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724844290
<쇼미더머니10>보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보다 훨씬 전부터 쿤타는 한국 레게씬에 있어 아이코닉한 존재였다. '집시의 탬버린'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하려 했으나 레이블의 해산으로 좌절된 후, 쿤타는 빠르게 레게를 수용하여 한국 흑인음악 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였다. 그 행로를 거꾸로 톺아가다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프로듀서 뉴올리언스(現 뉴올)와의 합작인 <Koonta In Nuoliunce>를 마주하게 된다. 당시 뉴올리언스는 1 PD 1 플레이어 프로젝트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고, 이 프로젝트의 첫 타자로 쿤타를 낙점하였다. 그때만 해도 아직 신예였던 이들의 만남은 놀라운 화학작용을 빚어냈다. 특유의 걸쭉한 톤으로 랩, 보컬 양쪽에 능했던 쿤타와 힙합을 기반으로 다방면의 음악의 하이브리드에 조예가 깊었던 뉴올리언스의 조합은 서로에게 베스트였고, 이내 이들은 2006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신예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당시 뉴올리언스와 쿤타의 레퍼런스 대상이 Outkast와 Pharrell Williams, Timbaland, 그리고 Wyclef Jean이었다는 점이 <Koonta In Nuoliunce>의 지향점을 짐작하게 한다. 레게와 힙합을 기본 틀로 하되, 흑인 음악의 다방면을 적용하여 얼터너티브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큰 그림이 이들에게 있었고, 뉴올리언스에게는 이를 실현할 역량이 있었다. 뉴올리언스 본인도 "나는 그저 하고 싶은 비트를 만들었는데 쿤타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순간 레게가 되더라"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만큼 <Koonta In Nuoliunce>는 11 트랙 짜리 1 PD 1 플레이어 프로젝트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다양성을 내재하고 있다. 샘플링 기반의 붐뱁("Holding On")부터 미디 기반의 재즈 소울("미안해")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N.E.R.D 류의 훵크 락에 월드 뮤직의 폴리 리듬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등("사자사막") 앨범의 확장성의 팔 할 이상은 뉴올리언스의 다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에 빚지고 있다.
앨범의 넒이도 넓이이거니와, 레게 본연의 깊이에도 놀라울 정도의 충실함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앨범에 수록된 세 개의 댄스홀 넘버가 각기 뚜렷한 표정을 지니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Skibba Labba"가 퍼커션의 힘만으로 짙은 원시성으로 치닫는다면, "Mama"는 블루지한 기타와 삼바 리듬을 섞어가며 처연함을 극대화했고, "Keep Your Love"는 오르간과 브라스를 곁들여 앨범에서 제일 흥겨운 트랙으로 거듭났다. 여기서 조금 더 대중 친화적인 접근을 가져간다면 어쿠스틱하고 따뜻한 스카 넘버인 "Rosa"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앨범의 이러한 자유분방함과 무경계성은 스킷과 아웃트로에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쿤타와 뉴올리언스가 함께 벌이는 한바탕 잼(Jam), 그 안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신명은 그 자체로 블랙 뮤직 전반이 품고 있는 고도의 흥을 그대로 대변한다.
앨범의 얼터너티브함이 낯섦의 영역이라면, 이를 익숙함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게스트의 몫이다. 앨범에서 제일 스탠더드한 힙합 넘버인 "Holding On"을 예로 들어보자. 쿤타는 반복적인 구절을 소화하며 비트의 악기 내지는 보이스 샘플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 위에서 기술적인 화려함으로 주인공에 등극하는 것은 션이슬로우의 랩이다. 피타입이 평소의 무거운 프로덕션이 아니라 흥겨운 댄스홀 넘버 위에서 특유의 복잡다단한 라이밍을 쏟아붓는 파격을 보여주는 대목은 이후 그가 보여줄 하이브리드적인 면모를 암시하는 듯해 더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더해서, 이미 바이러스, 이루펀트 활동으로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줬던 마이노스를 앨범에서 제일 서정적인 넘버인 "미안해"에 편성하는 등 앨범의 게스트 운용에는 파격과 정석이 고루 공존한다. 뉴올리언스와 쿤타의 공식적인 데뷔 이전의 활동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다. 피타입만 해도 쿤타와 같이 레이블 가라사대의 동료였으며, 역시 가라사대 출신인 트레스패스의 현무도 둔탁하면서도 독특한 엇박자로 "Mama"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해낸다. 뉴올리언스의 옛 파트너인 백화를 위해서는 프로덕션에 미니멀한 구간을 형성하면서까지 그의 곧은 퍼포먼스를 확실하게 서포트하는 모습도 보인다. 뉴올리언스가 "피처링해 주신 분들이 가운데서 중추적인 역할을.. 계산에 넣고, 이분들의 역량과 저희가 할 수 있는 색깔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서...(하략)"라고 힙합플레이야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으니, 사실상 게스트들 또한 앨범의 두 호스트와 더불어 <Koonta In Nuoliunce>의 양대 주축인 셈이다.
2000년대 중반에 이미 수많은 영역을 포괄하고 있으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자신들 다움을 관철해 내는 작품이 한국 힙합에 존재하였다는 사실은 그 시절에도 한국의 흑인 음악이 상당한 수준으로 무르익었음을 시사한다. 레게라는 토대 위에 소울과 재즈, 힙합, 훵크를 영리하게 섞어내는 뉴올리언스의 솜씨, 그리고 걸쭉한 보컬과 그루브 있는 랩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프로덕션을 멋들어지게 소화하는 쿤타의 퍼포먼스의 결합은 <Koonta In Nuoliunce>를 2000년대 한국의 흑인 음악 앨범 가운데서도 제일 혁신적인 작품으로 등극시켰다. 다 장르 간의 통섭을 통해 형성한 진보성을 토대로 때때로 고전미를 향해, 혹은 자유분방함을 향해 키를 돌리며 이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성을 영리하게 드러냈다. 특기할 것이 있다면, 뉴올리언스가 앨범에 방대한 분야의 사운드를 집약시켰지만, 이것이 '레게'의 정체성을 띠게 된 것은 쿤타 만의 독특한 연출력의 힘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탈장르화, 융합이 비가역적으로 멀리 도달한 현 상황에서, 자신들에 대한 통찰, 그리고 구현이야말로 길을 잃지 않고 명징하게 나아가는 원동력임을 이 앨범을 통해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어찌 보면, 오히려 현시점의 음악 씬에 비추어 봤을 때 되려 울림이 큰 작품이다.
Best Track: Holding On (feat. Sean2slow), Keep Your Love (feat. P-Type), Mama(rap ver.) (feat. Hyunmoo)
https://drive.google.com/file/u/5/d/15haVGCwub2CYnAtF9qXBnHkrgPNMQfVs/view
본 리뷰는 HOM#20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추억의 앨범이네요
holding on 지금 들어도 미쳤죠
정말 좋은앨범
로싸로싸 로싸로싸로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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