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Deepflow [양화] 발매 기념 콘서트

title: [회원구입불가] soulitude2015.06.03 03:45추천수 7댓글 4

Deepflow [양화] 발매 기념 콘서트

지난달 23일 토요일 6시,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VMC를 이끄는 딥플로우(Deepflow)의 3집 앨범 [양화]의 발매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앨범 [양화]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에 걸맞게, 무대에 오른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렇게 가득 찬 상상마당은 보지 못했다며 감탄할 정도로 많은 팬들이 함께했고, 열기 또한 뜨거웠다. 하지만 이 공연을 단지 ‘훌륭한 라이브’로는 요약할 수 없다. 이 공연은 ‘딥플로우’라는 래퍼, 그리고 [양화]라는 앨범의 매력을 오롯이 쏟아낸 현장이었다.

손을 들지 않고 뭐해? 여기 상구 형이 왔는데!

공연은, 지금의 딥플로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VMC'와 함께 시작된다. 무대에 홀로 선 넉살(Nucksal)이 지난해 VMC 합류 소식을 알렸던 트랙인 "Nuckle Flow"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고, "Bad Or Not Bad"와 함께 오디(Odee)를 무대로 불러냈다.

피처링 벌스와 함께 자연스레 바톤을 넘겨받은 오디도 곧이어 "Benderz"로 우탄(Wutan)을 무대에 올렸고, 우탄도 "Do Do Do"로 던 밀스(Don Mills)를 불러내며 차례차례 VMC의 멤버들이 무대를 채워나갔다.

앨범의 프로듀싱을 거의 전담한 TK와 "Bucket List"에 참여한 버기(Buggy)도 DJ 부스에서 무대에 함께했다.

이들의 오프닝 무대는 늘상 호흡을 맞춰온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완벽했고, ‘상구 형 소환’을 위한 의미 또한 분명했다. 그렇게 모두가 88하게 상구 형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

열반의 경지에서 홍대를 말하다

앨범의 첫 트랙 "열반"과 함께 딥플로우가 등장했다. 둔탁한 비트와 함께 VMC의 멤버들과 나란히 무대 가운데에 선 딥플로우는 관중들의 열광에 다소 감격한 듯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하며 앨범의 수록곡들을 이어나갔다.

"불구경"에서 관중들의 떼창은 무대 위의 래퍼들이 마이크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낡은 신발"에서는 평소에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셔니슬로우(Sean2Slow)와 태완이 직접 무대에 함께했다.

공연의 뜨거움은 "잘 어울려"를 지나 "당산대형"에서 한층 더 폭발했다. 던 밀스가 손을 들지 않고 뭐하냐고 물을 새도 없이 모두의 손이 올라갔고, 중간에 등장한 바스코(VASCO)도 무대를 뛰어다니며 불을 붙였다.

발매 후 유난히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작두"에서는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가 함께하지는 못했는데, 버기가 허클베리피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등 재밌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1부의 막을 내리는 곡이 "빌어먹을 안도감"이라는 것도 묘한 즐거움의 포인트였다. 딥플로우는 곡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평소에도 상상마당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그 안도감의 지점에서 그 곡이 불리는 것이니까 말이다. 전반부의 트랙들이 그렇게 홍대에서 오랜 시간을 겪으며 생각한 것들, 비판하고 싶은 것들, 얻게 된 자신의 모습에 관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생각하면, 바로 그 홍대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다는 것이 특히 의미 있고, 통쾌하게도 느껴졌다.

게스트로는 VMC의 롸키엘(Rocky L)이 속해 있는 힙합 브라스 밴드 엔피유니온(NP Union)과 "낡은 신발"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태완, 그리고 "Cliche"에 피처링한 차붐(Chaboom)이 무대에 올랐다. 태완은 아직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트랩 스타일의 신곡을 선보이기도 했고, 차붐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데드라인을 지워버린 함성

"나 먼저 갈게"로 시작한 후반부는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배경을 '영등포'로 옮긴다. 전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는데, 곧 이어진 "양화"에서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소울맨(Soulman)이 등장해 그야말로 소울 충만한 보컬로 곡의 극적인 느낌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몰입감 있는지 딥플로우가 곡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하기까지 했다.

이어서 딥플로우는 본인이 좋아하는 곡인데 인기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역마"를 소개했다. 그렇다. 전반부에서 배신자들을 조롱하며 동생들과 홍대 앞에 당당하게 서 있던 딥플로우는 어느새 가볍게 걸터앉아 ‘어디 그게 말처럼 쉽나’는 넋두리를 하고 있다.

"Cliche"에서는 차붐과 케이온(Kayon) 두 게스트 래퍼가 등장해 그러한 세상 이야기를 함께했다. "Dead Line"에서 벤(Ven)이 함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관객들의 떼창이 충분히 그 공간을 채운 것 같다. 게다가 이 곡이 그 순간 무대 위의 딥플로우를 얼마나 진솔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주는 트랙인지 생각해보면, 그 떼창의 의미는 공연장의 흥분을 넘어 딥플로우와 함께 데드라인을 지워내는 목소리, 그 결정에 지지를 보내는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무대에서 딥플로우는 몇 번이나 (이렇게 앨범으로 팬들과 연결되는) 한 순간을 위해 몇 년이나 고생을 했고, '지금 이 순간을 Keep하고 싶다',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자신만을 위해 찾아온 팬들에게 준비한 이야기를 아낌없이 전하고, 그 반응을 코앞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또 많지 않으리라. 이야기는 그렇게 후반으로 갈수록 앨범에서처럼 더욱 개인적인 이야기로 나아간다.

"개로(開路)"에서 드래곤 에이티(Dragon A.T), 샛별과 함께 지나온 가족의 세월을 훑어나갔고, 이날 공연장에 가족들이 와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Bucket List"로 자신의 가장 깊은 이야기까지 꺼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인간 류상구가 된 그는 곧바로 이어지는 "가족의 탄생"을 통해 다시 딥플로우로 돌아와, 함께 영등포로 떠났던 모두를 순식간에 홍대로 강제 소환시키면서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었다. 그리고 VMC와 함께한 앙코르 무대로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이날 공연은 단지 '좋은 분위기', '좋은 퍼포먼스'로 정리하기에는 아쉬울 만큼 멋진 부분이 많다. 홍대의 중심에서 홍대의 모습을 비판하고, 홍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전반부가 주는 묘한 통쾌함과 짜릿함은 이번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었을 것이고. 앨범의 구조를 적절하게 반영한 공연의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뱉고 있는 가사와 무대 위에 있는 딥플로우라는 사람 사이의 위화감이 제로라는 점이 주는 '진정성'이 모든 감동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딥플로우라는 래퍼의 힘과 앨범 [양화]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 무대 외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