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스크리모. 내가 스크리모를 들은 계기 또한 블랙게이즈를 통해 후술할 엔비라는 밴드를 알게 되어서 이기도 하며, 둘은 감성적인 측면에서 매우 닮기도 했다. 내가 소개할 앨범들은 장르적으로도 유명 블랙게이즈 앨범들처럼 포스트락/포스트 하드코어에서 영향을 받아 블랙게이즈를 좋아하면 매우 좋아할 만한 앨범들이다.
1. envy
https://www.youtube.com/watch?v=ezpuogyNf9w
https://www.youtube.com/watch?v=wUUNDGAydCQ&list=PLTpoW_HDyC-NShcdH4DFjHZ91ezdc9AQb
블랙게이즈, 일본 스크리모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줬으며,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한국에도 잘 알려진 envy가 첫 번째이다. 포스트락의 영향을 받은 선형적 구성, 블랙게이즈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람도 있는 감성적인 트레몰로, 폭죽이 터지듯 다이나믹한 드럼, 깔끔하고 처절한 보컬로 '절망 속의 희망' 이란 주제를 누구보다도 잘 표현하는, 일본 포스트-스크리모의 대부격 되는 밴드이다.
이들은 블랙게이즈의 초석이 되는 밴드 중 하나이니만큼 데프헤븐, 특히 아스노조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들어봐야 할 것이다.
그럼 무슨 앨범을 들어야 하나? 대표작 All the Footprints You've Ever Left and the Fear Expecting Ahead는 매우 역동적이고 엔비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앨범이지만, 블랙게이즈스러운 앨범은 Insomniac Doze이다. 이들의 감성적인 면모가 절정을 이룬 앨범이다.
엔비가 좋았다? 그럼 기타 일본 스크리모 밴드들을 파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sans visage를 추천한다. 어두우면서도 세련됐다.
2. portraits of past-01010101
https://www.youtube.com/watch?v=qojhXv_NKqE&list=PL-8hfS9GNx0gLabzpB9DXtPxT2qo4Y-dA
엔비를 다 들은 사람은 블랙게이즈의 뿌리 중 하나인 엔비의 뿌리는 어디일지 궁금해 질 수도 있다. 엔비의 뿌리는 멤버들에게 dm을 보내 봐야 알겠지만 포스트-스크리모의 뿌리로 추측되는 건 바로 이들 portraits of past이다.
이들의 유일한 정규 01010101은 나올 당시엔 인기가 없었고, 판이 안팔려서 레코드사가 모두 재활용해버렸다가, 해체된지 좀 지나고 발굴되어 가치가 떡상했다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 앨범은 단순 선구자적 위치때문에 고평가받는 게 아니라 진짜 음악적으로 매우 좋다.
1번 트랙을 들으면 웬 짧은 고전 스크리모가 나와 앨범의 명성을 들은 자는 당황할 것이다. 그러나 이 트랙은 그저 2번 트랙 bang yer head부터 마지막 트랙까지의 아름다운 구성을 위한 로켓 발사대이다. 역동성, 전개, 분위기 뭐 하나 나무랄 게 없지만 역시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멜로디이다.
요즈음은 후술할 스크리모가 미드웨스트 이모랑 결합한 형태가 많다. 따라서 못 만든 경우는 못 만든 미드웨스트 이모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 화려한 멜로디를 중시하려다, 곡의 분위기가 일관성 없게 되고, 그 멜로디마저도 화려한 아르페지오로 얼버무려져 귀에 들어오지 않고 피로하다. 그러나 이 앨범은 멜로디를 너무 감성적이거나 밝지 않게, 그렇다고 침울하고 질척거리지 않게 미묘한 분위기로 절제하며, 그 멜로디의 절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이 멜로디에 신경썼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렇듯 이 앨범은 아름다운 스크리모 멜로디의 기준이자 정석같은 멜로디를 가지므로, 스크리모에 관심이 없더라도 안 들으면 손해일 것이다. 블랙게이즈를 좋아한다면 상기한 bang yer head와 snicker snicker을 추천한다.
3. 북미의 포스트-스크리모들
https://www.youtube.com/watch?v=nj80rSkySFU
city of caterpillar-s/t
city of caterpillar은 원로 북미 스크리모 밴드로, 북미/유럽 포스트-스크리모에 큰 영향을 끼쳤다. 블랙게이즈를 듣던 사람은 1번트랙을 추천한다. 긴장감있고 불안해 미칠 것 같은 전개는 감성적인 트레몰로와 함께 카타르시스의 절정으로 녹아내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EznFADthS4o
gillian carter-Salvation Through Misery
메탈코어와 합쳐진 앨범으로, 다소 빡센 트랙들과 감성적인 트랙들, 둘의 중간쯤 되는 트랙들로 나뉘어져 있다. 감상은 한마디로...뽕찬다. 평소 데프헤븐류를 들으면서 뽕맛을 중시했던 사람들은 뽕맛에 한해서는 압축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뽕맛은 3, 4번트랙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zDRFitakn8&list=PLzE57-EGhxwLCTQZtuvYG1Uw7g67-V9Zw
ostraca-last
새드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좆구진 음질과 엠비언트에 처절한 감성을 숨긴 앨범이다. 실제로 sadness의 moments같은 앰비언트 트랙에서 격정적인 스크리모로 넘어가 데프헤븐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트랙 nausea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A25QnaZrJI&list=OLAK5uy_kwZJYCoNO4x0w2E2RMv0SS8t3yVzLJ0ms&index=1
state fault
포스트 하드코어의 영향이 많이 묻어있으며, 멜로디가 좋은 작품을 찾는다? 스크리모밴드들은 다 1집 내고 망하는 원히트원더들이라 깊게 팔 밴드가 없다? state faults를 듣도록 하자. 바로 작년에 신보도 낸 성실한 밴드이다.
4. 블랙게이즈+스크리모=
https://www.youtube.com/watch?v=mNvrazi2K8E&list=OLAK5uy_lC2G3vLryphp3HQqCX5Gkdved5o0a2p60
frail body-Artificial Bouquet
개인적으로는 1집을 좋아하지만, 2집 Artificial Bouquet은 무려 스크리모이면서 블랙게이즈이다. 그 압도적인 속도감으로 정말 쉴 새 없이 몰아붙이며, 내내 잘 짜여진 앨범 구성과 분위기로 청자를 압도하기에 끝까지 몰입감 있게 들을 수 있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0Jcpd_9lVY8&list=PLpIwgnVzkrRwmH3b_2s2vTSgg0LHvvhpg&index=1
Sugar Wounds-Mechanical Friends
calico dreams가 유명한 밴드이지만, 스포티파이에 없었어서 난 mechanical friends를 많이 들었다(지금은 슾티에 있음)
무려 그라인드코어+스크리모+블랙게이즈로, 질리안 카터처럼 단맵단맵의 맛이 있지만 그라인드코어랑 안맞으면 조금은 힘들 수도...?
https://www.youtube.com/watch?v=ScN5Fl244SY
life-demo three
얘도 블랙게이즈+스크리모로, sadness로 잘 알려진 damian의 부계 life의 앨범이다. 몇년간 ai마냥 무지성으로 명의 몇 십개씩 만들어가며 공장식으로 음악을 찍어온(우울증 때문이라 함) 다미안은 그만큼 i want to be there(+circle of veins) 정도만 듣고 나머지 대다수 앨범의 ai를 초월하는 획일성에 학을 때고 떠나간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그 똥더미 속에서life라는 명의가 발견되고 그 중 다른 그저 그런 앨범 중 demo 3가 발굴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므로 매번 그의 팬들에게 감사하며 개 미친 명곡 2번트랙 paroxis를 듣도록 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teCJuU-nWeo
respire-black line
그냥 비극적이다. 클래식 악기까지 동원할 정도로 매우매우 비극적이니, 블랙게이즈보다는 약간 dsbm취향이 있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cX-G5O6NgKk&list=OLAK5uy_mvUjSI34AswzaRAz3BXk1PjpKf6IhDIpw
We Came Out Like Tigers-Agelessness and Lack
매우 특이한 앨범이다. 들은지 오래되서 잘 기억 안나지만 추천할 만한 앨범이었음.
이렇게 간략하게 소개해 봤다. part2에선 미드웨스트 이모의 영향을 받은 스크리모와 본론인 유럽(이라곤 하지만 거의 이탈리아/러시아..)스크리모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요즘 종게 정보글이 쏟아지네요 블랙게이즈 종종 들어서 스크리모도 몇번 접해봤는데 이런 좋은 글이 뜨네요.. 감사합니다
똥더미라니
죽어라
보물더미야 보물더미
솔직히 님도 다미안 앨범 다 찾아듣진 못하자나요;;
(사실 Sadness 명의 한정)
sadness명의는 그래도 나름 신경 쓰는 듯ㅋㅋㅋㅋ
그래도 leave랑 motionless watching you랑 이름 기억 안나는 ep 한두개는 좋았음 멜로디는 또 잘뽑아가지고 곡단위로 좋은 것들도 있었고
Frail Body 추
덕분에 많이 알아갑니다..감사합니다
작년 신보가 작년 스크리모 최고앨범급이었음ㄹㅇ
demo three 추천해주신 거 잘 들었습니다
추천받은 블랙게이즈 중에 젤 좋았어요
envy 좋죠
모든 발자국 앨범은 진짜 미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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