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한 표현 사과드립니닷 ..

제목은 낚시는 아니고 본문에 사과 내용 있으니 읽어주시면 됩니다.

그럼 스윙스와 식케이를 같이 언급하는 게 음악적인 얘기가 아니고 좆도 의미 없는 소모적 행위라는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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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스윙스 얘기할 때 식케이랑 엮지 좀 말라고 하는 분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스윙스랑 디스로 스스로를 엮은 건 식케이입니다. 뭔 쿨하고 시크하게 살고 있는 식케이가 문돼지한테 발목 잡힌 것처럼 왜곡하는 것 같아요. 식케이가 스윙스를 꽤 오랜 시간 미워했다는 건 가사는 날카로웠지만 정작 랩은 좆구리게 뱉어버린 '코리안 카피캣' 들으면 느껴지긴 했는데, 뭐 그건 둘 사이 알아서 풀 문제죠.

애초에 식케이도 음악적으로, 랩으로 배틀 붙으려고 디스를 시작하지 않았어요. 스윙스의 어린 래퍼들을 대하는 태도나 발언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오랜 기간 쌓여있었던 것으로 보여지고 '코리안 카피캣' 가사 보면 스윙스가 식케이를 인정하지 않는 식의 태도도 식케이한테 드러냈던 게 아닐까 추측도 가능합니다. 아무튼 전혀 음악적이지 않은 싸움이라 감정 소모적이기만 하고 스트레스만 주니까 수퍼비도 초반에 갑자기 두 래퍼를 깠던 거라고 생각하고요. 시끄러우니까 빨랑 끝내라고.

식케이는 기본적으로 커리어 내내 스윙스보다 랩을 잘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현재 스윙스 랩 폼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이죠. 경력이 비슷한 동료 래퍼들과 비교해도 식케이는 기본적으로 랩이 뛰어나지 않아요. 스핏, 가사, 센스 모든 측면에서요. 식케이와 스윙스가 현재 고수하고 있는 음악 스타일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비교 대상도 아니에요. 식케이가 못하는 게 스윙스한테 있고, 스윙스가 못하는 게 식케이한테 있는 거죠.

절대적으로 랩만 갖고 붙는다면 스윙스는 식케이한테 질 수가 없어요. 식케이도 그런 불리한 대결을 원하는 건 아닐 거예요. 싱잉과 트랩으로 전향하기 전의 식케이 랩을 모두 찾아 들어보면 답이 쉽게 나옵니다. 싱잉 팝랩으로 인기를 얻고 트렌디한 트랩으로 스타일과 사운드 측면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식케이는 한 번도 랩이 죽여준다는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물론 스타일과 사운드를 조율해 매끈한 프로덕션의 앨범으로 마감한다는 것도 음악적 역량 맞고 그런 측면은 트렌드 측면에서 현재 식케이가 스윙스보다 분명히 뛰어나죠.

이번 케이플립 앨범은 샘플링이나 컨셉 참신했고 식케이의 전작들에 비하면 재밌게 들었지만 마지막 트랙 제외하면 랩은 여전히 모르겠어요. 너무 평범하고 재미 없습니다. 멜로디가 감각적이고 세련되지만 캐치한지는 여전히 모르겠고요.

어떤 분은 식케이를 누명 시즌의 버벌진트로 비유하시던데ㅋㅋㅋ 의도적으로 트롤짓하려고 쓴 글 같긴 하지만요. 식케이가 한국말랩의 작법과 한국힙합의 정서와 판도를 뒤엎어버릴 체인저 포지션을 표방하는 아티스트가 아니거든요. 적당히 팝적이고 트렌드를 적극 차용한 스타일리시한 아트웍을 추구하는 아티스트고요. 이제는 래퍼로서 나름의 개성이 구축됐다고 볼 수 있지만 엄청나게 유니크한 개성보다는 대중 친화적인 예쁘고, 멋지고, 고급스러운 사운드와 아웃핏을 보여주고 있죠. 뭔 식케이의 음악 전후로 뒤안길로 사라질 음악들이 줄서서 대기 중이고 버벌진트처럼 장르의 작법과 접근법의 근본을 세워나갈 영웅처럼 얘기하는 건지... 근거가 확실하면 설득되기라도 하겠어요.(식케이가 뭐 잘하는지 알겠으니 오바싸지 말자는 말)

저를 비롯해서 여기에 꼰대처럼 말한다는 사람들이 뭔 곰방대 물고 가리온 1집 같은 훈민정음 풀랭쓰 앨범 대령하라면서 심판질하는 사람들로 보이는 걸까요? 애초에 제가 '한국적인'이라는 말을 꺼낸 게 잘못이었던 것 같아요. 사과드립니다. 단어 선택을 가볍게 해버렸어요. 그냥 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라고 했었어야 했는데 제가 경솔했죠. 암튼, '한국적인'이라는 건 그런 걸 말한 게 아니었어요.

어차피 힙합도 수입음악이고 문화니까 당연히 사운드나 정서를 흉내낼 수밖에 없죠. 아웃핏도 당연히 흉내내는 거고요. 2000년대 초반에 가리온, 씨비매스, 버벌진트, 윤희중 등 대부분의 힙합 뮤지션들이 힙합바지 입고 십자가 목걸이 하고 팀버 신고 듀렉했던 것처럼요.(어떤 등신 래퍼들은 가사에 N워드도 넣었었죠;;) 같은 맥락으로 식케이가 흑인들의 최신 아웃핏 멋지게 세팅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하는 거니까 누구도 그걸로 욕하지 않죠. 잘 흉내내고 보기에 간지나게 소화도 하고요.

그런데 어떤 문화든 수입을 해왔고 그걸로 창작활동을 할 거면 그 수입해온 기반 위에 자신만의 라이밍, 표현, 서사 같은 게 잘 세팅돼야 하는 온전한 창작물로 마감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본토에서 먹히는 트래퍼들이 흐리멍텅한 눈으로 우물거리듯이 랩하니까 가사에 작가적인 색채와 개성도 없는 클리셰 범벅에 일반인들 중 아무나 할 수 있는 허접한 라이밍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아무나 아티스트 될 수 있죠.

뭔 가사에 사회를 계몽하고 진지빠는 가사를 쓰라는 것도 아니고 한국전통문화를 차용하라는 것도 아니죠. 식케이가 커리어 동안 래퍼로서 뱉은 랩과 가사 중에 힙합 마니아들 사이에 회자되는 게 있었나요? 없었거든요. 평론가들의 평가도 늘 평타였죠. 어워드에서도 항상 제외됐었고요. 그런 평가들이 절대적 기준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씬 내에서 래퍼로서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약했다는 말이에요.

한국힙합 마니아들이라면 식케이의 커리어와 로컬라이징을 위한 나름의 노력과 허슬을 왜 모르겠어요. 단지 어떤 제작물이 레퍼런스 수준을 벗어나 카피로 의심되는 수준일 때 비판을 했던 거고 그런 게 한두 곡이 아니었으니 카피캣 이미지를 스스로 입은 거지, 마니아들이 강제로 입힌 게 아니거든요. 어쨌든 그런 애매한 포지션이었던 시절을 지나 제작물이 꽤나 쌓였고 식케이도 자신만의 아트웍을 만들 줄 아는 단계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식케이가 랩 자체를 존나 잘하고, 커리어 내내 독창적인 곡들만 발표해온 것처럼 말하면서 버벌진트, 빈지노, 이센스 언급하는 건 너무 꼴보기 싫은 거예요. 그런 판타지 같은 올려치기는 좀 그만하시면 좋겠네요.

허황된 올려치기가 거슬려서 어쩌다 보니 식케이 얘기를 자주 했던 것 같은데 저는 여기까지 하고 그만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식케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이제는 카피캣으로만 치부되기에는 자기 영역이 단단하게 구축되었다고 생각하고요. 별개로 스윙스는 도전하는 모든 것들 보기 좋고 응원까지 하지만 본업은 메타인지 좀 잘 해서 회복 좀 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