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Jackson - Bad 25
* 본 리뷰의 별점은 원작 [Bad]에 해당되는 디스크 1을 제외한, 25주년 에디션에 새롭게 추가된 디스크 2를 두고 평가한 것입니다.
사후 앨범은 어떠한 취지로 발매되었든 간에 상업적 목적을 수반한다. 이는 스타가 생전에 인기가 많았을수록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는 부분인데, 특히나 '팝의 황제'라는 화려한 수식어의 주인공이었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라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후 앨범이 발표된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로 작업한 앨범을 만날 수 없는 팬들에게는 큰 기쁨과 동시에, 뮤지션이 상업적인 도구로 이용된다는 불쾌함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갖게 한다.
이번 앨범은 [Thriller 25]가 그랬듯 [Bad]의 2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발매가 되었다. 그러나 제작사가 본 앨범에 걸었던 기대는 [Thriller 25]에 걸었던 것 이상이었음이 분명하다. 제작사는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후, 미공개곡들을 모은 앨범, 베스트 앨범 형식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오기는 했지만, 그가 사망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클 잭슨의 대표적인 명작 [Bad]를 재발매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고인을 이용하기에 굉장히 좋은 기회일 수밖에 없다. [Thriller 25]를 이어 25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라는 발매의 명분이 확실하기에 크게 눈치 볼 것도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본 앨범은, 기존의 곡들에 리메이크 몇 곡을 함께 수록했던 재발매 앨범의 전형 [Thriller 25]와는 앨범 구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 [Bad 25]는 원작 [Bad]가 그대로 수록된 디스크 1과, 리믹스, 미공개곡들이 수록되어 있는 디스크 2로 구성되어 있다. (디럭스 에디션부터는 88년도 웸블리 구장에서의 공연 라이브 디스크와 DVD가 추가된다). 다시 말해, [Thriller 25]가 재발매 앨범의 관행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면, [Bad 25]는 조금은 그 의미를 확장시킨 리패키지 앨범인 것이다.
앨범 구성의 절대적인 밀도는 당연히 대단한 명곡들로 빼곡히 채워진 디스크 1에 집중되어 있지만, 정작 청자들의 관심은 리믹스, 신곡들이 채워진 디스크 2에 쏠린다. 그러나 의외로, 디스크 2를 펼쳐보면 기대치를 채워줄 만한 것은 많지 않다. 일단 아프로잭(Afrojack)와 네로(Nero)의 리믹스가 각각 한 곡씩 수록되었는데, 현재 유행의 본질을 관통하는 DJ들의 참여는 상업적인 목적의식을 다소 노골적일 정도로 드러내지만, 그들이 댄스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당시의 감동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젊은 층의 청자들을 위한 적절한 재해석을 해냈기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아프로잭의 리믹스에 핏불(Pitbull)이 참여한 곡도 한 곡 추가되었는데, 대단히 휘발적이고 상업적인 성공만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사실상 딱히 대단한 히트 앨범도 없는 뮤지션이기에, 썩 탐탁지는 않다. 오히려 지난 [Thriller 25]에서처럼 윌아이엠(will.i.am), 에이콘(Akon),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같은 뮤지션들이 참여를 했다면 앨범으로의 수용성은 훨씬 좋았을 것이다.
리믹스를 제외한 디스크 2의 구성 속에서 새롭게 건져낼 만한 것은 많지 않다. "I Just Can't Stop Loving You"의 스페인어, 프랑스어 버전이 각각 한 곡씩 수록되었는데, 스페인어 버전은 이미 "Fly Away", "Streetwalker"와 함께 [Bad]의 2001년도 에디션에 수록되었던 작품으로,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면 이미 잘 알 만한 곡들이다. 20, 30년대 범죄 조직 두목 알 카포네(Al Capone)의 이름을 그대로 딴 "Al Capone"는 "Smooth Criminal"의 데모로, 재미로 한번쯤 들어 볼 만하지만, 어찌 되었든 데모인 만큼 최종 결과물에 비교하기에는 영 찜찜한 완성도의 곡일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곡들을 살펴보자. 원작 [Bad]에서는 댄스팝이 주를 점하고 있고, "Song Groove", "Price of Fame"과 같은 트랙들은 그러한 흐름을 함께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Song Groove"는 장르적인 차원에서 그러한 구성에 제법 잘 들어맞는다. 반면, "Price of Fame"은 기존의 히트 싱글들을 잘 버무려놓은 느낌일 뿐, 딱히 강렬하지도, 그렇다고 멜로딕하지도 않은, 상당히 애매한 포지션의 곡이다. 마이클 잭슨 댄스팝 특유의 긴장감의 극대화가 일어나는 듯하다가, 절정으로 치닫기도 전에 완화되어버리는 상당히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번에 싱글로 발표된 "Don't Be Messin' 'Round"을 포함해, "I'm So Blue", "Free"와 같은 트랙들은 팝지향적인 이지리스닝 계열 트랙들로, 원작 [Bad]에서 "Man in the Mirror", "I Just Can't Stop Loving You"가 그랬듯, 댄스 넘버들과 번갈아 배치되는 구성 속에서 '긴장과 이완'의 프로세스를 잘 이행해내고 있다.
좋은 트랙들도 있지만, 사실 이런 식의 장황한 앨범 구성은 불필요하게 과장된 것이기도 하고, 온전히 하나의 디스크에 신곡들이 수록되어 발매된다는 점은 거의 사기에 가깝다. 여기에 더블 앨범 구성의 스탠다드 에디션을 포함해 총 9가지 포맷으로 발매된다는 점까지 함께 고려해 본다면, 본 앨범의 상업적인 측면이 꽤나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단편적으로 공개되었거나 미공개 상태였던 곡들을 하나의 디스크에 담겼다는 점, 그리고 디럭스 에디션을 살 경우, 실황 공연의 음원과 영상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종합해보면, 더 이상 마이클 잭슨을 만날 수 없는 팬들의 입장으로선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앨범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본 앨범을 통해 팬들은 몇몇 새로운 곡들을 만날 수 있었고, 새롭게 재단된 곡들을 통해, 마이클 잭슨의 본질적인 음악과 현대적 해석을 거친 음악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팬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볼 만한 새로운 기념품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핏불이 피쳐링한 Bad는 싱글로 600원 주고 받았는데 신나드라구요~근데 앨범평 보니깐 별로 음반은 구입하고 싶어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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