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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의 알앤비: Bee Gees, V.A. - Saturday Night Fever (1977)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8.18 08:49추천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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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의 알앤비(그.알)>는 류희성 현 재즈피플 기자, 전 힙합엘이 에디터가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장기 연재입니다. 1960년부터 2015년까지, 해당연도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아티스트와 앨범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알앤비/소울의 역사를 모두 꿰뚫을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가 디스코 열풍에 휩싸였다. 흑인들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이었고, 게이들의 음악이었던 디스코가 1970년대 초, 중반을 기점으로 대중들의 가시권에 접근했고, 1977년 들어서는 정점에 도달했다. 나팔바지와 셔츠 칼라 등 모든 게 과도했고, 모든 게 과장됐다. 클럽 조명의 색감이나 빛도 그랬고, 소리도 그랬다. 과도함은 곧 화려함을 의미했다. 그에 비해 음악은 단순했다. 4/4 박자의 단순하고 규칙적인 리듬이 곡의 맥박이 되었다. 과거의 음악에서 곡을 이끌어갔던 밴드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대체했다. 소울과 훵크로 이어졌던 흑인음악, 록과 팝으로 이어졌던 백인음악은 디스코라는 음악 아래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록 마니아들은 디스코가 저속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저급 음악이라 비판했지만, 대세를 피해갈 순 없었다. 록의 혁명가이자 팝 아이콘이었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마저도 디스코 음악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디스코가 1970년대 중, 후반을 상징하는 대중문화로 성장한 데는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가 큰 몫을 했다. 극중에서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가 ‘찌르기 춤’을 선보이자 모두가 똑같이 따라 움직였다. 심지어는 한국에서도! 말 그대로 전 세계에 디스코 시대가 펼쳐졌다. 디스코를 테마로 삼은 영화였던 만큼 사운드트랙도 중요했다. 이 앨범을 이끈 건 비지스(Bee Gees)였다. 그런데 알다시피 비지스는 흑인음악 밴드가 아닌, 팝 록과 소프트 록을 중심으로 하는 트리오였다. 1960년대 중반부터 그런 류의 음악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랬던 이들이 1970년대 중반부터 디스코를 슬금슬금 건드리기 시작하더니 디스코 영화인 <토요일 밤의 열기>의 사운드트랙까지 작업하게 됐다. 소프트 록과 팝 록에 최적화되어 있던 가벼운 목소리는 디스코에도 잘 어울렸다.


♬ Bee Gees – Stayin’ Alive


비지스는 말 그대로 명곡들을 쏟아냈다. 도입부/간주 연주와 코러스로 유명한 “Stayin’ Alive”, 연주와 보컬 화음이 아름다운 발라드곡 “How Deep Is Your Love”, 말랑말랑한 디스코곡 “Night Fever”와 “More Than A Woman”이 앨범 도입부에 수록됐다.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유명한 곡들이기도 하다. “How Deep Is Your Love”, “Stayin’ Alive”, “Night Fever”가 팝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대중들에게도 유명한 곡이니, 별도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운드트랙 작업을 위해 새롭게 녹음한 곡 외에도 “Jive Talkin’”, “You Should Be Dancing” 같이 1970년대에 먼저 발표했던 싱글도 수록됐다. 비지스만이 아니었다. 타바레스(Tavares),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 K.C. 앤 더 선샤인 밴드(K.C. & The Sunshine Band), M.F.S.B. 등 정통 흑인음악을 하는 훵크/디스코 밴드의 곡도 수록됐다. 디스코라는 같은 이름의 음악을 공유하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소리는 꽤 달랐다. 흑인음악 밴드들이 말 그대로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훵키한 사운드를 구현한다면, 비지스 같은 백인 팀은 전자악기로 만든 팝적인 사운드 위에 가볍게 노래하는 식이었다. 비지스가 부른 노래들과 타바레스가 연주하고 노래한 “More Than A Woman”을 함께 감상하면 두 부류의 지향점이 어떻게 다른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더 있다. 바로 클래식 관현악곡을 디스코로 연주한 부분이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제5번’ 첫 악장에서 유명한 도입부를 샘플링해서 디스코로 둔갑한 월터 머피(Walter Murphy)의 “A Fifth Of Beethoven”,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의 ‘민둥산에서의 하룻밤(A Night On The Bare Mountain)’를 샘플링한 데이빗 샤이어(David Shire)의 “Night On Disco Mountain” 등은 클래식곡을 기반에 둔 디스코곡이다. 1970년대 중반에는 다양한 전자악기와 샘플링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에 이처럼 관현악곡을 활용해서도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비슷한 예시로, 같은 해 미코(Meco)가 발표한 앨범 [Star Wars And Other Galactic Funk]는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의 다양한 삽입곡을 디스코 사운드로 소화한 메들리 형태의 작품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당대, 그리고 후대에 많은 사람이 디스코가 유치하고 단순한 음악이라고 했지만, 이렇듯 디스코 음악가들은 오히려 단순함을 무기로 다양한 영역, 형태의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는 디스코라는 장르에 묶여 있으면서도 하나로 퉁쳐서 설명하기 어려운 폭넓은 소리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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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시대는 <토요일 밤의 열기>와 함께했고, 사운드트랙은 시대의 음악이 됐다. 살펴봤듯, 싱글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앨범도 그랬다. 미국에서만 1,600만 장이 팔렸고, 세계적으로는 4,500만 장이 팔려나간 거로 집계된다. 더블 앨범이기 때문에 실제 판매량의 두 배로 집계된 게 아닌가 싶긴 하다. 그럼에도 엄청난 기록이다.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이 단순히 디스코 시대의 소리를 담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앨범을 넘어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소중한 기록물 중 하나인 이유다.


*관련링크
그해의 알앤비 이전 시리즈 보기 1(1960 ~ 1974) / 보기 2(1975 ~)


CREDIT

Editor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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