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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2 <With the Beatles>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4.02 00:20조회 수 369추천수 4댓글 4

<With the Beatles>를 처음 마주했을 적, 나의 감상으로는 비틀즈(The Beatles)가 미국의 로큰롤과 R&B/Soul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게, <Please Please Me>의 머지비트 록 발라드풍과는 다르게, 본산지가 미국으로 추정되는 R&B/Soul의 향취가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다. <With the Beatles>가 비틀즈의 미국 도약에 쐐기를 박은 작품인 것도 미국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취를 자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편히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에 최적화된 앨범으로도 느껴진다. 로큰롤, 브리티시 R&B/Soul, 머지비트가 결합된 본작은 <Please Please Me>의 성공 가도를 이어나갈 뿐만 아니라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데까지의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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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Please Me>의 성공으로 비틀즈는 이미 유럽 전역의 스타가 되어있었다. 영국 내의 인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으며, 이는 국제적 투어로도 이어졌다. 비틀즈는 첫 데뷔 앨범의 성공으로 멈추지 않았고, 곧바로 앨범 제작에 착수했다. 이름하여 <With the Beatles>, '비틀즈와 함께'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가히 적절한 제목이 되었다. 이미 초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던 그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자는 취지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미국판으로는 <Meet the Beatles>라는 제목으로, <With the Beatles>의 몇 곡과 싱글 곡을 섞어 발매했다.) 게다가 전작과의 태도마저 달라 보인다. 당장의 반음영 처리된 흑백 사진이 이리 비장해 보일 수 있을까. <Please Please Me>의 즐거움 어린 모습은 어디 가고 <With the Beatles>에는 사진가 로버트 프리먼(Robert Freeman)에 의해 찍힌 날 선 표정의 청년들만이 서있다. 그리고 날 선 표정만큼이나 앨범의 발매 역시 파격적이었다. 당시의 관행으로는 히트 싱글을 모아서 앨범으로 내는 게 당연했는데, 그들은 과감하게 앨범 내의 수록곡만으로 승부를 보았다. 비틀즈의 싱글과 앨범 구별은 이때부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로큰롤의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 더 나아가 비틀즈에게 있어서 로큰롤은 어떤 것인가. 로큰롤이 록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치부한다면 분명 무례한 일이 틀림없겠지만…그럼에도 록이라는 가능성을 만개하기 위해서 비틀즈는 많은 시간을 걸어왔다는 점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로큰롤이라는 하나의 장르에 색깔을 부여하여, 오색찬란한 록의 수많은 분파가 생겨나기 이전에, 그들 역시 역사의 현장인 로큰롤과 록 사이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한데, <With the Beatles>는 그 기로에 들어서기 전의 작품이다. 어쩌면 순수한 로큰롤이 남아있는 형태로, 전작을 포함해 기존 로큰롤 작품들의 관례를 따른 커버곡 6개와 자작곡 8개로 구성되었다. 로큰롤 앨범의 전형적인 궤를 따른 만큼, 당대 로큰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총집합 시킨 구성을 자랑한다. <Please Please Me>가 영국산 머지비트/로큰롤를 위시한 야심 찬 출사표였다면, <With the Beatles>는 미국에 영향을 받은 본격적인 로큰롤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유난히도 많이 등장하는 모타운 산의 곡들이 그 예시이다. 이는 1집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 지점이 아쉬운 감상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식에서 미국식의 로큰롤로 바뀐 모습에서 무언가 비틀즈스럽지 않은 감상이 남는다. 데뷔 앨범의 싱그러움은 줄어들고, 커버곡의 비중이 다소 커 보이는 점이 아쉬웠기 때문일까? 물론 앨범 제작의 방향성이 아쉽다는 이야기지,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례로 'be long'과 'belong'의 말장난을 이룬 레논-메카트니 명의의 자작곡 "It Won't Be Long"은 강렬하고도 공격적인 인트로를 보여주며, 훗날에 역사적인 미국 방송(Ed sullivan Show) 데뷔곡 "All My Loving"은 그야말로 비틀즈다운 로큰롤 자작곡이다. 게다가 <With the Beatles>의 경우, 여러 멤버의 다양한 참여가 재밌을 지점이 처음으로 존재한 작품이다. 훗날에 조지 해리슨이 작곡한 명곡 "Something"의 효시에는 "Don't Bother Me"라는 곡이 존재했으며, 링고 스타가 유일하게 보컬로 참여한 "I Wanna Be Your Man"의 존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혹, <With the Beatles>는 커버곡이 많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필자는 오히려 커버곡이 많았던 점으로 당대 비틀즈의 출신과 로큰롤의 장르에 대한 애환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아쉬움에 비례한 만족스러움이라는 양가적 감정이 남는다. 자작곡으로 전곡이 채워진 3집 <A Hard Day’s Night>와 비견되기 때문일지 모르겠으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With the Beatles>에서 녹음된 커버곡들은, 1집의 그것들보다도 깔끔하고 생동감 있는 편곡이 주를 이뤘다. 앞서 말한 모타운 향이 잔뜩 나는 R&B/소울이나 전통적인 로큰롤을, 비틀즈는 본인의 색감을 가미해 케빈 클럽에서부터 곧장 즐겨 불렀다. 그리고 이 지점이 본작의 중요 키워드다. 마블렛스(The Marvelettes)의 곡을 탁월하게 재해석한 "Please Mister Postman"을 보시라. 원곡과 다르게 보컬의 매력을 더욱 살려, 독창적인 커버곡으로 완성했다. 혹은 로큰롤의 아버지, 척 베리(Chuck Berry)의 곡 "Roll Over Beethoven"을 과감하게 선택하여 커버하는 모습 역시 보여준다. 또한,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의 "You Really Got a Hold on Me"를 커버해, 모타운의 소울 향취를 곧장 잘 소화하기도 한다. 클로징 트랙 "Money(That's What i Want)"는 말 그대로 비틀즈식 로큰롤 재해석이 가미된 커버곡이다. 분명히 바렛 스트롱(Barrett strong)의 히트곡임에도, 색다른 감상을 자아내니, 비틀즈만의 해석은 성공적이었다. 존 레논의 쉰 샤우팅이 "Twist & Shout"를 연상하기도 하나, 한끝 다른 이유에는 전자가 젊음의 혈기를 표상했고, 후자는 풍자적 향취를 물씬 풍기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With The Beatles>를 계속 감상하고 있는 중의 단상으로는, 그들은 기회를 참 잘 잡은 시대의 스타라는 점이다. 7년간 쉬지 않고 디스코그래피를 내는 와중에도, 놓치지 않은 비틀즈만의 스타성은 대중의 각광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런 면에서 <With the Beatles>는 비틀즈만의 스타성이 다분한 작품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브리티시 인베이전으로 대변되는 미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작품이기도 하니 말이다. 결국에 그들의 스타성에 대해서는 따로 말을 얹을 필요도 없게 되었다. 실제로도 당시의 미국 및 영국 차트 지표들이 비틀즈의 인기를 바로 보여준다. 한때에 전 세계가 주목한 비틀즈의 스타성은, 훗날, 실험적이며 전초적으로 나아간 작품들을 관철하고, 대중들을 설득하는 데에 충분한 밑거름이 되어주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With the Beatles>는 그러한 비틀즈만의 탁월한 스타성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한 시대에 유행한 음악들을 즐겁게 재해석하는 모습이 남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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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4.2 10:59
    @웨스트랄로피테쿠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4.2 08:41

    With the Beatles는 확실히 로큰롤과 당시 R&B/소울을 비틀즈 식으로 절묘하게 결합한 게 특색이죠. (저는 사실 그닥 안 좋아하지만...) 그게 미국 시장에서 강점이 되었을 거란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확실히 그런 측면에서 의도적인 방향성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4.2 11:00
    @Pushedash

    나름의 해석을 가미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의도적으로 제작된 음반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애초에 앨범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남달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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