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이 선선해졌다지만, 아직도 여름이다. 체감 온도 40도 이상의 더위는 물러갔지만, 여전히 30도 이상을 웃도는 건 마찬가지다. 어딘가로 떠났든, 떠나지 않았든 간에 '피서', '휴가'라는 말이 머릿속에 꾸준히 맴돈다. 지금 겨울인 지구 반대편의 남반구 나라로 떠나거나, 하다못해 올여름 핫플레이스인 양양으로 서핑을 하러 가는 상상을 할 수도 있다. 그조차도 힘들다면 호텔로 피신해 마지막 '호캉스'를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돈과 시간. 여러 여건상 떠날 수 없었던 당신을 위해 대리만족용 시원한 뮤직비디오 여섯 편을 준비했다. 모두 올해 공개된 뮤직비디오들이며, '여름 휴가'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가를 기준으로 꼽아봤다. 혹여나 이번주, 태풍 솔릭이 온다고 하더라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DJ Khaled (Feat. Justin Bieber, Chance The Rapper, Quavo) – No Brainer
Location: 할리우드 삘 나는 세트장, 호화 저택
TMI: 모자를 쓰지 않은(!) 챈스 더 래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DJ 칼리드(DJ Khaled)가 “I’m The One”에 이어 새 여름 트랙 “No Brainer”를 발표했다. 이번에도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미고스(Migos)의 퀘이보(Quavo)를 참여시켰다. 댄서블한 리듬의 프로덕션과 저스틴 비버의 달달한 보컬, 그리고 챈스 더 래퍼와 퀘이보의 차진 랩이 여전히 잘 어우러진다. 대놓고 여름 한 철 장사 제대로 또 해보자는 느낌이지만,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노라면 수가 뻔히 보이는 데도 알고도 당한다. 할리우드를 연상케 하는 세트장과 촬영 현장을 촬영하는 컨셉이 꽤나 재미있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신 들어간 위 더 베스트(We The Best),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나오는 칼리드의 추임새, 은근슬쩍 크레딧에 등장하는 아들 아사드(Asahd Tuck Khaled)의 이름 등 흥미로운 장면들도 엿보인다. 유쾌한 사람들과 여러 장치가 만나 한껏 웃음을 자아내 기분 좋은 뮤직비디오다.
Swae Lee, Slim Jxmmi, Rae Sremmurd – Guatemala
Location: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과테말라
TMI: 뮤직비디오를 찍기 한 달 전, 과테말라는 화산 폭발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래 스래머드 형제는 뮤직비디오 촬영 후, 10,000달러를 과테말라를 위해 기부했다.
여름 하면 바다도 바다지만, 시원한 폭포 같은 자연 그 자체도 떠오른다. 제목처럼 실제로 과테말라에서 촬영한 “Guatemala”의 뮤직비디오는 그야말로 흥겨운 여름 뮤직비디오다. 과테말라의 자연경관과 마을 씬이 번갈아 나오는데, 문명화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이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장소 사운드가 풍기는 분위기도 좋지만, 시원한 색감을 잘 활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주로 물이나 나무로 초록색과 파란색을 활용하며 청량감을 선사한다. 형제의 착장 또한 그 톤에 맞춘 편이다. 심지어 클럽 씬에서도 파란 조명이 돋보이는 편이다. 이런 색감이라면 음울한 사운드를 입혀도 흥이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Ty Dolla $ign (Feat. Gucci Mane & Quavo) - Pineapple
Location: 하와이 혹은 LA로 추정되는 해변
TMI: 자세히 보면 슈프림 팬티를 입은 타이 달라 사인을 볼 수 있다.
여름 노래라면 왠지 레게톤처럼 흥겨운 리듬이 필수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의 [Beach House 3] 디럭스 버전에 수록된 “Pineapple”은 트랩 넘버이면서도 손쉽게 여름 느낌을 낸다. 뮤직비디오는 더욱 그렇다. 누가 봐도 시원함을 느낄 바닷가에서 촬영한 이 뮤직비디오는 “Guatemala”처럼 색감 활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파인애플의 노란색을 가사에서 자기과시용으로 활용했듯, 이를 시각적으로도 그대로 구현한다. 노란 수영복과 노란 자동차가 끊임없이 등장해 파인애플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고, 상큼함까지 더한다. 하이라이트는 춤추는 파인애플 인형이다. 노란 파인애플 인형이 귀엽게 춤을 추는 모습이 이질감 있게 다가오면서도 은근히 피식하게 한다. 한 마디로 '닉값'하는 뮤비 정도랄까…?
Tyga (Feat. Offset) – Taste
Location: LA Sweetzer Ave 부근 타이가네 수영장과 롤러장
TMI: 유튜브 베댓 曰, “이 야동 브금 좋네”
한동안 주춤했던 타이가(Tyga)가 이 곡으로 다시 우뚝 섰다(다른 뜻은 없다). 가사부터 내스티함이 잔뜩 묻어나는데, 아라드(Arrad)와 타이가가 공동 디렉팅한 뮤직비디오는 훨씬 더 내스티하다. 아무래도 타이가에게 여름은 엉덩이 그 자체인가 보다. 사실 이건 그냥 야동에 가깝다. 폰허브(Pornhub)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타이가와 친구들은 풀장이든, 롤러장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과 수영인지 뭔지 모를 놀이를 즐긴다. 휘핑크림은 아깝게 낭비되고, 트월킹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힙합 뮤직비디오의 전형적인 그림 중 하나라지만, 조금 과한 게 타이가 개인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인 듯하다. 혹여나 "Taste"의 뮤직비디오가 마음에 든다면 후속편 "Swish"의 뮤직비디오도 감상하길 추천한다.
비디오 프로덕션과 마케팅으로 시작해 이제는 어엿한 레이블이 된 88라이징(88RISING)이 컴필레이션 앨범 [Head In The Clouds]를 발표했다. 그중 선공개 곡으로 먼저 발표된 “Midsummer Madness”는 조지(Joji), 리치 브라이언(Rich Brian), 하이어 브라더스(Higher Brothers), 어거스트 08(AUGUST 08)이 참여한 곡이다. 뮤직비디오는 단순하다. 멤버들이 수영장, 술집에서 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휴가를 보낸다. 영상 기법이 화려한 편도 아니다. 오래된 캠코더로 촬영한 듯한 로우파이한 느낌과 약간의 색감 변화, 적당한 블러 처리 정도다. 하지만 “Midsummer Madness”는 그 어느 곡보다 강하게 여름 휴가스럽다. 누군가의 휴가를 구경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재미있게 노는 멤버들의 모습 때문이다. 중, 고등학교 시절 할 법한 장난을 치며 즐거워하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간신히 모인 친구들이 모든 걸 잊고 즐기는 순간처럼 보인다. 마냥 신나지 않아도 무엇이 여름만이 자아낼 수 있는 무드인지를 보여준 이들의 작품에 소소하게나마 박수를!
Drake – In My Feelings
Location: New Orleans
TMI: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키키(KiKi)가 키샤 샨테(Keshia Chante)란 거 아셨나요?
드레이크(Drake)가 또 한 번 일을 냈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 [Scorpion]의 흥행은 물론이고, 수록곡 “In My Feelings”는 5주째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유지 중이다. 동시에 #inmyfeelingchallenge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많은 이의 참여를 끌어냈다. 앨범 발매 후, 한참 뒤에야 공개된 “In My Feeling”의 뮤직비디오는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흥미로운 작품이다. 디렉터 X(Director X)가 총괄 디렉팅을 맡았는데, 우선 구성부터 재밌다. 첫 씬은 가사에서도 등장하는 키키(Kiki)와 이야기를 하다 그의 어머니에게 쫓겨나는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와도 같은 장면이다. 이후, 곡이 시작되며 댄서들이 춤 추는 장면, 그 장면이 꿈이란 걸 깨달으며 깨는 장면, 여러 유명인사를 포함한 사람들의 챌린지 댄스 영상이 이어진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챌린지 댄스 영상이 음악과 잘 어우러져 적극 활용됐다는 점이 작품의 매력을 배가했다. 마지막으로 뉴올리언스 바운스에 영향받은 만큼, 뉴올리언스에서 촬영하며 지역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내기도 했다. 역시 드레이크는 드레이크다.
박항서
필요한 글이었는데 감사해ㅇ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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