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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즈/시티팝의 잊혀진 뿌리 ; 경음악

ILoveNY2024.10.14 13:04조회 수 534추천수 9댓글 9

(1)

 

경음악은 대략 60년대 극후반부터 80년대 극초반까지 있었던 음반 카테고리로, 당시에는 가사가 없는 연주곡들을 모두 경음악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다보니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은 편인데, 

 

(a) 대략 70년대 초반에 나온 '전자 올갠'류의 음반은 말 그대로, 초창기 무그 신디사이저 (에 드럼머신?)으로 연주한 트로트곡들입니다. 사운드적으로는 80년대부터 시작된 뽕짝의 먼 선조쯤 됩니다. 

비교하자면, 동시대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나 일본의 YMO - 테크노 가요처럼, 신스팝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심성락, 라음파, 송운선, 정주희 등의 음반이 생각나네요.

 

(b) '고고'라고 붙은 음반들이 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고고장에서 틀던 음악으로 당시 청년 세대가 놀던 댄스 클럽?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고장은 주로 밴드 편성의 락 사운드에 맞춰서 춤을 췄다고 합니다. 특히 산타나 같은 라틴 락, 블러드 스웨트 앤 티어스 같은 브라스 락/재즈 락, 딥 퍼플, CCR 같은 이펙터 걸린 기타 사운드들이 인기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고고"라 하면, 8비트 락 드럼을 의미합니다. 미국에서 말하는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에 DC에서 등장한 고고 음악이랑은 다릅니다. 아마 한국에서만 이런 용례를 쓰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 신중현의 골든 그레입스 음반, 김희갑, 정민섭, 키보이스/키브라더스에서부터, 70년대 후반에 나오는 서울 나그네 (사랑과 평화의 전신) 음반도 있습니다. 

 

(c) '악단' 음악이 있습니다.

고고장에서는 그룹 사운드가 연주했다면, 이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은 악단 - 즉 소편성 재즈 캄보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시곤 했습니다. 재즈, 라틴, 초창기 락앤롤, 브루스, 트로트가 주된 레퍼토리였죠.

 

박춘석 악단, 김인배, 이봉조도 있고, 여대영, 최석재 등도 생각납니다.

정성조도 빼먹어서는 안되고요.

 

그리고 이 악단 음악은 7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퓨전 재즈와 스무드 재즈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오늘날 우리가 아는 시티팝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d) 카페 음악/미스틱 무드가 있습니다.

이건 음악 다방, 즉 청년 세대가 오지만 춤을 추기 보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 감상을 하던 곳에서 주로 나오던 곡입니다.

미스틱 무드라고 이름이 붙은 이유는, 당시에 무슨 영화 OST가 대 히트였는데 이게 신디사이저 음향이 깔리는 뉴에이지 풍이라서 그렇습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 발라드의 형성이 큰 영향을 미친 장르가 아닐까, 나름 생각합니다. 

 

김희갑, 이필원의 음반 정도가 생각나네요.

 

(e)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음반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음반은 말 그대로 캐롤 모음집입니다. 

당시에는 캐롤 모음집이 유행이었는데, 왜냐하면 크리스마스가 "통금이 없는", 즉 밤새 합법적으로 놀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청년 세대가 아주 좋아했겠죠.

덕분에 이런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음반들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사계절, 라스트 찬스, 힛트레코드 컴필도 있고, 김인배 음반도 하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

 

오늘은 이 중에서 재즈/락/시티 팝 어딘가를 떠도는 가장 좋아하는 음원 하나를 소개시켜드릴까 합니다.

 

https://youtu.be/SdccGFKUWT0?si=JSOAhvCjwy8Rdriw

 

젊은이를 위한 고고 경음악으로 나온 음반입니다.

 

장욱조와 그의 밴드가 했다고 나오는데, 즉흥 연주의 뼈대가 되는 곡이 트로트인지라 어쩔 수 없는 트로트 느낌이 남아있지만 굉장히 훵키하고 재지한 느낌이 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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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10.14 14:52
  • 10.14 14:52

    즉시 스크랩

  • 10.14 14:54

    rym에 이런 한국의 세세한 장르들도 등록되면 참 좋을것같네요

    자료가 충분히 있을라나..

  • ILoveNY글쓴이
    2 10.14 15:37
    @Nyeong

    아쉽게도 한국 옛날 음악은 외국 리스너들에게 충분히 독립적인 "장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rym은 물론, 여러 유튜브 dj 믹스들을 보면 한국 음악만 전문으로 아시는 분은 소수의 한국 dj 말고는 없더군요.

     

    (소울스케이프, 타이거 디스코, 자말 더 헤비라이트 정도가 생각나네요.)

     

    신중현, 산울림 정도는 사이키델릭 락의 토착화, 라는 형태로 알려졌을 뿐, 한국 음악 자체에 대한 인식은 떨어져 보입니다.

     

    여러모로 매력이 있는 음반들인데 더 적극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ㅎㅎ

  • 10.14 16:28

    며칠 전 RYM상으로 go-go라는 장르로 분류되는 앨범을 들은 적 있는데, 찾아보니 클럽 라이브 중심으로 발전하여 즉흥성이 주된 특징 중 하나라고 하더라구요. 아마 말씀하신 고고인 듯 하네요. 제가 들은 앨범은 훵크/소울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 ILoveNY글쓴이
    1 10.14 22:12
    @끄응끄응끄응

    맞습니다.

     

    저도 그래서 옛날에는 좀 헷갈렸어요 ㅋㅋㅋ.

    내가 아는 고고는 훵키한거 (베이스가 두드러지고, 싱커페이션이 강하면서 그루비한 그런 느낌)인데 한국 고고는 그런 것보다는 라틴 음악? 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아마 고고가 8비트라서, 8비트-10비트 언저리의 라틴 리듬들과 잘 섞였던 것 아닐까 싶기도합니다.)

     

    나중에 실제 한국 아티스트들 인터뷰를 보고, 아 한국에서 고고는 완전히 다른 장르였구나 깨달았죠. (송골매의 이응수님 인터뷰로 기억합니다.)

  • 10.14 18:21

    경음악이 하나의 장르 이름으로도 쓰이는군요 ㄷㄷ

  • ILoveNY글쓴이
    10.14 22:14
    @수저

    장르...라면 장르일까요?

     

    그냥 처음에는 보컬이 없어서 걍 경음악이라고 했는데, 계속 내다보니깐 나름의 특징들이 생긴 그런 경우 같습니다 ㅋㅋㅋㅋ

  • 1 10.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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