본 앨범이!

  • 5시간 전

    Tbla는 이모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익스페리멘탈/포스트 록 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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