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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Kashif, I've Been Missin' You

title: [회원구입불가]Geda2016.09.29 00:53추천수 5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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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Kashif, I've Been Missin' You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2016년은 큰 상실의 해로 남을 것만 같다.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 프린스(Prince) 등 너무나도 멋진 아티스트들을 하나둘씩 하늘나라로 돌려보내고, 슬픔을 채 이기기 전에 또 이런 소식을 듣게 됐으니 말이다. 카시프(Kashif)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그의 SNS 계정을 통해 전해지자 나일 로저스(Nile Rodgers), 샤카 칸(Chaka Khan), 멜리사 모건(Meli’sa Morgan)와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추모 트윗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척 디(Chuck D), 피트 락(Pete Rock), 퀘스트러브(Questlove)와 같은 힙합 뮤지션들과 댐 훵크(Dam-Funk), 턱시도(Tuxedo)의 제이크 원(Jake One)처럼 그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후배 뮤지션들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 커뮤니티에서 그를 향한 추모 트윗을 올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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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프는 실재적인 영향력에 비해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알앤비 음악에 대해 논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흔히들 90년대 알앤비를 대표하는 인물로 베이비페이스(Babyface)를 떠올리듯이 그는 80년대 알앤비를 대표하는 히트 작곡가이자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미국 흑인음악 씬의 흐름을 놓고 보았을 때, 70년대에 이르러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장르 디스코는 197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Chicago Whitesox)의 홈 구장에서 일어났던 ‘디스코 폭파의 밤’ 사태 이후 인기를 잃게 된다. 이로 인해 당대의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음악에 대한 욕구, 기술적 진보 등 여러 이유가 맞물려 디스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음악들을 선보이게 된다. 이런 음악들을 포스트 디스코(Post Disco)로 부르는데, 이 시기부터 기존 디스코에 소울, 재즈는 물론, 영국의 뉴웨이브, 신스팝이 섞인 음악들이 미국 알앤비 씬의 주를 이루기 시작한다. 카시프는 그 속에서 신디사이저를 알앤비 음악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리듬감이 강한 부기(Boogie)라는 장르로 불리기도 하는 사운드를 발전시켰다고 평가받는 선구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 B.T. Express - Shout! (Shout It Out)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카시프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연주를 배우며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오하이오 플레이어스(Ohio Players),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적 역량을 키우게 된다. 그런 그의 음악적 역량이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지 15살이 되던 해에 소울/훵크 밴드 B.T. 익스프레스(B.T. Express)의 키보디스트로 영입되며 본격적인 음악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마이클 존스(Michael Jones)라는 자신의 본명 대신 카시프라는 활동명을 얻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밴드에 들어가기 전부터 펜더 로드와 미니무그와 같은 신디사이저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사운드를 밴드의 음악에 녹여내기 시작한다. 당시의 새로운 기술이 반영된 전자 음악 장비들과 새로운 무언가에 대해 특히 관심이 높았던 그였기에 가능했던 일로 보이는데, 그런 그가 들려준 사운드는 동시대의 음악과는 다른 신선함이 깃들여 있었다. 이후, 카시프는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며 투어를 도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하는 갈증을 풀지 못한 채 결국 밴드에서 나와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다.



♬ Evelyn King - I'm In Love


밴드를 나가서는 지인의 소개로 스테파니 밀스(Stephanie Mills)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며, 자신의 데모를 작업해 여러 레코드사에 보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RCA 레코즈(RCA Records)가 그에게 손을 뻗어왔고, 소속 가수 에블린 킹(Evelyn King)의 곡을 작업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카시프가 프로듀싱한 싱글 “I’m In Love”는 소위 말해 대박을 치게 되었고, ‘카시프 사운드’라는 자신만의 사운드 영역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카시프 사운드는 앞서 언급한 자신이 영향을 받은 음악들을 베이스로 신디사이저, 샘플러와 같은 전자 악기는 물론, 마림바, 기타, 색소폰 등의 기존 악기들의 소리를 섞어 만들어 낸 그만의 것이었다. 신스와 같은 전자 악기를 전면으로 내세운 신선한 시도는 그가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러브 콜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그는 멜바 무어(Melba Moore), 조지 벤슨(George Benson), 호워드 존슨(Howard Johnson)과 같은 타 레이블의 아티스트와 자신의 레이블인 아리스타(Arista) 소속의 아티스트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케니 지(Kenny G)와 같은 아티스트의 곡을 만들며 명실공히 80년대 알앤비의 히트메이커로 자리잡는다. 이외에도 아리스타 시절 조니 켐프(Johnny Kemp), 멜리사 모건을 발굴해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음악적 안목을 지녔음을 엿볼 수 있다.



♬ Whitney Houston - You Give Good Love


이렇듯 소속 레이블 아리스타의 작곡가로 바쁜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카시프는 1983년, 셀프 타이틀 앨범 [Kashif]를 발표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나간다. 그는 총일곱 장의 정규 앨범을 냈는데, 중요한 작품들을 언급하자면 우선 그의 첫 번째 앨범은 앞서 설명한 카시프 사운드의 영역을 확고히 하는 앨범이었다. “Stone Love”, “I Just Gotta Have You”, “The Mood(Instrumental)”와 같은 멋진 곡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본 작은 당시의 알앤비에 더불어 카시프 사운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그의 2집 [Send Me Your Love]는 조지 벤슨, 케니 지, 휘트니 휴스턴 등 화려한 참여 진을 자랑하는 앨범이며, 알 재로(Al Jarreau)와 함께 한 “Edgartown Groove”가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후보에 오르며 많은 성과를 거뒀던 앨범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구축한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계속 자신의 앨범에 여러 실험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례로 4집 [Love Changes]에는 비트박서 덕 이 프레쉬(Doug E. Fresh)가 참여했는데, 그의 비트박스를 악기로 활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생전 마지막 정규앨범인 [Music From My Mind]에서는 네오 소울(Neo Soul) 류의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 Kashif - The Mood (Instrumental)


카시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음악 작업물 외에도 다른 모습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1994년, 그는 UCLA에 <카시프와 함께하는 컨템포러리 레코드 프로덕션(Contemporary Record Production With Kashif)> 강좌를 개설해 후배들을 양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좌는 UCLA의 수업들 중 가장 혁신적인 교육 과정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1995년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Everything You’d Better Know About The Record Industry>라는 음악 산업 관련 서적을 발간하기도 하는 등 그가 남긴 업적들은 음악 비즈니스 전반에 곳곳이 남겨져 있다. 또한, 자선 재단을 설립하였으며 카시프 대학이라는 학교를 세워 학생들을 가르치기까지 하며 그의 행보는 미담이라는 낱말의 존재 이유처럼 느껴질 정도다. 최근 이야기로 넘어오면, 카시프는 영상 감독으로도 활동해 현대자동차 등의 영상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레드불(Red Bull), 소울트레인(Soul Train)과의 인터뷰에서는 <The History of R&B Music and Its Influence on World Culture>라는 10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라고 밝히며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등 멋진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기도 했다(아쉽게도 펀딩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해 다큐멘터리는 미완성인 상태로 남게 되었다).



The History Of R&B Music Documentary (Teaser)


이처럼 카시프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끝없는 혁신과 발전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아티스트이자 음악의 선구자이고 실천가였다. 그가 남긴 결과물들은 지금도 음악 씬을 넘어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에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최근 행보를 미뤄보았을 때, 더욱더 사회에 좋은 영향들을 끼칠 것이 분명하였기에 그를 잃은 아쉬움은 더욱 크게만 느껴진다. 앞으로 그의 이름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 더 많은 사랑과 움직임으로 나뉘기를 바라며 고인이 편안하게 잠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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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Kashif Saleem (1959.12.26. ~ 2016.09.25.)


글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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