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쾌감을 선사해 드립니다, T-Pain [rEVOVEr]
티페인(T-Pain)이 새 앨범 [rEVOVEr]로 돌아왔다. 그에 대한 소개는 다른 글에서 이미 한 바 있으니 넘어가도록 한다. 거두절미하고 잘 만든 수작이라는 평가를 얻은 전작보다 얼마나 발전하였을까 혹은 달라졌을까를 기대하며 첫 트랙을 재생시킨 순간부터 마지막 트랙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중간에 멈추지 않았다. 물론 전작과 비교하였을 때, 혹은 그의 커리어 상에서 놓고 보았을 때,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우선 앨범 자체는 굉장한 수작이라 생각한다. 그는 보컬로서의 테크닉과 랩퍼로서의 힘 모두 보여줬고, 티페인만이 할 수 있는 것들에 충실했다. 그의 최근 피쳐링 활동이 예전보다 뜸해서인지 그의 앨범은 더욱 반갑게 다가왔고 앨범은 잘 만든 오락물 혹은 장르영화가 줄 수 있는 쾌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앨범은 그가 그 동안 쌓아왔던 뭔가를 보여주기보다는 참아왔던 뭔가를 한풀이하듯 풀어내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박력과 청량감이 듣는 이에게도 힘있게 다가오기 때문에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우선 앨범 자체가 굉장히 몰입도 있게 다가왔다. 첫 트랙 <Bang Bang Pow>의 장엄한 시작부터 박력있는 전개를 EDM 음악 스타일로 무게를 덜어가며 이어가는 과정, 그리고 다시 감미롭게 흐르다가 조금씩 힘을 실은 뒤 자신의 곡으로 정체성을 굳힌 후 던지는 인상 깊은 마무리까지. 그는 앨범 전체의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유기적인 흐름을 살리며 자신의 힘을 영리하게 실었다. 마치 영화 서사에서 지니는 1:3:1의 구조처럼 초반부에 사람들의 이목을 확 사로잡은 뒤 팽팽하게 그 긴장을 유지하다 마지막 결말에서 확 터트리는 것과 같다. 트랙별로도 그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다양하게 담았다. <Bottlez> 같은 트랙에서는 힙합 곡에 피쳐링을 해올 때의 모습들, <Default Picture>, <Sho-Time(Pleasure Thang)> 같은 트랙에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데 특히 <Rock Bottom>은 도입부에서 오랜만에 등장하는 그의 사운드마크부터 뒤에 꽉 채운 코러스와 화음까지 기존에 들려줬던 티페인표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Look At Her Go> 같은 경우에는 힙합이라는 영역에서 자신이 쌓아왔던 것들의 진화된 보여주며 <Mix’d Girl>에서는 더욱 여유있어진 티페인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후반부로 치달은 뒤에 마지막 <Best Love Song>과 <Turn All the Lights On>에서는 말 그대로 온 힘을 쏟은 뒤 후련하게 끝난다.
앨범은 기존에 그가 해오던 작업 방식과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다. 우선 프로듀서부터 다르다. 기존에 혼자 해오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오랜 파트너 영파이어(Young Fyre)를 믹스테입에서 메인으로 끌어올리고 티마이너스(T-Minus)나 다비즈니스(Tha Bizness), 닥터루크(Dr. Luke)처럼 어느 정도 흥행성 있는 프로듀서도 기용하였다. 또한 피쳐링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록 티웨인(T-Wayne)은 이제 그 가치를 잃었지만 그는 새로운 파트너로서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트가 강한 곡에서도, 멜로디가 강한 곡에서도 그 느낌을 잘 맞춰가며 둘 다 랩과 노래를 겸하는 만큼 서로가 원하는 방향을 센스 있게 잡아낸다. 그외에도 니요(Ne-Yo)와의 의외의 찰떡궁합, 티페인표 EDM 음악까지 좀 더 열려있는 자신의 모습을 제시해냈다.
T-Pain (Feat. Lily Allen, Wiz Khalifa) - 5 O'Clock
물론 이 앨범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개개의 곡이 가진 '내용'의 부족이다. 잘 만든 오락영화가 단순한 플롯을 지니고 있듯이, 이 앨범에서 그가 담고 있는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특별한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저번 앨범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주제들보다는 약했으며 어쩌면 조금은 가벼운, 다른 사람들도 다 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 커먼(Common)이나 더루츠(The Roots)의 앨범과 경쟁하고자 했을 때는 지극히 영리한 선택이었고, 메인스트림 음악 내에서는 더없이 좋은 앨범이다. 아쉬운 부분은 후반부 자신이 프로듀싱한 <Drowning Again>과 <When I Come Home>이 오히려 앨범 전체에서 가지는 비중이나 영향력이 다른 곡에 비해 떨어지면서 약간은 더 쳐지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정체성이라는 것이 꼭 그런 식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미 앨범 전체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티페인 개인에게 조금 아쉬운 소리일지는 몰라도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rEVOVEr]는 강한 비트 위에서의 그의 몸만큼이나 묵직하고 경쾌한 음악과 트레이드마크인 오토튠을 잘 살린 감미로운 음악까지 모두 담은, 기술적으로 성공한 앨범이다. 나는 앨범이라는 것이 듣는 이에게 감동과 쾌감 중 하나라도 제대로 전달했다면 그 앨범은 성공한 것이라고 보기에 더 애착이 간다.
추신 하나. 지극히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 하나는 <5 O’clock>이 첫 싱글이고 곡 자체로는 좋은데도 다소 묻히기 쉬운 트랙 배치가 아쉬웠고, 앨범 발표 이전에 많이 노출되어서인지 앨범 내에서는 이전에 접했던 즐거움만은 못했다. 추신 둘. 이 앨범은 거꾸로 돌려 듣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트랙부터 첫 번째 트랙까지 거꾸로 재생해보면 앨범 고유의 트랙이 주는 즐거움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금은 색다른 재미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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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돌려 듣고 있습니다. 약간 넘치는 느낌이 있긴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히 잘 뽑아준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엄청 좋게 듣고 있습니다. 키키 기대한것 만큼 나왔어요. 리뷰도 엄청 멋지네요.
곡을 반대로 들어보는건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 바로 거꾸로 듣고 있습니다. 역시 씨디랑 음원은
음질 자체가 차원이 달르더군요!!!
기대를 하나도 안해서 그런지 저도 굉장히 좋게 듣고 있습니다. 씬에 처음 등장할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오토튠으로 열심히 달리는 것도 멋있고 이제 끝물이겠지 했는데 이런 앨범 들고 온것두 멋지고
역시 오토튠이 거슬리긴 하지만
별 세개 반까지는 무리없는 듯
아 오늘 학교에서 들었는데 진짜 좋네요 ㅋㅋ 3집을 워낙 좋게 들었던 터라 기대 많이했는데 기대에 부응하네요
요새 피쳐링 활동도 뜸하길래 이제 T-Pain 도 한 물 갔구나 했는데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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