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Heaven or Las Vegas
Artist : Cocteau Twins
Released on 1990. 09. 17.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음반에서 콕토 트윈즈가 보여준 음악들은 록 음악의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조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로빈 거스리의 기타 사운드와 엘리자베스 프레이저의 보컬은 신비롭다라는 표현이 알맞는듯 하다. 여전히 이 앨범은 후대 아티스트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이들의 음악은 드림 팝의 교과서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과연 이 음반이 이토록 고평가를 받는 것일까? 사실 모두의 감상은 전부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기록하고 그것을 공유해보겠다.
콕토 트윈즈는 1979년 결성되어, 1982년에 데뷔 음반인 'Garlands'를 발매한다. 이후 드림 팝이라는 장르를 사실상 처음 시도하며 'Head Over Heels', 'Treasure', 'Blue Bell Knoll' 등의 여러 명작을 발매한다. 그리고 이 음반을 작업하게 되는데, 녹음하는 동안 밴드는 여러 변화를 겪었다. 로빈과 엘리자베스는 아이를 하나 두게 되고, 사이먼 레이먼드 또한 결혼을 하게된다. 그러나 사이먼의 마약 의존증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고, 덩달아 녹음기간, 그의 아버지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녹음 된 앨범이 밴드의 최고 걸작, 드림 팝 최고의 명반으로 불리는 ‘Heaven or Las Vegas'인 것이다.
이 앨범 발매 후 로빈은 마약과 알콜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되고, 밴드 멤버들과 엘리자베스에게 온갖 행패를 부려 엘리자베스는 로빈과의 관계를 청산하게 된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이 앨범은 마지막으로 밴드 멤버들 사이의 관계가 좋았을 때 녹음된 음반이지만, 이 앨범의 가사는 이후의 밴드 멤버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흥미롭기도 하다.
음악적으로는 로빈이 연주한, 아니 사실상 거의 연성해낸 수준으로 알아볼 수 없이 왜곡된, 몽환적이고 독창적인 기타 톤과 사운드가 마치 앨범 커버같은 색감과 분위기의 독자적인 세계와 이공간들을 구축해낸다. 그리고 일명 '소리의 벽'이라 불리는 특유의 녹음 방식으로 만들어진 훌륭하고 광활한 공간감은 시종일관 듣는 청자들을 압도해낸다. 이처럼 꿈결같은 소리와 공간감이 만들어낸 'Heaven or Las Vegas'의 음악 세계는 매우 매력적으로 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컬도 빼놓을 수 없는데, 안 그래도 왜곡된 기타 사운드 덕분에 충분히 신비로워진 분위기를 '꿈' 그 자체로 만들어 버린 엘리자베스의 보컬은 정말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어떻게 딱 콕토 트윈즈의 음악에 착지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녀가 부르는 가사들은 제목의 Las Vegas가 생각난다.. 화려하고 번쩍대 어지러운 도시의 야경과 불빛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결코 밝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공존하는 라스 베가스의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걸작이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목받는 최대의 이유는 개인적으론 멜로디 라인같다. 일단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 속에 깔끔하게 파묻히는 여러 색채의 멜로디들, 예를 들어 라스 베가스를 부유하는 듯한 'Heaven or Las Vegas'의 드론 사운드, 시작부터 귀를 강렬하게 때리는 'Cherry-coloured Funk'의 기타의 멜로디, 환각을 체험하는 듯 정신없게 휘몰아치는 'Frou-frou Foxes in Midsummer Fires'의 슈게이징스러운 기타 사운드와 멜로디 등 언급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멜로디들은 바로 코러스와 메인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화려하게 고음이 구사되어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Iceblink Luck'의 메인 멜로디와 코러스, 뜨거운 노스텔지어를 불러 일으키는 'Frou-frou Foxes in Midsummer Fires'의 메인 멜로디, 신비롭고 몽환적인 'Fotzepolitic'의 코러스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런 값비싼 멜로디 라인들은 엘리자베스의 신비롭고 매혹적인 보컬로 불러지며 더욱 더 빛을 내고 청자에게 형연할 수도 없는 황홀감을 안겨다 준다.
콕토 트윈즈의 실험적인 면모 또한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 기존의 록 음악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트랙 배치와 사운드가 들릴 것이다. 빈 틈 없이 꽉 찬, 이펙터를 잔뜩 먹여 왜곡됐으며 뭉개지고 퍼진, 질감이 느껴지는 고유한 기타 사운드는 음악 속에 이로 말할 수 없는 꿈결을 만들어내고, 이후 드림 팝과 슈게이징, 포스트 록, 이외에도 위켄드 같이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또 당시의 일반적인 록 음악과 달리, 중간중간에 신스를 곁들여 사용하기도 하고, 드럼의 질감 또한 신선하다. 실험성이 잘 드러나는 트랙으로는 'Pitch the Baby'가 있다. 이 곡에서는 신스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해 특유의 끊어지는 듯한 사운드와, 보컬을 만들어냈다. 라이브에선 어떤 식으로 이러한 사운드들을 구현해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34년이나 지난 이 앨범이 아직까지도 드림 팝의 교과서라 불리고,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한 장르의 시작점이 되는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요즘과 비교해 촌스럽다거나 뒤쳐진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이 앨범만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질감과 사운드, 무시할 수 없는 후대 음악에 끼친 영향력, 환상적인 멜로디와 보컬, 그 어떤 다른 앨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오직 이 앨범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세계, 이 정도라고 본다. 이 앨범은 앞으로 몇 년, 몇 십년이 더 지나더라도 여전히 음악사에 기록될 희대의 명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요즘 드림 팝/슈게이징이 많이 소비되고, 2차 전성기를 맞았다고 표현되고 있던데, 그럴수록 드림 팝을 창조해내고, 슈게이징에 엄청난 영향들을 준 이 앨범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는 것만 같다.
리뷰라는 것이 참 신기한게,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으면 정말 귀찮고, 앞이 막막하고 보이지 않는 기분인데, 정작 쓰다 보면은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이 'Heaven or Las Vegas'는 제가 참 애정하는 앨범이라서 나중에 개별 트랙으로도 리뷰를 작성해보고 싶네요.
개추 한번만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리뷰... 쓰려고 해놓고 안 쓴 게 너무 많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한창 입문하던 시기에 듣고서 그저 그래서 치워놓은 앨범인데 맨날 다시 들어야지 다시 들어야지 하고 안 듣고 있네요... 이 글과 함께 들어야겠습니다ㅋㅋ
"한 장르의 시작점이 되는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요즘과 비교해 촌스럽다거나 뒤쳐진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게 헤븐 오어 라스베가스뿐 아니라 수많은 고전들의 특징이지 않나 싶네요
아직 안 들어보셨다면 무조건 들어보시죠
개명반 ㄹㅇ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움의 극치!!! 잘 읽었습니다
이 앨범 최고죠...
저에게는 마블발 loveless보다 더 명반이라고 생각합니다
Factos
늦은 새벽에 처음 듣고 충격먹었던게 생각나네요
개추박고 갑니다
막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개추
명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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