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비프리 커리어 최고작이라 생각하는 앨범입니다! 좀 뒷북이지만 이해부탁드립니다

연설가, 상담사, 노동자, 애연가, 예술가, 패배자, 승리자, 이 모든 영광이 살아숨쉬는 자유
[Koream Dream]의 표지를 기억하는가. 표지 속 대교에서 비프리는 담담하게, 하지만 확신이 깃든 걸음을 옮기고 있다. 도시의 불빛은 희미해지고, 수척한 한강바람이 경쟁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비프리는 그 속에서 꿈을 좇는 모든 이들에게 건넬 희망을 찾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비프리가 찾던 희망은 용기로 대체되었다. 이윽고 그는 몇 차례의 음악적 과도기를 지나 [FREE THE BEAST]를 발매한다. 어느새 그는 상처 입은 야수로 변해 한국 힙합 역사에 강렬한 영역 표시를 남겼다.
폭주하는 야수였던 그가 돌연 'FREE THE MANE'이란 캐릭터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펑키한 샘플, 조악한 프리스타일, 온화한 가사 등 그 어떤 것도 '야수'비프리의 흔적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비프리도 철이 드는 것일까,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역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FREE THE MANE'이란 캐릭터는 해학의 화신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인 '폭설'에서 그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내 인생이 지옥 같아도 나는 그냥 웃어 하하하" 비프리가 던지는 너털웃음에는 체념의 감정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악을 쓰는 비프리의 사투가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의 사투는 앨범 전반에 걸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비프리에게 사투란 인생사 그 자체이며 그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묘사된다. 그에게 곡을 만드는 행위란 '마이크와 밤새 씨름'하는 것이며, 급기야 그는 자신과의 대결을 통해 승자를 가려내고자 한다.(FREE THE MANE VS B-FREE) 그에게 랩이란 힙합씬의 영역을 차지하고자 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세상을 바꾸기 위한 사회운동이다.(욕심쟁이) 또한 그는 음악만으로 충당이 안되는 생계를 위해 배달 일과 건설 현장을 오가는 처지에 놓여있다.(개천절)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가 벌이는 사투의 성격이다. 보통 우리가 누군가의 푸념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짜증 나거나 듣기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비프리의 푸념은 오히려 재밌는 썰로 다가온다. 그에게 사투는 진흙탕 싸움이 아니다. 그에게 사투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것이며 하나의 농담거리이다. 농담은 기본적으로 재밌다. 그렇기에 듣는 이는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고 편안한 상태가 된다. 비프리는 청자에게 무리한 감정이입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비프리의 농담에는 힘이 있다. 긍정성이 그 힘의 원천이다. 그렇기에 그의 농담은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 철학자 베이컨은 농담에 진심을 섞어 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였다. 곡 사이에 배치된 비프리의 낙관적인 시선은 분노와 푸념 사이를 유연하게 비집고 들어가 청자에게 삶의 이중성과 고통의 보편성을 설파한다.
이러한 비프리만의 독특한 소통 방식은 펀치-인 녹음을 통해 이뤄진다. 펀치-인은 그 수단의 용이함으로 오랫동안 래퍼들이 애용하던 방식이지만 비프리의 그것은 좀 다르다. 보통 펀치-인은 즉흥이라는 특성상 투박함이 공존하기 때문에 이를 다듬기 위해서 부가적인 작업을 거친다. 그런데 비프리는 그 과정을 과감히 생략해버린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랩을 들어보면 영감의 파편들이 연관성 없이 흩어져 있다. 투박하고 엉성하다. '네르갈'이라는 트랙에서 이 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 곡의 표면적인 주제는 '운동을 통해 몸짱 되자'이다. 하지만 비프리는 자꾸만 딴 길로 새서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재밌다. 마치 학창 시절에 수업만 하시면 내용이 산으로 가던 선생님을 보는 것 같다.
대놓고 투박하니까 대놓고 신선하다. 그의 뻔뻔함이 빛을 발한 셈이다. 그리고 그 뻔뻔함이 가장 비프리스럽다. 그러한 그의 태도는 [FREE THE MANE3]를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진실하고 창의적이며 흥미로운 앨범으로 만들었다. 그는 더 이상 희망을 찾지도, 용기를 불어넣지도 않는다. 그는 마치 음악적 해탈을 이뤄낸 것처럼 형식과 내용의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어떠한 여과 장치 없이 쏟아지는 비프리의 언어들은 청자로 하여금 그의 잠재의식 깊은 곳까지 침전시킨다. 그곳에서 비프리의 분열된 상像들이 증식하고 있다. 연설가, 상담사, 노동자, 애연가, 예술가, 패배자, 승리자, 이 모든 영광들이 그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제 프더메4 들으러 가야겠다
아 제 블로그 한 번씩 구경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ehxhfl120/224374082808




리뷰 잘쓰시네요
잘봤습니다!
아으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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