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는 다르게 표절처럼 느껴지는 곡이 없었고, 한국음악으로 샘플링한 트랩과 레이지가 신선함과 동시에 퀄리티가 상당했고, 식케이의 랩을 뱉는 감각과 간결하고 꽂히는 훅 메이킹과 피식하게 만드는 작사 실력이 늘었다는 것. 제가 생각하는 케이플립이 잘 만든 앨범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걸 다 감안하더라도 케이플립을 명반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것 같아요. 마니아가 아닌 누가 듣더라도 무지성으로 꽂힐 킬링 포인트가 없고, 그러다 보니 차트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둔 적이 없고, 플레이어들이 식케이의 사운드와 비디오를 샤라웃하지만 '또 다시 보여줘야 돼'와 '스니치 클럽' 외에 랩에 있어서 회자되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씬에 돌풍을 일으킨 것까지는 아니었다고 보거든요.
라임을 제대로 맞추지 않은 랩이더라도 표현이나 사운드적으로 도파민이 터지면 밈이 되는 시대라 준수한 사운드와 시대를 비웃는듯한 무드 연출에 매력을 느껴 팬덤이 형성되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무근본의 작법이 허용되는 듯한 흐름 속에서 식케이는 최소한 라임을 만들 줄 아는 근본충이기도 하죠. 뭐 이제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지만요.
제가 느낄 때 식케이는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잘 맞는 오디오와 비디오를 잘 기획하고 만드는 것 같아요. 그 감각이 꽤 무르익었다고 보고요. 게다가 요즘엔 장르 충성도 같은 게 창작의 조건이거나 평가 기준이 아니라서 가볍게 감상하기 좋은, 세련됨과 동시에 도도함이 느껴지는 아트웍이 2010년대까지의 힙합보다 쿨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시대의 흐름에 딱 맞는 무드의 창작물인데 시대를 관통하고 따라가게 만드는 결과물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조금 간지럽긴 한데 케이플립이 장르 자체를 흔들어버릴 정도의 파괴력은 전혀 없다고 느꼈기에 명반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댓글로 남긴 건데 따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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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개인적으로 릿은 케이플립과 함께 명반 반열은 아니라고 보고요.
짧게 말해보자면, 예를 들어 '1219 Epiphany', 'Back in Time', '포커페이스' 같은 곡들이 대중가요처럼 꽂히는 이지리스닝 요소는 당연히 없지만 곡의 구성과 무드, 힙합을 몰라도 공감하거나 감탄하게 만드는 라인(각하에서 역사의 도마 위로/누나의 카세트에선 김건모/그림자는 나의 패션스타일), 화자의 캐릭터와 가사의 일치 등 힙합을 대충 아는 일반 대중도 곡이 주는 긴장감과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공통점이라면 흠잡을 데 없는 프로덕션 위에 래퍼의 랩이 존재감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일 테고요. 쉽게 그냥 랩이든 멜로디가 섞였든 랩을 그냥 존나게 잘해버린 거죠. 그런데 케이플립은 앨범의 주인공 래퍼의 존재감과 랩에 비해서 프로듀싱의 탁월함, 에픽하이와 오케이션의 히트곡 샘플링 등 다른 부분이 월등하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봅니다. 물론 그 자체로 탁월하게 조율하고 마감한 앨범이기에 좋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은 맞지만 아쉬움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명반 랩앨범은 될 수 없다는 거고요.
은근슬쩍 릿누에킁 ㅋㅋㅋㅋㅋㅋㅋ
힙합 역사에 남을 명반 아님
작년 기준 명반은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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