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0SrEhlaqas?si=NbZy2Ld1fXL66lfq
<들어가며>
한국 힙합에서 '1993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한국 힙합 씬에서 가장 뛰어난 래퍼로 뽑을 수 있는 '씨잼(C Jamm)'과 '키드밀리(Kid Milli)'를 비롯하여, '비와이(Bewhy)', '홍다빈(전 DPR LIVE)', 'Keith Ape', 'SLOM' 등 1993년 중에는 '보석'과 같은 재능을 지닌 힙합 음악가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이러한 쟁쟁한 이름들 사이,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걸 수 있는 래퍼가 있는데, 그가 바로 '최엘비(CHOIELB)'이다.
"제일 개인적인 얘기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벌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모순 이래서 최엘비는 이걸 못 접어
-최엘비(CHOIELB) - MIC SWG 싸이퍼"
https://youtu.be/PtzlaZ3haQs?si=qwkRZLFZgmr0fQot
『오리엔테이션』, 『CC』, 『독립음악』으로 이어지는 그의 3개의 정규 앨범은 많은 힙합 리스너들로부터 음악적 퀄리티와 완성도를 인정받았으며, 특히 지극히 개인적이며, 평범하며, 자신의 부족한 모습과 자존감이 떨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담아내면서도, 최엘비 특유의 가사적 감각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3집 『독립음악』은 MIC SWG에서 그의 벌스의 내용처럼,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으며 '2022년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힙합 앨범상'을 수상하였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수록된 그의 정규 2집 『CC』는 앨범 제목과 같이, 대학생 시절 최엘비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앨범에 마지막이자 'Bonus track'으로 이름을 올린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은 『독립음악』 이전, '연애와 이별'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경험과 개인적인 감상을 최엘비의 언어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매력적인 곡이다.
<노래 분석>
경쾌한 피아노 비트와 함께 최엘비의 목소리로 음악이 시작된다.
난 헤어지고 나서
브로콜리너마저
음악을 듣고 위로받았지
도입부는 훅에 첫 마디를 먼저 사용하였다. 개인의 '이별'과 '브로콜리너마저'라는 실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구체적인 아티스트가 등장하며, '가장 개인적인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음악도 그렇기를 원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
스무 살의 겨울을 기억해
그때 나는 첫 이별에
몸과 마음이 무너졌네
매일마다 술에 떡 돼
의미 없는 삶을
이제 끝내기를 원해
피아노가 사라지고, 드럼 비트와 키보드가 비트를 이루며, 최엘비의 랩이 시작된다. 자신이 '브로콜리너마저'로부터 받은 위로와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첫 가사를 시작으로, 스무 살의 최엘비가 겪은 '이별'이 등장한다.
https://youtu.be/9bXaWHBec_I?si=8RjKag_rDiEQdQqt
근데 죽기 전에 생각이 하나 스쳤네
고등학생 때 듣던 내 재생목록의 맨 첫째 줄에
있었던 브로콜리너마저 -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는 듣고 죽길 원했어
아무도 없는 방에서 그 음악을 들었지
방해될 이웃도 없어 소릴 크게 틀었지
차가운 방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지
고등학생 때 듣던 것과 다른 것을 느꼈기에
최엘비의 개인적인 감상은 '브로콜리너마저'라는 아티스트의 이름만 언급되는 것을 넘어서, 그 시기에 자신이 들었던 노래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중간 부분부터 기타 사운드가 추가되며, 노래에 분위기를 쌓아가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https://youtu.be/UGf-_xPTUJM?si=OQzfjiOHYy83N2dJ
이제 죽고 나면 이런 걸 못 느끼잖아
너도 어딘가에서 울고 있다면 울지 말아
내 음악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되고 싶어 죽음까지 막는 음악가가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는, '이별'이라는 고통에 힘들었던 최엘비가 다시 '삶의 의지'를 잡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고, 그가 다시금 음악에 전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도 이러한 '위로'를 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하던 최엘비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앨범을 만들었고,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브로콜리너마저'의 '이른 열대야'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리메이크 버전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영광을 얻게 된 점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부분이다.
난 헤어지고 나서
브로콜리너마저
음악을 듣고 위로받았지
위로가 없었다면
브로콜리너마저
신곡들은 아마 못 들었겠지
기타와 드럼 사운드 위로 피아노 사운드가 추가되며 훅이 시작된다.
'위로가 없었다면 신곡들은 못 들었겠지'라는 삶에 대한 소박한 비유가 인상적인데, 자신에게 '삶'을 이어나갈 위로를 주었지만, 그렇게 이어나간 삶에 의미가 '브로콜리너마저'의 '신곡 듣기'라는 대비적인 표현은, 그의 3집 『독립음악』에서의 최엘비의 태도와도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겸손하면서도, 소박하며,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는 이러한 표현이 가장 '최엘비' 다움을 보여주는 가사라고 생각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야
브콜너 신곡 못 들을 바엔 살래
나랑 같은 누군가가 내가 쓴 가사에
공감해 준다면 난 이미 성공한 예술가네
학원에서 처음 이걸 들었을 때 맡았던 물감 냄새까지도 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좀 달라져 있지 덜 순수한 것들을 쫓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면 브콜너 음악에 도착해
벌스 1과 유사한 구성의 악기로 벌스 2가 시작된다. 자신이 동경하던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자란 아이가, 자신이 음악을 만드는 상황이 되었는데, 과거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을 즐기던 자신의 기억을 '물감 냄새' , '순수한 것들을 쫓던 시절'이라는 비유로 표현해낸 지점이 인상적이다.
영혼 없는 '힘내'라는 말이 더 힘든 걸 알아
또 고작 그거 가지고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냐고
누군가가 내게 말한다면
내가 느끼는 '고통'을 남이 완전히 알 수는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누군가가 느끼는 고통과 심연이 얼마나 깊은 지 알 수 없다. '영혼 없는 힘내라는 말' '고작 그거 가지고'라는 입 밖으로 쉽게 뱉어 나온 말이, 심연에 있는 누군가에게 나올 수 없는 고통이 될 수 있다.
난 귀를 막고 브로콜리너마저 음악을 들을래
누군가에게 내 음악도 이랬음 좋겠네
내 음악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되고 싶어 너와 나일 먹는 음악가
'귀를 막고 브로콜리너마저 음악을 들을래'라는 가사가 이전 가사와 연결되며, 상대방에 무심한 말에 더 깊은 심연으로 빠지는 모습이 상상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어린 최엘비에게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이 가사로 표현된 것 이상에 '위로'를 주었다는 것이 더욱 잘 느껴진다.
<총평>
슬픔에 빠진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 상대방이 겪는 슬픔과 고통에 깊이를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섣부르게 입 밖으로 뱉어낸 말은 자칫하면 고통 받는 사람에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에 솔직한 자기고백은, "나 혼자만 이런 일로 너무 힘들어 하는 거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잔잔하게 위로한다. 누군가는 그냥 '잊어버려'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이별'이지만, 스무 살에 최엘비에게는 그 이별이 가져온 상처와 고통, 그리고 주위에 반응에서 느끼는 상처로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위로와 삶의 희망을 준 것은, 그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브로콜리너마저)였다. 그런 음악을 듣고 위로받았던 개인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는, 이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
빵 뜬 건 독립음악이지만
음악적으로는 CC가 최엘비 최고작이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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