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번 생각해볼까요? 대중음악이라는 녀석이 등장하기 전에도 클럽 비슷한 게 있었을 거잖아요? 그 사람들이 거기서 뭘 들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자고요.
사실 답은 하나예요. 연주자들이 클래식 연주하고 거기에 맞춰서 춤을 췄겠죠. 그리고 거기서 춤추는 사람들은 죄다 엘리트 귀족이었을 거예요. 왜냐고요? 예술이 대중의 손에 쥐어진 건 대중들도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진 이후니까요.
그 전까지 다수 대중에게 노래라는 건 노동요가 전부였을겁니다. 아니면 구전으로 퍼지는 음유시인들의 버스킹이 전부였겠죠. 음유시인의 음악은 한국으로 치면 판소리리고 클래식 음악은 종묘 제례악 같은 거겠네요.
현대 대중음악은 서구, 그것도 미국의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사실상 미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우리네 즐기는 대중음악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해요.
그런 의미에서 미국 대중음악의 첫 장을 보도록 하죠. 백인들이 흑인 노예 흉내내는 연극을 첫 손에 꼽네요? 그 다음장은 뭐죠? 재즈네요?
그렇다면 혹시 대중음악의 역사는 흑인음악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재해석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아닐까요? 물론 시작이 흑인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거였지만, 그들의 음악을 조롱의 시선에서 “재해석”했다는 건 현상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맞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힙합을 조금 더 깊이 즐기려면 재즈를 한 번 파보는 게 의미있는 시도가 되겠네요. 좋았어. 당장 재즈 파러가야지.
그런데 와… 씨… 제가 지금 그 짓 하고 있는데 머리가 터지려고 하고 있어요. 역사가 워낙 깊은 음악이라서 쉽지 않더라고요. 아예 책을 펴놓고 읽으면서 노래를 듣고 있죠.
그런데 라인업이 되게 이상한 페스티벌이 하나 있더라고요. 라인업 딱 보고 처음에는 재즈 페스티벌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소울스케이프 님이 보이는 거예요. 심지어 디제잉을 하신대요.
거기다가 플랫샵도 있네요? 이 사람들은 힙합 밴드 아닌가? 멤버도 비앙, 누기, 쿤디판다, 담예잖아요. 래퍼도 있고 R&B싱어도 있는 재즈페스티벌… 그럼 이건 이미 재즈페스티벌이 아닌거 같은데 뭐지?
심지어 오티스 림은 소울과 펑크를 넘나드는 디스코그래피를 가진 사람이잖아요. 따마도 R&B 소울 아티스트고요.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죠. 아, 이거 그냥 주제가 흑인음악이네. 재즈, 펑크(funk), 블루스, R&B, 소울, 힙합까지 싹다 먹어볼 수 있는 페스티벌이더라고요. 한국 힙합의 현재는 랩비트, 힙플페, 대구힙페로 볼 수 있고, 재즈는 자라섬이랑 서재패, 락은 펜타포트, 전자 음악은 월디페로 볼 수 있는데 생각해보니까 한국 흑인 음악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기획의 페스티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건 좀 신박하네요.
생각해 보면 그래요. 외국 흑인음악 계열 장르 아티스트는 재즈 아티스트랑 심심찮게 협업하거든요. 썬더캣도 송라이터 이전에 죽이는 베이시스트니까요. 그래서 동료 아티스트들 베이스로 자주 협업하잖아요. 켄드릭 라마 [DAMN.]에서는 아예 베이시스트로도 참여했죠.
H.O.M #15에서 다뤘던 오코예의 앨범도 윤석철, 안상준 같은 국내 재즈 씬에서 굵직한 이름값을 가진 사람들을 데려왔죠. 그렇다면 우리가 대중음악 듣는 시야를 더 넓히고 싶다면, 흑인음악이라는 넓은 카테고리에서 큐레이션하는 공연을 가보는 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요.
그래서 한번 갔다 와보려고요. 재밌어보이네요.
오코예 추
생각해보니 흑인음악을 생각하면 항상 힙합부터 떠올렸네요.
재즈도 있고 블루스도 있는데..
궁금해서 디깅을 시작해봐야겠습니다 ㅋ.ㅋ
생각공유ㄱㅅ
사실 힙합에 기초도 그렇고 락음악에 기초도 그렇고 재즈가 근본이죠. 뭐 그 이전까지 깊숙히 따지기 시작하면 흑인노예들 노동요구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