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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1990년대 해외 알앤비 앨범 100선 Part Ⅱ

Melo2017.05.16 04:09추천수 8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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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1990년대 해외 알앤비 앨범 100선 Part Ⅱ


벅스(Bugs)와 힙합엘이(HiphopLE)가 선정하는 힙합/알앤비 앨범 시리즈가 약 석 달을 훌쩍 넘겨돌아왔다. 이번 편에서는 1990년대의 해외 알앤비 앨범 100장을 꼽아봤다. 많은 이가 힙합/알앤비 씬의 황금기로 90년대를 꼽을 만큼 이 시기는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칠 만큼 핵심적인 음악적 사조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크게는 8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 온 댄서블한 뉴잭스윙, 하모니를 강조한 그룹 사운드, 그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은 힙합 소울 등이 있다. 알앤비를 꾸준히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다시 한 번 진한 향수를 느끼길 바라고, 이 시대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되는 사람들이라면 많은 후대의 아티스트들이 왜 그들을 동경하는지를 알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글은 벅스 뮤직 포커스 란에 <힙합엘이 선정, 1990년대 해외 알앤비 명반 100선 #2 (51 ~ 100)>(링크)라는 제목의 글로 게재되었습니다. 벅스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앨범은 부득이하게 선정하지 못하였으며, 순서는 발매 연월일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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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ther Vandross – Your Secret Love (1996.01.01)


80년대 알앤비에서 이미 다룬 루더 반드로스(Luther Vandross)가 또 나온다는 건 그가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란 뜻이다. 2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정규 앨범 전체가 미국에서 골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알앤비 아티스트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더욱이 흥미로운 건 그가 음악적으로 특별한 변화 없이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대중에게 꾸준히 선택받았단 사실만으로도 루더 반드로스의 특별함은 입증된다. 특별함의 원동력은 루더 반드로스의 목소리다.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풍부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등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에 최적화되어 있다. [Your Secert Love]는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유난히 강렬한 앨범 커버를 지녔지만, 무게추는 여전히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에 기울어 있다. 다만, “I Can”t Wait No Longer (Let”s Do It)”에서 시대의 유행을 어느 정도 차용한단 점에서, 그의 유작이자 첫 1위 앨범인 [Dance With My Father]의 시작을 엿볼 수 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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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ny Rich Project – Words (1996.01.16)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LA 리드(L.A. Reid)의 회사인 라페이스 레코즈(LaFace Records)에는 훌륭한 힙합/알앤비 아티스트가 많았다. 물론 좋은 아티스트의 뒤에는 좋은 스태프가 있다. 토니 리치(Tony Rich)의 시작도 라페이스 레코즈의 스태프였다. 그런 만큼 그의 첫 앨범 [Words]가 공개되었을 때, 토니 리치 프로젝트(The Tony Rich Project)는 토니 리치가 아닌 베이비페이스의 프로젝트 밴드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앨범이 토니 리치의 주도로 만들어졌음이 알려졌고, 그는 떠오르는 유망주가 되었다. 토니 리치 프로젝트의 큰 특징은 힙합 소울과 뉴잭스윙이 지배하던 당시의 알앤비 씬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퍼커션 연주로 가득한 앨범을 내놓았단 점이다. 틈새시장을 분명히 파고든 토니 리치의 앨범은 차트에서 꽤 높은 위치를 차지했다. 다만, 유일한 히트곡 “Nobody Knows”로 기록한 성적을 이후에는 다시는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베이비페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 메이킹이나 컨트리 음악의 요소가 이후에는 대중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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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 Total (1996.01.30)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Juicy”로 이미 첫 선을 보였던 배드 보이 엔터테인먼트(Bad Boy Entertainment) 소속의 토탈(Total)은 많고 많은 걸그룹 중 하나가 아니다. 영화 <New Jersey Drive>의 사운드트랙인 “Can”t You See”가 수없이 샘플링된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The Payback”을 원곡으로 두듯, 그들의 데뷔작은 7, 80년대 소울/훵크을 근간에 둔다. 토탈의 음악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 같은 거장부터 80년대 힙합 뮤지션 부기 다운 프로덕션(Boogie Down Productions)까지 다양한 음악을 샘플링했다. 그래서 수록곡 대부분이 힙합 소울을 표방함과는 별개로 앨범의 진정한 구심점은 훵키함이다. 이는 퍼프 대디(Puff Daddy)의 프로듀싱 팀 히트멘(Hitmen) 사단을 비롯한 프로듀서 진이 만들어낸 성과다. 프로듀서의 성과가 거대해 심지어 세 멤버의 준수한 보컬 퍼포먼스까지 다소 희미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비록 토탈이 내리는 ‘나쁜 여자’의 정의가 참신해 보이진 않으나, 음악만큼은 충분히 세련되고 신선하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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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 Maxwell”s Urban Hang Suite (1996.04.02)


1995년, 디안젤로(D’Angelo)에 의해 시작한 네오 소울 열풍은 바로 이듬해에 맥스웰(Maxwell)의 데뷔 앨범과 함께 최고점을 찍었다. 본 앨범은 앨범 제목에 있는 어반(Urban)과 수이트(Suite)를 두 축으로 삼는다. 앨범을 여는 “The Urban Theme”은 90년대를 휩쓸었던 스무스 재즈 사운드를, 앨범의 끝 곡 “The Suite Theme”은 소리에 힘을 뺀 미니멀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이런 두 축을 따라 앨범의 수록곡은 훵키한 퓨전 재즈 사운드로 시작해 슬로우 템포로 마무리된다. ‘어반’이란 테마처럼 본 작은 도회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머금고 있다. 싱글 “Ascension (Don”t Ever Wonder)”의 뮤직비디오에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선보인다. 마치 구분이 네오 소울이라고 해서 소울이 옛 음악에 한정되는 게 아님을 주장하는 듯하다. ‘소울 음악의 전통’을 찾기 위한 네오 소울 운동의 대표작인 동시에 새롭게 등장할 알앤비의 모습을 제시한 혁신적인 앨범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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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Morrison – Return of the Mack (1996.04.22)


90년대 유럽 알앤비 스타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가 마크 모리슨(Mark Morrison)이다. “Crazy”와 “Let”s Get Down”으로 유럽에서 스타가 되었고, “Return of the Mack”으로 세계적으로 성공하기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의 성공 이유는 비음이 섞인 듯한 독특한 목소리와 특유의 리듬 감각에 있다. 마크 모리슨의 첫 앨범 [Return of the Mack]과 동명의 싱글은 그의 매력이 가장 확실히 담긴 앨범이자 곡이다. “Return of the Mack”으로 시야를 좁혀보면, 탐탐 클럽(Tom Tom Club), 처키 부커(Chuckii Booker), ESG 등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의 음악을 샘플링하였으며, 마크 모리슨은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 라인을 따라 부드러운 선율을 목소리로 연주한다. 앨범 속 다른 곡 또한 훵크(“I Like”)부터 슬로우잼(“Trippin”) 등 마크 모리슨의 넓은 스펙트럼을 담는다. 하지만 이 앨범으로 성공한 이후, 마크 모리슨은 범죄에 직접 연루되며 비루한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이 때문에 ‘그가 만약 범죄와 연루되지 않았더라면’이란 상상이 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크 모리슨이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감옥 투감 덕분이었단 점은 우스운 사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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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Yet – Az Yet (1996.04.30)


베이비페이스 특유의 온화하고 감미로운 풍의 음악은 90년대를 주름잡는 사조가 될 만큼 대단했다. 그러나 그는 곡을 씀에 있어서는 뛰어났던 반면, 보컬은 특출나지 않았다. 힘이 넘치지도, 보컬 음역대가 폭넓지도 않았다. 근본적인 역량의 문제 때문에 베이비페이스의 곡은 출중한 보컬을 만났을 때 큰 시너지를 발휘했었다. 한 장의 앨범이 사실상 커리어의 전부이지만, 라페이스 레코즈를 통해 데뷔했던 애즈 옛(Az Yet)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그랬다. 이들은 모든 곡에서 잘 쌓인 화음에서 비롯된 하모니를 과시한다. 특히, 밴드 시카고(Chicago)가 1982년 발표한 “Hard to Say I”m Sorry”를 아카펠라로만 소화한 커버 버전이 그 절정을 찍는다. 힘 있으면서도 조화로운 보컬을 찾는다면 아마 이 앨범이 같은 해 나온 보이 그룹 드루 힐(Dru Hill), 112의 데뷔작보다 마음에 들 것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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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Shell Ndegeocello – Peace Beyond Passion (1996.06.25)


미셸 엔데게오첼로(Me”Shell Ndegeocello)는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는 한다. 현재진행형 음악가이며, 끊임없이 진화하는가 하면 폭넓은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 외에도 의미 그 자체로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커밍아웃한 바이섹슈얼로서, 그리고 운동가로서 그가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는 흑인, 퀴어,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레게, 록, 힙합, 재즈 등을 가져오며 랩과 노래를 모두 하는 그는 동시에 베이스, 드럼, 기타 등을 자유롭게 다루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보다 더욱 주체적인 표현을 선보인다. 기본적으로는 알앤비에 기반한 보컬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록 음악을 비롯하여 좀 더 강한 인상을 주는 쪽에 가깝다. 동시에 다소 무겁고 전복적인 이야기를 댄서블하거나 알앤비 문법에서 소화하는가 하면 때로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는 척 묘하게 긴장을 준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이 한 장의 앨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 입문하는 데 있어 이 앨범은 가장 좋은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을 듣고 다른 앨범을 접하다 보면, 아마 음악적인 시야는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함께 넓어질 것이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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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Sweat - Keith Sweat (1996.06.25)


1987년에 [Make It Last Forever]로 데뷔하여 뉴잭스윙의 개척자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키스 스웨트(Keith Sweat). 유행의 중심에 있던 그는 자칫 원히트원더 혹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가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보기 좋게 꾸준히 인기를 이어갔다. 내는 앨범마다 100만 장이 넘게 팔아치웠고, 알앤비 차트 넘버원 싱글도 계속해서 배출했다. 그리고 199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 [Keith Sweat]로 앞섰던 훌륭한 성과를 경신해버린다. 리드미컬한 알앤비 곡 “Twisted”와 발라드 곡 “Nobody”로 팝 차트 2위와 3위에 오르는데, 이는 그의 최고 성적이다(알앤비 차트에선 모두 1위에 올랐다). 앨범이 많은 관심을 받은 데는 제럴드 레버트(Gerald LeVert), 로널드 아이슬리(Ronald Isley), 애론 홀(Aaron Hall), 어시나 케이지(Athena Cage) 등 스타 뮤지션들의 참여한 영향도 있다. 키스 스웨트는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차용해 알앤비 음악의 여러 영역을 아우른다. 힙합부터 발라드까지, 알앤비가 머금을 수 있는 여러 색깔을 두루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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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liyah - One In A Million (1996.08.27)


알리야(Aaliyah)의 데뷔는 화려했다. 당대 최고의 알앤비 싱어이자 프로듀서/작곡가였던 알 켈리(R. Kelly)의 지원이 있었으니까. 이어서 발표한 [One In A Million]에는 새로운 프로듀서들이 동원됐다. 대세 프로듀서로 떠오르던 팀발랜드(Timbaland)가 총괄 프로듀서로 대부분 곡을 담당했다. 전작이 90년대 초 뉴잭스윙과 힙합 소울의 영역 내에서 자신의 것을 표현하려 한 작품이라면, [One In A Million]은 알앤비의 영역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그루브감이 강한 일렉트릭 베이스 리프가 주도하는 “If Your Girl Only Knew”와 슬로우잼 넘버 “The One I Gave My Heart To”는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위치하며 앨범의 다채로움을 보여준다. 마빈 게이의 “Got To Give Up” 커버 버전에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의 드럼 라인을 그대로 사용해 알앤비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알리야는 1, 2집의 잇따른 히트에 취하지 않고 천천히 차기작을 준비했다. 2001년 7월에 3집을 발표했지만, 한 달 뒤인 8월 25일, 항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그녀는 겨우 22살에 불과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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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 112 (1996.08.27)


초창기의 112를 이야기할 때, 꼭 짚어야 할 포인트는 단연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음악적 DNA다. 보이즈 투 멘의 최대 히트작인 [Ⅱ]를 주도한 팀 앤 밥(Tim & Bob)이 112의 셀프 타이틀 앨범에 참여함으로써 직접 이식됐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와냐 모리스(Wanya Morris)까지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다. 그만큼 112는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둔 대선배에게 음악적으로 많은 빚을 졌다. 하지만 112를 복제품이라고 할 순 없다. 어쨌든 두왑의 전통적인 문법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방식으로 쓰인 합창, 멤버 슬림(Slim)의 얇고 높은 보이스톤, 첫 싱글 “Only You”를 제외하면 오로지 다운된 템포의 발라드, 슬로우잼 넘버만을 내세우는 일관된 스타일은 112만의 강점이다. 어떻게 보면 클래식의 결정체인 보이즈 투 멘과 “Keep It”에서 짧게 샤라웃하는 조데시, 그 중간에서 잡아낸 마일드함이 이 팀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 있어 퍼프 대디와 배드 보이 엔터테인먼트의 수완과 감각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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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street – Another Level (1996.09.09)


엑소(EXO)의 대표곡인 “으르렁 (Growl)”의 레퍼런스로 15년도 더 전에 나온 “No Diggity”가 지목됐던 건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다. 실제 여부를 떠나 그만큼 당시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와 뉴잭스윙의 창시자 테디 라일리(Teddy Riley)의 음악적 감각이 현대적이었음을 입증하는 듯했다. 특히, 이 곡이 수록된 그룹 최고의 히트작인 [Another Level]은 제목 그대로 다른 차원의 앨범이다. 뉴잭스윙 열풍이 불던 시기에서 다소 벗어나고도 앨범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철 지난 유행을 답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테디 라일리가 과거 몸담았던 가이(Guy)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근간인 힙합 사운드를 보다 팝하게 풀어낸다. 새로 투입된 두 명의 사이드 멤버가 좀 더 튼튼한 소리를 냈고, 이를 토크 박스를 포함한 알앤비 보컬에 더욱 긴밀하게 결합하기도 한다. 여느 그룹이 그랬듯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혼신의 애드립을 구사할 때도 있지만, 네 멤버는 정제된 프로덕션에 걸맞게 필요한 만큼만 소리를 내 세련됨을 더한다. 그렇게 블랙스트리트는 작위적인 화음, 감정 과잉 없이도 다음 레벨을 향하는 명작을 만들어냈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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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Edition – Home Again (1996.09.10)


근래 들어 국내, 외로 90년대를 풍미했던 그룹들이 재결합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철저히 기획에 의해 결성된 보이 그룹 뉴 에디션(New Edition)은 그에 앞서 80년대 초 데뷔한 만큼 이미 1996년 재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었다. 세 멤버가 뭉친 벨 비브데보(Bell BivDeVoe), 문제적 남자 바비 브라운(Bobby Brown), 팀의 리드 보컬이었던 랄프 트레스반트(Ralph Tresvant), 후발 주자로 합류한 조니 길(Johnny Gill)은 각자 크고작은 성과를 내고 8년 만에 [Home Again]으로 화려한 복귀를 신고한다(그룹 역사상 6인조는 최초였다). 활동을 중단하기 전인 1988년, [Heart Break]로 성숙한 이미지를 어필했던 만큼, 틴팝의 향취는 없었다. 여전히 젊고 멋진 여섯 남자가 내세운 건 개별 활동으로 쌓은 완숙미였다.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와 손잡고 주류 알앤비 사운드를 탄탄히 구현하기도 했으니 빌보드 차트 1위 데뷔, 2x 플래티넘(200만 장)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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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uwine - Ginuwine...The Bachelor (1996.10.08)


지누와인(Ginuwine)은 뉴욕의 음반사이자 음악인 집단인 스윙 맙(Swing Mob) 소속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음악인을 사귀었는데, 그중에는 프로듀서 팀발랜드도 있었다. 팀발랜드는 지누와인의 데뷔 앨범 [Ginuwine...The Bachelor]의 모든 곡을 프로듀싱했다. 물론,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는 지누와인이었다. 송라이터로서의 재능도 탁월했던 그는 직접 자신의 앨범을 만들고자 했고, 1996년 최고점을 찍은 프로듀서 팀발랜드와의 합작은 상승효과를 냈다. 그 최고의 결과물이  “Pony”다. 보코더를 입힌 보컬 샘플이 반복되는 중독적인 곡으로 팝 차트 6위, 알앤비 차트 1위라는 호성적을 냈다. 지누와인이 추구했던 음악적 스타일은 힙합 소울에 가까웠다. 느릿한 템포에 끈적끈적한 보컬을 입혔다.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낸 “Tell Me Do U Wanna”가 그런 곡이다. 프린스(Prince)의 명곡 “When Doves Cry”은 힙합 소울 스타일로 편곡했는데, 팀발랜드가 참여해 목소리를 더했다. 지누와인은 이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아 각종 사운드트랙에 참여했고, 앨범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냈다. 현재는 솔로 활동과 함께 알앤비 트리오 TGT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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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face - The Day (1996.10.29)


리스트에서 수차례 언급된 베이비페이스는 90년대의 알앤비/팝 음악을 대표하는 프로듀서이자 음악가이다. 베이비페이스는 특유의 대중 친화적인 부드러운 멜로디와 가사들을 통해 수많은 알앤비/팝 명곡을 만들어 왔으며 동시에 솔로 앨범도 꾸준히 발매했다. 네 번째 앨범인 본 작은 베이비페이스의 사운드를 가장 잘 담은 앨범이다. 첫 아이의 탄생과 맞물려 발매한 본 작에는 베이비페이스뿐만 아니라 그에게 곡을 받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목소리와 악기를 보태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를 코러스로 쓰는 패기가 인상적인 러브송 “Every Time I Close My Eyes”를 비롯해 솔라(Solar) 시절을 상기시키는 샬라마(Shalamar)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뭉친 “This Is For The Lover In You”,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보컬과 하모니카 연주로 참여한 “How Come How Long” 등이 본 작에 수록되어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알앤비 음악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본 앨범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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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hsaan Patterson – Rahsaan Patterson (1997.01.28)


너무 일찍 음악을 시작해버린 라산 패터슨(Rahsaan Patterson)은 음악을 시작하는 지점부터 여유와 멋을 모두 챙겼다. 그는 키즈 인크(Kids Inc.)라는, 여러 어린이가 직접 클럽을 운영하며 겪는 이야기들을 다룬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데뷔했다. 약 4년 간 출연하였는데, 이 시기에 함께 출연하였던 사람이 퍼기(Fergie), 마티카(Martika)다. 라산 패터슨은 이후 자연스럽게 백 보컬을 하는가 하면, 다른 음악가를 위해 곡을 써주기도 했다. 브랜디(Brandy)의 “Baby”, 테빈 켐벨(Tevin Campbell)의 “Back to the World”가 그의 곡이다. 이후 1997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한 앨범은 굉장히 자유분방하다. 어쿠스틱 감성의 소울 넘버부터 아카펠라, 네오 소울 등 그야말로 네오 소울을 제대로 표방한 앨범이었다. 이후 그는 꾸준히 재즈, 훵크, 알앤비 등을 섞으며 기품 있는 네오 소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네오 소울 무브먼트의 대열에 있던 이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온 편에 속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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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ykah Badu – Baduizm (1997.02.11)


여전히 핫한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데뷔는 [Baduizm]이었다. 에리카 바두는 디안젤로와 함께 네오 소울 무브먼트를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앨범은 재미있게도 시기를 초점으로 보면 독특하게 다가온다. 그는 SNS를 통해 브랜디의 데뷔 앨범 [Brandy]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음악의 구성이나 평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70년대 소울 음악을 닮아 있다고 한다. 좋은 앨범은 서로 자신의 공이 크다고 주장하는 법. 이 앨범은 재즈부터 힙합까지, 많은 장르와 영역이 자신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야기되는 앨범이다. 물론 그만큼 실제로 많은 영역을 아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평단의 평가도 폭발적이었지만, 판매량이나 차트 성적 역시 뛰어났기에 사람들이 앞다퉈 좋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네오 소울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는 만큼 어쩌면 교과서가 존재하면 안 되는 장르의 교과서일지도 모른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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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Jones: The Music (1997.03.11)


영화 <Love Jones>의 사운드 트랙 앨범이다. 왜 굳이 영화 OST를 언급하냐 물을 수 있지만, 본 작은 알앤비 역사에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앨범이 공개된 시점은 뉴잭스윙에서 힙합 소울로 유행이 넘어가던 때였다. 하지만 뉴잭스윙은 여전히 알앤비 시장에서 주류였고, 그렇기에 뉴잭스윙과의 차별성을 이야기함은 큰 광고 효과가 있었다. 이를 위해 사용한 단어가 현재는 장르명으로 정착된 네오 소울이다. 포크, 힙합, 재즈, 일렉트로닉부터 기존의 알앤비까지, 모두 포함한 네오 소울의 등장은 알앤비라는 장르에 있어 거대한 지각 변동이었다. 본 작은 네오 소울의 흐름을 담는다. 디온 패리스(Dionne Farris)가 포크와 록에 알앤비를 섞어낸 “Hopeless”, 힙합의 둔탁함과 알앤비의 멜로디컬함이 담긴 “The Sweetest Thing”, 네오 소울의 대표 주자 맥스웰의 “Sumthin” Sumthin”“의 새로운 버전, 그리고 케니 래티모어(Kenny Lattimore)의 “Can”t Get Enough” 등을 훑어 내려가다 보면 네오 소울이 제시하는 알앤비가 그려진다. 재밌게도 소리소문없이 묻혔던 영화 <Love Jones>는 본 작의 힘으로 새로이 조명받기도 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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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iana Evans – Adriana Evans (1997.04.15)


아드리아나 에반스(Adriana Evans)가 첫 앨범에서 선보인 음악은 힙합 리듬에 재즈에 가까운 보컬을 얹은 형태에 가깝다. 단순히 힙합 리듬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적인 토대나 중심이 뚜렷하게 있지만, 여기에는 약간의 발라드 넘버도, 퍼커션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 트랙도 있다. 또, 그 안에서 균형 있는 조화가 이뤄진다. 그렇기에 단순히 힙합 소울이 아닌 네오 소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네오 소울이라는 하나의 움직임이 대세가 되던 시기에 힘을 보탤 만큼 괜찮은 앨범인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의 자양분에 단순히 알앤비, 소울 계열의 음악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록, 힙합, 재즈가 함께 묻어나 있다는 배경도, 그의 음악적 동료인 드레드 스캇(Dred Scott) 또한 여러 장르를 선보이는 사람이라는 점도 그러한 판단에 한몫한다. 지금이야 워낙 많은 문법이 섞이고 더욱 극단적인 실험이 진행되기에 낯선 느낌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정갈하게 다듬어진 준수한 앨범이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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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ure – Allure (1997.05.06)


얼루어(Allure)는 머라이어 캐리를 등에 업고 데뷔했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성별을 불문하고 90년대 초, 중반까지 유효했던 그룹 사운드 열풍이 다소 사그라든 시기에 데뷔했고, 장르적 매력보다는 팝의 전형성만을 짙게 내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프로듀서 듀오 트랙마스터스(Trackmasters)가 대거 참여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덕분에 앨범은 이전 시대의 음악보다 좀 더 다듬어진 모양새의 힙합 소울 넘버들을 품는다. 당시에 트랙마스터스와 빈번히 함께했던 나스(Nas), 엘엘 쿨 제이(LL Cool J)가 참여한 “Head Over Heels”와 “No Question”가 이에 해당한다. 동시에 배드 보이 엔터테인먼트소속의 남성 알앤비 그룹 112와 호흡을 맞춘 “All Cried Out”을 위시한 몇 개의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 곡들에서는 소프트한 멜로디와 무드를 아리땁게 소화하기도 한다. 자신들만의 개성을 뚜렷이 보였다기보다는 기존의 유행을 팝적으로 잘 치환한 케이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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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 JoJo – Love Always (1997.06.17)


알앤비가 가진 원초적인 매력, 섹슈얼한 부분에 있어 조데시(Jodeci)는 최강이다. 야성미 혹은 마초이즘에 기반을 둔 그들의 매력은 세 장의 플래티넘 앨범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조데시의 1/2를 담당한 케이씨(K-Ci), 조조(JoJo) 형제는 투팍(2Pac)의 싱글 “How Do you Want It”에 작사가, 보컬로 참여한 것을 기점으로 둘만의 음악 세계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각자가 몇 장의 싱글을 발매했고, 확신을 얻은 그들은 앨범 [Love Always]를 발매한다. 실제로 조데시의 폭발력은 [Love Always]까지 이어졌다. 단순 판매량으로만 봐도 4백만 장 이상을 판매했으며, 리드 싱글 “You Bring Me Up”과 “Last Night”s Letter” 또한 빌보드 차트의 높은 곳에 위치했다. 달콤함을 극단적으로 내세운 발라드 “All My Life” 또한 성공하며 앨범은 조데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2집 [It”s Real], 3집 [X]를 성공시키며 케이씨와 조조는 조데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한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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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h Carey - Butterfly (1997.09.16)


머라이어 캐리는 명실공히 90년대 팝 음악을 대표하는 디바이자 한국에서 본의 아니게(?) 알앤비 음악 하면 떠올리는 가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머라이어 캐리의 전성기를 함께 한 앨범들은 어덜트 컨템포러리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번 리스트에서는 머라이어 캐리의 작품 중 토미 모톨라(Tommy Mottola)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가장 알앤비에 가까운 사운드를 담은 여섯 번째 앨범 [Butterfly]를 선정하였다. 본 작을 기점으로 그는 힙합/알앤비 프로듀서들과 합작하며 힙합의 프로덕션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음악들을 들려준다. “Honey”, “The Roof”나 본 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가 피처링한 “Breakdown”과 같은 트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본 작에는 그의 오랜 파트너 월터 아파나시에프(Walter Afanasieff)가 만든 발라드 넘버 “Whenever You Call”, “Butterfly”와 같이 이전 시절의 머라이어 캐리를 떠올릴 트랙들 또한 수록되어 있다. 발매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세련미를 잃지 않고 있는 앨범.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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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her - My Way (1997.09.16)


어셔(Usher)의 데뷔 앨범은 퍼프 대디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대의 내로라하는 올스타급 프로듀서가 참여하였지만, 성적은 기대보다 미치지 못했다. 이는 어셔의 음악이라 보기보단 프로듀서로 인해 구축된 음악색이 컸고, 거기에 16살의 소년이 농염한 침대 송을 소화하는 모습이 괴리가 컸던 탓으로 보인다. 절치부심한 어셔는 3년의 수련(?) 끝에 또 한 명의 스타 프로듀서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의 손을 잡고 본 작을 발표하게 된다. 어셔는 본 작에서 대부분 곡에 송라이팅으로 참여했는데, 그의 멜로디는 “You Make Me Wanna”, “Nice & Slow”, “My Way”, “Come Back”과 같은 저메인 듀프리의 비트와 만나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더불어 19살이 되어 좀 더 원숙해진 그의 보컬은 “I Will”, “Bedtime”과 같은 침대 송에도 더욱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인다.이렇듯 어셔라는 아티스트의 시작을 알린 본 작은 6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새로운 팝스타의 탄생을 선언하였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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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 All That I Am (1997.09.23)


조(Joe)는 많은 알앤비 팬에게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다. 그는 이미 1집 [Everything]부터 절륜의 보컬 실력과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당대 유행하던 뉴잭스윙/힙합 소울 트랙이 앨범의 주를 이룬 탓에 실력에 비해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이후, 소속사를 옮긴 그는 본 작을 통해 이전의 음악에서 벗어나 컨템포러리/어반 장르 알앤비를 선보인다. 전작에서 다소 과잉되었던 보컬도 곡의 무드를 깨트리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무르익은 조의 보컬은 앨범 전반을 이끌어나간다. 앨범의 베스트 트랙 “All The Things (Your Man Won”t Do)”은 물론 다크차일드(Darkchild)가 선사한 “Don”t Wanna Be A Player”, 발라드 트랙 “All That I Am”, “No One Else Comes Close”를 통해 이러한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본 작은 조라는 알앤비 보컬리스트의 재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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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t Jackson - The Velvet Rope (1997.10.07)


90년대 뉴잭스윙과 댄스팝의 탄생에 기여한 자넷 잭슨(Janet Jackson)은 시대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경험한 차별, 유명인사가 된 이후 사람들의 시선, 환경의 변화 등은 그에게 극심한 우울증을 안겨주었다. 자해, 약물중독, 자기혐오 등의 문제를 몰고 왔다. 이러한 배경은 새로운 컨셉 앨범 [The Velvet Rope]의 원동력이 됐다. 그는 사람을 분리하는 줄이 있듯, 우리 안에도 남들에게서 마음을 숨기는 ‘벨벳 줄(Velvet Rope)’이 있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과감해졌다. 동성애 친구들을 지지하기 위해 “Free Xone”이란 곡을 수록했다. 장르적으로도 기존의 댄스팝에 국한하지 않으며 광범위한 영역을 아울렀다. 어디가 아픈 듯 힘을 뺀 채 노래하고(“You”), 에리카 바두처럼 음을 흩날리며 노래하기도(“Rope Burn”)도 한다. 자넷 잭슨은 전작들에 비해 어둡고 차분해진 분위기 속에서 여러 소리를 담아낸다. 자신의 심리/정신적 고통과 세상을 향한 고민을 담아낸 작품이며,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한정 짓던 이들을 보기 좋게 반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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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la Ama – Much Love (1997.10.20)


숄라 아마(Shola Ama)는 10대에 가수가 되었다. 처음 발표한 싱글 “You”re the One I Love”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지만, 이후 발표한 “You Might Need Somebody”가 크게 히트하며 앞서 발표한 싱글을 다시 발표하기에 이른다. 결국, 85위에 그쳤던 싱글은 3위에 머무르고, 세 번째 발표한 싱글 “Who”s Loving My Bady”는 차트에서 13위를 차지했다. 10대답지 않은 성숙한 표현력, 세련된 면모는 영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18살의 나이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Much Love]는 브릿 어워드(Brit Award) 수상을 포함해 여러 성과를 남겼다. 애시드 재즈 밴드이자 프로덕션 팀인 디인플루언스(D”Influence)의 영향을 받은 앨범은 세련된 팝 알앤비 사운드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사실 숄라 아마는 이 앨범 이후의 행보가 더 흥미롭다. 그가 힙합은 물론 개러지까지 흡수하며 꾸준히 발전과 변화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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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Saints - All Saints (1997.11.24)


지금은 의류 브랜드로 더 잘 알려진 이름이지만, 올 세인츠(All Saints)는 2017년에도 투어를 하고 있는, 여전히 존재하는 영국의 걸그룹이다. 데뷔 당시 영국은 물론 호주, 미국 등 영미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대에 그들과 마찬가지로 센세이션이었던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와 비교되기도 했다. 올 세인츠는 세련된 프로덕션은 물론, 넓은 범주에서의 알앤비를 흡수하는가 하면 힙합, 팝 등 여러 장르를 섞으며 재미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앨범에 알앤비, 팝, 소울, 브릿팝, 트립팝, UK 개러지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하나의 곡 안에 여러 요소가 섞여 있어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1997년에 나온 사운드라고 하기에는 90년대와 2000년대까지 모두 아우르기까지 했다. 이후, 올 세인츠는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했으며, 시간이 지나 2016년에는 새 앨범 [Red Flag]를 발표했다. 여전히 첫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에서 나왔고, 같은 프로듀서와 작업했지만 세련됨이라는 키워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앨범이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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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face - MTV Unplugged (1997.11.25)


미국의 전문 음악 방송국 MTV가 89년 런칭한 시리즈 <MTV Unplugged>는 신디사이저와 전자기타 같은 전자 악기의 사용을 배제한 콘셉트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맥스웰, 블랙스트리트와 같은 알앤비/소울 아티스트가 출연해 인상 깊은 라이브를 보여준 바 있다. 또한, 라이브를 담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중 베이비페이스와 동료들이 참여한 [MTV Unplugged]는 베이비페이스의 히트곡들을 라이브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귀중한 앨범이다. 본 작을 통해 베이비페이스는 물론 베이비페이스의 형제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스티비 원더의 라이브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샤이니스(Shanice) 버전의 “Breathe Again”과 영화 <Soul Food>의 OST에 수록된 슈퍼그룹 마일스톤(Milestone)의 “I Care About You”는 본 작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 곡이기도 하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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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G – Levert.Sweat.Gill (1997.12.11)


음악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유명한 아티스트 몇 명이 프로젝트로 모인 슈퍼 그룹이 탄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90년대 미국 알앤비에서는 LSG가 대표적이다. LSG는 키스 스웻이 제랄드 레버트에게 제안하고, 제랄드 레버트가 조니 길을 추천하며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사이드 프로젝트인 만큼, 이름과 앨범 제목을 간단히 구성원의 이름에서 따왔다(앨범 수록곡 “Round Round”의 초반부 나레이션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LSG를 처음 제안한 게 키스 스웻인 만큼, 앨범은 슬로우잼과 뉴잭스윙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You Got Me”나 “Where Did I Go Wrong”처럼 90년대 힙합 음악의 색이 강하게 묻어나는 곡도 존재하는데, 이는 90년대 후반의 미국 알앤비가 힙합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겨난 사운드의 변화라 볼 수 있다. 이미 색이 뚜렷한 슈퍼스타 셋이 모였고, 최신의 유행까지 어느 정도 차용한 만큼, 앨범은 미국 차트 4위, 알앤비 차트 2위, 그리고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셋은 2003년에 다시 모여 [LSG2]를 발매하지만, 예전만큼의 반응은 얻지 못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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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ne – Fairy Tales (1998)


냉정하게 말하자면 디바인(Divine)은 원히트 원더 그룹이다. 싱글 “Lately”로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다음 싱글 “One More Try” 또한 나름의 성공을 거뒀지만, 이후의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디바인이 첫 싱글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음에도 순식간에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시의 시대상을 꼽을 수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의 미국 알앤비 시장에는 수많은 여성 3인조 그룹이 출시됐으며, 이들은 앞선 이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성공을 보장받았다. 그중에서 좋은 음악을 만든 이들은 골드, 더 나아가 플래티넘의 판매량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 디바인은 이런 흐름을 읽기 좋은 그룹이다. 디바인이 성공시킨 두 개의 싱글 “Lately”와 “One More Try”는 느릿한 템포와 공감할 만한 사랑에 관한 가사, 달콤한 멜로디 라인을 부각한 곡이었다. 여기에 음반 판매율이 매우 높았던 때라는 점이 디바인의 성공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디바인은 공식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진 못했고, 해체 순서를 밟았다. 그런 의미에서 디바인은 90년대 중반 알앤비 걸그룹의 방법과 한계를 보여주는 팀이라고 볼 수 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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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ny Lattimore – From the Soul of Man (1998)


케니 래티모어(Kenny Lattiimore)의 [From the Soul of Man]은 네오 소울 흐름의 과도기에 위치한다. 우선 그의 절제된 보컬을 앞세운 멜로디 라인은 흔히 말하는 소울에 기대던 스타일과는 다르다. 곡으로 보면, “Days Like This”, “Just Can”t Get Over You”, “Destiny” 등은 여러 장르를 혼합하며 네오 소울이 정의하는 바에 부합한다. 하지만 “I Love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If I Lose My Woman”처럼 과거의 양식에 기대는 곡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의도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지만 케니 래티모어의 목소리와 멜로디 라인은 어떠한 곡이나 스타일에서도 존재감을 뽐낸다. 본 작 이후 케니 레티모어의 음악은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과 같은 프로듀서와 함께하며 더욱 세련되진 스타일과 방향성을 선보인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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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ia - Tamia (1998.04.14)


캐나다 출신의 타미아(Tamia)는 “Officially Missing You”를 통해 국내에서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여성 알앤비 싱어송라이터이다. 타미아는 일찍이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눈에 띄어 그의 레이블 퀘스트(Qwest)와 계약을 맺고 활동을 펼쳐 왔으며, 덕분에 데뷔 앨범 발매 이전부터 어셔(Usher)의 앨범에 참여하며 한창 주가를 높였다. 그런 시점에 발표된 타미아의 데뷔 앨범은 당대 알앤비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과 함께 타미아의 보컬에 담긴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들이 포진한다. 타미아의 매력은 비트가 강조된 “Imagination”, “Is That You?”보다는 미드 템포의 “So Into You”, 발라드곡 “Rain On Me”, “Who Do You Tell?”, “Loving You Still”처럼 멜로디가 강조된 곡에서 더욱 드러난다. 타미아는 본 앨범은 물론 퀸시 존스의 앨범에도 수록되어 있는 곡인 “You Put A Move On My Heart”를 통해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노미네이트되는 성과를 거뒀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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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y - Never Say Never (1998.06.09)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알앤비 음악의 경향은 다시 한번 급물살을 탄다. 이때부터 소위 말하는 팀발랜드 식의 비트 쪼개기, 그루브가 더욱 강조된 전자음 섞인 알앤비 음악이 떠오른다. 브랜디는 명 프로듀서 다크차일드와 손을 잡고 당대의 시류를 잘 읽어낸 앨범 [Never Say Never]를 발표한다. 본 작에는 다크차일드가 선사한 히트 싱글 “The Boy Is Mine”을 비롯해 메이스(Ma$e)가 참여한 “Top Of The World”, “Angel In Disguise” 등 현대에도 세련미를 유지하는 트랙들이 즐비하다. 브랜디는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트랙 “Have You Ever?”, “One Voice”,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를 통해 발라드에도 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브랜디는 본 작을 통해 과거는 물론 현시대의 새로운 흐름에 영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석으로 남겨져 있던 90년대 후반 알앤비 씬의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한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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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 Embrya (1998.06.10)


데뷔 앨범 [Maxwell”s Urban Hang Suite]로 스타덤에 오른 맥스웰은 변화를 원했다. 데뷔 앨범에 선보였던 재즈의 요소를 덜어내고, 훵크와 록 사운드를 끌어왔다. 음산한 기타 반주에 현악기 오케스트레이션이 더해진 “Know These Things: Shouldn”t You”에서는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느낌을 차용하고, “Drowndeep: Hula”에선 자신의 음성을 오버더빙해서 아카펠라 그룹의 분위기를 낸다. [Embraya]가 데뷔 앨범과 많이 다르다는 평가에 맥스웰은 “새 앨범이 전작과 유사한 채로 좀 더 나아지기만 한다면 슬픈 일”이라고 답했다. (물론, “Arroz Con Pollo”와 같은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수록한다거나 전면에 돌출되는 두꺼운 베이스 소리 같은 부분은 전작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맥스웰은 데뷔 앨범에서의 보여줬던 어법을 반복함으로써 안정적인 노선을 택할 수도 있었으나, 그가 택한 것은 새로운 영역 개척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에 발표한 앨범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음악 팬들이 그에게 갖는 기대감은 맥스웰이란 아티스트가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만듦새와 매 앨범에서 보여주는 신선함에서 비롯된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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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ly Price - Soul Of A Woman (1998.06.23)


켈리 프라이스(Kelly Price)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머라이어 캐리,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알 켈리등 90년대 스타들의 코러스를 부르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머라이어 캐리의 눈에 들었다. 곧 그녀의 남편이자 콜롬비아 레코즈(Columbia Records)의 대표 토미 모톨라(Tommy Mottola)에게 소개돼 솔로로 데뷔하기에 이른다. 건조하면서도 묵직한 목소리를 앞세운 소울풀한 창법은 고음 지르기 위주의 창법과 리듬을 강조한 뉴잭스윙 스타일 창법으로 양분됐던 90년대 알앤비 씬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켈리 프라이스는 특색 있는 음색을 앞세워 소울풀한 슬로우잼/발라드를 노래했다. 아주 대중적인 인기를 끌긴 어려웠지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순 있었다. 앨범의 수록곡 “Friend Of Mine”의 리믹스 버전에는 알 켈리와 로널드 아이슬리(Ronald Isley)가 참여했는데, 이들의 이름값에 힘입어 조금 더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음악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앨범은 그런 켈리 프라이스가 당장의 유행이 아닌, 자신의 음악을 추구했던 결과로 보인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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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ica - The Boy Is Mine (1998.07.14)


모니카(Monica)는 브랜디와 함께 90년대 중, 후반 메인스트림 알앤비 시장의 신예로 부상한 여성 가수이다. 아리스타(Arista)에서 발표된 그의 2집은 전작에 이어 베이비페이스 사단의 댈러스 오스틴(Dallas Austin)이 대부분 프로듀싱했다. 전작과 달리 모니카는 “Street Symphony”나 “Ring Da Bell”과 같이 사랑을 주제로 하면서도 더 원숙해진 내용과 보컬을 들려준다. 사운드에 있어서도 앨범은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의 문법을 담는다. 이는 영화 <Space Jam> OST에 수록되고 다이앤 워렌(Diane Warren)이 작곡을 맡은 “For You I Will”, 리차드 막스(Richard Marx)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Right Here Waiting” 등과 같은 트랙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앨범에는 브랜디와 함께 한 “The Boy Is Mine”, 저메인 듀프리가 만든 트랙 “The First Night”와 같이 당시 알앤비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트랙들이 다소 수록되어 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많은 여성 가수 중 특히 두각을 드러냈던 모니카의 전성기가 담겨 있는 앨범.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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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a Paris – Black Angel (1998.08.10)


미카 파리스(Mica Paris)의 앨범 [Black Angel]은 참여진부터 화려하다. 보이 조지(Boy George)와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이 프로덕션에 참여했으며, 외에도 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 스튜어트 젠더(Stuart Zender) 등 여러 음악가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그는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등 추억의 음악가를 소환하며 소울, 훵크의 색채를 담는가 하면, 보이 조지와 자신의 색채를 섞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두 가지 뚜렷한 색채의 화학적 결합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사실 미카 파리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알앤비, 어덜트 컨템포러리, 콰이엇 스톰 계열의 음악을 선보였던, 가스펠에 기반을 두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전통적인 형식에 가까운 음악가였다. 이 앨범은 그랬던 그가 오마르(Omar), 프린스를 비롯한 여러 음악가와 교류하며 조금씩 변화하고 시도한 끝에 해낸 가장 성공적인 결과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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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yn Hill –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1998.08.25)


로린 힐(Lauryn Hill)은 그 자체가 상징적인 인물이며, 동시에 그가 남긴 두 장의 앨범도 상징적이다. 그중 하나가 힙합, 알앤비 레게를 아우르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이다. 이 작품 전후로 이 앨범이 가진 분위기나 메시지를 선보인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앨범이 가진 색채가 뚜렷하며, 음악가가 가진 정체성이나 감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동시에 이 작품은 지금 시대에 들어야 할 페미니즘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심오하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로린 힐의 뛰어난 리듬감 덕분에 흥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이야 랩과 노래 모두 하는 사람이 흔해졌지만, 예전에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평단은 더욱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댔고, 많은 매체가 다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매체는 호평을 줬고, 시간이 지나서는 전 세계 40여 개 매체에서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앨범 리스트를 뽑을 때 이 앨범을 넣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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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orah Cox - One Wish (1998.09.15)


아리스타(Arista)를 설립한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는 휘트니 휴스턴을 키워낸 음악 업계의 ‘미다스의 손’이다.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데보라 콕스(Deborah Cox)를 제2의 휘트니 휴스턴으로 확신했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데보라 콕스의 데뷔 앨범은 기존의 답습에 가까웠고 기대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거두게 된다.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데브라 콕스를 위해 [One Wish]에 새로운 판을 깔아준다. 본 작은 쉡 크로포드(Shep Crawford), 케이지(KayGee), DJ 퀵(DJ Quik), 다크차일드 등 스타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견고한 프로덕션을 구축한다. 전작과 다른 점은 “September”, “It”s Over Now”, “One Wish”와 같이 알앤비 음악의 유행에 영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사 사장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데브라 콕스는 “Nobody”s Supposed To Be Here”와 같은 트랙들을 통해 절륜의 보컬 실력을 보여준다. 본 작은 새로운 음악 경향을 놓치지 않은 새로운 알앤비 디바의 탄생을 알렸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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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ie Stone – Black Diamond (1999.09.28)


나이 때문인 건지, 어쩐지 많은 사람에게 소울 계의 대모 정도로 알려진 앤지 스톤(Angie Stone)이지만, 그의 시작은 최초의 랩 그룹 더 시퀀스(The Sequence)였다. 또, 그가 자신의 커리어를 가지기 시작한 지점에는 디안젤로가 있었다. 앤지 스톤은 그 이전에는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의 앨범에서 코러스를 담당하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음악적 교류가 있었다고 하여 네오 소울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경험이 자산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보컬은 정통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지만, 앤지 스톤은 그러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다양한 스타일에 접근한다. 가사에서는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하고, 문법으로는 블루스와 알앤비, 네오 소울 등을 오가는 것이 이 앨범을 네오 소울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특히 “Man Loves His Money”를 비롯한 몇 트랙은 지금 들어도 신선하다).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매력적으로 배치된,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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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 Hill – Enter the Dru (1998.10.27)


씨스코(Sisqo)는 언제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넘치는 에너지로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했었다. 그만큼 스타성, 카리스마가 굉장했다. 그의 소속 그룹 드루 힐은 씨스코를 내세워 전성기를 맞이했었다. 정점이었던 2집 [Enter the Dru]는 결성 초기 가스펠을 지향했던 팀이 과감히 노선을 변경하며 히트했었다. 초반부부터 스패니쉬 기타가 강조된 첫 싱글 “How Deep Is Your Love”와 메쏘드맨(Method Man)이 묵직한 랩을 얹은 힙합 넘버 “This What We Do”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후반부로 갈수록 템포나 분위기에 있어 본래처럼 차분해진 채로 관능과 순애보를 동시에 노래하는데, 이 역시 멤버 전원이 골고루 참여한 프로덕션과 보컬에서 데뷔작보다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중에는 “Holding You”, “Angel” 같이 씨스코가 아닌 재즈(Jazz), 우디(Woody)의 솔로곡도 있다. 그래도 백미는 단연 시도 때도 없이 울부짖는 씨스코의 과잉된 보컬 그 자체다. 밸런스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알앤비 쿼텟, 보이 그룹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한꺼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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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Kelly - R. (1998.11.10)


데뷔 앨범 [12 Play]와 소포모어 앨범 [R. Kelly]로 연달아 히트를 만끽한 알 켈리의 야심작이다. 이 앨범에는 선공개한 두 곡이 수록되었다. 하나는 영화 <스페이스 잼>의 사운드트랙 “I Believe I Can Fly”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화 <배트맨4>의 사운드트랙 “Gotham City”이다. 이 두 곡은 [R.] 발매 이전에 공개되어 각각 팝 차트 2위와 9위에 올랐다. 알 켈리의 고공행진으로 팬들의 기대감은 대단히 높아졌다. 넘치는 창작욕을 제어하지 못하고 2CD로 발표했다. 2CD에 곡을 빼곡하게 채웠음에도 전반적인 수준이 대단히 높아 팬들을 만족시켰다. 매끈한 알앤비 사운드와 힙합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알 켈리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유행한 뉴잭스윙을 말하는 게 아니다. 힙합을 차용하지 않은 알앤비 사운드에도 랩이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곡이 여러 래퍼가 참여한 “We Ride”다. 이전 두 작품에서 섹시한 콘셉트를 내세웠다면, 이 앨범에선 조금 더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인다. 또,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며 자신이 왜 '알앤비의 황제'인지를 증명해낸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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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C – FanMail (1999.02.23)


TLC를 대표하는 완전체로 발표한 세 장의 앨범은 각기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그중 5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발표한 [Fanmail]은 앞선 앨범들이 ‘파격’과 ‘성숙’이었다면 ‘표준’에 가깝다. 데뷔 앨범보다 소포모어 앨범에서 비중이 훨씬 작았던 프로듀서 댈러스 오스틴이 주도한 프로덕션은 당시 팀발랜드를 위시한, 비트를 잘개 쪼개는 트렌디한 작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로써 서브 장르로서의 알앤비보다는 팝과 결합한 알앤비의 경향을 띠며 다소 일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로 일궈낸 연착륙이자 2000년대 초반 알앤비와의 연결고리로 큰 의미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베이비페이스 특유의 감성적인 문법의 곡(“I Miss You So Much”, “Dear Lie”)과 힙합 소울 넘버(“Lovesick”, “Automatic”)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전처럼 사회적인 성격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독립적인 여성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No Scrubs”, “Unpretty”). 과거의 영광을 품으면서도 현재와 미래를 본 TLC의 온전한 마지막 작품.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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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ell Jones – Where I Wanna Be (1999.03.29)


도넬 존스(Donell Jones)의 특징은 단연 그의 보컬이다. 보컬이 특징적이라고 함에 있어 여타 흑인 알앤비 아티스트와 차별점이 생긴다. 알앤비 보컬의 미덕 중 하나가 폭발적인 가창력 혹은 흔히 말하는 소울풀함이라면, 도넬 존스는 정반대에 위치한다. 그의 보컬은 타 아티스트와 비교하면 가볍고 절제되어있다. 두 번째 앨범 [Where I Wanna Be]에는 그런 그의 보컬 특징이 잘 담겨있다. 첫 트랙 “U Know What”s Up”부터 리믹스 트랙을 제외한 마지막 트랙 “When I Was Down”까지, 도넬 존스의 보컬은 단 한 번도 폭발하지 않는다. 이는 앨범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기타 사운드와 더해져 편안하면서도 달콤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재밌는 점은 도넬 존스가 사용하는 가사 중 일부는 흑인 빈민가의 언어라는 점이다. 당시 유행한 힙합 소울의 문법을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담아냈단 점 역시 도넬 존스가 얼마나 좋은 뮤지션인지 보여주는 지점이다. “U Know What”s Up”의 힙합 리믹스 버전이 알앤비/힙합 차트 1위까지 오른 점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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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Benet - A Day In The Life (1999.04.27)


한국의 흑인 음악 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이름의 에릭 베네(Eric Benet)는 점차 컨템포러리 알앤비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지만, 그의 음악적 뿌리는 네오 소울이다. 그의 2집 [A Day In The Life]는 전작에 비해 다채로운 참여 진을 자랑하며 음악적으로도 좀더 원숙해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사운드의 기저에는 물론 이전의 음악들이 자리잡는다. 이는 70년대 밴드 토토(Toto)와 캔자스(Kansas)의 곡을 재해석한 “Georgy Porgy”, “Dust In The Wind”를 통해서 드러난다. 앨범의 프로덕션에는 에릭 베네를 비롯해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프로듀서로도 잘 알려진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Ali Shaheed Muhammad)가 참여해 힙합의 문법을 가져온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는 우리가 아는 네오 소울의 정신에 해당한다. 더불어 빌보드 알앤비 차트 1위를 달성한 “Spend My Life With You”, 프린스의 보컬이 연상되는 “Love The Hurt Away”를 통해 그의 보컬을 감상할 수 있기도 하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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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que – Blaque (1999.06.01)


블라크(Blaque)를 알고 있다면 보통 두 가지 경로다. TLC의 레프트 아이(Left Eye)가 프로듀싱한 걸그룹이란 점에 관심을 가졌거나, 영화 <허니>의 OST로 쓰인 “I”m Good”을 듣고 찾아본 경우다. 레프트 아이의 손이 닿은 그룹인 만큼, 블라크는 처음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데뷔 앨범 [Blaque]는 빌보드 탑 알앤비/힙합 차트 23위에 올랐고, 빌보드 200에서는 5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블라크는 전형적인 알앤비 그룹보다는 틴팝을 지향하는 편에 가까웠다. [Blaque]의 겉모습은 알앤비의 문법을 빌려왔지만, 곡의 가사나 앨범 커버, 투어 등의 포스트 프로덕션은 틴팝의 노선을 그대로 따랐으며, 그들의 첫 투어 또한 보이그룹 앤싱크(“N Sync)와 함께 했다. 그렇지만 “808”처럼 알앤비 그룹으로의 가능성을 내비친 트랙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보면, 블라크는 틴팝과 알앤비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에 관한 대답이라고 볼 수도 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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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 – 702 (1999.06.15)


702는 뉴 에디션의 마이클 비빈스(Michael Bivins)가 발굴한 3인조 여성 알앤비 그룹이다. 당시는 TLC,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등의 여성 3인조 알앤비 그룹이 흥행하던 시기였다. 702의 첫 앨범 [No Doubt] 또한 성공하며 공식을 이어나갔다. 미씨 앨리엇(Missy Eliott)이 주도권을 잡아 만든 힙합 소울 앨범 [No Doubt]은 702에게 1997년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드(Soul Train Music Award) 올해의 알앤비/소울 그룹 앨범 상을 안겼다. 이후 발매한 셀프 타이틀 앨범 [702]는 음악적으로는 [No Doubt]와 비슷하다. 미씨 앨리엇이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역시 힙합 소울에 근간을 둔다. 세 멤버는 리드싱어 한 명을 나머지가 코러스로 보좌하며 곡을 이끌어나간다. 본 작은 음악보다는 702 멤버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과거의 702가 모타운에서 제작한 청소년 그룹 정도의 위상이었다면, [702]는 멤버들이 재능을 인정받아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후 마지막 정규 앨범 [Star]를 발매하며 “I Still Love You”를 히트시킨 것이 702의 마지막이 되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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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y”s Child – The Writing”s on the Wall (1999.07.27)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7월 멸망을 예언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세기말 감성’이란 말과 함께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이 나왔었다. 하지만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정확히 예언의 달에 두 번째 앨범 [The Writing”s on the Wall]을 발표하며 미래를 본다. 같은 해, 5년 만에 복귀한 TLC가 [Fanmail]로 과거를 머금은 채 현재와 미래에 발맞춰 갔다면,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오로지 가장 세련된 것을 하려 했다. TLC의 “No Scrubs”를 만든 쉭스피어(She”kspere), 토니 토니 톤(Tony! Toni! Toné!)의 멤버였던 드웨인 위긴스(D”wayne Wiggins), 다크차일드로도 유명한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 등이 함께 만든 프로덕션은 후반부의 두 곡을 제외하면 철저히 미디엄 템포로 진행되는 팝 알앤비만을 바라봤다. 확실한 원톱 비욘세(Beyonce)를 중심으로 꾸려진 힘 있는 보컬은 가사 속 애정하는 상대에 대한 화자의 입장만큼이나 일관되고 선명했다. 그렇게 그들은 2000년대 알앤비가 가는 길을 미리 열어젖힌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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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le – Rise (1999.10.18)


90년대 영국의 네오 소울 무브먼트는 강하게 시대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결을 섞었는데, 어느 문법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가 혹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가에 있어 여러 모습을 보이며 어느 하나 공식이라고 할 것도 없이 독자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선보인다. 아마 90년대 영국 네오 소울 음악만으로 셋을 짜서 지금 어느 클럽에서 틀어도 사람들은 열광할 것이라 자신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근거가 되어주는 사람 중 한 명이 가브리엘(Gabrielle)이다. 가브리엘의 음악을 세련된 팝 사운드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90년대의 끝자락에 발표된 그의 음악은 트립합, 디스코 등 전자음악과 긴밀하게 결합하여 듣는 재미를 준다. 그 방식이 세련된 탓에(?) 앨범은 판매량과 차트 성적에 있어 멀티 플래티넘, 영국 차트 1위 등 좋은 성적을 냈다. 몇 매체는 이 앨범의 실험적인 측면보다는 세련된 프로덕션, 업템포의 댄서블한 점을 주로 이야기하고는 했다. 다만, [Rise Underground]라는 리믹스 앨범을 발표한 점 등 몇 가지 측면으로 보았을 때 가브리엘이 단순히 팝 음악가가 아니라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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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Condition – Life”s Aquarium (1999.11.16)


90년대 남자 알앤비 그룹들은 중창단 아니면 춤을 추는 보이 그룹 둘 중 하나였다. 아니면 그 둘을 다했었다. 단, 민트 컨디션(Mint Condition)은 예외다.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의 레이블 펄스펙티브 레코즈(Perspective Records)에서 데뷔한 그들은 시류와 관계없이 줄곧 6인조 밴드 기반의 형태로 세션이 강조된 알앤비 음악을 선보였었다. 그중 키보디스트 케리 루이스(Keri Lewis)가 이탈하기 전, 완전체로 발표한 마지막 앨범 [Life”s Aquarium]은 기존의 방식에 현대적 감각을 적절히 투여한 커리어 하이 작품이다. “If You Love Me”처럼 고전적인 트랙도 있지만, 앨범에는 팝, 락, 훵크, 재즈, 라틴과 같은 장르적 요소가 언플러그드한 방식으로 담겨 있다. 두 번째 싱글 “Is This Pain Our Pleasure”를 비롯한 몇몇 곡에서는 당대의 트렌드였던 박자를 잘게 쪼개는 리듬을 쓰기도 한다. 전체적인 모양새가 네오 소울에 가깝게 보이기도 하지만, 민트 컨디션만의 라이브한 매력에 초점을 맞춰 듣다 보면 오직 그들만의 세련된 문법이 느껴질 것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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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McKnight – Back At One (1999.11.21)


그래미 어워즈 알앤비 부문에 16회나 노미네이트되었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한 적 없는 비운의 가수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 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알앤비 싱어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가 한국인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앨범이 바로 [Back At One]이다. 물론 [Back At One] 이전의 그도 대단했다. 첫 앨범 [Brian McKnight]는 싱글 “The Way You Goes”를 성공시켰고, 3집 [Anytime]은 힙합 소울을 표방하며 2집 [I Remember You]의 실패를 메꿨다. 이후 모타운으로 레이블을 옮긴 후 발매한 정규 앨범이 [Back At One]이다. 본 작의 그는 과거와는 달리 매끄러운 발라드에 집중한다.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요소를 배치한 곡 위에서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내지르기보다는 목소리를 쌓듯이 노래한다. 이러한 특징과 더불어 앨범 전체가 편안한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고,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달콤함이 어느 때보다 도드라진다. 그렇기에 [Back At One]은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두 번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 심은보(GDB)



글│bluc, 심은보(GDB), Geda, 류희성, Melo
이미지│a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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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5.16 12:26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역시 90년대 답게 좋은 앨범들이 너무 많네요
  • 5.16 14:48
    하... 로그인하게 만드시네.. 읽는것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노래 차근차근들어볼게요 감사합니다!!
  • 5.16 15:54
    감사합니다
  • 5.16 21:18
    베이비페이스 라이브 앨범은 정말 진국
  • 5.17 11:08
    꼭 들어보겠습니다!!
  • 5.17 18:03
    읽으면서 맥나잇이 안나오네 엉엉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딱 등장하는군요. Boyz II Men Babyface Brian Mcknight 셋 다 너무 좋아해서 내한공연도 빼놓지 않고 갔었던 게 기억이 나네요.
  • 6.8 15:27

    너무 좋은글 감사합니다

  • 정말 최고의 앨범들이네요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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