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식케이 - FLIP
01. Zero Fucks Is Given02. 차차 (Cha Cha)03. 랑데뷰 (Rendezvous)04. No Where (Feat. Loco)05. 다른척해 (Act Different) (Feat. Mac Kidd)06. God Damn07. Habibi08. Don't Play (Feat. punchnello)09. I Call It Love10. 알콜은 싫지만 주면 수 밖에 (Feat. 박재범)11. #yelowsmobbin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이 있다. 그런데 그 스타일을 찾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연한 소리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시도 끝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었을 때, 비로소 그 매력은 배가된다. 이 말은 아티스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트랩 비트 위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퓨처(Future)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으며, 비슷한 이유로 타이 달라 싸인(Ty Dolla $ign) 역시 래칫에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쇼미더머니 4>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식케이(Sik-K)는 방송에 참여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지 못한 아티스트였다. (특별히 부각되지 않았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후 [My Man]과 [제목미정]에서 그는 <쇼미더머니 4>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멜로디컬한 요소를 가미한 싱-랩을 선보였는데, 이는 일종의 예고 같은 것이었다. 이후 발표한 [I Call It Love]에서도 그루비룸(Groovy Room)의 비트 위에서 비슷한 스타일을 구사했는데, [제목미정]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새롭게 발표한 EP [FLIP]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케이가 마침내 딱 맞는 옷을 입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식케이 - 랑데뷰 (Rendezvous)
우선, 식케이는 전작에서 보여준 싱-랩을 본 작에서도 이어가며 기존의 스타일을 더욱 견고히 한다. 싱-랩과 더불어 거의 모든 트랙에서 나오는 식케이의 보컬 역시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를 안정적으로 섞어낸 점은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싱-랩과 보컬만이 식케이의 스타일 전체는 아니다. “차차(Cha Cha)”, “No Where”, “알콜은 싫지만 주면 마실 수 밖에” 등 앨범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무심한 톤으로 뱉는 랩은 마치 술에 취한 채로 랩을 하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동시에, 앨범의 묘한 분위기를 구축하는 데 일조한다. 더불어 “I Call It Love”, “#yelowsmobbin”, “God Damn” 등에서 보여주는 완급조절 역시 긴장감을 조절하는 효과를 선보이며, 테크닉적인 측면에서의 강점을 드러낸다. 이런 식케이의 랩을 받치는 그루비룸과 우기(Woogie)의 프로덕션은 그의 색깔을 선명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트랩 위주의 비트들은 때로는 식케이를 트렌디하게, 때로는 자의식 넘치게 보이게끔 한다. 종합하면, 타이틀곡 “랑데뷰 (Rendezvous)”를 비롯한 다수 곡의 비트들이 랩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모습은 마치 맞춤 정장을 제작해주는 재단사를 연상하게까지 한다.
내용적인 측면으로 보면, [FLIP]은 브금(BGM)이 깔린 일종의 연애편지와 같다. 다른 척하지만 사실 관심을 애원하고(“다른 척해”), 대놓고 구애하며(“Habibi”, “랑데뷰 (Rendezvous)”, 질투하는(“차차 (Cha Cha)”) 모습 등이 연인에게 전하는 편지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직설적인 톤앤매너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식케이의 가사 방식은 이러한 인상을 더욱 증폭시킨다. 물론, 완전히 그러한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건 아니다. “Zero Fucks Is Given”, “God Damn”, “알콜은 싫지만 주면 마실 수 밖에”, “#yelowsmobbin”은 사운드적으로 다른 트랙들과 같은 결을 유지하지만, 트랙의 배치와 내용상으로는 다소 다른 지향점을 두고 있는 편이다.
♬ 식케이 (Feat. 박재범) - 알콜은 싫지만 주면 마실 수 밖에
[FLIP]은 식케이만의 스타일을 명확히 보여준 점에서 꽤나 고무적인 작품이다. 지금의 옷을 입었을 때 자신이 가장 빛난다는 걸 알려주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후반부에 도달하면서 예측 가능한 비슷한 무드의 트랙들이 등장하면서 힘이 빠지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또, 싱-랩 스타일, 직설적인 화법, 프로듀서와의 조화만으로는 식케이의 정체성이 아주 확고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았으니 앞으로 나올 또 다른 결과물을 기다려봐도 좋을 듯하다.
글ㅣL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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