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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Towkio - .WAV Theory

Pepnorth2015.05.30 14:34추천수 5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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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wkio - [.WAV Theory]


01. .Wav Theory

02. Clean Up (Feat. Chance The Rapper)

03. Involved (Feat. Vic Mensa)

04. Free Your Mind (Feat. Donnie Trumpet)

05. God In Me (Feat. Leather Corduroys)

06. RN

07. I Know You

08. Addicted

09. Reflection

10. Break You Off

11. Heaven Only Knows (Feat. Chance The rapper, Lido & Eryn Allen Kane)

12. Oscillate


세이브머니(SaveMoney)는 시카고(Chicago)의 전도유망한 뮤지션이 뭉친 크루이다. 핵심 멤버인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는 믹스테입 [Acid Rap]으로 힙합씬 최고의 블루칩으로 성장했고, 빅 멘사(Vic Mensa)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의 협업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프로듀서, 트럼페터로 활동하는 도니 트럼펫(Donnie Trumpet)은 그룹 소셜 익스페리먼트(The Social Experiment)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이 출격을 준비하던 또 다른 멤버 토키오(Towkio)에게 팬들의 관심이 쏠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토키오의 믹스테입 [.WAV Theory]는 세간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작품일까?


파동설(Wave Theory)은 과학의 여러 영역에서 널리 쓰이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간단하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물결이 점차 넓게 퍼지듯, 어느 한 진원지에서 태동한 파장이 점점 더 큰 영향을 주며 확대된다는 이야기이다. 토키오는 이 파동설에서 힌트를 얻어 타이틀을 ‘.WAV Theory’라고 지었다. 파동설의 파장처럼 음악의 포맷 가운데 하나인 웨이브 파일(.wav)이 아티스트라는 진원에서 시작된 생각을 널리 전파하게 해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뻔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제 첫 믹스테입을 발표하는 신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돌하고 흥미로운 발상이다. 


wav 2.jpg

하지만 믹스테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믹스테입의 컨셉이 아닌 토키오라는 래퍼 그 자체다. 기본적으로 토키오의 랩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민첩하다. 랩에 고저를 두며 플로우를 설계하는 모습에서는 그만의 강단이 느껴지기도 한다. 거칠게 내뱉다가도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등 자유분방한 랩 스킬은 얼터너티브 힙합의 요소를 잔뜩 머금은 비트와 잘 어우러지며 믹스테입의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일조한다. 또한, “Free Your Mind”, “RN”, “I Know You” 등의 곡에서 볼 수 있듯이 보컬을 소화할 때는 랩과 노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고유의 톤을 최대한 유지한다. 물론 이러한 랩의 특징은 세이브머니 소속 동료 챈스 더 래퍼의 특징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시각에 따라서는 따라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챈스 더 래퍼와 토키오의 랩은 그 결이 서로 묘하게 다르다. 노래의 주제도 다르고, 프로듀싱의 지향점도 다르며, 비트를 타는 방식도 다르다. “Clean Up”, “Heaven Only Knows” 등의 곡에서 기대 이상의 합을 자랑하며 뜻밖의 케미를 선보이는 것도 둘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다.


♬ Towkio - Free Your Mind


토키오의 또 다른 매력은 비교적 친숙하고도 단순한 가사에 있다. 어려운 단어는 피하고 일상적이며 쉬운 단어만 골라 가사에 담았다. 특정 세대가 전용하는 은어나 힙합에서 흔히 쓰이는 욕설 또한 웬만하면 쓰지 않았다. 범죄율이 다른 곳보다 높기로 유명한 시카고 출신 뮤지션으로는 꽤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토키오는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굳이 꾸밀 이유는 없다. 지금 내 모습으로도 충분히 멋있다.” 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선한 단어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게 그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더불어 토키오는 “God In Me”, “Addicted”, “Reflection” 등의 곡에서 약물에 취한 또래를 비판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문제를 먼저 인지하고 음악을 통해 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사실 토키오 외에도 세이브머니 소속 뮤지션들은 범죄나 길거리의 삶과는 비교적 거리가 먼 음악을 구사하는 편이며, 자신들을 증명하는 문법으로 굳이 범죄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일례로 이 믹스테입에 참여한 동료 챈스 더 래퍼, 빅 멘사 또한 거친 단어를 좀처럼 구사하지 않는다. 토키오를 넘어 세이브머니라는 크루의 성격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믹스테입의 프로듀서로는 도니 트럼펫, 케이트라나다(Kaytranada), FKJ, 리도(Lido), 소셜 익스페리먼트(The Social Experiment), 캠 오비(Cam Obi), 카터 랭(Carter Lang) 등이 참여했다. 꽤 많은 프로듀서가 참여한 편이지만 수록곡은 모두 ‘얼터너티브 힙합’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가사의 특징, 토키오의 랩 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실험적인 작품의 분위기를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 덕분에 믹스테입은 단순한 습작이 아닌 EP나 정규 앨범에 가까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챈스 더 래퍼가 [Acid Rap], 빅 멘사가 [INNANETAPE]라는 수준 높은 믹스테입을 냈던 것처럼 말이다. 


♬ Towkio - Reflection


그러나 믹스테입은 마무리 단계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한다. 믹스테입의 내용과 앨범의 타이틀 ‘.WAV Theory’의 관계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토키오는 인트로 “.Wav Theory”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이성과 감정, 지구와 달 등을 언급한 뒤, ‘사람이 지구를 만들었고 / 지구가 달을 조정하니 / 우리는 파도를 조정할 수 있다.'라며 타이틀에 담긴 의미를 밝힌다. 겉으로 보면 꽤 합리적인 방정식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는 달리 타이틀과 믹스테입의 내용 사이에는 별다른 접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토키오라는 아티스트의 생각이 담긴 내용에 비해 타이틀이 너무 거시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일까? 둘 사이 원인과 결과, 그리고 도출 과정이 뚜렷하지 않으니 믹스테입은 좋은 가사, 비트, 랩을 갖추고도 마무리가 그리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세이브머니의 멤버이자 후발 주자인 토키오에게 챈스 더 래퍼, 빅 멘사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물론 토키오도 이점을 인지하고 있다. 믹스테입의 두 번째 곡 “Clean Up”에서 “네 친구는 다 해냈고, 이제는 유명해졌어 / 너도 랩 하잖아. 넌 언제 그렇게 할 거야?” 라고 세간의 시선을 직접 언급할 정도이다. 그리고 그들의 질문에 [.WAV Theory]는 훌륭한 대답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믹스테입 전반에 흐르는 힘찬 기운과 흥겨운 분위기는 챈스 더 래퍼, 빅 멘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개성이다. 그러니 앞으로 토키오와 세이브머니 동료들이 펼칠 행보에 주목해보자.





글│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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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5.30 15:35
    반가운 얼굴의 프로듀서들 덕분에 정말 좋게 들었네요 !
  • 1 5.31 07:07
    그러니까 믹텝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범 단위로 좀더 정교하고 커다란 그림을 그리기보단 스케치한 캔버스같은 느낌으로 뽑아낸거라고 보구요. 너무 힘주고 듣지 않는게 믹텝의묘미죠
  • 5.31 17:29
    와 기대기대
  • 6.4 02:16
    나중에 좀 더 다듬어져서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 6.6 20:11
    세이브머니 다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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