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코 - [MADMAX]
올해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도로>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바스코(Vasco)의 새 믹스테입 [MADMAX]는 영화가 표방하는 거친 매력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트랩이든 락이든 내 맘이져"라는 가사 속 한 구절처럼 그는 앨범을 통해 붐뱁과 트랩과 같은 큰 경계부터 미니멀함과 맥시멈함과 같은 비교적 작은 경계까지 넘나들며 그것을 담아낸다. 이는 전, 중반부에 배치된 선공개곡 "Whoa Ha !", "All 껌", "iDozer"부터 "힙부심", "맨 위의 맨 위", "STIMPACK"까지, 모든 트랙이 하나같이 영화 속 폭파 장면처럼 과잉된 파괴력을 갖거나 물기 하나 없이 사막화된 지구라는 로케이션처럼 건조함을 담는 데서 알 수 있다. 물론, "Transurfer"를 시작으로 통시적으로 개인의 서사를 드러내는 "40"까지의 후반부는 앞서 나오는 곡들이 하나같이 컨셉에 부합하며 적정한 텐션을 유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무드를 품고 있어 당황스러운 감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앨범의 컨셉을 충실히 이행하는, 앞서 소개한 주요 곡들이 그전에 심장을 강타했다면 감상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아주 견고하게 짜인 구조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바스코 특유의 '빡셈'을 잘 담고 있으면서도 전작인 'Code Name' 시리즈와도 다른 결을 뿜어내는 작품. - Melo
지구인 & 행주 (장남2인조) - "Santa"
사람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그래서 리듬파워(Rhythm Power)에게도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리듬파워에게 더없이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행주는 솔로 앨범을 냈고, 지구인은 <쇼미더머니>를 통해 박재범(Jay Park)을 만났으며, 보이비(Boi B)는 군대에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부침과 악재는 자기들도 지쳤는지 이들로부터 멀어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 지구인과 행주가 선보인 "Santa"는 그게 느껴질 만큼 기운 좋은 곡이다. 장수의 프로덕션도 인상적이지만, 이들이 뮤직비디오에서 적절하게 비틀어 선보이는 힙합 뮤직비디오의 클리셰 역시 역설적으로 이 문화에 대해 익숙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가장 좋은 건 두 사람의 타이트하게 잘 짜인 랩 그 자체다. 그들이 하는 말이나 보여주는 태도는 여전하지만, 이제는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 bluc
G2 (Feat. B-Free‚ Okasian‚ Reddy‚ Huckleberry P‚ Paloalto‚ Sway D & DJ Djanga) - “식구”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에게 2015년은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얻은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확실히 그들에겐 리프레쉬(Refresh)가 필요했다. 기존의 분위기를 환기함과 동시에 건재함을 어느 정도 나타낼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식구"를 발표한 건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본 곡에서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패밀리즘을 전면에 내세운다. 외부적인 시선과 압박에서 일부 벗어나 내부적인 단결력을 다시금 공고히 하고자 하는 선택이었다. 자연스럽게 각 구성원의 가사 역시 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멤버들은 ‘Team', ‘가족’ 등의 단어를 중심으로 서로 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곳곳에 드러냈다. 식구의 소통과 교감을 상징하는 사물인 식탁을 키워드로 풀어내는 서사는 깔끔하고, 각 벌스의 밸런싱 역시 누구 하나가 튀기보다는 안정감을 표한다. 기존의 대표적인 단체곡이 가지는 탄력과 에너지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할지 모르나, G2와 스웨이디(Sway D) 등 새로운 얼굴과 기존 멤버들의 합이 군더더기 없이 잘 결부됐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트랙이었다. - Beasel
어글리 덕 & DJ 웨건 - [누워서 떡 먹기]
래퍼와 프로듀서가 함께 곡을 내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래퍼와 DJ가 손을 맞잡는 모습은 흔히 찾아보기 어렵다. 랩과 스크래치가 만드는 울림이 갖는 위상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그런 시도를 하는 팀도 줄었다. 그런데 가장 핫하다는 레이블에서 이 고전적인 조합에 도전했다. 어글리 덕(Ugly Duck)과 DJ 웨건(DJ Wegun)이 호흡을 맞춘 [누워서 떡 먹기]에 대한 이야기다. 어글리덕과 DJ 웨건은 고전적인 문법을 차근차근 따르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자신들의 색을 확실하게 투영한다. 두 번째 곡 “누워서 떡 먹기”에서 어글리 덕이 능구렁이 같으면서도 묵직하게 박히는 랩을 선보이면, DJ 웨건이 그 뒤에서 아슬아슬하게 스크래치를 심으며 곡을 이어가는 식이다. 올드스쿨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담은 것 같은 그레이(GRAY)의 비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그렇게 탄생한 곡들에서는 예스러우면서도 트렌디한 매력이 느껴진다. AOMG의 2015년을 마무리하기에 손색없는 싱글. - Pepnorth
케로 우노 - [Reflection Eternal]
재즈 힙합을 기반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은 케로 원(Kero One)이 케로 우노(Kero Uno)라는 이름으로 낸 [Reflection Eternal]은 여러모로 그의 음악적 발전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프로듀서로서 역량을 쏟아내는 데 집중한 그는 이번 앨범에선 기존에 선보였던 재지한 힙합 사운드를 들려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전작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전자음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소울렉션(Soulection)으로 대표되는 LA 퓨처 비트 음악의 향취를 담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장점인 편안함을 잃지 않는다. 그가 직접 래퍼로서 큰 활약을 펼치지는 않지만, 제프 버넷(Jeff Bernat), 블루(Blu)와 같이 담박한 매력을 가진 피처링 진을 섭외한 것이 주효했다.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케로 우노에게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자기 것을 알고 하는 베테랑이기 때문이 아닐까. - HRBL
글 | Melo, bluc, Beasel, Pepnorth, HRBL
글고 뭣보다 사람이 너무좋아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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