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넛
맥심 : 얼마 전 'Higher Than E-sens' 발표했잖아? 오해를 많이 받더라고.
블랙넛 : 아까 내 휴대폰 배경화면 봤지? 이센스 형 앨범 커버다. 그 곡에 대해 오해하는 분이 많은데. 대한민국 톱은 이센스 형이라 생각하고 그를 넘어서고 싶다는 포부를 담은 곡이다. 고로 리스펙트를 표현한 거지. 이번 앨범 듣고 정말 반했다. 그래서 'Lower Than E-sens'라는 곡도 발표하고 싶다.
넉살
힙플 : 개인적으로 이런 소시민적 코드에 되게 취약한 취향이 아닌데도, 감정선을 여러 번 건드리는 앨범이었다. 같은 의미로 [양화]나 [The Anecdote] 정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본인이 직접 두 앨범의 영향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넉살 : 솔직히 디테일은 모르겠다. 그런데 딱하나 얘기할 수 있는 건 작년에 앨범을 준비하면서 센스형의 ‘비행’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뱃사공형이랑도 맨날 그 얘기를 하는데, 딱 듣는 순간 사람이 존나 우울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소리가 몸 속으로 들어와서 마음을 어그러트리는 느낌. ‘비행’이라는 곡이 나한테 딱 그랬다. ‘내가 많이 변했냐?’라는 첫 구절에 이미 게임 끝난 거지 (웃음) 그런걸 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좋든 안 좋든 사람들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그런 랩 말이다. [The Anecdote]나 [양화]가 그게 쌨던 것 같다.
화지
힙플 : ‘100 유지해’란 구절은 ‘Keep it 100’라는 영어식 표현을 의미 그대로 옮긴 건데, 그런 식의 한글 표현에 대한 시도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화지 : 생색을 좀 내자면 그래서 이게 어려운 작업인 거다. (웃음) 그 표현을 이렇게 가지고 왔을 때 이게 무슨 국뽕이 되면 안되지 않나 (웃음) 그 느낌 그대로 살아야 성공한 건데, 만약 그렇지 못했을 때는 샤프한 재미를 죽이게 되는 거거든. 우리나라 전통적인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영어 표현의 날카로운 토씨까지의 구현이다. 예를 들면 센스형은 그런 방면으로 엄청나다. 말 그대로 완성된 한국식 표현들이고, 때문에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들어도 존나 멋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제이플로우
리드머 : 음악을 들었을 때, 자신만의 기준이 확실하게 있는 것 같아요. ‘모두 흑인이 되고 싶어 안달 났지’ 같은 가사를 보면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에 대한 비판도 엿보이는데, 좋아하는 한국 아티스트는 누구에요?
제이플로우 : 국내에서는 이센스(E-Sens) 좋아해요. 저희 셋 다 이센스는 좋아해요. 와비사비룸은 꼭 이센스랑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꼭 한 번은 하고 말 거예요. 그 전에 제이통형이랑 있을 때 한 번 만나기는 했어요. (이센스가) 비트가 필요하다고 제이통형이 소개해줘서 비트를 몇 개 보냈어요. 그런데 랩을 하기엔 너무 모호하다고 하더라고요. 아쉬웠죠. 그래서 결국 와비사비룸으로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에요. 이센스 말고는 그런 식으로 (꼭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없어요.
제이통
힙플: 작년, 이센스와의 레이블 설립 설이 있었다. 실제로 진행이 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어떤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된 건가.
제이통: 유통사와의 계약을 앞두고 서로 엇갈렸다. 센스형은 지금 존재하는 유통망이나 음원 사이트 등 편리하게 갖춰진 시스템을 ‘이용하자.’ 였고, 나는 아무것도 ‘이용하지 말자.’ 였다. 난 내 20대 초반을 센스형과 붙어 지냈다. 난 센스형이 회사의 계약, 시스템에 의해 겪어온 상처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사람 중 하나이고, 그 센스형의 상처를 통해 시스템을 배운 놈이다. 그런 과정을 겪은 나로서는 이제 센스형과 아무런 제약 없는 시스템 밖에서, 그 어떠한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평생 행보를 같이 하고 싶다 라는 바램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여 지금도 아쉽다.
지코
힙플: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에넥도트 듣고 뻐꾸기 그만 날려’ 라는 구절에 대해 코멘트가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에넥도트에 대한 무시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지코: 그건 말 그대로 정말 힙합 잘 듣지도 않았으면서 그거 하나 듣고 리뷰창에 말도 안 되는 소리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거였다. 나는 뉴블러드 믹스테이프도 전에 블랭키먼 믹스테이프부터 센스형을 들어왔고, 그걸 듣고 음악을 시작했을 정도로 이센스의 팬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뭐만 있으면 전혀 상관도 없는 음악에다가도 ‘이거 듣고 와라’라는 식으로 [The Anecdote]를 가져다 붙이더라, 사람들이 왜 전혀 장르도 다르고, 맞지도 않는 음악들에다가 에넥도트를 들이미는지.. 그건 센스형도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센스형 팬으로서 어쩌면 내 나름의 힙부심을 부린 것 같다.
(멜론 라디오) 지코 :
랩을 시작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요즘 많은 거 같아요.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힙합이 보여지고 있고 차트에서 랩이 주가 된 노래가 흥행을 하면서 대한민국도 힙합이 주류가 되는 나라로 거듭나고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곡이 있어요. (에넥도트 수록곡 중 The Anecdote 선곡) 제가 사실 이분 때문에 랩을 시작했다고 해도..어렸을 때..이센스. 최근에 에넥도트라는 앨범을 발매한 한국 힙합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죠. 저와 같은 또래 래퍼들은 이분의 음악을 들으면서 꿈을 키웠을 거라고 저는 호언장담 할 수 있습니다. (에넥도트가) 굉장히 자전적이고 개인적인 그런 일화일 수도 있는데 이센스이기 때문에 개인적일 수만은 없는 그런 일화인 거 같아요.
김심야
wkorea : 이센스 앨범에 참여한 경험은 어땠나?
김심야 :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고, 내가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정도로 엄청난 결과물이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고등학생 때 좋아한 우상 같은 사람의 앨범에 들어간다는 게 얼떨떨 했다. 더 믿기 힘들었던 건 녹음을 해서 보냈는데 두 번 만에 채택됐다는 거지만. 앨범이 나오고 나서 센스 형한테 랩 몇 번 배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기술 자체를 가르쳐주거나 그런 건 없었다. 다만 생각하는 방식이나 단어 선택에 대해서는 큰 가르침을 얻었다. 센스 형은 워낙 담백한 음악을 하다 보니까 가사를 쓸 때 허세를 버리는 법을 배웠다. 예를 들면, 외국 몇 번 갔다 왔다고 심하게 영어발음 굴리는 사람에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전달이 된다는 식의 가르침이었다.
딥플로우
힙플: 양화와 함께 2015년 상반기 기대작, 쌍두마차였던 에넥도트의 유일한 산증인이 되었는데 (웃음)
딥 : 개인적으로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 들었다고 얘기한 거.
힙플: 후회 하고 있다고 해서 미안하지만, 에넥도트 프리뷰를 부탁한다.
딥 : 일단, 그 드립이 후회하는 부분은 그 말을 번복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양화 기대 된다’라는 글을 클릭할 때 ‘혹시 에넥도트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런 부분이 후회된는 말이다. ‘아 씨발 괜히 말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앨범에 더 집중 당하고 싶은데, (웃음)
내 앨범 [양화]가 웰메이드라면, 이센스의 [Anecdote]는 웰메이드가 아니다. 돕(dope)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앨범인 것 같다. 전형적이지 않지만, 모든 힙합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앨범일거다. 여태 그런 느낌의 서사구조나 한 명의 MC가 그런 전형적인 면을 모두 탈피한 채 끌어나가는 앨범이 아예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앨범을 다 듣고 난 뒤에는 일매릭(illmatic)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일매릭이 상징하는 여러 가지 포인트들과는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포인트는 상징성이다.
내 생각에 지금의 우리나라 힙합의 역사는 미국으로 치면 딱 94년도쯤 일 거 같다. 당연히 미래에서 보면 지금의 한국힙합씬은 엄청난 올드스쿨일 것이고, 센스의 데뷔앨범 [Anecdote]가 일매릭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바꿀) 것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코멘트를 조금 덧붙이자면, [양화]와 [Anecdote] 두 앨범의 가사들이 비슷한 게 되게 많았다. 전체적인 흐름도 그렇고, 어떤 한 곡에서는 실제로 센스가 한 번 찾아와서 ‘형 이거 솔직히 제 가사 보고 썼죠?’(웃음) 했던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다. 뭐, 그때는 당연히 내 가사 쓴 날짜를 보여줬지. ‘2013년’. (웃음) 그렇지만, 그 곡에서는 정말로 비유하는 법이나 풀어가는 방법이 완전 비슷했다. 이 인터뷰에서 미리 얘기하지만. 오해하지 않았음 좋겠다. (웃음) 아무튼, 센스는 내 앨범을 안 들어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그 유사함을 많이 느꼈다. 어떤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은 느낌 말이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중점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되게 내 앨범과 ‘동류’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결정적으로 화법은 많이 달랐기 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내 앨범이 굉장히 전형적이고, 웰메이드함을 추구했다면 [Anecdote]는 웰메이드하지 않고, 전형적이지 않다.
힙플: 마지막으로 이센스(E Sens)의 에넥도트 vs 양화 어떤 게 더 좋나?
딥플로우: ‘일매릭’ 드립을 뱉은 게 워낙 파장이 커서 양화가 더 좋다고 해버리면 곤란하다. 하지만 둘 다 올해를 대표하는 앨범이 될 거라고 장담 할 수 있다. [Anecdote]를 다 듣고 우선 이센스와 내가 담으려고 했던 감성이 꽤 비슷해서 놀랐다. 같은 시대에 비슷한 나이, 또 비슷한 걸 겪어서일 테지만 어쨌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내 랩퍼와 공통분모를 발견해서 기쁜 마음이었다. 물론 [Anecdote]와 [양화]는 풀어놓는 방식이 다르다. 센스에게도 어서 [양화]를 들려주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버벌진트
힙플 : 이센스의 경우 유명세의 쓴맛을 가혹하게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벌진트 역시 'Fast Forward'에서 이센스를 샤라웃하며 대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한국에선 특히나 민감한 문제다. 그 구절을 쓰는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나?
‘I Wanna See E Sens Shine’ – Fast Forward
VJ : 큰 용기를 가지고 쓴 구절은 아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랩음악의 상당수는 크든 작든 떨의 도움을 받은 상태에서 탄생했다고 믿고 있으며, 곡 자체가 널리 알려질 법한 스타일의 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구절로 크게 욕을 먹을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신기하게도 'Fast Forward'는 여러 방송국에서 심의를 통과했다.
힙플 : 조심스럽지만, 힙합 커뮤니티에서 이센스에 관한 반응들을 보다보면, 종종 놀랄 때가 있다. 준법정신과 힙합 팬심 사이에 발생하는 이중잣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VJ : 'Fast Forward' 가사에서도 밝혔듯 랩퍼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떨 관련해서는 이용자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상황이 아니라면.
오비
리드머: 이제 이센스(E Sens)의 앨범 [The Anecdote]에 관한 이야길 해보자. 지금까지 얘기 나눈 것처럼 시작은 힙합이었지만, 프로듀서가 된 이래로는 힙합보다 알앤비, 당신의 말에 따른다면, 어반 뮤직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본 [The Anecdote]의 곡들은 완연한 힙합, 그것도 꽤 전통적인 스타일이어서 흥미롭다. 가장 주력한 부분이 무엇인가?
Obi: 힙합으로 시작했지만, 언제부턴가 알앤비 음악을 만드는 쪽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기현(BANA 대표)으로부터 이센스의 앨범 작업 제안을 받고 다시 힙합에 집중하게 된 거다. 다만, 처음부터 ‘90년대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작업을 결정한 후, 이센스를 만나기 전에 시험적으로 3곡을 만들어서 들려줬는데, 그가 정중하게 "아니다."라면서 거절하더라. 그때서야 난 스스로 (이센스가 듣길 원했던) '90년대 초기로 돌아가야겠다고 맘먹은 거다. 그래서 여러 부분을 고려하여 만들어놨던 모든 곡을 다 버리고 옛날에 내가 힙합에서 느꼈던 맥박을 다시 찾고자 노력했다. 이센스 덕분에 나도 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언어적으로 완벽하진 않았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고. 덕분에 첫 세션부터 "Back In Time"과 "Sh All Day"가 나올 만큼 성공적이었다.
리드머: [The Anecdote]를 작업하면서 있었던 일 중에 공유해줄만한 일화가 있을까? 어떤 거든지.
Obi: 음… 음악 작업을 할 땐 진중하지만, 휴식도 필요한 법인데, 이거 얘기해도 될까? (크게 웃으며) 쉴 때 이센스와 난 종종 TV에서 엉덩이가 큰 모델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곤 했다. (웃음) 잠깐 그렇게 쉬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서는 심각한 음악을 만들었던 거지. (웃음) 중요한 건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는 사실이다. 이걸 알아줘야 한다. (전원웃음)
리드머: 그렇게 완성한 앨범이 이미 나왔어야 하지만, 알다시피 이센스가 수감되어 발매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메인 프로듀서이자 이센스의 파트너로서 심경이 어떤가?
Obi: 너무 안타깝다. 사실 다른 (많은) 나라였다면, 이번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그렇게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까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법은 다르니까. 한국 만의 법과 문화가 있는 것이기에 가벼이 얘기할 순 없지만 참 안타깝다.
더 있는데 길어서 안읽는 사람 많을꺼 같;;ㅋ




거의 탑급이 아닐까
읶쏀쓰는 점점 닿을 수 없는 위치로 도약INGGGGGGG
I Wanna See E Sens Shine
개코는 이거 보면 무슨 생각할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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