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 10
2019.10.29
Shoegaze, Dream Pop, Slowcore
사랑은 종종 우리의 꿈속에서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느껴진다. 고통과 근심으로 가득 찬 삶 속에서도, 우리는 영원한 로맨스와 또 그 특별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부담감과 압박이 덜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가. 사랑은 우리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감정이며,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마치 따뜻한 담요처럼 우리를 감싸 안아주고 — 과거를 아름답게 보정해 주기도 하며 — 무딘 삶과 영혼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때때로 이런 사랑은 현실을 초월한 꿈만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짧은 순간일지는 몰라도, 그 시간 동안은 세상의 모든 걱정거리들이 사라지고 — 그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인간의 감정 중 사랑은 분명 가장 강렬함과 동시에 연약한 감정일 것이다. 우린 모두 그 사랑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본성을 갖고 있으나, 동시에 그로 인해 받게 될 상처를 무엇보다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 사람과 자신을 모두 붕괴시킨 가혹한 연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몇몇 이들은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무감각과 소외 상태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이는 모든 로맨스가 지나칠 과정일 것이며, 동시에 맞게 될 결말일 수도 있다.
What I have now, I'm afraid to lose
지금 내가 갖고 있는걸, 잃는 게 너무 두려워
Whirr - Mellow 가사 中
2010년 Whirl라는 이름으로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슈게이즈 밴드 Whirr은 청자를 부드럽게 무너뜨리는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2011년 데뷔 EP <Distressor>에서부터 그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양껏 보여주었다, Byanca Munoz의 리버브가 잔뜩 묻은 보컬과 몽환적인 기타 리프 사운드들은 분명 Slowdive와 my bloody valentine의 영향을 받았다 느끼게 했지만 — 이에 그들이 내면에 갖추고 있는 무겁고 혼란스러운 에너지를 섞어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확립해나갔다. 이후 새 보컬리스트 Alexandar Morte를 영입하며 2장의 정규 앨범 <Distressor>와 <Sway>를 발표하며 슈게이징 씬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였다. 이후엔 동료 슈게이징 밴드 Nothing 과의 협업을 통해 EP 앨범을 발매하였고, 끊임없이 우상향의 곡선만을 그려가는 듯하였다.
그러나 Whirr은 하나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은 이후 크나큰 추락을 겪었다. 자신의 팬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지 않았을뿐더러, Pitchfork의 Ian Cohen이 동료 밴드 Nothing의 앨범에 낮은 평가를 내놓자 거센 반발을 보였으며, 심지어는 트위터에서의 트랜스포비아적인 발언으로 인해 자신의 팬들과 레코즈 회사를 포함한 대부분이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이로 인해 그들은 몇 년간 강제적으로 휴식기를 가져야만 했다. 이들은 과연 사랑의 잊힌 또 다른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인가? 혹은 다시 빛을 보게 될 수 있을까?
Whirr은 5년의 침묵을 깨고, 2019년 그들의 정규 4집 <Feels Like You>를 발매한다. 본작에서 그들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논란에 화답하는 것이 아닌,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해지고 정교해진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Feels Like You>에서는 전작들의 무거운 에너지와 몽환적인 공기를 다시금 체험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들 특유의 감정의 골을 더 확장시켜낸 작품이다. 본작에서 그들은 사랑, 상실, 그리고 자아 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한층 더 깊게 풀어나가며 — 그들의 정체성과 입지를 다시금 확고히 함과 동시에 — 그들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한층 더 완성도 있게 다듬어낸다.
Whirr은 첫 트랙 "Mellow"에서 마치 환상과도 같은 고혹적인 피아노 멜로디로 앨범의 스타트를 끊는다. 이후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흐릿하고 복잡한 기타 리프와 함께 감미롭게 흐름을 이어나간다. 더 빠르고 자신감으로 가득 찬 "Wavelength"와 앨범의 절정을 장식하는 "Younger Than You"로 앨범이 이어지며, Whirr은 <Feels Like You>를 통해 그 누구나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낭만적인 판타지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Feels Like You>는 보랏빛의 노을 아래에서 꼬이고 뒤엉키는 신비한 분위기를 지녔다. 부드러운 우울과 기쁨이 넘실대는 "Before You Head Off"에서 그들은 새로운 시도와 기술을 선보이며 그 매력을 극대화하며, "How Time Stretches"와 "Rental"에서는 보다 더욱 혼란스럽고 공격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Whirr은 사랑이 격렬하고 거칠다는 것을 암시하며,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 트랙 "Under the Same Name"이 끝나고 나면, 오래전 관계에 대한 그리움과 황홀감으로 젖은 판타지에서 깨어나 현실 세계로 내던져진 기분이 든다. <Feels Like You>는 때로는 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사랑, 혹은 깊게 잠들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게 만들며 — 설렘과 그리움부터 만남과 이별까지를 전부 집약시켜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Take my time
Play the slow ones and interlude
Sharing the floor with you
Whirr - Play The Slow Ones 가사 中
Whirr이 <Feels Like You>에서 그려낸 사랑은 다소 불안정하고 복잡다단하다. 때때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며, 때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는 가혹한 모습을 담기도 하며, 연인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을 담았다. 앨범 전체에 흐르는 묘한 긴장의 기류는 사랑이 단지 달콤하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Whirr은 이러한 감정들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며 단단한 서사를 구축해 내었다. <Feels Like You>는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되며, 하여금 사랑의 시작부터 끝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게 한다. <Feels Like You>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모두 마주할 수 있게 된다. Whirr은 본작을 통해 사랑의 양면성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었으며, 그 속에 담긴 혼란과 애틋함 모두를 담아내었다.
이제 이 리뷰를 이해할 수 있게 전곡해석을 해 주신다는 걸로 알겠습니다.
가사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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