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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엠 & 프레디 카소 프로젝트 앨범 겸 나즈카 레코즈 컴필레이션 앨범-Nazca Records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6시간 전조회 수 202추천수 2댓글 2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618225254

 

 

 

 

2020년대 들어 일어난 여러 신흥 레이블의 발흥 가운데서도 나즈카 레코즈의 행보는 제일 신비주의적이면서도, 때로는 가장 날랬다. 실제로 레이블로서의 VMC가 끝난 이후 QM은 그의 오랜 음악적 도반인 프레디 카소와 더불어 나즈카 레코즈를 설립하였고, 앨범도 여럿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갔으나 아직 대중들의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음원 사이트의 '기획사' 항목에서만 존재했던 이름은 앰비드 잭, 모도 등 재야의 인사들을 포섭하며, 또한 프레디 카소와 QM의 왕성한 활동을 거쳐 조금씩로 리스너들에게 전염되기 시작했다. QM을 비롯한 레이블의 MC들이 꾸준히 심도 있는 가사와 이를 담아낼 기술적 요소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고, 이를 프레디 카소의 짙은 실험성으로 뒷받침해낸 결과, 지난해의 <프로이디안>, 올해의 <개미>와 <Death Therapy> 등 양질의 작업물이 연이어 발매되기에 이르렀다. 그 뒤를 이어 레이블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될 이 <Nazca Records>는 그 셀프 타이틀에 딱 어울리는 훌륭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위에서 언급된 이들의 장점이 두루 발휘된 결과, 2020년대에 지금껏 발매된 여러 한국 힙합 컴필레이션들 가운데서도 제일 일관되고 하드코어한 작품을 성공적으로 빚어냈다.

프레디 카소가 그동안의 허슬로 축적한 내공은 그대로 <Nazca Records>의 사운드가 하나의 일관적인 결 안에서도 최대한의 다양성을 지니게끔 했다. 다만, 지난해에 그가 주로 보여주었던 드럼리스보다도 아이코스(ICOS)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던 트랩 프로덕션이 앨범의 큰 골격을 이룬다. 그 뼈대의 곁에서 <Pale Blue Dot>, <개미>의 인터스트리얼한 부분("큰 그림"), 혹은 드럼리스에서 자주 활용되는 소울 및 재즈 샘플("Birds eye view", "일름일보")이 살갗이 되며 앨범이 그리는 큰 그림을 낮은 채도의 빛깔로 칠해낸다. 이 거친 듯 정겨운 빛깔은 VMC의 뒤를 잇겠다는 이들의 결기로써 전반부에 특히 격렬히 표출된다. 멤피스 랩("CRIME!")과 퐁크("삐라")의 요소를 적극 도입하고, 시원한 팡파레와와 역동성 있는 변주도 더하고("NAZCA"), 보컬 샘플과 베이스, 드럼의 힘만으로 끌고 가는 추상성("이중나선")까지 곁들여 쌓아 올린 이 저돌성은 프레디 카소가 지닌 스펙트럼, 그리고 그 위에서 날뛰어 줄 MC들의 기량을 가장 여실히 대변해 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예상외의 트렌디함과 실험성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가는 와중에도 가장 VMC의 영향이 짙은 트랙인 "범인"과 "Hereditary"의 올드스쿨함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시편 23편이 인용된 "일라이"를 기점으로 사나웠던 앨범의 기세는는 깔끔히 연착륙한다. "가로안기"의 블루지한 기타와 장한나의 소울풀한 보컬, "몽타주", "은닉슈트"의 재지한 구성으로 대표되는 아날로그한 부분에서 유독 빈티지한 질감을 자주 보여줬던 지난 해의 프레디 카소의 편린이 언뜻 보인다. 이렇게 전반의 열기가 후반의 온기로 갈무리되는 구성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만큼 프레디 카소의 전체적인 프로덕션 설계가 유려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큐엠이 SNS에서 "앨범의 목표는 앰비드 잭과 모도 자랑하기"였다고 밝힌 만큼, 퍼포먼스의 비중은 레이블의 두 신예에게 집중된다. 전체적으로는 앰비드 잭의 둔탁한 타격감이 나즈카 레코즈의 모루로서 견고히 위치를 사수하고, 모도라는 잽싼 망치가 연이어 리스너를 공략하는 형세라 할 수 있다. 특히 모도는 앨범에서 이질적인 톤과 유연한 플로우, 매끄러운 박자를 통해 자신의 최고의 랩 퍼포먼스를 여러 번 경신하였다. 기존에 붐뱁, 혹은 익스페리멘탈 힙합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모도인 만큼 트랩 비트를 자신의 몸처럼 간단히 다뤄내는 모습이 유독 더 강렬히 인상에 남게된다. 모도의 상술된 화려함은 앰비드 잭의 터프함과 공존하여 더욱 빛을 발한다. 정박, 엇박을 자유자재로 운용하며 고전적으로 라임을 운영해내는 앰비드 잭의 방식은 근자의 신예들 사이에서는 꽤나 드물어진 고전미라 더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물론 이들 모두를 예의 기굉한 랩 퍼포먼스로서 지탱하여주는 QM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용사와 전사, 도적과 마법사가 하나되어 나아가는 고전적인 JRPG 식 파티처럼, 한 프로듀서 아래 세 MC의 팀워크는 그 어떠한 위험과 고난한 프로듀서 아래 세 MC의 팀워크는 그 어떠한 위험과 고난 - 한국 힙합을 향한 의구심, 사그라들어가는 작가주의...etc. - 도 능히 넘어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우리는 VMC를 계승한다(WE SUCCEEDING VMC)'는 앨범 소개문구의 말대로, 나즈카 레코즈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VMC의 흔적들은 앨범의 게스트 라인업에서도, 가사적인 오마주로도 고루 녹아있다. 트랩에서 강세를 보였던 우탄의 투박함이 "CRIME!"의 전자적인 멤피스 랩 프로덕션에 올라타는 모습도 그렇지만, 차분하고 그루브 있는 재즈 사운드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화지의 관조적인 퍼포먼스는 각각 모도의 매끄러움, 혹은 앰비드 잭의 러프함과 위화감 없이 섞여든다. 그중에서도 달려가는 퐁크 비트 위에서 앰비드 잭과 모도, 그리고 QM과 오디가 랩을 주고 받으며 화끈한 랩 태그매치를 벌이는 "삐라"는 단연 앨범 제일의 하이라이트로서 손색이 없다. 인트로에서 딥플로우가 차분히 뱉는 진중한 벌스를 통해 'VMC의 적자(嫡子)'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부분은 VMC의 폐업으로 속이 헛헛했을 리스너들에게는 특히나 감동적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앨범 곳곳에서 <양화>, <FOUNDER> 등 VMC의 구작들의 가사가 적재적소에 오마주 되어있기도 하니, 팬 서비스로서는 이만한 것이 또 없을 것이다.

VMC라는 레이블, 혹은 크루가 지니는 제일의 강점은 한국적인 페이소스를 자신들의 음악에 제일 힙합적으로 녹여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적인 해학의 미학에 대해 다른 여느 집단보다 이해가 깊었고, 이는 <미래>의 유쾌함과 포부, <작은 것들의 신>과 <1Q87>의 진정성 있는 위로, <양화>와 <FOUNDER>, <돈숨>에서 보여준 꿈과 현실의 극명한 간극, 그리고 그 사이에서의 희망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를 합합의 클리셰에 걸맏는 정석의 형식과 절묘한 기술로서 드러낸 결과, 이들은 숱한 노선의 변화로 손가락질 받는 와중에도 한국 힙합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한다는 그 상징성만큼은 상실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VMC였기에, 나즈카 레코즈는 기꺼이 이들을 계승하겠노라고 자처했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레이블의 설립 멤버인 QM과 프레디 카소가 VMC 출신이라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즈카 레코즈는 잔재주 부리지 않고 힙합으로서의 기본인 '좋은 비트 위 좋은 랩'이라는 기본적인 규칙에 우선 충실했다. 이것만으로도 정통성은 차고 넘치거늘, 곳곳에 한국 힙합에 대한 애정과 자신들의 삶의 페이소스를 녹여낼 줄 아는 영리함 또한 지녔다. 그렇게 이들은, 수많은 힙합 레이블들이 사그라들어 버린 지금 같은 정국에서도 기어이 피어나 한국 힙합의 미래를 밝히고 만 것이었다. 옛적 원주민들아 염원을 담아 저 하늘 위에서나 보일 거대한 그림을 사막 위에 그렸듯, 이 척박해져 가는 씬 위를 채울 이들의 야심과 희망이 장구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Best Track: 범인 (feat. MODO, Ambid Jack), NAZCA (feat. MODO, Ambid Jack), 삐라 (feat. ODEE, MODO, Ambid Jack), 몽타주 (feat. 화지, Ambid 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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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글쓴이
    6시간 전

    https://drive.google.com/file/d/1sXQ1xXH87CuJ8oAjrju1w0m2RnWD39Hw

     

    본 리뷰는 HOM#17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6시간 전

    좋은 리뷰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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