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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꼬 정규 3집-SCRAPS

title: 박재범Alonso20005시간 전조회 수 407추천수 5댓글 1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966530040

 

 

 

 

개인 앨범의 몇몇 수록곡과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준 타이트한 면모도 무시하기는 어렵겠으나, AOMG에서 하입된 이후 로꼬의 무기는 주로 감성적인 결부터 팝적인 세련미까지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유순한 플로우와 담백한 가사였다. 이는 그에게 대중적인 지지와 인기를 안겨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지의 고착화를 가져온 측면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AOMG와의 결별 이후 처음 내놓은 앨범인 <SCRAPS>는 로꼬의 커리어에서 상당히 과감한 스텝을 디딘 작품이다. 인디펜던트로 활동하며 로꼬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활용하려던 폐기작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분명 처음 만들었을 때는 성에 차지 않아 폐기되었던 것들이었음에도 다시 살펴보니 나름의 매력과 개성이 보였던 것이다. 눈치를 보며 묵혀두었던 결과물들을 다시 결집하여 자유롭게 재구축하려 했던 그는 내친김에 작업 방식에도 큰 변화를 주기로 했다. 유럽으로 가져간 데모 트랙들은 반년간 유랑하며 얻은 영감들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다만, 굳이 데모에서 과감히 변화시키기 보다는 그 자체의 날 것의 느낌과 듣는 맛에 집중하였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 결과 앨범은 칠(Chill)함으로 수렴하는 다종다양한 트랙들과 이를 구현하는 국제적인 협업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 가능한 경쾌한 결과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눈치 보느라 버려졌던 것을 모아둔 앨범이라는 것은 음악적인 부분은 물론 생각까지도 망라한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로꼬는 앨범을 작업하며 '할 까? 말 까?'하는 것들이 있으면 재지 말고 다 해보자는 식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덕분에 앨범은 12트랙 35분이라는 한정된 영역 내로 다양한 운신의 폭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앨범의 프로듀서 라인업이 확 넓어지는 앨범의 중*후반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DPR 크림이 신스 팝("random summer night")과 플럭앤비("다시 (2023)")을 오가며 대중적인 청량감을 조성하고, 앰프오프(ampoff)의 얼터너티브한 프로덕션으로 로꼬 특유의 감수성을 받아내는가 하면("No where"), 방달(vangdal)의 테크노 사운드를 통해 갑자기 흥을 끌어올리는("radio") 구성을 로꼬는 예의 멜로딕하고 유연한 퍼포밍으로 깔끔히 소화해낸다. 기존에 자신을 대표했던 영역의 비중을 깎은 자리에는 과감한 확장과 그럼에도 능숙하게 스며든 개성이 채워졌다. 어느덧 10년 넘게 이어진 경험치가 청신함까지도 쉽게 녹여내는 것이다.

 

 

 

 

중후반을 채운 것이 팝에 기반한 복잡성이라면, 닥스후드(Dakshood)가 주도하는 미니멀하고 차가운 트랩 프로덕션은 앨범의 전체적인 밑간을 확보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Dam", "Eh freestyle"로 대표되는 전반부의 폭발력을 후반의 멤피스 풍 넘버인 "저절로", 이미 선공개 된 바 있는 Koshy의 일식(日式) 킬링 트랙인 "Matcha High"에서 더욱 서늘하고 확장적으로 갈무리하여 화답하는 모습이 앨범의 개성에 강하게 일조한다. 한편으로는 "OMG"의 몽환적인 스웨깅이나, "파파고"에서 드러나는 섹슈얼한 의사소통을 통해 영리하게 완급을 조절해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만, 이를 소화해내기 위해 로꼬만의 독특한 발음 활용을 통한 흐물한 랩 디자인이 이전보다 대폭 강화된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간의 호불호가 존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Locomotive>나 <BLEACHED>와 같은 초기의 히트작들에서 보여준 명료함을 선호했던 이들이라면 <SCRAPS>의 짙은 이국성과 유연성, 닥스후드를 적극 기용하며 의도적으로 프로덕션의 채도를 확 낮춘 것이 더러 낯설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로꼬 본인의 확고한 주관으로 새로운 방향을 외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한 확장으로 녹여내려 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방향이 이전보다도 특별해졌으니 이를 구현할 인선 또한 새로워야 할 것이다. 닥스후드의 핵심적인 파트너이자 한국 클라우드 랩의 주요 인물로서 <SCRAPS>의 프로덕션에도 적극 개입한 타미 양(TOMMY YANG)을 제하고 본다면, 앨범의 조력자들의 상당수는 해외에서 차출되었다. LA 기반의 알앤비 싱어인 Jordan Ward와의 부드러운 호흡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의 범주에 들어가겠으나, 일본을 넘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음악 씬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아르헨티나까지 뻗어가는 국제적인 협업은 <SCRAPS>의 기분좋은 낯섦을 극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근래 다른 아시아 씬과의 적극적 교류를 타진하고 있는 태국 씬에 관심이 있다면 태국 트랩 씬의 스타 1MILL과 4BANG의 강렬한 랩 퍼포먼스에 먼저 눈길이 갈 것이며, 로꼬가 기존에 지닌 감수성을 따라 "No where"를 플레이하면 인도네시아의 젊은 팝 싱어송라이터 Feby Putri를 마주하게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화합은 아르헨티나와 일본의 힙합 영 건을 각각 끌어들인 다음 Yuki Chiba의 "Team Tomodachi", Megan Thee Stallion의 "Mamushi" 등 세계적인 히트 넘버를 주조한 바 있는 Koshy의 동양적 선율에 녹여낸 "Matcha High"에서 피크를 찍게 된다. 로꼬의 자유분방하고 과감한 협업이 앨범이 지닌 색의 범위를 환하게 넓혀 준 셈이다.

 

 

 

 

AOMG라는 대형 레이블의 지원없이 모든 것을 혼자서 확보하고 구축해야 했던 만큼, <SCRAPS>는 어찌보면 로꼬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앨범이었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로꼬는 오히려 자신이 버려두었던 것들을 다시 모아 자기 본위의 방식으로 다시 넓히고 재구축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SCRAPS>에는 로꼬가 이전에 시도하기 어려워 했던 음악적 실험과 범세계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담기게 되었으며, 로꼬는 이를 12년이 다 되어가는 능통한 솜씨로 주무르며 자신의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축포를 본때있게 쏘아올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로꼬는 이번 앨범을 제작하는 데 있어 눈치를 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메시지 보다도 발음의 다채로운 변형과 독특한 멜로디 조성을 통한 듣는 쾌감을 증폭시켰으며, 대중적인 위치를 사수해야 할 타이틀곡들에서 조차도 테크노를 도입하고, 낮선 인도네시아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등 그야말로 내친김에 하고픈 시도를 다 쏟아내자는 로꼬의 강한 창작욕이 느껴진다. 반년간 유럽을 주유하며 얻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에서 얻은 유쾌한 물설음이 더해지니, 기존의 로꼬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러면서도 가장 로꼬다운 결과물이 툭 튀어나왔다. 이번에 로꼬가 얻은 새로운 독특함이 앞으로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쓰레기장에서 캐낸 보석들의 빛은 이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Best Track: OMG (Feat. 1MILL), radio, Matcha High (Feat. TAICHU, Young 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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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title: 박재범Alonso2000글쓴이
    5시간 전

    본 리뷰는 HOM#27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hom/#las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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