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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이하 '김감전'). 이 장황한, 언뜻 황당하기까지 한 예명을 보고 그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 부끄럽지만, 필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 실제로, 김감전의 음악은 하이퍼 팝에서 레이지, 디지코어로 이어지는 시류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음에도 지구 평평설을 지지한다던가, 스스로를 인공지능으로 칭한다던가 하는 밈적인 요소로 인해 종종 억울할 정도로 평가절하 되어왔다. 스윙스가 그를 인디고 뮤직에 영입했음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이 의구심은 깊은 것이었다.
이를 완전히 뒤엎은 [Invasion (Deluxe)]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2022년의 비프와 디스곡이 2년 뒤 그 대상의 어이없는 몰락으로 인해 가사부터 추임새까지 밈이 되었으며, 그 사이에는 스윙스가 주도한 [AP Alchemy] 컴필레이션 프로젝트에서의 깊은 트렌드 이해에 기반한 대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일취월장한 실력에 운까지 더해지니, 밈으로 들어온 이들도 이내 그에게 매료되었다. 이 탄탄대로 와중에 불거진 대마 흡입으로 인한 구속은 그에게 리스크로 작용했지만, 김감전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기로 했다. 자신의 구속과 석방 소식을 활용한 과감한 마케팅은 [Invasion (Deluxe)]를 자신의 구속 1주년에 발매하는 것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김감전은 대대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다이어트를 했고, 스윙스에게 빌린 정장을 걸친 그의 모습은 기존의 키치함은 유지하되, 조금 더 정교하고 세련된 하드웨어를 지니고 움직일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개시된 침공 작전은, 놀라우리만치 성공적이었다.
전술했듯, 김감전의 음악은 언제나 현재와 미래 사이에 걸쳐 있었다. [Invasion (Deluxe)]를 듣고 있노라면, 한국 힙합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장르 음악 트렌드 박람회처럼 느껴진다. 하이퍼팝(“Intro”)에서 뉴재즈(“무한의 계단”)로, 다시 디트로이트 트랩(“HARARI FLOW”)과 레이지(“Invasion 2”, “2014”), 섹시 드릴(“New Drip (Outro)”)로 이어지는 영역들은 김감전 본인의 적극적인 주도와 사운드클라우드 씬의 타입 비트 메이커들과의 교류에 힘업어 정교하게 조정되었다. 이 사이를 채우는 것은 김감전의 위트와 유머,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놀라우리만치 견고한 랩 퍼포먼스이다.
사피엔스도 아닌데 넌 구타를 유발 하라리
시끄러 아가리 닥쳐, 혹은 닥쳐 아가리 (Yeah)
날 자전거로 치면 삼천리, 넌 엄마 찾아 삼만 리
3아승기 원 내 가사집, I'm smokin' out big at the 삼각지
"HARARI FLOW" 中
"HARARI FLOW"에 등장한 이 가사는 김감전이 지닌 아티스트로서의 장점을 가장 정확히 대변하는 지점이다. Yuval Harari라는 세계적인 지성의 이름과 그의 대표 저작을 이용하여 상대를 절묘하게 도발하며 조롱하는 부분, 또 자신의 가사집에 '3아승기(3*10^56)'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기는 대목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오며, 이에 대한 기반으로 탄탄한 라이밍에 기반한 타이트한 랩 스킬을 내세우며 디트로이트 트랩을 자연스레 소화하는 부분에 이르면 그의 컨셉과 유머 뒤에 가려진 탁월한 감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저크 사운드에서 디지코어로 극적으로 변화하는 "INNOVASION"에서는 김감전의 자연스러운 그루브 구축이 눈에 띄며, 앨범 내내 반복되는 감질나는 훅 메이킹을 감상하는 것 또한 [Invasion (Deluxe)]의 묘미일 것이다. 적어도, 현 시점의 한국 힙합 주류에서 장르적 유행에 있어 김감전만한 이해도와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Invasion (Deluxe)]의 김감전은 훌륭한 퍼포머였다.
[Invasion (Deluxe)]에 드러난 김감전의 또 다른 역량은 상상 이상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능하다는 것이다. "황제펭귄"의 레게톤부터 심지어는 "깃(241211)"의 90년대~2000년대 스타일의 알앤비까지, 김감전의 오토튠을 활용한 보컬 플레이는 서정이 필요한 부분마다 부드럽게 움직인다. 인디고 뮤직이라는 중견 레이블, 그리고 그 배후의 대집단인 AP 알케미의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앨범의 대중성을 한폭 더 증폭시켰다. 레이블을 떠나기 전 고별 선물을 남긴 키드밀리의 날카로움은 [BEIGE]의 그것이었으며, 앨범에서 가장 감정적인 구간인 "황제펭귄"을 그냥노창의 기괴함과 양홍원 특유의 난해함으로 채워낸 것은 도리어 그 서늘한 멜로디로 레이블 메이트 간의 연대를 더더욱 굳건히 하는 묘수였다. 메인 퍼포머라기 보다 하입맨으로서 예의 화통한 톤으로 자신의 레이블과 김감전을 샤웃아웃하는 스윙스의 중독성이 그 와중에 상당한 존재감을 가져가며 귀를 잡아끈다.
여기서 잠시 AP 알케미의 틀을 벗어나보자. 염따, EK, 스트릿베이비와 같은 2025년의 블루칩들 부터 몰리 얌, GGM 레코즈의 MC들과 같은 신성들까지 앨범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앨범의 재미를 가일층 드높이는 지점이다. GGM 킴보만의 온갖 유머와 조롱섞인 디스 - 심지어 앨범의 다른 피처링인 몰리 얌을 겨냥한 것이었다! - 부터 [살아숨셔4]에서 이어지는 듯한 염따의 결연함까지 앨범에 성공적으로 공존하고 있음은 그만큼 2025년 현재 한국 힙합이 지닌 정서적 다양성이 견고하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이며, 그만큼 김감전이 이 모두를 성공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그릇이라는 방증이다. 이렇게 보니 JIN, BIG 9ULPO와 같은 AP 알케미 계열의 후진들 - 둘 다 양홍원의 레이블 HW 뮤직 소속이다 - 과 함께 말하는 초심과 독기의 의미는 더욱 짙게만 느껴진다.
언제나 의심과 편견을 깨고 자신을 증명하는 순간은 장르 팬들에게 거대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2023년의 스카이민혁이 그랬고, 2025년의 상반기의 식케이가 그러했듯. 그리고 2025년 하반기의 김감전과 [Invasion (Deluxe)] 역시 저들과 동등한 무게로 회자되기 충분하다. 아티스트 본인이 지닌, 진지함 따위는 진작에 집어치운 직관적인 유머는 더욱 명징해졌으며, 이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견고한 퍼포먼스와 영리한 트렌드 적용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들이 한 점에 집중되어 리스너를 강타한 순간, '감히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했던 장황한 예명은 비로소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돌아왔다. 수감의 시간을 지나며 얻은 깊은 페이소스와 야심까지 더해지니, 이제 그 이름마저도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 우스꽝스러운 듯 잘 조직된 침공을 성공시킨 이 젊은 아티스트는, 서서히, 동시에 당당히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Best Track: HARARI FLOW (feat. GGM Kimbo), 황제펭귄 (feat. 그냥노창, 양홍원), INNOVASION





본 리뷰는 HOM#32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hom/#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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