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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진트의 오랜 팬이라면 여운이 깊을 수밖에 없는 가사

title: Thomas Bangalter (2)direo2024.12.10 17:19조회 수 573추천수 7댓글 2

3년 전 나온 모던라임즈 20주년 기념 앨범에는 보너스트랙 두 곡이 들어있습니다. 음원 사이트에도 공개된 80 Seasons와, 씨디 온리 트랙인 20 Summers.

 

80 Seasons가 2001년 모던라임즈 발매 당시의 상황을 20년 후 리마인딩하는 곡이라면 20 Summers는 모던라임즈 작업 시기부터 20년동안의 모든 커리어를 한 곡으로 소회하는 곡입니다.

그런 주제인 만큼 VJ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간 팬이라면 이 곡을 듣고 여운이 없을 수가 없는데요,

 

씨디 온리 트랙이니 음원 사이트에는 물론 유튜브 등에도 올라오지 않은 곡이라 정말 알 사람들만 알 거 같아서 이번에 가사만이라도 한 번 소개해봅니다.

 

 

 

[Intro]

2001부터 20 summers, let’s go, yeah

 

[Verse]

2001, 내 질문들에 내 스스로 내린 답

결과적으로는 됐어, 변화의 시작

나 역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일단

길었던 한국 rap status quo 상태를

싹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었을 따름

돌이켜보면 전에 전혀 없었던 rhyming까지는 아니었지

맞아, 기적적 타이밍

만약에 내가 게을러 조금 늦었었다면

많은 게 지금과는 달랐겠지

역사엔 가정법이란 게 없다는 사실, 참 다행

 

  (당시 한국말 라임을 새로이 정립하고 국힙을 싹 갈아엎은 건 VJ 한 명만의 공은 아니었습니다. SNP 크루에서 피타입, 데프콘, 4WD 등이 다 함께 다음절 라이밍과 그 방법론을 제시하였고, VJ가 거기서 좀 더 허슬해서 입대 직전에 모던라임즈를 드랍했던 게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었습니다.)

 

back then i thought i seen a sign

이제는 문화유산이지, 몇 장의 노트 가득히 쓴 rhymes

그때 굳어진 습관, 일지 쓰기

군인이 되고난 후에도 난 지켰지

‘Drunk’ 2절이 완성된 게 2002년 7월 17일

효촌리의 비극이 전국민을 슬프게 했던 때

그때의 공기, 내 기억에 선명해

24/7 Red Cloud 전체를 둘러싼 의경들, 슬픈 풍경이었네

 

  (Drunk는 누명 수록곡. 누명 발매 6년 전, 미국 장갑차 압사 사건 당시 이미 수록곡 하나가 만들어졌던 것. 그 외에도 누명 수록곡들은 이미 한참 전에 써놓은 곡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03년 제대까지 4개월

신의 의지 compilation에 수록된 ’소년을 위로해줘‘

그때 내가 쓴 구절 하나가 7년 후 소설의 제목 될 줄은 몰랐지

날짜를 세며 다시 사회로 나갈 마음의 준빌 하고 있었네

뜨거워도 난 필요했어 예열

그 사이 커진 파이의 조각을 훔칠 생각 가득했어

구도는 신구 세력간의 대결

04년 다듀의 ’Pride’, 그리고 ‘Do What I Do’,

휘성 3집의 Intro로 문을 열구

Soul Life 결성, ’두근두근 레이싱‘,

’Living Legend’, 그 후로 내 주가는 쭉 오르기만 했어

 

 (버벌진트가 모던라임즈 발매 다음으로 가장 큰 하입을 받은 시즌은 단연 2004년이었습니다. 디스곡의 기준이라 불릴 정도로 고퀄로 뽑힌 Do What I Do, 당시 씬에서 꽤 파란을 일으켰던 이현도 & IF와의 합작 Living Legend 등등. Soul Life는 지금은 소원해진 데프콘과의 팀입니다.)

 

그 다음 해 7월, 성우 커리어 시작한 후

예상 밖의 돈이 주머니에 들어왔지만

구멍난 학점 메꾸기 위해

바삐 사느라 flex한 기억은 없어 for real

[Modern Rhymes] 낸 후 5년 째

알 사람은 다 아는 rapper

아마 그 정도면 꽤 괜찮다고 느꼈을지도

또 내 동년배, 그들의 모습에서 불안 느낀 걸로 기억해

고시, 공과 사기업 기웃거리다 featuring 작사

과연 내 길은 어딜까? 고민을 했지

석원형이 날 불러주신 게 돌아보면 변곡점이야

 

  (VJ는 서울대 99학번이지만 음악한다고 학교를 9년동안 다녔습니다.

  모던라임즈 낼 때도, 그 이후로도 VJ는 국힙씬 내에서만 입지가 큰 인물이었을 뿐 대중적으로는 인지도가 적은 래퍼였습니다. 그런 그가 거의 처음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게 정석원이 015B 7집에 참여 제의를 하면서 나온 타이틀곡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을 통해서였습니다.)

 

07, 마치 미래를 본 듯이 홍대로 내 본거지를 옮겼지

[Favorite EP] 후일담으로 시작한 게

모두를 까는 작품으로 진화했고

위긴 기회가 되었네, [누명]까지 연타

Overclass, [사수자리], 분명히 예전과 달라진 바닥

삶에 chapter라는 게 있다면

일단은 그걸 닫은 게 그 다음 해 [Good Die Young]

 

  (무명은 원래 버벌진트의 계획에 없던 앨범이었습니다. 늘 싸움닭 이미지였던 VJ가 6년만에 앨범을 냈는데 그 앨범인 페이버릿 EP가 랩의 비중이 줄고 노래의 비중이 커졌고 사랑을 주제로만 다루어서 리스너들 다수가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냈고, 그와 함께 오버클래스 결성, 제이독과의 디스전 등 그 외 여러 사건들까지 더해져서 VJ가 분노의 에너지로 만든 게 무명이었고, 그게 누명 작업까지 번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서사를 닫은 게 굿다이영과 사수자리2.

 

  자세한 누명 썰은 https://hiphople.com/kboard/14791143

  이걸 한 번 참조하면 될 듯해요)

 

왕십리에서 시작한 새로운 장

[Go Easy]의 태동, 2010년 여름

로스쿨은 거의 매일 자체공강

음악이 나를 부르고 있다고 믿었거든

11년 7월 ‘원숭이띠 미혼남’, 12번 ‘우리존재 화이팅’까지

이전의 나 자신을 전부 내려놓은 다음

많이 얻은 거, 모두 아는 이야기, yeah hmm

 

 (버벌진트가 무명부터 굿다이영까지 지진아 사냥과 씬에 대한 회의감을 얘기하는 곡들을 다 내려놓은 뒤 낸 앨범이 고이지. 그리고 드디어 처음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크게 얻게 되었습니다.)

 

2012, 오독과 싸우던 시기, 공연과 방송, 가끔 트윗질

그 다음 해 여름, 너무 열심히 하다 내 발목 잡은 트윗질

DJ 잘리고, gossip 휘말리고

그때 냈어야만 했어 난, ‘공인’이라는 곡

 

  (13년 버벌진트 블락 사건은 꽤 유명했던 논란. VJ는 바로 그 당시에 이 논란에 대한 심경을 곡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iF6YRr8YB4

 

14년 [GO HARD] 작업, 15년 쇼미

16년, 왔어 내가 자초한 괴로움이

그 후로 두 번의 여름은 갔네 조용히

그 다음 여름, 필요했어 정신적 도움이

‘2020 VISION’ 후 팬데믹의 시대

대부분의 시간 갇혀있게 됐지 집에

그 덕에 일곱 번째 정규작 탄생

음악으로 거리를 두었지 또 한 번

지금의 나 역시 20년 후의 나한테 부끄럽지 않기를 기도하며

 

  (16년은 음주운전 적발 이야기입니다. 16-18년 음주운전을 반성하는 가사를 미친 듯이 써내려갔던 때도 있고, 19-20년 때는 특히 참여곡들 가사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적으로 많이 궁지에 몰렸던 게 보입니다. 그리고 7집 변곡점은 전체적인 주제가 집에 갇혀 음악으로 거리를 두며 자신의 감정을 써내려간 것입니다.)

 

[Outro]

감사합니다.

이거 전부 다 2001년에 만든 비트 엮어가지고 한 거거든요.

 

(중략)

 

2041년에 만나요.

안녕.

 

 

 

 

그리고 같은 해, 이와 비슷하게 지난 자신의 인생을 소회한 곡을 또 하나 썼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XHhLsrX6U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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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 23시간 전

    버벌진트 광팬으로서 정말 잘 읽었습니다.

    버벌진트 음악을 진짜 좋아하시는게 느껴지네요.

  • 43분 전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정규는 아쉽지만 예전의 폼이 그립긴 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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