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E (2014년 6월 2주)

저스트 뮤직, 컴필레이션 앨범 [파급효과 (Ripple Effect)] 발표
스윙스(Swings)가 이끄는 레이블인 저스트 뮤직(Just Music)의 컴필레이션 앨범인 [파급효과 (Ripple Effect)]가 지난 13일, 온라인으로만 발표됐다. 이번 앨범은 스윙스를 비롯한 저스트 뮤직의 기존 멤버인 노창, 기리보이(Giriboy)는 물론, 올해 새롭게 영입된 멤버인 지난해 혜성같이 등장해서 믹스테입 [Go So Yello]로 단번에 뜬 크루 섹시 스트릿($exy $treet)의 리더인 씨잼(C Jamm)과 지기 펠라즈(Jiggy Fellaz)와 인디펜던트 레코즈(Independent Records) 이후로 계속해서 홀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던 베테랑 바스코(Vasco) 역시 앨범 전반에 함께했다. 올해 저스트 뮤직은 새로운 멤버의 공개와 함께 "Rain Showers", "난 앞으로만"을, 그리고 얼마 전 "Just"를 싱글로 공개했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앞서 공개했던 그 세 개의 싱글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멤버들은 앨범에서 그들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성향과 능력, 우리가 그들 각자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기대치와 같은 부분에서까지 전반적으로 큰 오차를 보이지 않는다. 스윙스는 여전히 와일드하고, 바스코는 여지없이 노련하며, 씨잼은 계속해서 천부적인 박자감을 드러내고, 기리보이는 이전과 다를 것 없이 부담 없이 가사를 전달해내고 있다. 그리고 노창은 예전보다도 더 확고해진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트랙들을 선보인다. 특히 씨잼의 경우에는 지난해 발표했던 결과물들과는 사뭇 다른 노창의 비트 위에서 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발음과 박자감을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어색함이 전혀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모든 멤버들은 부족함 없이 '팀 저스트 뮤직'에서 자신의 롤을 수행해냈고, 앨범은 분명 그들 각각이 가진 갖가지 '간지'를 뿜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갖가지 '간지'는 노창의 일관되고 독창적인 스타일의 트랙 안에서 버무려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주로 랩을 많이 한 4명의 멤버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자신의 롤을 충실히 수행하는 정도라면 노창은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면서 프로덕션으로써 전반적인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다. 노창은 이번 앨범의 프로덕션으로 자신의 기량이 더욱더 만개했음을 입증했는데, 이제는 붐뱁이니, 트랩이니 명명하면서 어떤 스타일을 지향하고 따라 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독보적인 수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는 샘플들을 원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변조시키면서 완전히 다른 소리로 만들어버리는데, 그 기괴하다면 기괴하다고 할 수 있는 변조된 샘플들은 한 곡 안에서 혼재되면서 주로 비장함과 웅장함, 그리고 몽환적임까지 만들어낸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샘플의 변조뿐만 아니라 애초에 그가 주로 어떤 샘플을 고른다는 대략적인 예상 범위가 크게 없으며, 원 샘플이 어떤 악기였느냐보다 소리 자체에 집중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더불어 샘플들을 컷팅한 방식, 그리고 곡 안에서 그 샘플들을 배치한 방식, 하나의 샘플로 하나의 룹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곡의 전개를 변화무쌍하게 가져가는 것까지, 노창은 이번 앨범으로 샘플링이라는 작법이 얼마나 무궁무진할 수 있는 작법일 수 있는지를 증명해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전에 그가 만들었던 스윙스의 "Still Not Over"를 기반으로 한 "Still Not Over Ⅱ"는 제이지(JAY Z)의 "Dirt Off Your Shoulder", 굿 뮤직(G.O.O.D. Music)의 "Clique"까지 매쉬업하면서 샘플링의 매력인 '재창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대성해놓은 발군의 트랙이었다.
하지만 [파급효과 (Ripple Effect)]는 이러한 좋은 부분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어떤 청자에게는 '잘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기리보이의 경우에는 랩으로만 승부를 보는 아티스트가 아니기에 앨범에 참여한 멤버들 중에 가장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아쉽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며, 노창의 난해하다고 할 수도 있는 프로덕션은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기리보이는 앨범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고, 그렇기에 랩 실력 그 자체를 지적하는 건 크게 보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트랙 하나하나로 살펴봐도, 앨범 전체로 살펴봐도 변화무쌍한 전개와 앨범의 큰 줄기의 이야기가 가져야 할 서사의 부재로 인해 난잡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파급효과 (Ripple Effect)]에서 그러한 것을 기대하는 것은 본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저 앨범에 담긴 소리가 주는 쾌감과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위주로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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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효과 (Ripple Effect)]: 음원
저스트 뮤직 공식 트위터: @JUSTMUSIC_ENT / 페이스북: wejustmusic
스윙스 트위터: @itjustswings / 바스코: @VASCO187 / 씨잼: @cjadoublem / 기리보이: @giriboy91 / 노창: @MeasureCloth
40, 새 앨범 [Canvas] 발표
뛰어난 실력과 함께 독자적인 노선을 강화하며 평범하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40가 미니앨범 [Canvas]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전곡을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은 물론, 피아노, 코러스까지 대부분을
맡았다. 피처링으로는 스윙스(Swings)만이 참여했다. 그는 앨범 제목에 대해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는 것처럼 음악으로 자유롭게 이번 앨범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전에 싱글로 공개했던 "별 헤는 밤"을
포함하여 총 8트랙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음악 컨셉과 스토리 텔링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40의 이번 앨범에는 장르가 가지는 고유의 매력이 충실하게 담겨 있는데, 앨범은 트렌드 혹은 셀링 포인트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은 대신 자신만의 색채와
실력으로 밀어붙인다. 가장 빛나는 건 역시 보컬이다. 존재감
강한 음색을 중심에 둠으로써 트랙 안에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개성을 100% 살려낸다. 그리고 이걸 뒷받침하는 것은 40 본인이 가진 곡을 쓰는 능력이다. 자신과 어울리는 옷을 직접 만들어
입는 그는 앨범의 중심부터 주변부까지 스스로 작업해 나가며 직접 모든 것을 꾸리는 듯하다. 어덜트
컨템포러리에 가까운 장르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은 온전히 익은 열매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감상 포인트로 두었으면 하는 부분은 가사다. 이성을 향한
구애에 있어 그 표현이 굉장히 세련되면서도 진하게 느껴진다. 더불어 한국에서 대부분의 가요나 알앤비, 힙합에서의 사랑 노래가 작중 화자나 청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시피 하거나 화자나 청자가 빠지고 상황만이 남은 상황을 서술하는
반면, [Canvas] 속 가사들은 서사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면모는 그가 얼마나 음악에 있어서 많은 신경을 쓰는지, 더불어 하나의 곡 안에 뚜렷하게
뭔가를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림을 그릴 줄 아는 40의 앨범, 강력하게 추천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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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vas] 음원: 링크
40 트위터: @40number
차붐, 정규 앨범에 앞서 수록곡 "쌈마이" 공개
빅딜 스쿼드(BDSQ), 언스포큰(Unspoken)의 멤버로 활동했던 래퍼 겸 프로듀서인 차붐(Chaboom)이 올해 초 그레이 루프탑(Gray Rooftop)으로 발표한 무료 공개 앨범 이후로 복귀를 알렸다. 차붐은 7월말에 자신의 첫 솔로 앨범 [Original]을 발표할 것이라고 하며, 이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마일드 비츠(Mild Beats)와의 프로젝트 앨범이었던 [Still Ill]로부터 약 4년 만의 앨범이다. 또한, 그는 앨범 발표 소식과 함께 지난 금요일 수록곡 "쌈마이"를 공개했다.
공개된 수록곡 "쌈마이"는 앞서 언급했던 4년전 앨범인 [Still Ill]의 연장 선상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물론, 차붐만이 가진 와일드한 매력이 담겨 있는 트랙이다. 그는 이번 트랙에서도 어김없이 톤과 억양, 발음에서 로우한 맛을 내는 것은 물론, 한국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리얼하게 표현해내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차붐은 '보험 쭘마', '보도방', '역삼, 선릉 직장인 아저씨', '창녀, 사기꾼, 제비'와 같은 단어의 나열만으로 도시의 더러운 모습을 묘사해내는데, 이만큼 적나라한 표현을 하는 래퍼가 한국힙합에 또 없기에 한국의 유일한 '갱스터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실제로 그가 가사속 그런 삶을 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묘사력에 있어서 뛰어나고, 가사에서 불법적인(?) 삶의 정취가 느껴지는 건 여지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묘사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쌈마이"와 닮기도 한 [Still Ill]의 "낭만에 대하여"를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낭만에 대하여"와 "쌈마이"를 연이어 듣는다면, 당신은 머릿속으로 어느새 영화 <추격자>의 두 주인공인 지영민 역을 연기한 하정우나 엄중호 역을 연기한 김윤식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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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 솔로 앨범 관련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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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 규영, 영 라이언, 각각 믹스테입 [Energy], [Heart On A Sleeve] 발표
지난주에는 멋진 믹스테입이 두 장이나 나왔다. 규영의 [Energy]와 슬릭(Sleeq), 디멘토(Demento)와 함께 크루 위 메이크 히스토리(We Make History)로 활동했었던 영 라이언(Young Lion)의 [Heart On A Sleeve]가 그 믹스테입들인데, 이 두 장의 믹스테입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이 두 작품을 정확히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 상반된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간단하게 표현해보면 규영의 [Energy]는 '뜨거움'을 지니고 있으며, 영 라이언의 [Heart On A Sleeve]는 '차가움'을 지니고 있다.
우선 [Energy]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규영의 랩에는 'Energy'라는 믹스테입의 타이틀만큼이나 응축된 에너지가 상당하고, 또 그 에너지의 밀도가 높기까지 하다. 그는 믹스테입 내내 박자를 꼭꼭 짓눌러가며 랩하는 것은 물론, 악에 받친 톤과 표현력으로 들끓는 에너지가 똘똘 뭉친 듯한 인상을 준다. (아트워크 디렉터 로우 디가(Row Digga)가 맡은 아트워크는 규영이 가진 그 에너지를 잘 표현해냈다.) 여기에는 그의 정확한 발음과 에너지 넘치는 랩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충분한 비트들을 선택한 것, 그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게 집중력을 높인 프로듀서 트왱스타(Twangsta)의 믹싱도 한몫했다. 더불어 규영은 자신의 에너지의 기원이라고 할법한 불우한(?) 인생 스토리를 믹스테입의 주된 주제로 활용하면서 그가 왜 이런 랩을 구사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을 얻기까지 한다. 이렇듯 그의 랩은 모든 면에서 앞서 말한 '뜨거움'을 지니고 있다. '좋아요, 리트윗, 추천? 난 통장 숫자만 믿어.'라는 구절만 봐도 그의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다만, 믹스테입 내내 펼쳐지는 일관된 박자 운용과 예상되는 구조의 라이밍은 단조로움을 유발하며, 이는 물론 트렌드를 좇을 필요는 없지만, 최근 랩의 트렌드와 현격히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규영의 랩이 다이나믹한 플로우들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박자를 잘 짓누를줄 아는 장점을 살려 더 자신만의 방법으로 박자를 짓누르는 랩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우스피스를 꽉 물고 싸우는 복서가 더 멋진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마우스피스를 더 꽉 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규영의 믹스테입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을 논했다면 이번에는 영 라이언의 '차가움'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간혹 뜨거움에서 느껴지는 격렬함에 감동하면서 차가움에서 느껴지는 냉소적임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있는데, 감동의 유무와 작품의 퀄리티는 또 다른 문제이기에 영 라이언의 [Heart On A Sleeve]도 넘어갈 수 없다. 우선, 영 라이언의 이번 믹스테입에는 헤이즈(Heize), 슬릭,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도넛맨(Donutman)이 참여했는데, 참여진만 봐도 그가 기본적으로 음악에서 세련됨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참여진을 차치하고 생각해도 영 라이언의 랩은 충분히 세련되고 멋지다.
그는 믹스테입에서 전반적으로 BPM이 느리거나 레이드백된 여유로운 분위기의 비트를 골라 자신의 랩을 선보였는데, 그의 랩 역시 여유롭다는 인상을 준다. 빡세기보다는 유려한 랩을 주로 선보이는 영 라이언은 플로우 디자인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확실히 이 플로우 디자인이라는 부분에서 영 라이언의 랩은 더 도드라지는데, 그는 많은 아마추어 래퍼들이 범하는 오류라고 할 수 있는 '최신 플로우 따라 하기'라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유려함을 뽐낸다. 또한, 우월함을 뽐내며 도발을 하는 라인에서도 격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차분해지면서 냉소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는 대단한 유명세가 있는 게 아닌 래퍼가 이렇게 차분하게 우월함을 뽐내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며, 더불어 그 차분함이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대단한 한 방이 없을지는 몰라도 [Heart On A Sleeve]는 그 어떤 누구에게도 따오지 않은 영 라이언 자신만의 유려함이 있는 작품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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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다운로드: 링크 / [Heart On A Sleeve] 다운로드: 링크
규영 트위터: @rbdud93 / 페이스북: rbdud
영 라이언 트위터: @itsmeyounglion / 페이스북: itsmeyounglion
글│ Melo, Bluc
이미지│ ATO
편집│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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