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eLo Green - Heart Blanche
1. Heart Blanche Intro
2. Est. 1980s
3. Mother May I
4. Working Class Heroes (Work)
5. Tonight
6. Robin Williams
7. Sign of the Times
8. CeeLo Green Sings the Blues
9. Music to My Soul
10. Race Against Time
11. Better Late Than Never
12. Smells Like Fire
13. Purple Hearts (Soldier of Love)
14. Thorns
15. The Glory Games
한 때 씨로 그린(CeeLo Green)은 대중의 수요와는 거리가 먼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그룹 구디 맙(Goodie Mob)에서 솔로로 전향한 이후 그는 상업적인 성패 여부에 관계 없이 늘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구현했고, 밀어붙였다. 그래서 1집 앨범 [Cee-Lo Green and His Perfect Imperfection]은 완성도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를 거듭하고, 작품을 새로 낼수록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Fuck You”로 빌보드를 휩쓸고, 오디션 프로그램 <The Voice>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와의 프로젝트 그룹 날스 바클리(Gnarls Barkely)의 곡 “Crazy”로 국내 브라운관을 휘어잡았던 것 모두 그 과정에서 비롯됐다. 래퍼와 보컬을 다 소화할 수 있으며, 소위 ‘흑인 음악’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장르라면 모조리 다 섭렵한 듯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뮤지션을 거부할 수 있는 청자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될 것.” [Heart Blanche] 발매를 앞두고 씨로 그린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의 말처럼 앨범 속 15트랙에는 십 대 때부터 음악에 몸담았던 그의 인생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음악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고("Est. 1980s"), 어머니께 허락을 구해 집을 나서고("Mother May I"), 열심히 일하고("Working Class Hero"),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지면서 함께 음악 하던 이들에게 찬가를 보내고("Music To My Soul"), 열정적인 사랑을 논하는("Smells Like Fire") 식이다.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논하는 앨범은 적지 않다. 특별한 구성은 아니다. 하지만, 몇 해 전 성폭행 혐의라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 힘겹게 무죄를 선고받고, 앨범 발매 직전 결혼을 한 그에게 다시 한 번 삶을 회고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지는 건 분명 남다른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씨로 그린은 앨범 내내 진중하면서도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 앨범 커버 속, 웅크린 한 사내의 모습은 씨로 그린의 내적인 상태를 반영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음악을 들으면 그가 말하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그의 음색과 실력에 더욱 귀가 쏠린다. 깊은 목소리와 감정을 지녔기에 같은 장르, 같은 노래를 불러도 더 깊은 울림을, 더 넓은 잔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가장 돋보이는 트랙은 “CeeLo Green Sings The Blues"이다. 세 번이나 나오는 가사인 "내 이름은 씨로 그린 / 내가 블루스를 부르네 (My name is CeeLo Green and I got the blues)"을 부를 때, 매번 다르게 밀고 당기며 그루브를 만들고, 짧은 가사 속에 풍부한 감정을 응축시켜 터뜨리는 모습은 최고 수준이다. 또한, 마크 론슨(Mark Ronson)이 예스러운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해낸 “Mother May I”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제대로 된 소울을 풀어내기도 한다. 새롭고 신선하지는 않지만, "역시 씨로 그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탄탄한 힘을 자랑한다.
♬ CeeLo Green - Music To My Soul
하지만 개인적인 서사를 좋은 목소리로 풀어냈음에도 앨범은 원할한 흐름을 가져가는 데 실패한다. 멀리서 골격만 따져보면 그럴듯해 보이나, 순서에 따라 트랙을 하나하나 듣다 보면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온 트랙이 한두 곡이 아니다. “Robin Williams”나 “Working Class Heroes (Work)”가 대표적인 예. 물론 과거 날스 바클리 시절 얼터너티브 소울, 전자 음악 같은 장르도 불렀던 씨로 그린답게 이 곡들도 훌륭하게 소화하는 편이다. 또한, “Robin Williams”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기에 앨범에 존재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다. 그러나 곡 자체에 담긴 장르나 감정의 폭이 다른 수록곡들과는 꽤 다른 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부분이다.
씨로 그린은 영리한 뮤지션이다. 자신의 타고난 목소리를 후천적인 노력으로 폭넓고 풍부하게 응용하고, 다양한 장르와 접목시킬 줄 안다. 전작 [Cee Lo’s Magic Moment]에서 무거운 중저음을 뽐내며 크루너의 모습을 보였다가, 다시 한 번 소울과 얼터너티브에 몸을 내던진 데에는 그런 음악적인 욕심이 분명 한몫했을 것이다. [Heart Blanche]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은 씨로 그린의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 CeeLo Green - CeeLo Green Sings the Blues
글 |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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