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버벌진트, 타블로, 빌스택스, 빈지노와 함께 스윙스를 국힙 래퍼 레전드 TOP5로 뽑을 정도로 윙줌력이 상당한데요. 리스트에 열받을 분들이 계시겠지만 기준은 분명합니다. 현재 트렌드와는 별개로 한국힙합씬에 든든한 기반이 될 수준의 정석적이면서도 비트랑 섹스하는 랩을 얼마나 많이 뱉어놨는지가 기준이죠. 물론 5명 중에서 스윙스가 설사를 제일 많이 싸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전부를 설사라고 무시하기엔 시대랑 상관없이 오늘 들어도 개쩌는 벌스가 워낙 많아서 포함시켰죠.
아무튼 윙줌 중 한 명인 저에게 미운 부분이 있었던 식케이였지만 식케이의 행보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래퍼로서 씬에 죽여주는 랩을 많이 뱉어놓은 래퍼도 전혀 아니었기에 항상 무시해왔었죠. 섹시한 남친으로 스타일링하고 유명한 외국곡들 카피에 가깝게 레퍼런스하면서 임팩트 없는 랩과 훅으로 '힙팝'하던 시절도 있었고요. 그런데 최근 2년 사이에 발표한 작업물들 통해서 점점 본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아티스트로 거듭났다고 생각해요. K-FLIP에서 마참내 꽃을 피웠다고 보고요.
‘MADE IN KOREA', 'PUBLIC ENEMY'에서의 가사와 랩은 제 기준에서도 잘한 랩으로 들렸고 가사적 표현도 재치 있어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휘민의 프로듀싱 지분이 적은 건 아니지만 꼭 K-FLIP만이 아니더라도 식케이가 앨범을 구성하고 사운드의 무드를 조율하여 앨범으로 마감하는 걸 보면 식케이의 세련되고 모던한 음악적 감각은 한국에서 그만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점점 단단해지고 감각이 탁월해지는 과정이 꽤 멋지다고 느꼈습니다. 충분한 증명을 해냈다고 보고요.
비교적 최근의 식케이 곡들과 앨범 얘기하면서 '서사', '한국적인 정서' 언급했던 거 엘이에서는 제가 거의 처음 꺼냈던 것 같은데요. 자전적인 얘기로 앨범을 다 채우는 식의 무거운 서사, 스테이크 대신 불고기 얘기를 하는 한국적인 힙합을 얘기했던 게 아닌데 지금 커뮤니티에서 싸우는 상황을 보니 극단적인 얘기들이 대립하는 것 같네요. 제가 식케이한테 아쉬웠던 건 랩 퀄리티 자체와 식케이라는 래퍼가 하는 얘기가 진중한지- 가벼운지- 웃긴지- 허세스럽든지- 다 떠나서 몰입이 될 정도의 재미는 한참 부족하다는 뜻이었거든요. 물론 현재 식케이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개선된 좋은 랩, 재밌는 가사를 쓰는 래퍼가 되었고요.
트랩과 레이지의 사운드 스타일, 특정 장르를 만드는 플레이어 집단 특유의 정서, 주로 다뤄지는 가사의 주제가 한국의 대중에게 어필되고 붐이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차트인을 할 정도의 뱅어가 나올지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기도 하고요. 나와 완전 다르게 사는 남의 상황과 라이프스타일임에도 집중시키고 몰입시키고 실감나게 만드는 게 힙합에서의 랩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트랩과 레이지의 로컬라이징과 대중적 성공이 가능할지는 잘은 모르겠네요.
저의 결론은 K-FLIP은 한국인이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똑똑하게 만든 트랩 & 레이지 음반이라는 겁니다. 한국음악 기반의 샘플링도 재밌었고, '식케이에게 이런 상황과 사연이 있었어?'하는 궁금증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매력적이고 세련된 랩이 있었고요. 플레이어들에게 창작적인 면에서 기준이 될 정도의 엄청난 영감을 주는 명반일지는 좀 더 지켜보면 알 수 있겠죠. 쩌는 앨범이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고 스윙스도 동의할 듯 싶네요.
별로다 싶어도 받아들일수밖에없음 거부하면 꼰대 되는거임
누구나 취향에 안 맞으면 패스할 수 있고 구리게 만든 건 근거를 갖고 비판할 수도 있겠져ㅋㅋㅋ
근데 어린 놈들이 낯설고 불편한 걸 만들었다는 이유로 잘 만들고 매력이 있음에도 무작정 거부하면 꼰대 맞는 거구여
나 스윙슨데 지금 퍼블릭에너미 들으면서 런닝머신 뛰는 중이다 ㅇㅇ
AP 컴필때는 본인 랩이 기본기가 개쩔어서 신예급에선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자평하던 사람이
(컴필앨범 제작과정 영상 뭐시기에서 본 기억이 있음)
업5 혹평 나오고 이제는 랩레슨 해달라는 드립? 치고 다닐 정도면 어느정도 꺾이거나 느끼는게 있긴 했다고 봐야..
1. top5에 이센스나 비프리(살짝 애매) 들어갈 만 한데 없어서 아쉽
2. 식케이에 대한 생각 변화가 나랑 되게 유사성이 많아서 흥미로웠음
비프리가 살짝 애매?
아, 이센스랑 비프리가 랩 실력 자체로 부족해서 안 넣은 게 아니에요. 허슬하며 뱉어놓은 랩의 분량, 한국말랩의 기본기에 끼친 영향, 시대 보정 필요없이 죽이는 퀄리티, 지금 들어도 재치있는 세련된 비유들 기준으로 선정한 거고요.
더 쉽게 말해, 한국말 랩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랩 유산을 정력을 발휘해서 개많이 남겨놓은 사람들 TOP5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현재 과거보다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랩을 뱉는 경우도 있는 거고요. 5명 중에선 안타깝게도 스윙스가 그러고 있는 것 같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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