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dney Hazard (Feat. AZ) - Vintage
‘질감의 승리’라는 말을 감히 사용하고 싶다. “Vintage”는 고전적인 작법에 기반을 둔 랩과 프로듀싱이 얽힌 곡이다. 곡 전반에 깔린 서늘함은 “Vintage”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요즘 유행하는 리드미컬한 사운드와 격정적인 타격감은 어느 구간에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차분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한 황량한 질감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조 버든(Joe Budden)의 [Halfway House]에 담긴 수록곡 "Sidetracked", 에이셉 타이(A$AP TyY)의 “Chamber Lock” 등을 주조하며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로드니 해저드(Rodney Hazard)의 능력은 곡에서 빛을 발한다. 그는 자신의 데뷔 앨범 [Victim Volunteer]의 첫 번째 싱글로 “Vintage”를 낙점했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로드니 해저드는 서늘한 기타 리프와 엄숙한 드럼 라인을 중심으로 90년대의 향취가 묻어나는 색채를 구축해냈다. 붐뱁의 느낌을 담은 베이스라인 구성과 그 위로 퍼져나가는 쓸쓸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조화는 곡 제목에 걸맞게 빈티지함을 내포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DJ 메카렉(DJ Mekalek)의 스크래치는 척박한 무드를 더욱 배가시킨다. 전체적인 프로듀싱은 이처럼 탄탄하고 묵직하기 그지없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이 바이브를 이해하고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는 화자였다. 이에 로드니 해저드는 뉴욕의 전설 AZ를 곡에 초대하며 모든 고민을 해결한다.
베테랑 래퍼의 힘은 곡 전반에 묻어난다. AZ는 유려하게 박자를 타고, 잔잔하지만 무게감 있는 랩을 선보인다. 그는 곡에서 비트의 질감을 거스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는 방법을 선택한다. 날카로운 톤을 유지하며 건조한 분위기를 배가시키고, 힘 실린 목소리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냄에 집중한다. “Life's a Bitch”를 연상시키는 인트로의 아카펠라와 탁한 랩은 비트와 어울리며 서늘한 무드를 조성한다. AZ 특유의 텁텁한 음성은 곡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한다. “Vintage”를 관통하는 그의 랩은 화려함을 담고 있지는 않다. 유려한 플로우 설계가 구성되지도 않았고, 목소리 자체도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AZ는 가장 큰 장점인 작사 능력을 통해 탄탄함을 구축한다. 기본에 충실한 라이밍은 특히 돋보인다. 그는 ‘Toy', 'Boy', 'Money' 등 일상적인 단어를 통해 각운을 맞춰내며, 정석에 가까운 라인 설계를 구현한다. 곳곳에 심어 놓은 시적 표현 역시 수려하기 그지없다. 20년이 넘는 경력과 경험에서 뿜어 나오는 노련함을 기반으로 한 AZ의 랩은 곡의 무게감을 살리는 1등 공신이다. 어바웃닷컴(About.com)에서 선정한 ‘과소평가된 래퍼’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AZ는 베테랑이란 단어가 무엇인지 “Vintage”를 통해 몸소 선보인다. 짧은 곡의 구성과 단조로운 흐름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질감을 유지하는 프로덕션과 랩의 조화, 이를 함축하는 곡명의 균형만으로도 “Vintage”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것이다.
글 | Beasel
러닝타임이 짧다는게 정말 아쉬운 곡이네요.. AZ옹 랩 죽지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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