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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LE Playlist: 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7

Melo2014.05.20 01:58추천수 13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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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7


드레이크(Drake)의 "Hold On, We're Going Home", 제이콜(J.Cole)의 "Crooked Smile", 엘 발너(Elle Varner)의 "Only Wanna Give It To You"까지, 내가 연애하는 시기에 많이 들었던 노래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소리와 내용이 머릿속, 귓속에서 펼쳐지지 않는가? 하지만 이렇게 훈훈한 노래들로만 채워지기에는 연애는 시작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수많은 단계로 나뉘어 있다. 그래서 연애하고 있는 당신, 또 연애하고 싶은 당신들을 위한 훈훈한 노래부터 이별의 아픔을 담은 노래까지 모아봤다. 또, 당신의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1 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썸 탈때'


▶ Who: Pepnorth
▶ When: 썸 탈 때
▶ Song: 프라이머리 (Feat. 최자 of Dynamic Duo, Zion T) - ? (물음표) 


출처가 어디인지 모를 애매한 단어인 '썸'만큼이나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녀 사이의 관계도 상당히 모호하다. 같이 있으면 뭔가 기분은 좋은데, 이게 그저 이성과 같이 있어서 설레는 건지, 이 사람이 정말 좋아서 두근거리는 건지 긴가민가하다. 그렇게 그녀와의 관계를 고민하던 찰나에 인터넷에서 '자니?'라는 문자의 마법에 대해 알게 됐다. 밤늦게 보내는 게 더 효과적이란다. 12시가 되자마자 휴대폰에 '자니?'를 적어놓고 수십 번을 고민했다. 보낼까 말까, 보낼까 말까. 너무 늦게 보내는 건 아닐까? 그렇게 찌질한 고민을 하다가 홧김에 확인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침대로 내던졌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휴대폰을 지켜봤다. 1분, 7분, 그리고 10분쯤 지났을까? 잠들어 있던 휴대폰이 환히 기지개를 켰다. 부리나케 침대로 달려가 문자를 확인했다. 그렇게 마음속 물음표가 조금씩 느낌표로 바뀌었다.





#2 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작업할 때'


▶ Who: Mr. TExt
▶ When: 작업할 때
▶ Song: Kid Ink (Feat. Chris Brown) - Show Me


사실 연애에 있어서 '작업'이란 홍상수 영화감독의 작품 세계가 전달하는 '찌질한 능청스러움'이 핵심 포인트라고 본다. 나도 그때 그 누나가 그리도 좋아서, 그 누나가 좋아하는 음악을 핑계로 시커먼 욕망을 숨긴 채 들이댔었다. 키드 잉크(Kid Ink)와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 그렇게까지 찌질한 얘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 노래는 왠지 치기 어렸던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누나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이 익숙하다.', '누나가 내 이상형' 등등의 뻔하고 뻔뻔한 이 노래의 가사 같던 당시 어린 나의 '치근대기'. 물론, 이 노래의 크리스 브라운처럼 누나를 '기분을 좋게 해주네, 뭐네' 같은 객기를 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손 한 번이라도 더 잡으려 했던 그런 그때의 내가 기억난다. 아직도 '작업'에 있어서의 왕도는 자신감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능청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노래의 두 수컷처럼 들이대자. 차이지 않겠느냐고? 그럼 그냥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나 보자. 여자들 이쁘더라. (눈물이 또르르)





#3 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첫 데이트'


▶ Who: Soulitude
▶ When: 첫 데이트
▶ Song: Pharrell Williams - Happy


첫 데이트라… 첫 데이트는 고백이 이루어진 때로 보고 얘기하겠다. (실패할 경우에는 생략하고 7번으로 가면 된다.) 사실 내가 첫 데이트를 할 때는 나오지도 않았던 노래지만, 그리고 너무 뻔해서 억지로 안 고르려고 했지만, 그래도 솔직히 "Happy"인 것 같다. 이유야 뭐, 솔직히 이때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겠나. 그냥 다 해피하지. <슈퍼배드 2>를 보면 주인공이 아마 데이트하러 가는 길에 이 노래에 맞춰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온 난리법석을 치는데, 감정이 벅차오르고 전신이 해피해져서 저절로 춤이 춰지는 그 기분, 알 사람은 다 알 거다. 옷도 신경 쓰고, 거울도 보고, 스케줄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괜히 일찍 출발한 그 날, 서로의 마음이 확인된 순간 공기가 다 향기롭고 건물들도 아름답다. 마법에 걸린 듯한 업템포 심장 박동에 맞추려면 딱 이 곡이다.





#4 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첫 키스'


▶ Who: Justplay
▶ When: 첫 키스
▶ Song: Chris Brown (Feat. T. Pain) – Kiss Kiss

나는 첫 키스를 남자친구가 '지금 키스해도 돼?'라고 물어봐서 무드가 사라진 상태에서 했다. 집에 오고 나서야 괜히 그 순간이 생각나서 잠도 못 자고 좋아했지만 말이다. 이 곡을 듣게 되는 이유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가사 중에 '마음속으로는 나와 함께 하는 꿈을 꾸지.'라는 구절 때문이다. 다음 데이트 약속을 잡고 나면 여자도 설레고 긴장한다. 안 좋아하는 것 같지만 좋아하고 문자 다섯 개 보낼 거 하나만 보내는 것이 여자다. 그러니 지금 여자친구랑 키스하기 전이라면 '나 지금 키스해도 돼?'라는 질문은 하지 않길 바란다. (불필요하다. 그냥 하면 된다.)





#5 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침대'


▶ Who: Kayla
▶ When: 침대
▶ Song: The-Dream (Feat. Gary Clark Jr.) - Too Early


연애가 주는 감정적인 충족감은 섬광과 같은 속도로 번쩍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래서 여성들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밤을 꼬박 새워 사랑을 나누고 난 후 모든 걸 다 가진듯하면서도 허망함을 느껴 갑자기 침묵을 지킨다. 상대가 이대로 사라지진 않을까, 앞으로 벌어질 사랑의 게임에서 우위를 놓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주된 이유인데, 이러한 자잘한 생각들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동안 그녀는 이유 없이 심술궂은 모습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당신과 같은 침대 위에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어있어도 갑자기 몇백 마일이나 떨어진 것처럼 멀리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모든 것을 다 빼앗긴 듯 불안해하는 그녀를 꼭 안아주는 것, 그리고 자칭 '러브킹'으로 불리는 더드림(The-Dream)의 멜로디와 게리 클락 주니어(Gary Clark Jr.)의 늘어지는 기타 소리를 들으며 그녀와 다시 한 번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6 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싸우고 나서 듣는 노래'


▶ Who: Bluc
▶ When: 싸우고 나서 듣는 노래
▶ Song: Banks – Brain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이 안쓰러웠다. 옷이든 뭐든 보이는 부분에 있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 한 편으로는 나와의 관계를 계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착잡하면서도 그게 참 싫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당신을 향한 애정이 사라지게 됐다. 물론, 나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계산해온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까 내 감정을 눈치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두려운 걸까,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행동도 쿨하게 보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으니까.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의 관계는 결국 당신과 내가 아닌 관계만이 존재했고, 그 관계는 너와 나를 제외한 채 기계적으로 돌아갔다. 아마 당신은 이별을 고할 타이밍을 계산하고, 뭐라고 말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내 눈에는 그게 보이니까 당신이 더욱 싫어지려고 한다. 어쩌면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내 입에서 나오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게 뭐든, 주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과 이 지긋한 게임을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7 썸부터 이별까지, 연애단계별 힙합/알앤비 '헤어지고 나서 술 마셨을 때'



▶ Who: Melo
▶ When: 헤어지고 나서 술 마셨을 때
▶ Song: JMSN - Jameson


최근에 멀지 않게 했던 이별이 있고 난 후에 술을 마시고 집을 걸어올 때, 그리고 집에서 혼자 '깡소주'를 깠을 때, 술을 마셔서 그런지 몰라도 "Jameson"을 많이 들었었다. 곡의 사운드가 주는 몽환적임과 혼란스러움은 술을 마셨을 때의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느끼는 격한 울분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고, 뮤직비디오의 모든 상황이 리와인드 되는 장면은 모든 걸 다 되돌리고 싶은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이별의 슬픔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은유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마음을 많이 뒤흔들어놓았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 깊게 생각하기 싫을 뿐.', '실수할 때가 많지만 저절로 고쳐졌으면 바랄 때가 많지.' 등의 범상치 않은 가사들을 비롯한 모든 가사가 찢기고 산산조각이 나버린 내 마음을 이리저리 휘저어놓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고 나서 실제로 제임슨을 마셔봤는데, 이별의 아픔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독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나의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한 잔씩 마시고 싶어질 것 같다.



글 | 힙합엘이
신고
댓글 19
  • 6.12 15:32
    이야 이런거 재미익어요 ㅎㅎㅎ 스웩!
  • 6.12 16:10
    주변에 여자가 있냐고 먼저 묻는게 예의아니냐ㅠㅠㅠㅠㅠㅠㅠㅠ

    하.......................이 글을 언젠간 다시 보는 날이 올까요.......?
  • 6.12 18:54
    Justplay님 여자분이셨구나 ㅋㅋ
  • 6.12 23:25
    @Balmain
    네 >_< 헤헤
  • 6.12 18:54
    ㅋㅋㅋ 재밌네요 SWAG!
  • 2 6.12 19:55
    #0 '친한 여자가 없을 때'
    Who: 슬림
    When: 친한 여자가 없을 때
    Song: Jay Z - 99 Problems
    노래를 틀어놓고 자기위안을 한다.
  • 6.13 04:19
    @슬림
    하.... 자기위안
  • JX
    6.25 23:05
    @슬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웃김
  • 6.12 22:19
    크브 키스키스 뮤비 오랜만에 보니까 진짜 죽이네요 ㅋㅋㅋㅋㅋㅋ 대박 ㅋㅋㅋㅋㅋㅋ 죽었다 깨어나도 저 간지는 진짜 흉내도 못낼듯 그리고 JMSN 진짜 너무 좋음
  • 6.12 22:31
    아...Melo님...ㅠ
  • 6.13 01:38
    오 이런거 좋아요bb 근데 갑자기 썸타고 싶자아ㅜㅜ
  • 6.13 18:08
    이런거 잼있습니다 ㅠㅠ
    저는 최근에 헤어졌을때 브아솔-Pass Me By 들었는데...또르르
  • 6.13 21:16
    페북님 글 잘쓰셧네요
  • 6.15 01:24
    데이트 하러 가는 날 샤워하고 스킨 바르면서 해피 틀으면 딱이네요 ㅎ
  • 6.15 23:44
    안생길때는... ㄸㄹㄹ...
  • 6.18 16:34
    처음 연애 시작할때는
    Musiq Soulchild - Newness 또는 이루펀트 - 핑크폴라로이드 를
    많이 들어요 :)
    한창 연애가 무르익었을땐 Al Green - Let's stay together 요고 짱
    그리고....내가 오늘밤 오빠를 휘어잡아야 겠어! 라고 생각하는 날 alicia keys & maxwell - fire we make 이거..허허..
  • Melo글쓴이
    6.18 17:02
    @withwonder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뮤지끄로 채울 수도 있다죠..
  • 6.18 19:32
    @Melo
    심지어 원나잇도...뮤지끄의 위엄
  • 재밍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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