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usic.youtube.com/watch?v=JD6ea64p7K8&si=NOHaUFOJIu2wnxFc
지금 이 첫문장을 지어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의미한 시간 같지만, 나의 글을 시작하는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시간이다.
글을 쓰다 막혀 펜을 놓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주는 다리이자, 어찌보면 글의 인상을 완성하는 심장같은 역할을 한다. 과거에서 오늘까지가 글이라면, 그날은 펜을 제대로 놓은 순간이었다.
당시 시험이 망한걸 직감하고 천천히 채점을 했다. 찍찍 그을 때마다 발목을 긋는것 같았다. 점수가 나왔고, 믿을 수 없이 처참했다. 당시의 내 모습은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제대로 자지 못해 까매진 눈밑, 급하게 나오느라 정돈되지 않은 머리. 학교에서 나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시험도 아니었다. 이 지역 탑 급 수준이란 소리는 많았지만 일개 중학교 중간고사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괴롭혔고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혔다. 허탈하게 반자괴파괴적인 마음으로 rym에서 발견한 Tekka를 재생했다. 그제야 좀 살것 같았다. 목마른 아이가 김이 다 빠져버린 시원한 콜라를 마시듯 벌컥벌컥 듣기 시작했다. 쭉 들었다. 당시엔 별 감흥이 없었지만 9번째 트랙, International에서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냉혈적인 1절, 캐치하지만 아름다운 밸러리 쿠퍼의 보컬과 비트가 인상적이었던 2절, 그리고 얼핏 들으면 차갑고 담백하지만 달콤한 보컬의 3절까지. 곡 중 계속되는 시끄러웅 노이즈. 댄스 음악에나 쓰여야 했던 IDM 비트들이. 그리고 마지막 몇분의 기타가. 그리고 인트로와 아웃트로의 노이즈 수미상관. 아아 이 음악은 인간이 만든 음악이 맞을까. 음악이 원래 이리 아름다웠나. 어렸던 나는 그저 순수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방황하고 있었다. 진정한 아름다움. 인상을 넘어 경이까지 일으키는 곡. 이런게 정말 인생곡 아닐까. 정말이지 1초도 버릴 수 없는 곡이었다. 곡을 듣고 난 뒤에도 여운이 남았다. 그 뒤부터 다시 펜을 들기 시작했던거 같다.
노래로 위로 받은 첫번째 순간이었고 곡 단위로 잘 듣지 않는 나에겐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 힘들땐 언제나 같이 있고 또 위로해 주니까. 언제나 같이 있었고 또 계속 같이 있을거니까.
이제부터 기원글 말고는 V:D:C 글은 일절 쓰지 않으려 합니다
인생앨범이고 명반도 맞지만 너무 많이 썼어요..ㅋㅋ 어쩌다 이렇게 되버렸네요 ㅋㅋ 죄송합니당
International 너무 아름다움
그 아련한게 너무 좋은것 같아요
첨 들을 때는 긴 시간에 비해 임팩트가 적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가장 자주 돌리게 되는 트랙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차갑고 담백한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이라 그런 것 같네요.
저도 제 닉네임을 Sweet Trip을 떠올리며 정했을 정도로 이 앨범을 좋아하기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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