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de Fire - Funeral 리뷰
Released on 2004. 09. 14.
Genre : Indie Rock, Chamber Pop, Post-Punk Revival, Big Music
장례식. 이 단어 하나가 주는 내면의 먹먹함과 울적함은 실로 엄청나다. 어느 누군가의 장례식 속에 섞여 있을때면 무엇이라 단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이름만 알고 있던 사람일지라도.
본작에서 아케이드 파이어는 장례식 속, 그 비탄과 구슬픔을 음악 속에 그려넣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00년대 인디 록을 대표하는 걸작이 되었다. 오늘은 [Funeral]의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이 앨범을 되짚어 보며 다시 한번 가치를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겠다.
Arcade Fire에 대하여
아케이드 파이어는 2001년 캐나다에서 결성된 인디 록 밴드이다. 그들의 2004년 데뷔작이자 이 리뷰에서 다루는 앨범인 Funeral은 인디 시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상업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평론적으로도 극찬을 받으며 그들을 한순간에 최고의 인디 밴드의 자리로 올려 놓았다. 그리고 옛날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인디 밴드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메이저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를 몸소 증명했다. 후에도 Neon Bible, The Suburbs 등 걸출한 작품들을 발매하며, 그들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인디 밴드 중 하나가 되었다.
Funeral에 대하여
지금은 대접받는 인디 밴드인 그들이지만 녹음할 당시로 돌아가 본작은 2003년 8월, 퀘벡주 몬트리올에 위치한 Hotel2Tango에서 일주일동안 녹음되었다. 이후 밴드의 멤버이자 부부관계인 Win Butler와 Régine Chassagne의 아파트에서 추가 녹음이 진행되면서 2004년 9월, 본작이 발매되었다.
제목인 Funeral은 녹음 당시 몇몇 밴드 멤버들이 가족을 떠나보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2003년 7월엔 레진 샤샤뉴의 할머니가, 다음 년도 2월에는 버틀러 형제의 외할아버지가, 동년 4월에는 Richard Reed Parry의 고모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이러한 일련의 개인적인 사건들이 본작의 침울한 분위기를 촉발시켰는지도 모르겠다.
흐름 짚기와 개인적인 해석 (전반부)
Neighborhood, 이웃이라는 단어로 이어지는 초반 흐름을 짚어보자. 앨범을 장대하게 시작하는 첫곡 Neighborhood #1 (Tunnels)는 앞으로의 앨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요소인 바로크 뮤직을 록에 오점 없이 녹여냈다. 재밌는 점은 곡이 밝고 희망적인 찬송가의 곡조를 지녔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아련한 상념에 젖게 만든다는 것이다. 곡 속에서의 노련한 전개와 윈 버틀러의 강렬한 강약 조절 보컬, 풍부한 색채의 합창 구간은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선을 터뜨리고, 동시에 따뜻한 음향과 분위기로 차가워진 마음 속 깊은 곳을 녹이는 위로를 건네며 애환에 찬 본작의 시작을 깔끔하게 끊어낸다.
앞으로의 앨범 내에서도 몇번 등장하는 Snow(눈)은 어른이 되면서 느끼는 추위를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이 곡에서는 눈이 주변인들이 겪는 고통과 각박한 세상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들에 의해 안 좋은 생각들과 무력감에 빠지게 된 '나'를 화자의 애인의 황금빛 찬송가, 그러니까 그가 얻으려고 노력하던 긍정적인 감정들로 그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정화한다.
I hear you sing a golden hymn
너가 황금빛 찬송가를 부르는게 들려
It’s the song I’ve been trying to sing
그 노래는 내가 노래하려고 애쓰던 노래야
- Neighborhood #1 (Tunnels) 中
두번째 곡 Neighborhood #2 (Laika)에서는 인트로의 흐름을 그대로 이었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전곡은 힘차고 밝은 곡조를 사용해 아련함을 강조한 반면, 이 곡은 포스트 펑크의 단순한 리프를 차용해 전곡보단 신나는 뱅어 트랙의 향이 강하지만 대신 곡조 자체는 상당히 칙칙하고 쓸쓸하게 편곡했다. 이 곡에서는 신나면서도 어딘가가 쓰라리고 처연한 분위기, 텁텁하고 구슬픈 신스의 질감, 거칠고 에코를 잔뜩 먹여 웅얼거리는 보컬, 공간감을 자아내는 드럼까지 00년대 포스트 펑크 기조를 아케이드 파이어만의 방식으로 해석해낸 곡이 아닐까 싶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Alexander는 Christopher McCandless를 의미하며, 1992년 4월 알레스카로 하이킹을 떠나 동년도 8월에 기아로 사망하였다. 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이 위키피디아 문서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s://en.m.wikipedia.org/wiki
Chris_McCandless
그리고 가사에 언급되며 제목에도 등장하는 Laika는 소련의 우주견으로, 최초의 우주 동물이자 지구의 궤도를 도는 최초의 동물 중 하나이다. 아무튼 방금 언급한 두 이름들은 결국 다시 돌아오지 못 했다는 슬픈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가사 속에서 알렉산더는 위대한 모험(최소한의 보급품으로 떠나는 알래스카 하이킹)을 떠나게 되고, 주변인들은 그의 모험을 반대한다. 이후에도 알렉산더의 주변인들이 알렉산더에게 조언하는 가사와, 그의 이름을 라이카라고 지었어야 됐다는 가사가 이어진다. 그의 마지막을 알고있는 우리들에게는 딱하고 착잡한 가사가 아닐까 싶다.
Come on Alex, don't die or dry up
어서 알렉스, 죽지마!
Our mother should have just named you Laika!
우리 엄마는 널 라이카로 이름 지었어야 했어!
- Neighborhood #2 (Laika) 中
다음 트랙인 Une Année Sans Lumière에서는 앨범의 밥먹듯이 등장하는 현악이 살포시 발을 빼고 그 대신 앰비언트 뮤직 느낌의 신디사이저 트랙이 현악의 자리를 대신해 색채감을 입힌다.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백그라운드에서 곡의 분위기를 깔끔히 고조시키며 곡이 전개된다. 그러다가 소리가 적당히 꽉 채워졌을때 쯤,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끊어지고 대신 일렉기타가 들어오며 곡은 펑크 풍으로 개조된다. 그리고 몇분간 쌓아왔던 감정을 풀어주며 곡은 끝난다. 제목의 뜻은 빛이 없는 1년으로 가사에서 등장하는 눈의 불빛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은 후의 짙은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곡도 역시 주변인들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 다루고 있다.
네번째 트랙 Neighborhood #3 (Power Out)에서는 두번째 트랙과 함께 Funeral 속 또다른 포스트 펑크 트랙 중 하나다. 이 곡은 본작의 다른 곡들과 달리 상당히 이질적인 시작부를 가지고 있다. 다른 곡들은 보통 시작은 잔잔하고 차분하게 시작하는 반면, 이 곡은 시작부터 강렬하고 뜨거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깊은 베이스 리프, 풍부한 현악 소리, 애절한 보컬로 Funeral의 중심 감정선 흐름만큼은 확실하게 사수하는 모습을 보인다.
곡이 몇번씩이나 반복되며 소리를 쌓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집중을 놓치기 쉬운데 본 곡에서는 그 즈음에 기타와 현악기, 신스가 다같이 이상한 음정으로 바뀌고 삐뚤어진 구조로 곡을 변주시키며 다시 청자를 곡에 집중시키는 테크닉을 구사해 이게 과연 데뷔 앨범이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의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이후 소리를 더욱더 쌓아가고 초반부터 내내 쌓아왔던 굵직한 감정선을 터뜨리는 짜릿한 클라이맥스는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기타와 현악과 신스의 과하지 않은 절제된 조화, 그리고 그것들이 소리를 점차 쌓아가며 거대한 소리의 파도를 만드는 본 트랙은 분명 Funeral의 전반부를 상징하는 곡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부제에 등장하는 Power Out은 정전을 뜻하며, 곡의 소재는 1998년 겨울 몬트리올에서 일어났던 북미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배경으로 한다. 가사의 뜻은 불분명하고 은유적인데 일단 절망과 고통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사 내에서도 사건이 많이 바뀌는데, 희망을 잃은 어른들과 아이들, 부모님의 사업 실패와 아버지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등 슬픈 일들이 마치 꿈을 꾸는것 처럼 시간대가 뒤죽박죽 섞여 가사 속에 등장한다. 이 곡에서도 눈이 비유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눈 속애서 죽어간다, 즉 아이들이 따뜻함(희망)을 잃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확한 뜻은 밝혀진 바 없지만 어찌됐건 가사로 전달하려 했던 절망이 여실히 드러난다.
I went out into the night
난 한줄기 빛을 찾기 위해
I went out to find some light
밤을 나섰어
Kids are dying out in the snow
아이들은 눈속에서 죽어가고 있어
- Neighborhood #3 (Power Out) 中
전반부의 마지막 곡이자 앨범 속 Neighborhood 시리즈를 끝내는 곡인 Neighborhood #4 (7 Kettles)에서는 처음부터 그 어떤 기타, 타악기같은 밴드 사운드가 아닌 바이올린, 비올라 같은 현악기 사운드가 울려펴지며 기존의 록과는 다른 우아함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곡의 구조는 신기하게도 타악기가 존재하지 않고 그로 인해 앨범 속에서 가장 오케스트라 뮤직 향이 짙은 곡이 되었다. 곡은 크게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곡에 형형색색의 입체감을 입히는 현악부, 그리고 타악기를 대신해 작게나마 리듬감을 형성하는 피크 소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간에 몇번씩 등장하는 굵직한 질감의 일렉기타 운용이 재밌는 점 중 하나다. 보통 소리가 큰 일렉은 곡을 리드하며 전개를 이어나가는 반면, 이 곡에서의 일렉은 스트로크 기법으로 그저 현악 세션을 더욱 돋보이게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바로크 뮤직의 향을 내기 위해서일까 이러한 실험적인 일렉 운용은 밴드의 센스가 돋보이는 구간이었다.
곡 속에 나오는 사건은 169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일어난 마녀재판을 뜻하며, 이 곡에서는 그런 사회적인 악 속에서 아이를 배에 지닌 어느 어머니에 대해 다룬다. '주전자'를 이용한 비유적인 표현들이 돋보이는데, 어느 문장에서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의 대처와 방관을 나타내는 의도로 쓰이고, 어느 문장에서는 아이의 양육 방식을 표현하기도 한다.
다음 트랙 Crown of Love는 전 트랙과 함께 앨범 내에서 가장 오케스트라 뮤직의 영향을 많이 받은 발라드 트랙이며, 물론 앨범의 후반부에 위치해있지만 전반부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앨범은 이 곡을 끝으로 거대하게 쌓인 빌드업을 종료하고 클라이맥스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 곡에선 기타는 한 발자국 물러나며 현악이 주가 된다. 가사는 이별과 그로 인한 고통을 노래하며 앨범 속의 유일한 사랑 노래이기도 하다.
곡의 후반부에서 휘몰아치는 현악/밴드 사운드는 재밌는 부분 중 하나다. 착실하고 꾸준히 쌓아왔던 감정선을 터뜨리는 곡의 구조 자체는 이 앨범에 즐비해있지만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보통 그런 구간에서는 강렬한 일렉기타가 강조되거나 새로 등장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반면, 이 곡에서의 기타는 묵묵히 백그라운드의 허전한 소리를 다양한 악기들과 함께 채우는 역할에 불과하며 후반부의 맹돌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악기는 다름 아닌 현악이다. 곡은 후반부에 앨범 곡들이 여타 그렇듯 펑크적인 느낌으로 편곡되는데 여기에 주로 오케스트라 뮤직에서 많이 사용되는 현악기의 운용법을 펑크와 결합시켜 독특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글램 록을 연상시키는 뿅뿅대는 신스까지 곡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합성시켜 절대 질리지 않을 클라이맥스를 곡 속에 완벽히 안착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전반부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음악적으로는 후반부의 짜릿한 클라이맥스를 위한 감정선 쌓기와 분위기 고조일 것이고, 내용적으로는 전부 절망과 고통,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이나 그들에게 일어났던 비극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부에 많이 언급되며 가사적 유기성을 잇던 Neighborhood, 즉 이웃은 이웃이라기 보다는 주변인들과 세상, 사회 그 자체를 암시하는 듯 하며 그것들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부서지는 광경과, 또한 나 자신마저도 희망을 상실하거나 고통을 겪는 상황을 가사 속에 표현하며 전반부를 매우 서정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또한 초반부에 등장했던 메타포인 눈과 명암은 부정적인 감정과 어두움을 짙게 표현해낸다. 그리고 앨범에서 전체적으로 걸쳐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곡조가 상당히 밝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이런 곡조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무겁고 어두운 부분들을 가장 찬란한 방식으로써 비춰낸다. 이제 Funeral의 방대한 서사와 감정선의 흐름은 문학으로 치면 위기에 다가간다. 후반부로 넘어가보자.
흐름 짚기와 개인적인 해석 (후반부)
일곱번째 트랙이자 Funeral이란 앨범을 상징하는 대표곡 Wake Up은 강렬하고 묵직한 기타 리프로 시작한다. 그리고서는 타악기, 관현악, 신스 등의 악기들로 몸집을 불려가며 음악적 황홀감을 선사한다. 사람의 목소리만큼 크게 감정을 건드리는 악기는 없다라는 말을 방증하듯이 이 곡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이끄는 악기는 여러 사람들의 가창, 즉 합창이다. 역시 펑크적인 기타 리프와 음악에 있어서 백그라운드를 착실하게 채워주는 현악과 신스, 감정선을 터뜨리는 합창과 멜로디, 찬가적인 분위기로 서정성을 끌어내는 편곡, 이제는 도가 터버린 강약조절 등 음악적으로 본작 특유의 편곡 방식을 완벽에 가까운 경지까지 끌어낸 곡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고조돼왔던 빌드업을 마침내 찬란히 폭발시키는 곡이었다. 그리고 곡에 사용된 셀수 없을 정도의 악기 편성은 인디 록에 맥시멀리즘, 즉 빅 뮤직을 깔끔하게 합성해낸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되는 곡 중 하나일 것이다.
가사 내용은 지금까지 전개됐던 내용과는 반대되게 희망적이다. 전에 받았던 씻어낼수 없던 고통들과 그로 인한 상실과 절망,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우울, 그리고 사회에 대한 차가움을 완전히 극복해낸듯 화자는 마침내 Snow, 눈 속에서 빠져나오며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서는 미래의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을 아이들에게 실수에 파묻혀서 인생 자체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전 곡들에 나오던 아이들, 번개(빛) 등이 성숙하고 밝게 재해석 된것이다.
Children, wake up
아이들아, 일어나렴
Hold your mistake up
너희들의 실수를 견뎌내거라
Before they turn the summer into dust
그들이 너희들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엉망으로 만들기전에
- Wake Up 中
여덟번째 트랙인 Haïti에서는 전 트랙에서의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는 쉬어가는 트랙이다. 바닷소리로 곡의 포문을 연뒤 민요 느낌의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 기타, 명량한 멜로디, 그리고 현장감을 살리는 여러 필드 레코딩 소리 까지 이 곡은 상당히 이질감을 일으킬법도 한 독특한 악기 편성을 가지고 있지만 딱히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흐릿한 보컬과 여러 바깥 소리들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곡은 끊기지 않고 그대로 다음 트랙과 이어지는 구성을 갖췄다.
제목인 Haïti는 국가 아이티를 가리키는 것이며, 레진 샤샤뉴의 부모님이 아이티의 독재자 프랑수아 뒤발리에의 독재를 피해 1960년대에 도망쳐 나온 국가이다. 그렇기에 가사는 레진 샤샤뉴의 부모님의 불우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앨범 후반부와 비슷하게 아픔을 다루는 곡이나 차이점은 이 곡은 그 아픔을 떠올리지만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아이티를 위하는 성숙한 그녀를 보여준다. 가사도 물론 고통을 다루지만 굉장히 희망적이다.
아홉번째 트랙 Rebellion (Lies)는 이 앨범의 격렬한 감정선을 여실히 드러내는 곡이다. 곡은 전 트랙과 이어지며 베이스 기타로 시작된다. 그리고는 휘몰아치는 일렉 기타와 울부짖는 듯한 보컬, 서정적인 합창과 멜로디, 구슬픈 현악 등 앨범 내내 보여줬던 수많은 요소들이 하나 되어 소리의 파도를 건설하고 분위기를 극도로 고조시킨다. 특히 코러스 중간에 키를 살짝 올려 다른 느낌의 감상을 주는 구간은 짜릿하기 그지없다. 앨범 막바지에 위치한 이 트랙은 드라마틱한 전개를 통해 막대한 크기의 감동과 맥시멀한 사운드의 황홀감을 선사하며 앨범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완벽하게 장식했다.
Wake Up 속에서의 화자의 각성은 후반부를 상징하는 중요 사건일 것이다. 그리고 이 곡에서는 화자의 각성이 극에 달하는 시점으로, 나와 주변인들의 고통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게 되며 나와 같은 처지를 지는 전세계의 사람들과 내가 겪었던 일들을 겪게될 모든 아이들을 위한 저항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를 고통 속에 빠뜨렸던 세상 속의 수많은 부당함과 이상함을 Lies, 즉 거짓말이라 규정하며 모든 사람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게 된 것이다. 다음 트랙인 In the Backseat은 오히려 초반부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저항 자체가 이 앨범 속 대서사시의 결말이라고 보면 되겠다.
Every time you close your eyes
눈을 감을때마다
- Rebellion (Lies) 中
열번째 트랙이자 이 작품을 마무리짓는 트랙인 In the Backseat은 현악과 피아노 등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곡을 시작한다. 그 뒤로는 여타 트랙들처럼 수많은 악기들이 거대한 소리의 파도를 형성하게 된다. 이 곡의 일렉기타 운용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면, 굵직한 톤의 일렉기타는 곡의 코러스에 맞춰 등장하며 서글픈 곡의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곡의 특이한 점은 앨범의 다른 곡들은 록에 바로크 뮤직을 섞은 느낌이 난다면, 이 곡은 타악기에 일렉기타도 쓰이지만 완전히 바로크 뮤직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증폭된 감정선이 우아한 현악에 의해 서서히 가라앉으며 앨범은 끝나게 된다.
가사는 레진 샤샤누의 어머니의 사망과 그로 인한 인생에 있어서의 막막함을 다루고 있으며, 그로인해 오히려 내용은 전반부에 더 가깝다. 인생 자체의 비유인 운전이 곡 전체에 걸쳐 표현되는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곡은 항상 어머니의 운전 속에서 뒷자석에 타서 가던 그녀였지만 어머니의 사망 후로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후반부의 흐름을 짚어보자면, 전반부에서 쌓아왔던 감정선을 터뜨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곡들 대다수가 희망적인 분위기와 가사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가사적으로는 화자의 각성과 저항이 돋보이는데 Wake Up에서는 드디어 화자가 눈을 벗고 희망과 행복을 찾게 되며 어른이 되고, Rebellion (Lies)에서 화자는 자신이 발견한 이러한 사실들을 전의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려 하고 부당하고 차가운 현실에 힘껏 맞서 싸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음악적인 하이라이트와 맞물려 더욱더 진하게 우리의 머릿속에 스며들고 큰 감동을 주게 되는 것이다. 전반부와 비교하면 고통을 다루는 것은 여전하나 성장한 화자의 태도를 보여주는 후반부였다.
감상문
본작의 음악 스타일은 딱히 뭐라 정의 내릴수 없는, 정확히 짬뽕 인디 록 그 자체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쌓여온 Beach Boys, Talking Heads, Pixies 등의 여러 영미권 인디 록 밴드들의 음악적 영향을 '슬픔'이라는 통일된 주제 아래에서 적절하고 깔끔하게 섞어냈다. 예를 들어 앨범 안에서도 곡들의 장르는 정말 다양하게 나뉜다. Neighborhood #2 (Laika)와 Neighborhood #3 (Power Out)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포스트 펑크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고, Neighborhood #4 (7 Kettles)와 Crown of Love에서는 관현악을 이용하여 처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Rebellion (Lies)에선 포스트 록 스러운 전개를 곡 속에 차용하여 극도에 찬 고양감을 가꾸어내기도 한다.
이 앨범은 정말 야심찬 작품이다. 인간에게 가장 무거운 감정들과 사건들을 맥시멀리즘한 빅 뮤직으로 풀어낸다. 사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쉬운 길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창작자의 야심이 거대하면 보통 과잉, 즉 과유불급이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나치게 난해하거나, 욕심을 부리다가 작은 몇몇 요소들로 인해 곡 전체가 무너져 내리거나, 전반부와 후반부의 앨범 균형이 맞지 않는 등 큰 규모의 앨범을 제작하려고 하면 무조건 따라오는 문제들이 많다. 그러나 이 앨범은 이러한 야심은 가진 채 챔버 팝, 바로크 뮤직, 포스트 펑크, 파워 팝 등 인디 록 속에 수많은 요소들을 채용하고 복잡한 작곡 방식에 하이라이트를 주는 편곡까지, 전부 자칫하면 과해 앨범의 완성도를 저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다른 앨범들과 비교해봐도 요소들이 굉장히 절제되있으며 절대 과하지 않는다. 록 속에 수많은 악기들을 차용하며 빅 밴드 수준의 악기 편성을 보여줬음에도 이 앨범은 덧없이 깔끔하다. 심지어는 이러한 맥시멀리즘 작곡 방식을 보여줌에도 담백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것을 인디 록으로, 그것도 이제 막 데뷔한 신성 밴드의 정규 1집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니 이 앨범은 인디 록의 맥시멀리즘의 완성형이다. 거대한 규모의 악기 편성과 록으로 만들어낸 방대하고 꽉찬 사운드, 이질적이지 않은 고전미는 후대의 인디 록, 아니 후대의 음악들에 멋진 본보기가 되어주었고 그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본작이 보여주는 감정적 부양은 실로 대단하다. 이 앨범 특유의 감정선을 착실히 쌓은 뒤 터뜨리는 극적인 전개는 완벽한 설계 속에서 깔끔히 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는 본작의 맥시멀리즘과 맞물리며 물 만난 물고기가 된다. 현악과 신스로 고조시키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일렉 기타를 활용한 울림있는 폭발, 인상적인 보컬 합창, 신선한 타악기 사용까지 다양한 악기 속에서 극적인 전개로 다양하고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해내는 이 앨범은 감정선을 건드리는 분야의 음악에서 최고의 테크닉을 구사해낸 앨범이라고 할수 있겠다.
끝마치며
본작이 발매 20주년을 맞았다. 원래도 오래된 앨범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에 발매됐다는 점이 상당히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앨범에는 장례식이라는 이름만큼 잘 어울리는 제목이 없는 것 같다. 밝지만 속은 절망이 배어있는 특이한 장소, 앉아있기만 여러 감정이 섞여 복합적인 감정이 느끼게 되는 장소, 여기서 장소를 음악으로만 바꿔도 완전 본작이지 않는가? 아님 말고.
지금까지 아케이드 파이어의 명작, Funeral 리뷰였다.
참고
https://en.m.wikipedia.org/wiki/Funeral_(Arcade_Fire_album)
https://hiphople.com/album/12202253?_filter=search&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Funeral
아 그리고 앞으로 똥글 좀 자제하고 리뷰글의 비중을 높이겠습니다..
명반이지? 20주년인데 한번 더 복습 해봐야겠지?
눈물줄줄
진짜 좋아하는 앨범ㅠ
이런 리뷰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개추
제가 이상하게 Funeral를 안 들어봤더라고요.. 그래서 리뷰 읽어보면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트랙마다 설명이 있어서 앨범에 이입이 더 잘됐던 것 같네요. 덕분에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애 트랙은 Crown of Love였습니다. 후반부 변주가 되게 좋았어요
Funeral을 이제 들어보셨다니.. 하긴 저도 메탈리카 오늘 처음 들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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