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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넬로 (punchnello)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2.24 06:27추천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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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주목받는다는 건 기분 좋으면서도 꽤나 힘든 일이다. 일찍부터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이뤄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열아홉이란 나이에 갑작스럽게 많은 이의 이목을 끌고, 트램폴린에라도 올라선 듯이 씬으로 폴짝 뛰어든 펀치넬로(punchnello)는 어땠을까? 첫 앨범 [ordiinary.]를 내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던 과정을 거친, 이제는 어느덧 스물둘이 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LE: 우선,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P: 안녕하세요. 저는 펀치넬로고요. 저도 힙합엘이 국내 게시판에 자주 들어가는데, 똑똑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전원 웃음) 그래서 인터뷰하는 게 뭔가 새롭달까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LE: 최근에 정말 오랜만에 정식 결과물이 나온 거 같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막막하게 지냈던 거 같아요. 어떤 음악을 해야 하고, 뭐 때문에 음악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지냈던 거 같아요. 2년 동안 고민과 성찰을 했어요.

LE: <쇼미더머니 6>에 출연한 이후에 한동안 우울함에 빠졌었다고 알고 있어요. 방송 출연 중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신경 안 쓰는 척해도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보는가를 많이 신경 썼던 거 같아요. 좋은 글도 많았던 거 같은데, 제가 가족 팔아서 뭔가를 챙겨간다는 반응이 더 많다고 느꼈었죠.

LE: 그때 이야기를 다시 풀어보면 정말 아쉬웠어요. 면도(myunDo) 씨와의 1:1 대결에서 동점이 나와서 재대결을 하게 됐는데, 추가 벌스를 못 선보이셨죠. 개인적인 심정의 복잡함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대결을 한 번 더 할 기회를 놓쳤던 거잖아요.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거 같나요?

아마 그랬을 거예요. 음악도 중요하지만, 저한테는 가족이 더 중요하니까요.

LE: 그때로부터 시간이 1년 반 정도 흘렀는데, 요즘은 음악에서 오는, 혹은 개인적인 스트레스나 압박이 많이 해소된 거 같나요? 혹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이라면 누가 있었나요?

주변에 있는 형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시다 보니까 저도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엄청 나아진 거 같아요. 힘이 되어준 사람은 같이 앨범 작업했던 영채널(0channel) 형이나, 우기(Woogie) 형이었어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시고, 기운을 북돋아 주셨어요




LE: 공식적인 결과물은 오랜만이지만, 작년에 믹스테입 [at 5:43am]를 공개했어요. 지난 작품들이 주로 퓨처 바운스 스타일의 음악이었다면, 믹스테입에는 전반적으로 로우파이 류의 사운드가 담겨 있더라고요.

그런 음악도 원래 좋아했어요. 듣기 편하고, 당시 제 기분과 잘 맞물렸어요. 지금도 많이 듣고요.

LE: “numb”는 텐타시온(XXXTENTACION)의 음악을 듣는 듯한 인상이 강했어요. 죽었을 때 충격이 컸는지, 생전 그의 음악에 영향을 받으셨는지 싶네요.

텐타시온 진짜 많이 들었고, 충격적이었어요. 이걸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죠). 그전에 맥 밀러(Mac Miller)도 좋아했지만, 중학생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사람이라서 (음악) 성향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거 같아요.

LE: “icanthelpyouifyouwontletme”처럼 긴 문장을 띄어쓰기 없이 타이틀로 정한 것도 그렇고, 믹스테입에 쓴 비트들의 러닝타임이 짧은 것도 그렇고, 요즘 음악가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더러 있어요.

따로 어떤 음악가에게 영향받았던 건 아니에요. 제목을 다 붙여 쓴 건 제 안에 있는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나 심경을 제목에 반영하고 싶었어요. 노래가 짧은 건 제가 곡을 길게 만드는 걸 못하는 편이기 때문이에요.

LE: 기본적으로 음악 작업을 할 때나 평소에 여리거나 예민하신 편인가요? (웃음) 공식 결과물이 많지 않고,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곡도 금세 지워지는 걸 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성격이 예민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러다 보니 더 신경 쓰이는 거 같아요.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거나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내린 곡들은 대부분 주변 반응을 신경 쓰고, 공식적인 결과물로 발표하기엔 퀄리티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케이스인 거 같아요. 이게 예민한 건가? (전원 웃음)

LE: 감정 기복도 꽤 있는 편인가요? 노래를 공개, 발표하든, 삭제하든, 그때그때의 감정에 충실해서 결정을 내리시는 건가 싶어서요.

그랬던 적이 많아서 요즘에는 안 그러려고 검토를 많이 해보고 결정하려 해요.

LE: 그렇다면 [ordinary.]는 아무래도 숙고 끝에 나온 결과물이겠네요?

네,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일단 트랙들의 분위기가 다 다르다 보니까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으려고 했어요. ‘갑자기 이게 왜 나오지?’라는 생각이 안 들게끔 배치하려 했고, 듣는 사람들이 노래에 담긴 제 표현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느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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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번 EP는 다양한 색채를 갖고 있지만, 기존의 결과물과 비슷한 면도 꽤 있어요. 잠시 [LIME]을 내면서 뮤지션으로서 첫 발자국 내디뎠던 때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그때는 생각이 별로 없고, 야망만 있었어요. ‘이제 시작이니까 돈도 많이 벌고, 멋있게 잘해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회사도 들어가고 하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생각없이 거만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LE: 그때 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 멤버들은 펀치넬로 씨를 어떻게 대했나요? 종종 보면 귀여움을 많이 사시는 거 같던데… (웃음)

만나면 별로 음악하는 사람들 같지 않았어요. (웃음) 너드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면 될까요? 그때 제가 열아홉 살이다 보니 다들 저를 애기처럼 대해주셨어요. 요즘도 생각 외로 많이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 나누는 거 같아요. 만나면 작업을 한다기보다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았어요.

LE: 성인이 되기 전부터 클럽 에스키모 멤버들을 만나 활동을 시작했는데, 부모님은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나요? 수험생 시절이었잖아요.

저희 아빠가 맨날 하시던 말씀이 “음악을 하든, 그림을 그리든 너 인생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데, 할 거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라”라고 하시면서 저를 터치하지 않으셨어요. 그냥 잘하라고만 하셔서 저도 (음악에) 집중을 많이 하려 했어요. 원래는 수능 전까지 이룬 게 없으면 그냥 스무 살 돼서 군대나 가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내다 보니까 부모님도 공부 관련된 이야기를 아예 안 하셨어요. 서포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알아서 잘해라’ 같은 느낌이었죠.

LE: 그랬군요. 다시 믹스테입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요. 인트로 “record at 5:43am”와 아웃트로“record at 5:44am”에는 “Green Horizon”이 배경음악처럼 등장해요. 곡 제목으로 따지면 1분 차이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요.

인트로와 아웃트로는 추억을 회상하는 느낌의 트랙이에요. 믹스테입을 만들 당시에 저는 이유 모를 엄청난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과거의 거만하고 야망 넘칠 때가 그리워서 그 모습을 표현하려 했어요. 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 나와 있는 1분이란 시간에 갇혀 있고, 그 안에서 생각을 계속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표기상으로는 1분이지만 실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듣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 그 안에 갇혀 있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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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LIME], [at 5:43am], [ordinary.]까지 매번 구사하는 음악 스타일이 달라지는데요. 펀치넬로의 음악적 취향이 아직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딱히 어떤 장르만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요. 막연하게 ‘하나만 정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취향의 구분이 없는 게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발라드든, 로우파이든, 완전 힙합이든, 그냥 듣고 싶은 걸 듣고 있어요.

LE: 과거에는 더콰이엇(The Quiett) 씨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처음에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를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더콰이엇 님을 좋아했어요. 어렸을 땐 그런 힙합 느낌의 노래만 골라 들었어요. 외국 음악을 듣기보다 더콰이엇 님의 모든 앨범을 공부하듯이 들었죠. 그땐 제가 좋다고 느끼는 노래가 있어도 ‘힙합 하는 사람’이니까 힙합만 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조금 나이를 먹고 나서부터 그냥 듣고 싶은 노래, 좋은 노래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LE: 강박 때문에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고, 놓친 아티스트나 앨범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이돌 노래요. 빅뱅 (BigBang) 노래도 아이돌 노래라고 생각하고 잘 안 들었는데, 이제는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어요. 만화 주제가도 그런 편이고요.

LE: [LIME]이 나왔던 첫 레이블 하이그라운드(HIGHGRND)는 어쨌든 케이팝 엔터테인먼트가 주요한 YG 엔터테인먼트(YG Entertainment)의 산하 레이블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와해했다' ‘공중분해 됐다'라고 기사가 나오면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을 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어요. 다른 부분을 차치하고 하이그라운드에 대한 본인의 감정이 어떤지 듣고 싶은데요.

그렇게 될 운명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첫 회사이다 보니까 모든 게 새로웠어요. 제가 생각했던 음반 회사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어요. 필요 이상으로 너무 자유로웠는데, 저한테 잘 맞았어요. 사무실도 사무실 같지 않았고, 꼭 카페 가는 느낌이어서 심심하면 놀러 가서 게임도 했어요. 직원 형, 누나들과도 친하다 보니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랬죠. 제겐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LE: 그 이후 인디펜던트가 되었다는 건 꽤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 AOMG와 체결한 앨범 계약을 두고 또 말이 꽤 있더라고요. 어딘가에서는 펀치넬로의 소속사가 AOMG라고 잘못 표기하고 있고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냥 레이블 계약으로만 생각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AOMG에서 앨범의 프로덕션을 지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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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제이통(JTONG) 씨가 아메바컬처(Amoebaculture)와 [모히칸과 맨발] 앨범 한 장만을 계약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그 레이블 계약을 해서 발매한 EP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ordinary.],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2년 정도 전부터 EP가 나온 지금까지 감정 변화를 다 담은 앨범이에요. 만들기 전이나 만드는 중에 제가 느끼는 감정 변화가 비단 저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고민이나 변화가 돈 많은 사람, 유명한 사람, 평범하게 직장 다니는 사람까지도 다 똑같이 겪는 평범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평범함을 의미하는 ‘ordinary’로 제목을 정했어요. 모든 트랙에 다 공감하실 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마 특정한 구간에만 공감하실 분도 많이 있을 거 같아요. 듣는 입장에서는 배스킨라빈스 31(Baskin Robbins 31) 같은 거죠. 모든 사람이 느낀 희로애락을 담으려고 했어요.

LE: 보통 사람들이 공감해줄 만한 이야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펀치넬로 씨를 생각하면 ‘어린 천재’의 이미지가 강해요.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딘(Dean)이나 크러쉬(Crush) 같은 분과 함께하고, 랩도 테크니컬하게 하시다 보니까 그런 거 같은데요. 그래서 이번 EP의 제목이 ‘ordinary’인 걸 보고 ‘혹시 천재 이미지를 타파하고 싶었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확실히 어린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긴 했어요. 이제 어린 시기는 다 지나갔잖아요. 여전히 팬분들이나 다른 분들이 제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우쭈쭈'하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는데요. 나쁜 건 아니지만, ‘어, 난 그러려던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죠. 어떻게 벗어나 볼까 많이 고민했어요.

LE: 어린 나이에, 그것도 단시간에 많은 걸 얻게 되다 보니 혼돈이 왔을 거 같기도 해요.

처음엔 별생각 없이 살아서 그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 뭐랄까, 게임을 하다 보면 ‘버스탔다'라고 표현하잖아요. 제가 버스를 타서 이 사람들과 같은 데까지 올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주변 형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예민하거나 지식이 방대한데, 저는 여러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 거 같아서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왜 이 사람들이 나한테 잘해줄까?’ 싶어서 조금 작아진다고 해야 할까요.

LE: 프로듀서 영채널 씨와 거의 1MC 1PD 방식을 취한 거로 보이는데요. 그만큼 매끄럽게 진행됐을 거 같은데, 영채널 씨가 프로듀싱 전반을 전담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주변에 잘하는 프로듀서분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영채널 형이 ‘평범'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도 곡을 다양하게 풀 수 있을 거 같았어요. 형이 오프온오프(offonoff)로 활동하면서 로우파이한 곡만 만들었다는 느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 와중에도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원래 스펙트럼 자체가 넓은데, 형이 자신 있는 건 아무래도 오프온오프 때 했던 바이브이다 보니 지금의 일관된 이미지가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저와 같이 해보면 좋을 거 같았어요. “faded (skit)”이나 “homesickness”만 빼면 거의 다 (영채널 형이) 새로 시도한 곡들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LE: 뮤직비디오 이야기도 조금 해볼게요. 뮤직비디오가 세 편이나 나왔잖아요. 스킷을 빼면 수록곡이 총 여섯 개인데, 그중 절반을 뮤직비디오로 풀었으니 각 비디오에서 본인이 풀고 싶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Absinthe”는 제가 따로 요청했어요. 싸이코 같은 느낌이 들고, 총도 등장하고,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고. 그 외엔 제가 실질적으로 관여하진 않았어요. (디렉터들이) 노래를 먼저 들으신 후에 콘티를 짜서 제게 전달해주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다 노래의 의도를 간파하신 거 같아서 감사할 뿐이었어요.





LE: “Absinthe”의 뮤직비디오에는 엘리베이터를 한국힙합 씬으로 빗대서 펀치넬로가 이 씬을 싹 다 쓸어버리겠다는 메시지가 메타포 아니냐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하나의 해석인 거죠.

“Absinthe”는 가사만 봐도 알 수 있듯 무척 극단적인 곡이에요. 지하철 진상 이용객처럼 제가 짜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다 모아 놓고 가사처럼 ‘다 죽여버리면 어떠냐!'라고 말하는 상상 그대로예요. (전원 웃음) 사람마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싸이코 같은 면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곡이다 보니 뮤직비디오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LE: ‘absinthe’라는 단어에는 고통, 고난이란 뜻도 있고, 같은 이름의 술도 있어요. 압생트 술은 도수가 엄청나게 높은데, 정신 착란 혹은 시각 장애를 부르기도 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 단어를 제목으로 지은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영채널 형을 포함해서 스타일리스트 기욱(Radiofear) 형이랑 한번 술을 마시러 갔는데, 거기서 제목을 고민하다가 압생트라는 술을 알게 되었어요.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까 먹으면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악마의 술이라고 하더라고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이 술을 먹고 자기 귀를 자르게 됐다는 일화도 어디서 들었어요. 그래서 압생트를 먹고 나면 내면의 숨겨져 있던 자아가 확 드러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 곡이 사람마다 품고 있을 싸이코적이고 극단적인 면을 표현하는 노래니까 제목을 그 안에서 내면의 본모습을 확 끌어내는 장치로 설정했어요.

LE: 다른 예술 작품에서 영향받지는 않았나요? 한편으론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그 노래를 쓸 때나 뮤직비디오를 찍을 당시에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와 기타노 다케시(Kitano Takeshi), 두 감독의 영화를 자주 봤어요. 기타노 다케시 영화 중에서는 <아웃 레이지 (Outrage)>와 <하나-비 (Hana-bi)>를 좋아해요.




LE: “Blue Hawaii” 뮤직비디오는 소프(SOAP)에 가서 누군가와 만나는 상황을 그리잖아요. 그래서 디렉터도 디렉터지만, 펀치넬로 씨에게 소프가 의미 있는 공간인가 싶더라고요.

소프가 저에게 추억이 많은 곳이에요. 소프가 생겼을 때부터 많이 왔다 갔다 해서 직원들이랑도 친해요. 클럽 하면 소프밖에 생각이 안 나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뤄보고 싶다고 감독님한테 말씀드렸었어요.

LE: “Blue Hawaii” 곡 자체만 보면 가사에 파란 방이라는 표현이 등장해서인지 색채감이 많은 곡인 거 같아요. 사실 [LIME] 때도 노래나 커버 아트워크, 뮤직비디오에 네온색이 담겨 있는 편이었잖아요. 색채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신가요?

이번에는 영향을 받았다면 소프에서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LIME] 때도 라임의 의미가 돈이다 보니까 돈은 초록색이고, 밀릭 형이 준 비트도 초록초록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작업했어요. 뭔가를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LE: “Blue Hawaii”가 색채감이 있는 것처럼 “Winter Blossom”은 후각적인 요소인 향기에 빗댄 편이잖아요. 그래서 꼭 래퍼가 아니더라도 다른 예술 분야로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있지 않으셨을까 싶더라고요.

힙합은 기본적으로 옛날부터 좋아했었고요. 원래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림 중에도 만화가 하고 싶었어요. 어떤 상황과 내용, 캐릭터를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만화가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사도 써봤던 거 같고, 랩 하는 게 재미있으니까 지금처럼 된 거 같아요.

LE: “Boiling Point”에는 태버(Tabber)라는 분이 참여하셨는데요. 다소 생소한 거 같아서 간단하게 소개, 설명을 해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태버 님은 유윌노우(you.will.knovv)에 계신 분이에요. 만나 뵙긴 했지만 음악 하시는 분인 줄 몰랐는데, 나중에 투트리플엑스(2xxx!) 형이랑 같이 “Absinthe” 작업할 때 작업실에 딘(Dean) 형이 놀러 오셔서 “태버라고 있는데 들어볼래?”라고 해서 들어보는데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바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죠.

LE: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씨도 다이나믹하게 랩을 하시지만, 이 곡은 기본적으로 헤이터들에게 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잖아요. [at 5:43am]에서 안으로 파고들어 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화를 바깥으로 분출하는 느낌이에요. 일종의 심경 변화가 있었나 싶더라고요.

제가 (<쇼미더머니>에 나온 이후) 기간에 우울을 기본으로 깔고, 그 안에서 많은 감정 변화를 겪었는데요. 그걸 표출한 거죠. 그 곡의 감정 상태는 그렇지만, 늘 그렇지는 않아요.

LE: “Boiling Point”를 들으면서는 토리(Tory)가 누구인가 싶더라고요.

토리가 토리 레인즈(Tory Lanez)인데요. 토리 레인즈의 가사 중에 제가 <쇼미더머니>에서 그대로 쓴 ‘Flip It’이라는 표현이 담긴 어떤 노래가 있는데요. 뮤직비디오에서 되게 하얀 정장을 입은 노래였어요. 토리 레인즈가 그 노래에서 굉장히 캐치하게 ‘Flip It’이라는 말을 뱉어요. 그게 몇 년째 머릿속에 맴돌아서 자주 쓰고 있어요.

LE: 펀치넬로 씨 하면 랩 테크닉 얘기를 안 할 수 없는 거 같은데요. “SWERVE” 같은 곡에서는 랩을 하나의 리듬 악기로 사용한다는 느낌이 좀 있어요. 랩 메이킹, 플로우 디자인을 할 때 주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특별히 있나 싶더라고요.

작업할 때, 그런 걸 생각 안 하는 타입인 거 같아요. 비트를 같이 제작하고, 받으면 작업하기 전까지 한 번도 안 듣다가 작업을 시작해서 딱 들었을 때 생각나는 라인을 바로바로 적어서 가사를 입히는 거 같아요. 되게 즉흥적인 방식인 거죠. (테크닉 관련해서) 한 번도 따로 생각하면서 작업한 적은 없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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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트랙 이야기를 각각 하다가 거의 막바지에 왔는데요. 스킷 하나가 나오고, “homesickness”가 마지막 트랙으로 나오는데요. 앞선 트랙인 “SWERVE”, “Boiling Point”, “Absinthe”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잖아요. 다시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는데, 자기 상태에 대한 어떤 결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담은 건지 싶더라고요.

결론이에요. 트랙마다 테마가 있는데요. “Blue Hawaii”에서는 처음 가본 곳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썸이 생기고, “Winter Blossom”에서는 설레는 사랑이 시작되는 거죠. “SWERVE”부터는 사람이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서 누가 건들면 바로 싸우려고 하는 상태가 되고요. “Boiling Point”에서 거만의 끝, ‘내가 짱이다’ 이런 느낌이었다가 “Absinthe”에서는 그 상태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해 버려서 미쳐 날뛰는 상태인 거죠. 스킷 “faded”부터는 그 상태 때문에 1, 2번 트랙에서 만났던 사랑하는 사람과 틀어지고, 그 사람에게 내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듣는 거예요. 결국, 그 사람이 떠나간 결말이 “homesickness”에요. 이런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LE: 마지막 트랙이고, 감정이 깊게 실려 있는 트랙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번 EP에서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트랙일까요? 또, 팬분들이 선호하는 트랙도 궁금한데요.

아뇨, 저는 “Absinthe”에 더 애착이 가요. (웃음) 일단 다들 의외로 좋아해 주시는 게 “SWERVE”여서 좀 놀랐어요. 관심을 덜 받을까 봐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싶은 트랙이 “SWERVE”였는데, 많이 들어주시는 거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LE: EP가 꽤나 깔끔하게 나왔으니까 작품을 내고 나서 느끼는 개인적인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럽게 나왔고,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거 같아서 기분 좋아요. 그리고 2년 만에 나온 건데, 많이 들어주신 게 감사하고 후련했어요.

LE: 2년 동안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간단하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활동을 뜸하게 했던 걸 사과드리고 싶고요. (웃음) 앞으로 제가 낼 것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진짜 자주 찾아뵐 테니까 좀 더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LE: 오랜만에 결과물이 나오면서 활동을 재개하셨지만, 펀치넬로가 뭔가 액티브하게 활동할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보니까 아리송해 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 같아요. 2019년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제가 콘서트를 할 레벨은 아직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해요. 엄청 나중에서야 할 거 같고, 지금 제 목표는 올해 안에 진짜 못 내도 최소 50곡은 내는 거예요.

LE: 펀치넬로 씨에게 2019년은 다작의 해인 걸로 알겠습니다. (웃음) 인터뷰 고생하셨습니다.


CREDIT

Editor

Geda, Melo, limstagram

Photo

ATO, 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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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2.24 12:56

    50곡? 기대가 됩니다

  • 2.25 02:22

    50곡 해주면 진짜 좋겠지만 그냥 앨범 몇개만 더 내줘도 행복할거같다

  • 3.17 13:24

    50곡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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