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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 뒷북후기(긴글)

디스크가이2025.12.18 13:38조회 수 493추천수 1댓글 2

릿은 딱 첫번째 사이드까지만 해도 너무나 충분한 앨범이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인트로트랙은 정말 너무 웅장해서 몰입이 제대로 됐고, 내가뭐라고나 내놔 같은 트랙들에서 나오는 건강이랑 사랑의 부재 같은 메시지도 충분히 공감이 갈 정도로 잘 전달되었어요.


그러다가 Lost에서 감정을 끌어올리고, 내뱉는 Don't cross랑 Curse의 고발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다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서사 빌드업이 이루어지는데, interlude에서 머쉬베놈을 장치로써 전 트랙들과 비슷하게 고발적인 내용이 담긴 가사를 뱉으며 회유적인 스탠스를 취하되, 해학적으로 한탄하고서 유년에서 본격적으로 허승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저스디스가 이 모든 문제들의 시작점을 더듬어 보는 것처럼 다가오더라고요.


그렇게 이어지는 vivid는 정말 이 감정선의 클라이맥스였습니다. 어린 시절 그의 결핍에 대한 도피처였던 힙합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저스디스에게 이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학주의 자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경험과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성찰 등 저스디스의 내면적 성장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트랙이었습니다. 인순이의 애절한 노래는 가히 화룡점정이었고요.

 

그런데 무려 8분이 넘는 인터미션 후 이어진 돌고돌고에서는 갑자기 또 유년 시절의 악몽을 떠올려냅니다. 방금까지 유년과 vivid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다시 잘 쌓아올려 차려진 밥상을 뒤엎어버리기라도 하는 듯 말이죠.


그리고 이후 4개의 트랙들(thispatch, wrapitup, can'tquitthisshit, thisisjusthispt3)은 그냥 피로할 뿐이었습니다. 비트만 변주를 주었을 뿐, 사회고발적인 내용을 자그마치 네 트랙이나 이어 놓으니 다른 것보다 서사의 진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랩이 뛰어나다, 프로덕션이 깔끔하다 등 릿이 음악적으로도 좋은 앨범인 것은 맞지만, 이 앨범은 서사가 가장 중요시되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랩이 스킬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저스디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점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저스디스 본인도 본질을 더 중요시하게 여겨서, 스킬적으로 타협해야 할 부분이 생기더라도 자기는 가사의 내용, 본질을 더 챙기는 래퍼라고 언급한 적이 있듯이, 이번 앨범에서도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그의 랩 스킬이 아니라 가사의 내용,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앨범에서 아무런 감정의 진전도 없는 이 문제의 4트랙 릴레이가 해당 앨범의 가장 큰 블런더가 아니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어지는 친구와 내 얘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봅니다. 잘 쌓여진 감정의 빌드업을 기반으로 한 vivid는 감동을 가져왔지만, 사회고발과 회의적인 내용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우정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여과 없이 드러내는 본인의 집착적인 성격을 이야기하는 트랙들이 울림을 줄 리가요. 그렇기때문에 이 두 트랙이 리스너들로 하여금 가장 많은 반발을 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Home은 제일 가관이었습니다. 이 앨범에서 세계정세를 읽어줄 필요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도 영어로... 솔직히 앨범을 통틀어서 가장 듣기 거북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 건 8분 인터미션이었네요. 처음엔 뭔가 의도가 있을거라 생각해 8분을 계속 집중해봤는데, 오히려 앨범의 전체적인 몰입을 깨버리는 결과만 낳았습니다. 

 

그리너 여러분께 릿 청취 개꿀팁을 드리겠습니다. 1번트랙부터 vivid까지 듣고나서 바로 19번 트랙 Lost Love를 틀어보세요. 그리고  전체앨범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진짜 거짓말 안치고 울컥합니다. 

 

Screenshot 2025-12-18 at 13.37.30.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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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1 12.18 15:27

    LIT CD1 전개가 진짜 깔끔하죠.

    인터미션으로 그 올라왔던 감흥을 다시 0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게 문제지만 ㅋㅋ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8분이 지나면 청취자는 이 앨범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을 수밖에 없음.

    정말 이런 트랙 배치가 풀렝스 앨범 청취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넣은건가 싶음.

     

    그래서 저는 인터미션 트랙은 과감히 지워버리고

    '친구'를 '돌고돌고돌고'와 'THISpatch' 사이에 배치해서 듣습니다.

    이렇게 듣게 되면 감정선의 흐름이 정말 유연하게 바뀌어요

    가족에 관한 거대한 이야기 후 눈을 돌려 친구와 나의 relationship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 자연스럽고

    THISpatch의 첫 마디도 전혀 뜬금없지 않고 화자가 생각하던 타인들 중 하나라고 느껴지게 됨.

    그 음울한 인트로도 친구라는 네거티브하고 자조적인 트랙이 끼니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는 느낌이 들구요

    딘 피처링도 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느껴집니다

     

    이렇게 되면 THISISJUSTHIS Pt. III 이후 바로 내 얘기가 나오는데

    텍스트만 다르지 제목의 뜻은 똑같기에 묘하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구요.

    비교적 스무스한 사운드라 앞서 있었던 빡센 트랙들에 피로해진 귀를 딱 이완시켜줘서 좋더라구요

     

    HOME HOME에 대한 의견도 비슷합니다.

    마치 너는 미로를 못 풀었으니 이거 듣고 뒤지라고 말하는 듯한,

    게임으로 치면 배드 엔딩에 가까운 트랙을 아우트로에 박아놨으니

    첫 리스너 청취 반응이 그렇게도 불탔던 게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해 가고 공감됨.

     

    그렇기에 저도 이 앨범을 뜯어보며 나름대로의 최적화를 시도해보기 시작했고

     

    결국 원래 저스디스의 의도였던 Lost Love를 아우트로로 마무리 짓는게 맞다는 결론을 냈음.

    이래도 총 18트랙이니 절대 가볍지 않은 트랙 수지만

    이렇게 세팅하고 청취 시 정말 듣기 편안한 앨범이 된다고 자부합니다.. ㅋㅋ

  • 12.18 16:42

    홈홈은 보너스 트랙, 인터미션은 담배타임 용으로 보는게 맞는것 같아요

    롤아웃 영상에서 꽤 많이 말했었는데 실제로 리스닝 파티 때 담타로 자리 비우고 그랬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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