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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씬 칼럼 두번째. 제다이의 광선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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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음악을 좋아하고 그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장비가 있습니다. 아마 거의 전부가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영 사용할일이 없더라도, 굳이 쓸 필요가 없더라도, 그래도 한번쯤 가져보고 싶고 한개쯤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는 그것. 드레, 르자, 매들립, 딜라, 누자베스, 피트락, 둠 등 마치 스타워즈 제다이들의 강력한 포스나 반짝 반짝 빛나는 로망의 광선검 같은 ‘그것’ 말입니다.

 

바로 패드 샘플러 입니다.

 

Mpc 60 중고거래 | 중고나라 카페에서 운영하는 공식 사이트

국내에서 Avantgarde Vak님이 사용하시는 MPC60MK2 

(중고나라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삭제하겠습니다.)

 

비트씬의 프로듀서들과 메인스트림의 프로듀서들에게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전 ‘너무나 당연하게도’ 작업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작업방식이 바로 이 샘플러입니다. 비트씬의 작업자들은 ‘거의’ 대체로 이 샘플러 라는 것을 이용합니다. 저처럼 작업의 모든 과정에서 사용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워크플로우의 한 부분에 우겨넣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샘플러들의 패드를 직접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작업방식은 스네어나 하이햇 롤을 필수적으로 하는 트랩류의 구성과 거리가 생기게 하고, 둔탁하고 공격적이며 개성적인 인 아웃의 프리엠프와 컨버터는 현대의 깔끔하고 모던한 사운드와 차이를 두도록 만듭니다.

MPC Stuff.com | Happy Birthday to the legend J Dilla! #dilla #realhiphop  #mpcstuff #mpc3000 #mpc3000le #rip #ripdilla | Instagram

mpc3000과 J.Dilla

 

  이 패드 샘플러의 브랜드와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역시 Akai의 MPC 일겁니다. (이 MPC 모델만 10개가 넘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시대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명기의 반열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는 기기는 E-mu의 Sp시리즈가 있겠죠. Sp1200이 가장 유명한 명기이니 앞으로는 ‘1200’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E-mu의 12비트 샘플러의 명맥을 잇는 리이슈가 근 2-3년 사이에 두개나 나왔습니다. 게다가 베링거에서도 이 샘플러를 리이슈하겠다고 발표를 했으니 얼마나 전설적인 악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잘 모르지만 사실 최다 판매기록을 가지고 있는 전설적인 샘플러는 저 위의 것들이 아닙니다. 바로 제가 오늘 소개할 Roland의 Sp시리즈입니다.

 

E-mu SP-1200 - Wikipedia

mpc3000의 두배 정도 가격에 이베이에서 거래되던 전설적인 명기 sp1200

 

SP-202 | Dr. Sample - BOSS

sp시리즈의 시작인 Boss의 Sp-202

 

 이 샘플러는 놀랍게도 위에 언급한 두 회사의 샘플러와 태생적인 용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엠피씨와 1200이 프로듀싱과 송폼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면 롤랜드의 그것은 태생 자체가 디제이의 사이드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02를 조상으로 보는 시점에서는 그렇습니다. 엠피씨랑 싸워보겠다고 나온 808모델을 최초로 본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Sp-202는 boss(roland의 자회사)의 이름을 달고 출시되었다보니 sp808을 조상으로 보는 시각도 다수 존재하기에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샘플러보다는 이펙트박스에 가까운 역할을 한 것이죠. 실제로 eq 기능 조차없어서 따로 보드를 구매해야하는 mpc와 비교한다면, 이펙트가 8개나 달려있는 202와 그 역할이 얼마나 다른지 이해가 되실겁니다. 게다가 가격 또한 프로듀서의 홈스튜디오 장비급들과의 차이가 컸습니다. 지금의 가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신기종인 mpc스튜디오는 120만-180만(리미티드 에디션의 경우) 사이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sp 시리즈의 최신기종은 404mk2는 신품이 국내 출고가 9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당시에 프로듀서들이 이 저렴한 기기를 프로듀싱 장비로 보기는 무리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하이퀄리티로 발전하는 고급기종들과 달리 sp시리즈는 입 출력 단자조차 컨슈머 레벨의 rca단자를 고수하고 있었으니 취급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404시리즈는 mk2가 되어서야 (mk2는 4세대 기기입니다.) trs 규격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Micro-Chopping The Roland SP-303, 404, and 555 | by Gino Sorcinelli |  Micro-Chop | Medium

rca 단자를 바꾼 건 여러가지 음악작업 측면에서 훌륭한 선택이며 너무 늦은 선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제게는 너무나 많은 rca 단자가 쌓인 후라는 건 조금 슬픕니다.

 

 그러나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습니다. 녹음이 되고 자르기가 되고 효과를 먹이고 패턴을 만들어서 리샘플링 가능하다면 그것은 샘플러로 사용되기에 조금의 모자람도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많은 기능과 낮은 가격으로 가난한 힙합 아티스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일조하게 됩니다. 특히 테이블의 1/3 크기를 차지하고 무거운 무게로 이동이 어려운 mpc와 달리 책 한권정도 크기에 크게 무겁지 않은 이 샘플러는 AA건전지로 구동까지 되는 바람에 그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한 장비가 되었죠. 전설적인 일화로 J Dilla의 역작이자 마지막 앨범인 Donuts 앨범은 sp303으로 프로듀싱되었다고 합니다. 병실에 누워있던 J.D가 303과 포터블 턴테이블을 이용해서 만든 앨범이었다고 말이죠. (물론 정설은 아닙니다. 딜라의 자서전에는 그 일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프로툴을 이용해 작업했다고...)

 

 샘플러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정말 많지만 역시 이 악기의 최대 장점은 앞서 이야기했던 목적성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디제이의 사이드킥, 그러니까, 이펙트 박스말이죠. 그리고 어느순간 이 악기는 디제이의 턴테이블을 대체하는 악기가 되기 시작합니다. 사실 샘플러 퍼포먼스, 그러니까 MPC를 가지고 라이브를 진행했던 사람도 없진 않을 겁니다. 에리카 바두가 라이브에서 세대의 MPC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핑거드러밍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음악을 튼다’ 라는 개념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사례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샘플러들의 태생자체가 음악을 틀기위한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Sp시리즈들은 달랐습니다. 다양한 이펙트를 이용해 정말 ‘음악을 틀기’ 시작한 것이죠. 물론 디제이들의 투 턴테이블 처럼 음악을 믹스하는 건 아니었습니다만 어쨌든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해서 그만큼을 틀어서 들려주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지금은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고 대단한 일이었음이 틀림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에 바이닐 턴테이블과 CDJ를 제외하고 음악을 틀 수 있는 기기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3년 서울비트씬에서 진행했던 404 day 영상 

 

 

후다닥 글을 쓰다보니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숨이 차군요. 이번에는 샘플러를 소개하듯이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할 얘기들이 정말 많은데 글솜씨가 좋지 않아 읽고 수정하면 수정할 수록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쓰다보면, 한분이 읽어주시던 두분이 읽어주시던, 나날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편에서는 샘플러를 주무기로 사용한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아티스트들이 이 샘플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다뤄보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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