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ohtrix Point Never - [Replica] 리뷰
Artist : Oneohtrix Point Never
Title : Replica
Released on 2011. 11. 08.
Genre : Ambient, Plunderphonics, Drone, Vaporwave
※ 제목은 순전히 어그로입니다. ※
서론
결과적으로 OPN은 이 앨범으로 음악을 다시는 되돌릴수 없을 정도로 영원히 바꿔놓았으며 그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까, Daniel Lopatin이 만든 과거에 대한 복제품(Replica)은 전설이 된 것이다.
OPN에 대하여
우선 OPN, 그러니까 다니엘 로파틴은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로써, 역설적이게도 이쪽 실험 음악 씬에선 대중적이고 소위 말하는 키치한 사운드를 뽑아내는 인물이다. 그리고 2010년대를 강타한 장르인 'Vaporwave'의 선구자 중 하나이며 이 리뷰에서 다룰 본작 [Replica]를 더불어, [R Plus Seven], [Garden of Delete], 그리고 'Chuck Person'이라는 명의로 발매된 [Eccojams Vol. 1] 등 숱한 명반들을 발매하며 건재한 음악성을 드러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대표적인 참여 작업물을 덧붙여 보자면 The Weeknd의 [After Hours]와 [Dawn FM]에 참여했으며, 그 중에서도 Dawn FM에서는 절반 가량이 넘는 곡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영화 [굿 타임]에 사운드트랙을 담당하여 2017 칸 영화제에서 당당히 사운드트랙 상을 수여받는 등 OPN은 마이너한 음악과 행보지만 씬에서는 큰 위치를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Replica에 대하여
이랬던 그의 2010년으로 돌아가보자면, 당시 전작 [Returnal]을 발매하며 슬슬 음악계에 이름이 알려지며, 쉽게 말해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작은 사실 로파틴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Joel Ford와 Al Carlson이 로파틴과 함께 본작의 공동 프로듀서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후 본작을 작업하면서 이전까지 해오던 신디사이저를 기반으로 뒀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Eccojams Vol. 1] 때같이 8~90년대의 텔레비전 광고의 오디오 샘플을 주로 이용하면서 앨범 속 중심 가치로 향수를 추구했으며, 리드믹컬한 드럼 트랙과 비트는 샘플링 루프로 대체했다.
감상문
일단 OPN 특유의 실험성이 잘 드러나 어렵지만, 동시에 신비롭고 서정적이다. 프로덕션은 앰비언트를 베이스로 두고 플런더포닉스의 요소를 첨가해 실험적인 샘플링 사용과 전개 등으로 음악을 읽는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며 흥미롭고 재밌는 사운드를 구사한다. 예를 들어 'Sleep Dealer'에서는 '리들리의 껌 광고'에서 가져온 여러가지의 샘플을 중심으로 곡을 진행시키고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독특한 전개를 마련했다. 'Up'에서는 'Fruity Pebbles' 광고에서 가져온 특이한 샘플과, 동시에 풍부한 보컬 샘플, 백그라운드에 깔리는 앰비언트풍 비트와 화려한 드럼 트랙 빌드업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정말 잘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이 안 되는 부분은 음악 속에서 샘플이나 멜로디, 혹은 비트가 나오고, 그것들로 음악이 진행되고 변주되는 것 자체가 들을수록 흥미롭고 즐거우며, 점점 이 앨범 속 음악 세계에 빠져드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점들 덕분에 음악 자체가 되게 재밌게 다가온다.
그리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는 것같은 샘플들, 찌릿하고 거친 질감, 전위적인 구성, 감각적인 비트 등 괴이한 면이 크다. 'Nassau'에서는 '5th Avenue' 광고에서 가져온 반복되는 샘플, 뒤틀린 비트, 묘한 느낌을 주는 신스 멜로디 등이 합쳐지며 혼란스러운 감상을 준다. 특히 'Child Soldier'에서는 그야말로 기괴한 샘플 사용과 전개, 오히려 이와는 반대되는 구슬프고 풍부한 보컬 샘플들이 합쳐지며 앨범의 실험성은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아름답고 감상적인 멜로디와 서정적인 무드는 이 앨범 속에 다채로운 색채를 부여한다. 대표적으로 'Andro'의 회상적이고 최면적인 신스나, 'Submersible'의 느릿하고 애상적인 신스, 'Replica'의 아름다운 피아노를 예로 들수 있겠다. 본작의 이러한 특징들이 전부 섞여 한편의 독창적인 추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이 앨범을 얘기하면서 이 앨범 속에 담겨진 향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앨범 속 사용된 샘플들은 주로 8~90년대의 텔레비전 광고들을 가져온 것인데, 이것만 해도 굉장한 향수를 앨범 속 세상을 담은 것다. 8~90년대때는 유튜브 같은 것도 없었다보니 어린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이 세상을 볼수있는 유일한 눈 중 하나였고 그때 들었던 소리들은 우리의 뇌 속에서 추억으로 남아 이 앨범 속의 향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의 향수를 표현하는 전자 음악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고 이 흐름이 '베이퍼웨이브'라 명명되며, 이 앨범은 무한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서론에서 말했던 음악을 영원히 변화시켰다는 소리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영향력이 현재의 수많은 음악들, 심지어는 K-POP에까지도 끼쳐지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음악을 바꿔놓았다는 소리는 과언이 아니다.
https://youtu.be/PU0g45uEI84?si=GrPybJqi15Sf2nCd
https://youtu.be/5DGRc1qn86o?si=z3njndAE9AQkUDvY
https://youtu.be/g1OEkzH16ug?si=mSXKLp_dMTfrTo1J
끝마치며
이 앨범은 현재 일렉트로닉 음악, 아니 지금도 발매되고 있는 수많은 앨범들이 전부 이 앨범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2011년 발매되어 13년도 채 안된 앨범이지만 벌써 후대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아름다운 글귀 하나를 빌려와 이 앨범의 감상문을 마무리 짓겠다.
'과거의 향수를 잔뜩 담은 본작도 결국 절대 과거 그 자체가 될순 없다. 본작도 그저 과거의 향이 그리워 과거를 복제해낸 하나의 레플리카일 뿐이다. 난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참고
참고문서 : https://en.m.wikipedia.org/wiki/Replica_(Oneohtrix_Point_Never_album)
참고영상
창의적인친구일세…
어그로는 역시 OPN평 ㅋㅋㅋ
본문 너무 길어서 읽어보진 못했지만, 과거보다 현재가 낫다고 느껴지는 장르는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치 옛날 어느 날 외계인이 선물을 내려줬고, 인간이 그걸 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같습니다.
제목 어그로입니다.
그렇군요 ㅋㅋㅋ
"외계인이 선물을 내려주고 인간이 그걸 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참 감명깊은 문장이네요..
아 앨범추천을 위한 어그로셨군요 ㅋㅋㅋㅋㅋ 저도 들어볼게요
OPN 요즘에 엄청 많이 듣는데 이런 글 있어서 뭔가 반갑네요 ㅋㅋㅋ
OPN = GOAT
글은 아직 안 읽었고 제목 어그로 지리네요
글 재밌게 읽겠습니다
수정) 다 읽었는데 재밌네요 과거의 향수를 그린 척 하는 복제에 불과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놀랍도록 큰 인상을 남기는 게 무척 아이러니합니다
OPN은 천재인가..
노스텔지어가 본질이 될 수 없다는 그 말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줬었죠
레플리카 얘기하자면 andro가 진짜 개 미친 트랙인 거 같은데 그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 위에 흐르는 리드와 후반부의 샘플 투입으로 분위기 싹 전환시키는 거 보고 감탄했습니다 ㅋㅋ
Andro 미쳤죠.. 앨범 인트로부터 주사기로 감상을 집어넣는 느낌
제목 어그로여도 흥미롭네요
나중에 토론해도 재밌을듯 ㅋㅋ
저도 opn 좋아해요... 저 앨범이 젤루 좋음
OPN은 사랑입니다
오 글 잘 쓰시네요.
제목 잘 지으시네요 ㅋㅋㅋㅋ
그래서 샘플링을 옛날 광고 음악에서 많이 가져온 것 같네요
정말 특이한데 좋아요
OPN 위켄드 Save Your Tears 리믹스듣고 좋다 생각했는데 앨범으로도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그 버전도 좋죠 ㅎㅎ
전 Replica 특유의 반복되는 샘플링에서
신스 등 다른 요소들로 끊임없이 변화를 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재밌네요!
샘플 원본 영상 저거보면 진짜 미친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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