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거리 엘이 극장] "The Man With The Iron Fists (2012)"
- 영화 정보 -
Directed by RZAProduced by Eli Roth, Marc Abraham, Eric Newman, Thomas A. BlissScreenplay by The RZA, Eli RothStory by RZAStarring : Russell Crowe, Cung Le, Lucy Liu, Byron Mann, RZA, Rick Yune, David Bautista, Jamie ChungMusic by RZA, Howard DrossinRelease date(s) : November 2, 2012 (North America)Running time : 96 minutesBudget : $20 millionBox office : $20.09 million
※ 이 영화의 개봉 소식을 듣고 참 반가웠다. 특별한 컨셉이 강한 영화를 싫어하지 않는 편이고 무엇보다 우탱 클랜(Wu-Tang Clan)에 관련된 소식은 언제 들어도 반갑기 때문이다. 여러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하여, 제법 의미 있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어왔던 ‘우탱 클랜의 핵심’ 르자(Rza). 그가 이런저런 영화에 ‘배우’로서 얼굴을 비추는 것을 지켜봤는데, 이번에는 무려 직접 ‘감독’과 ‘주연’을 다 해낸 영화를 선보였다. 그와 “킬 빌(Kill Bill: Vol. 1, 2 (2003, 2004))”의 작업을 같이 하며 친분을 쌓은 듯한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의 지원 아래 이루어진 이 작품 “철권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Iron Fists, 2011)”. 우탱의 사운드와 ‘철권무적(鐵拳無敵)’의 무협 영화를 향한 오마주가 가득한 이 영화를 편안하게 같이 감상하겠다.

19세기의 중국, 총림촌(Jungle Village)에는 서로 적대하고 있는 여러 문파(Clan, 일족)가 있었다. 이 마을의 대장장이인 블랙스미스(Blacksmith : Rza)는 이들 일족을 위해, 강력한 무기를 만들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분화루(the Pink Blossom)에 있는 비단 아가씨(Lady Silk : Jamie Chung)를 사랑하며, 그녀와 마을을 떠나기 위해 돈을 모으는 중이다. 한편 그 지역의 총독은 사자파(the Lion Clan)의 장문인(掌門人, 수장)인 금사자(Gold Lion)에게 엄청난 양의 금괴 운송을 보호하는 임무를 내린다. 하지만 금사자는 자신의 수하 은사자, 동사자에게 배신을 당해 살해당하고, 그의 아들인 젠-이(Zen-Yi, The X-Blade : Rick Yune)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마을로 돌아온다. 혼돈과 분쟁에 빠진 마을 속에서 블랙스미스는 과연 비단 아가씨와 함께하는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총림촌을 구하는 영웅은 과연 누구인가?
아래는 영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이다.
a. 이 영화의 처음 편집본은 4시간에 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르자는 이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누려고 했다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을 상당히 참고했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프로듀서였던 일라이 로스(Eli Roth)는 반대했고 결국 최종 편집본은 90여 분 정도로 나왔다.
b. 르자는 주인공인 대장장이 역을 자신에 맞춰서, 매우 집중하여 썼다고 한다. 공공연히 무협 영화와 무협지의 독실한 매니아임을 밝혔던 그에게는 ‘꿈을 실현할 기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홍가권(洪家拳, Hung Ga, 황비홍이 썼다는 권법)을 하루 두 시간씩 두 달을 연마했다고 한다.
c. 역시 특별한 배우들의 출연이 재미있다.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가울 만한 레슬링 스타 바티스타(David Michael Bautista, Jr)가 특별하고 흥미로운 역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차분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릭 윤(Rick Yune)과 제이미 정(Jamie Chung)을 주요 배역에서 만나는 것 또한 반갑다.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이 있는데, 진 더 엠씨(Jin the Emcee)로 알려진 엠씨 진(MC Jin)이 출연한다. 그의 배역이 상당히 여러모로 슬프기는 하지만 말이다. 대사량이…, 아니다. 직접 확인하시라.
d. 이 작품을 만들어낸 르자와 일라이 로스는 2년이 넘는 시간을 대본 작업에 매달렸다고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무기의 자세한 형태와 특성을 포함해 깊은 토론이 오고 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랩을 많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제이-지(Jay-Z)의 [The Blueprint]에서, 프로듀서로서의 독특한 재능을 터트렸을 때부터 그의 ‘소리의 조율자’로서의 탁월한 재능에는 분명히 감탄했다. 하지만 나스(Nas), 라킴(Rakim), 케이알에스 원(KRS-One), DJ 프리미어(DJ Premier)와 함께했던 “Classic"에서 칸예의 부분을 스킵하며 들을 정도로, 칸예의 랩을 향한 기대가 매우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최근의 앨범에 이르기까지 칸예의 랩이 진화해오는 것은 느꼈지만 솔직히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서 칸예의 이름을 발견하고 너무 높은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랩을 듣는 맛, 잘 흐르는 플로우의 맛’을 이 사운드트랙에 실린 칸예의 ”White Dress"에서 느낄 줄은 몰랐다. 좀 더 고백하자면 “Classic"을 다시 비교하고 들으며, ‘와 다른 사람이 랩하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며, 자신의 여인이 ‘White Dress'를 입은 모습이 보고 싶다는 곡이, 이 무협 ’오마주‘ 영화의 사운드트랙 속에서 좀 이질적이기는 한데, 주인공 블랙스미스가 비단 아가씨를 데리고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는 설정에 대입하면 뭐 맞아떨어지는지도.
가수 아이유가 (프로모션 상의 립서비스인지는 몰라도) 엄마보다도 좋다고 한 가수가 있다. 그리고 이 가수의 이름은 각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매우 많이 언급되고, 그녀의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가 무척 많았다. 다름 아닌 코린 베일리 래(Corrine Bailey Rae)의 이야기이다. 그래미(Grammy Award)를 탔으며, 영국의 음악적 깊이를 세상에 제대로 각인시킨 뛰어난 여성 기타리스트/싱어송라이터인 그녀의 이름은, 르자가 이 앨범의 사운드트랙을 매우 고심하여 제작했음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블루스의 감성이 제대로 돋보이며, 그녀의 목소리는 처연한 멜로디를 노련하게 담아내고 있다. 역시 이 무협 ‘오마주’ 영화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좀 드는데, 무책임한 말일지 모르지만 단지 이 수록곡, "Chains"를 접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어쩌면 영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다른 곡들보다 아예 이질적인, 앞서의 칸예의 곡이나 코린의 곡이 좀 더 귀에 쏙쏙 박히는 것은…, 뭐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겠나. 르자와 음악을 담당한 사람들의 감각을 그냥 칭찬하고 넘어가겠다.
르자, 우탱 클랜의 중심인 남자가 등장했다면, 우리가 기대할 것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우탱 클랜 멤버가 떼로 몰려 오는 상황인 것이다. 이 앨범의 목록을 확인하고, 역시 가장 기대를 부풀린 트랙은 이 “Six Directions of Boxing”이었다. 뭐 기대했던 대로 우탱 멤버가 랩으로 무술을 펼치는 트랙은 ‘언제나 진리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르자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의심할 수 있어도 그가 음악을 손보았는데 큰 문제는 안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상당히 깔끔한 비트 진행에, 우탱 특유의 두꺼운 드럼 킷이 아닌 점은 좀 아쉬웠지만 어쨌든 적절한 만족감을 주었다. 그래도 이왕 무협 ‘오마주’ 영화를 저질러 놓았으면, 우탱의 초기에 선보였던 질척하고 묵직한 ‘무협 영화 샘플링’이 넘치는 곡을 하나 더 선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굳이 숨기지는 않겠다.
이 외에도 쿨 쥐 랩(Kool G Rap), M.O.P, 페로우 먼치(Pharoahe Monch) 등의 베테랑부터,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푸샤 티(Pusha T)의 현재 핫한 랩퍼들까지, 르자의 영화 연출 소식만큼 기다린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제 몫을 다했다고 하고 싶다. 과거 무협 영화와 짐작건대 서부 영화에서도 가져왔을 거라 생각되는 샘플들이 하나하나 주옥 같은 트랙이 되어 앨범의 목록을 이루고 있다.
아래는 스포일러를 각오하고 이야기하는 Mr. TExt가 뽑은 영화 속 눈길을 끄는 장면.
Ⅰ. 7-80년대 무협 영화의 지독한 팬보이(Fanboy)가 만든 영화답게 이 영화에서는 온갖 상징적인 무협물의 요소가 등장한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서양에서 바라보는 기(氣, Chi)에 관한 환상이 매우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무협’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뛰어넘는 기묘한 세계의 일’인데, 특히나 서양에서는 이러한 ‘환상적인 느낌’이 더 강해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성룡(재키 챈) 류가 보여주는 마셜 아츠(Martial Arts)의 현실성보다 하늘을 날고, 몸을 변형시키는 등의 ‘그야말로 본토(중국) 무협’을 많이 따오려고 노력한 부분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소림 18동인, 독비수 등등의 ‘무협 영화’에 조금 관심 있다면 즐거울 만한 요소가 많다. 약간 시쳇말로 ‘양키 센스’라 할 수 있는 ‘서양인의 시각에 근거한 필터’가 없는 것은 아닌데, 르자의 무협 영화 사랑이 너무도 강렬하게 드러나 충분히 상쇄된다고 하겠다.
Ⅱ. 이어서 얘기해 보고 싶은 부분은 등장하는 ‘무기’의 독특함이다. 특히 눈에 들어오던 것이 예고편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던 부분인데, 쌍둥이 남매(the Geminis)가 휘두르는 ‘음과 양(Ying And Yang)' 모양의 도(刀)이다. 아닌 게 아니라, 2년이 넘게 두 명이 머리를 맞대고 무기의 디테일까지 고민했다더니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영화 ’무기(Weapons)'의 화려함, 다양함만큼은 확실하다. 쌍둥이 남매가 죽을 때 어떤 포즈로 쓰러지는가를 꼭 확인하기 바란다. 디테일이 살아 있다.

Ⅲ. 딱 잘라 말하자면, ‘동양 여자’는 서양에 어필을 한다. 서양의 동양에 관한 환상이 ‘동양 여성’을 매우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로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 “나비부인” 등 이런저런 예가 많은데, 이 영화도 이러한 ‘서양의 독특한 편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싶다. 아이작 헤이즈(Issac Hayes)의 손길이 닿은, 메이블 존(Mable John)의 "Your Good Thing (Is About to Come to an End)"가 흐르는 가운데, 에로틱한 장면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르자의 야망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본인은 비단 아가씨하고만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가 연기하는 잭 나이프(Jack Knife)가 이런 ‘서양인의 환상’을 제대로 즐긴다. 딱히 스토리와 플롯을 좌지우지하는 장면도 아니다.
Ⅳ. 영화의 감동 부문, 너무 표면적인 ‘정의’를 드러내고 있어서, 깊이 있는 감동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의로운 무협의 영웅’은 이래야지 하는 느낌이 확 드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루시 리우(Lucy Liu)가 연기하는 마담 블라섬(Madam Blossom)이 사자파의 동사자와 싸우다가 그에게 결정적인 치명타를 입히는데, 그때 갑자기 마을의 아이가 싸움터에 튀어나오고 동사자는 무기를 아이에게 던진다. 마담 블라섬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데. 결과는 르자가 생각하는 ‘훌륭한 무협인’이 어떤 모습인지를 궁금해하며 확인하시라.
Ⅴ. 영화의 연출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에 관한 디스가 되겠지. 본 이야기를 위해 참고했던 영화 비평, 블로거들의 의견을 정리한 결과,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타일과 컨셉이 이야기를 좀 잡아먹은 부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킬링 타임’용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의 성공에서 많은 참고를 한 것으로 보이는 르자의 연출은, ‘넘치다 넘치다 못해 끓어 넘치는’ 무협 장르를 향한 애정을 만나 어쨌든 뜨거웠다. 다만 나는 그가 가진 우탱 클랜의 배경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이 영화를 흥미롭게 봤고, 힙합 음악에 관심이 있는 여러분도 그런 마음으로 볼 가능성이 높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영화의 짜임새나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하게 흐르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겠다. 뭐 그래도 이렇게 자신의 ‘특정한 무언가’를 향한 애정을 TNT 폭탄처럼 쎄게 터트리는 호연지기는 참 괜찮은 것이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이다.

감독에 대한 애정에, 즐길 수 있는 장면과 유쾌한 컨셉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가 '영화를 보는 재미를 준다’고는 확실하게 얘기하지 못하겠다. 르자의 첫 연출작이니 그래도 나는 너그럽게 접근하고 싶다. 영화, 나아가 창작에 있어서의 ‘표현’에 딱 떨어지고 가장 좋은 ‘형식과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자유를 얻었으나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도망친 흑인 노예가 중국의 마을에 자리 잡아, 절륜한 무공을 숨긴 채 대장장이 일을 한다는 상상력도 이전에 비슷한 설정이 있을 수 있지만, 재미있지 않은가? 킬링 타임용 영화로 즐길 사람은 즐기고 우탱 클랜, 특히 르자의 음악이 좋아서 이 영화를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영화의 곳곳에 숨겨 놓은 르자의 ‘무협 영화를 향한 예찬’, 그것이 형상화되어 등장하는 여러 컨셉을, 영화를 보기 전 ‘조금만 더’ 알아보고 보면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특히, 적어도 별 다섯 개 중 별 세 개는 충분히 먹고 들어가는 평가가 많았던 이 영화 사운드트랙이 있으니 그것을 꼭 놓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음미하기를 권장한다. 이 영화로 이 정도 길이의 얘기가 가능할지는 나도 몰랐는데, 이게 다 르자의 ‘무협 장르’를 향한 뜨거운 애정에 영향을 받은 ‘좋은 결과’인 듯싶다. 그럼 이 이상은 여러분의 몫이다. 짜이찌엔(再见).
덧붙여, 사랑과 평화.
글 | Mr. TExt
생각보다 악평이 많더라구요. 이런 영화는 특유의
쌈마이한 맛에 보는건데...ㅎㅎ
러셀크로우.....대체 왜?
조만간 보려했는데 ㅋㅋ
흥행은 실패햇지만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