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Digger's Choice ⑥ - The Stylistics
<서울소울페스티벌 2016(Seoul Soul Festival 2016)>에서 가장 적은 관심을 받고 있는 팀은 아무래도 스타일리스틱스(The Stylistics)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70년대에 활동했던 밴드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트렌디한 힙합, 알앤비 뮤지션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이들이 주목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 "You Make Me Feel Brand New" 정도인데, 이 곡에서 리드 싱어를 맡았던 러셀 톰킨스(Russell Thompkins Jr.)는 2000년에 그룹에서 탈퇴한 터라 이번 내한에 함께하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히트곡에서 러셀 톰킨스가 중심이 됐었기에 그가 빠진 내한 팀은 다소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번 내한 팀에서 70년대 전성기를 경험한 멤버는 에이리언 러브(Airrion Love)와 허브 머렐(Herb Murrell) 둘뿐이다.
알다시피 스타일리스틱스는 필라델피아의 음악인 필리 소울(Philly Soul)을 대표하는 밴드다. 필리 소울은 소울 음악에 스무스 재즈(Smooth Jazz)의 멜로디, 훵크의 리듬이 짙게 드러나며 백업 코러스가 가미된 장르다. 여러 요소가 공존하는 만큼 샘플링할 소스를 많이 제공하기도 했다. 일례로, 베이시스트 썬더캣(Thundercat)의 "Lotus And The Jondy", 랩 듀오 EPMD의 "It Wasn't Me, It Was The Fame"은 모두 스타일리스틱스의 "People Make The World Go Round"을 샘플링했지만 사용된 구간이 각자 다르다. 스타일스 피(Styles P), DJ 밋츠 더 비츠(Dj Mitsu The Beats), 제이 딜라(J Dilla)가 각각 "Hurry Up This Way Again"을 샘플링했지만 전혀 다른 부분을 샘플링해서 완전히 다른 곡을 만들어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본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주로 샘플링된 곡들은 70년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까지 해체 없이 존속되고 있지만, 이 밴드의 실질적 전성기는 70년대 초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히트곡은 그 시기에만 나왔다. 1980년 작 "Hurry Up This Way Again"은 유일하게 70년대 초기작이 아니다. 이 곡은 스타일리스틱스가 7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톱20 차트에 진입했던 곡이다. 물론, 그 이후까지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진 못했다. 70년대 초반에 인기몰이를 시작해서 80년대까지 상당한 입지를 유지했던 경쟁 그룹 스피너스(The Spinners)와는 다소 상반된 행보를 보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스타일리스틱스가 해체를 하지 않고 밴드를 유지하며 꾸준히 앨범을 발표해왔다는 점, 대중적/상업적 성과와는 별개로 반세기 동안 그룹을 이끌어왔다는 점은 대단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잦은 멤버 교체를 거쳐 완전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70년대 필리 소울 장르를 이끌었던 스타일리스틱스의 내한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러셀 톰킨스를 지원하며 그룹을 이끌었던 중저음의 에이리언 러브가 여전히 건재하다. 이번 <서울소울페스티벌 2016(Seoul Soul Festival 2016)>에서 어쩌면 가장 독특한 팀이 아닐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사와 전통에서 오는 깊은 울림으로 이 무더운 여름밤을 낭만적으로 다가오게끔 해줄 다크호스로 기대해볼 만하다.
글│greenplaty
기획/영상 제작│시트레코드(http://seterecords.com)
제작 지원│힙합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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