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처음으로 엘이에 다소 긴 감상평을 써볼까합니다. 긴 장문의 글을 쓰는게 상당히 오랜만이고 원래 글을 잘쓰는 편이 아니라 필력이 조금 떨어져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건 저는 김태균의 '녹색이념'을 너무 좋게 들었습니다. 김태균이라는 아티스트의 가치관과 그가 말하고자 하는바에 대해 알게 된 좋은기회였습니다.
저는 일단 '녹색이념'을 관통하고 있으며 김태균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건 '돈'에 대한 증오, 환멸이라고 봤습니다.
간략하게 곡들의 구성과 흐름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크게 네부분으로 나누어 보았는데.
파트1. '섬광''이라는스킷부터 '막다른 길'까지
파트2. '잔상'이라는 스킷부터 '책상'까지,
파트3. '제자리',
파트4. '암전'입니다.
'섬광'으로 시작하는 첫번째 파트는 시간의 흐름순으로 이어진걸로 보았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 랩퍼가 되기까지, 그리고 랩퍼가 되고 나서 있었던 일들(쇼미더머니, 여자친구와의 만남 등)까지 이야기가 쭉 진행 됩니다. 그리고 '잔상'이라는 스킷을 시작으로 두번째 파트가 시작됩니다. 두번째파트는 '돈'으로 인해 본인이 겪는 고통과 심정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그리고 세번째 파트인 '제자리'에서는 그 고통과 번뇌가 끝이나고 네번째 파트 '암전'에서는 자신의 확고해진 가치관과 음악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면서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각각의 곡의 진행과 흐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파트1
'섬광'에서는 기독교의 종교적 이념에 대해 언급하는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기독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기독교의 가치관을 빌려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균이라는 사람이 실제로 기독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욕심을 부리는자는 파멸을 하게 될 것, 돈은 악의 뿌리라고 표현하면서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표현하면서 앨범 전체의 포문을 열면서 파트1도 시작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붉은융단'에서는 이 앨범의 유일한 효과음 두개 중 하나인 월드컵 중계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녹색이념의 효과음 두개가 돈보다 더 중요한 어떤걸 표현하기 위해 넣었다고 생각했습니다. 2002월드컵때의 온 국민들이 느꼈던 감동. 마침 그때 김태균이 외국으로 떠나는 그 시기와 맞물려 있어 삽입한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곡에서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추구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직업 갖고 돈 잘 벌고 결혼하는 등..) 하지만 자신은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삶,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입장'에서 본인이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이유에 대해 풀어갑니다. 일단 남들이 보편적으로 가는 길을 강요하는 아버지에 대한 불편함과 본인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회상합니다. 여기서 곡에 직접 나타나지는 않지만 김태균이라는 사람이 왜 '돈'을 증오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강요하는 삶->남들과 같은 삶, 공부를 해야하는 삶-> 왜?-> 돈을 잘 벌고 성공하기 위해-> 결국 모든건 돈 때문.이라는 결론이 스스로 나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해외로 나가 자유를 얻게 된 김태균은 방황을 하게 되고 어떻게 그 방황을 정리했는가? 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이 '이제는 떳떳하다'로 이어집니다.
'이제는 떳떳하다'에서는 어느새 랩퍼가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목 그대로 내가 생각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직 랩퍼로써 성공하겠다는 의지와 포부만이 보여졌습니다. 이는 ''보여줄 때'로 이어지며 자신의 성공한 모습에 대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선택한 길이 바로 '쇼미더머니'였습니다.
'돈'에서는 랩퍼로써의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보여주기 위해, 더 나아가 오로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쇼미더머니'에 나가게 됩니다. (오로지 자신을 시험하고 증명하기 위해 택했을 뿐, 돈을 위해서 선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잘못된 모습, 자기가 생각한것과 다른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그 다음 이어지는 '대마초'에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본인의 생각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합니다.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모든 사람들이 좇아가는 돈 때문에 망가지는 모습을 대마초를 피우고 난 후의 환각과 비슷한 상태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막다른 길' 에서는 지금까지 이야기 했던 돈, 자신의 신념과 랩퍼로서의 삶과는 다른 부분인 '이성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실 이번 앨범에서 3곡이라는 상당한 분량이 여자친구로 구성 되어 있는것을 보면 20대 김태균의 삶에 여자친구가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유일한 효과음 두개 중 나머지 하나인 여자친구와의 첫만남에서의 대화?로 예상되는 소리를 넣은것을 봐도 여자친구를 통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떠한 가치를 표현한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파트1이 마무리 됩니다.
파트2
파트2에서도 '잔상'이라는 새로운 스킷으로 포문을 엽니다. 첫번째 스킷에서 탐욕,돈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반면에 두번째 스킷에서는 '시험' 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역시 기독교의 이념을 빌려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으로 자신이 겪은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두가지 방면에서 시작합니다.(쇼미,여자친구) 전에 녹색이념 청감회에 다녀오신분 후기를 보니 김태균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이 파트2의 시기가 아닐까 생각 했습니다.
'겨울잠'에서는 쇼미더머니에 나가 성과를 얻고 난 이후에 본인이 겪는 심적 갈등과 주변의 달라진 시선에 대한 첫번째 시험을 이야기 합니다. 그전까지는 '돈'을 증오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어떠한 가치관에 의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막상 돈을 벌고 보다 윤택해진 ,삶을 만족해하는 자신의 모습에 고통을 겪고 주변사람들 역시 보편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돈'이라는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보며 환멸을 느낍니다.
'자각몽'에서는 두번째 시험?인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난 이후에 점점 멀어지는 양상을 보이다가 곡 끝에서는 이미 여자친구와 어떠한 이유에 의해 틀어졌음을 이야기하고 사랑했던 감정은 증오로 바뀌게 됩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침대'에서 틀어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침대'에서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재회를 합니다. 여자친구는 이러저러한 변명을 이야기하며 헤어진 원인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지만 모든 원인은 '돈'때문이라고 명확하게 말합니다. 김태균이 '돈'을 증오하게 된 또 하나의 사건이 되겠지요. 그리고 곡에서 언급이 되지는 않지만 분명 돈 때문에 여자친구와 마찰이 생기는 과정에서 김태균은 자신이 추구하는 길을 포기하고 돈을 잘 버는 길을 택해 여자친구와 행복하고 편하게 살까? 하는 고민을 했을것이라고 봅니다. 이 고민의 과정이 두번째 시험이 아니었을까 저는 추측했습니다.
'책상'에서는 남들이 원하는 평범한 (돈을 추구하는 삶)을 버리고 자신의 가치관을 따라온 현재의 결과가 남들에게 조롱이나 당하고 있고 너무도 처참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허탈함과 그로 인한 분노가 앨범 전체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분노와 허탈함을 표출하며 파트2도 막을 내립니다.
파트3
파트2의 마지막의 분노와 고뇌를 어떻게 승화했는지 나와있지 않은채로 상당히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곡인 '제자리'가 시작됩니다. 파트2에서 겪었던 시험과 그로 인한 내적인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꿈,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월드컵 효과음과 여자친구와의 대화를 다시 한번 넣은것을보면 이 두가지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가치관을 대표적으로 표현 할수 있는 매개체였을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앞으로의 김태균이 더 이상 '돈'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파트4
마지막 파트4는 '암전'입니다. 곡 전체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대해 강하게 표현하는듯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비장하면서도 확고한 김태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이 곡은 들으신분들도 아시다시피 버벌진트의 명반이라고 불리우는 '누명'의 '역사의 간지'의 몇소절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무지와 질투 그리고 시대착오 역사적 반동세력들과 난 닮아 있어. 여기서 질문 지금 누가 살아남아 있어'
아마도 파트 1의 '입장'에서 '이제는 떳떳하다' 사이의 방황을 하는중에 힙합에 관심을 갖고 랩퍼로써의 삶을 살게 된, 현재의 자기 모습까지 오게 만든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던 아티스트가 버벌진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을 직,간접적으로 버벌진트에게 소리치는 김태균의 절규로 채운 것을 보면 자연스레 추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단지 변절된 버벌진트에 대한 비난보다는(버벌진트의 변절에 대한 부분은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김태균의 입장에서는 변절이라고 느껴졌습니다.)상당히 많은 감정이 섞여 있다고 봅니다. 존경, 감사, 안타까움,분노, 기대 등 상당히 많은 감정이 뒤섞여있지만 김태균이 버벌진트한테 표현하고 싶었던건 '당신의 영향으로 내 가치관이 만들어졌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감사와 '지금은 다소 현실과 타협하고 돈을 좇는듯 보이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다시 '돈'보다 중요한 진실된 어떤 가치를 좇았으면 좋겠다'는 일말의 희망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쓰다보니 글이 참 길어졌네요. 과연 전부 다 읽으시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ㅎㅎ
무엇보다 많은 고뇌와 고통을 겪으며 멋진 앨범을 만들어준 김태균이라는 아티스트에게 감사를 표하며 지금부터 본인이 추구하는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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