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선공개곡 임팩트가 쥐뿔도 없어서 그동안 딥플로우한테 쌓여왔던 음악적으로 앙심(?)이 조금 있었는데,
가리온 3집 오늘 다 들었는데 좋네요. 특히 선공개곡같은경우에는 앨범에 수록돼있을때 조금 더 빛이나는것같아요.
일단 장점부터 봤을 때 원래 우리가 알던 기존의 가리온의 앨범은 가볍게 듣기가 어렵습니다. 곡 수와 길이가 많은점들도 있고 피로도가 꽤 쌓여서
좀 각잡고 들어야하고 헤비한 느낌이 강한데, 이번 앨범은 마치 가리온의 28주년의 축포같은 앨범이자 엔터테인먼트같은 느낌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내러티브 없이도 오히려 가볍게 즐기기에 너무 좋은 앨범입니다.
사운드적으로도 1집과 2집의 강점들을 현대적으로 잘 디벨롭시켰다고 생각하고 랩도 하나도 구리지않았습니다.
(랍온어비트, 샤이보이토비를 비롯한 리듬미컬하고 바운시한 트래퍼들이나 미국 메인스트림류의 랩이 현 한국힙합씬 여론의 극호를
달리고 있어서, 정박으로 딱딱 꽃히는 랩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올드하다고 평가받는것같은데요. 제 생각은 가리온은 투박하지만 랩 절대 구리지않고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구린 랩 / 좋은 랩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스타일같은 경우는 그 다음 문제라고 봐요)
단점은 가리온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메타와 나찰 두 퍼포먼서의 집중된 얘기를 듣고싶어하고 거기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불필요하게 많은 피쳐링진들이 감초역할보다는 방해됐던것같아요. 2~3명이 가장 적합하지않나 싶어요.
가리온은 대부분 씬의 리스너들이 쇼미더머니가 핫한 시점으로 부터 유입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냉정하게 얘기해서 씬의 중심에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앨범 소비층의 타겟이 과거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리스너들일텐데 현대와 과거를 아우르려고 했던 부분이 과하지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킬링트랙의 부재도 좀 아쉽긴합니다. 2집때는 다만 가리온, 영순위, 판게아같이 임팩트가 강한 트랙들이 일정 포진돼있었는데, 그 정도 임팩트있는 곡들은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딥플로우 프로듀싱도 퀄리티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MC메타님이 조금 더 가리온에 적합한 프로듀서가 아닐까싶습니다. 래퍼를 떠나서 음악가로서 곡을 만드는 능력과 앨범을 이끌어가는 능력(가리온 2집, 메타와 렉스 1집)이 탁월하다고 생각해서 다음앨범 생각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주도권을 잡고 만드는게 좋은것같아요. (메타님이나 가리온이 간간히 발매한 싱글곡들도 잘 들었던것들도 많아서 한번 건의드립니다)
확실히 이번 앨범이 1집이나 2집에 비해서 퀄리티나 임팩트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절대값으로 퀄리티가 별로인 앨범은 아니라고 봐요.
전 상당히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P.S : 2010년도에 네이버블로그에서 1998년에 방영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를 보고 상당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번 앨범에 그 다큐에서 발췌한 소스들이 곡들 곳곳에 녹아든것을 보면서 저의 감정을 자극했고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가리온이 열광받았을때 그 때 리스너들은 다 래퍼가 됐거나, 현실을 살아가기 바쁘겠죠. 그래서 지금은 그 불씨가 커뮤니티를
도배할만큼 타오르지않겠지만, 꺼지지 않았다는것만으로도 좋네요.
저는 그냥 한명의 사람으로써 음악 해주는게 너무 감사할뿐입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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