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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토나가 사랑한 근본 트래퍼, Street Baby - Leaked 리뷰

HDP2시간 전조회 수 92댓글 0



블로그에 썼던 글 그대로 퍼온겁니다

문제시 자삭

예전에 링크만 올렸다가 지금 전문 올림






래퍼 스트릿베이비의 새 정규가 나왔다. 작년 9월 경에 냈던 정규에 이어 나온 새로운 앨범인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낸 빠른 앨범이다.


2020년도 들어 뜨기 시작한 신인 래퍼 중 하나인 스트릿베이비는 재치 있는 가사와 독특한 서사, 트랩 붐이 한창 돌던 시사를 타고 단숨에 인기를 끌게 된 루키다. 비록 호불호는 갈리지만, 힙합 좀 들어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데이토나 소속의 더콰이엇, 토일 등과 빈번한 작업을 이어 가던 그는 올해 5월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후로 나온 앨범이 바로 정규 앨범 'Leaked' 다. 평소 스트릿베이비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이 앨범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어 몇 자 적어 본다. 글을 안 쓴지 오래라 다소 두서없더라도 양해 부탁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llfdPEUPFOE&list=OLAK5uy_lwFtNCAKjwa1qszJd-ULeGlTE466ipmxc&index=2




앨범은 총 1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 앨범에서도 몇 번 나왔던 미국에서 살던 과거, 어둡고 퇴폐적인 분위기, 돈과 여자에 관한 과시적 가사로 구성된 내용들은, 얼핏 보면 전형적인 트랩 가사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미국 본토 고유 사람이 아닌, 이민자 출신 Asian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의 가족, 즉 아버지와 어머니로 이루어진 가정이 아닌 나이 든 할머니라는 양육자 밑에서 자란 점 등이 다른 아티스트와는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1. 생존을 위한 치열했던 유년 시절



최근 나온 랩하우스 스포티파이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이번 스트릿베이비의 정규 앨범은 전반적으로 본인이 살아온 생애를 음악으로 녹여냈다. ​​



돌아가 10년 전으로 미국으로 그때 난 꿈 없는 양아치 살아남는 법은 알았지 돈 될 만 하면 갖다 팔았지


​-75240 中-


​​


얜 학교 갈 때도 늘 총을 챙기지

Richie, god damn someone snitched on him

잡혀갔어! 바로 학교 식당에서

일이 커졌지, 이곳은 없어 질서

아는 이름이 뉴스에 나와 비참히

총을 맞고 죽었다고 rest in peace boy

이런 일이 너무 흔해 여긴 피바다

매일 들리는 소리는 삐뽀

얘넨 총으로 치고 있다고 핑퐁

Ye 다쳐도 함부로 못가 병원은

여긴 가난해서 대부분이 무보험

Ye 살아남으려고 지은 traphouse



-maham rd 中-​​



앨범 트랙 중 일부 가사를 가져왔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 성별, 문화가 어우러진 국가지만 그만큼 사회적 계층이 뚜렷하다. 빈곤함/이민자 출신/비-영어권 모국어 화자/유색 인종 이라는 second class 시민인 스트릿베이비는 자신의 계급적 위치에서 바라본 미국 사회를 가사에 고스란히 녹여 냈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트랩하우스(마약 유통소)에서 불법적인 일을 해서 살아 남는 모습은 미국 사회에서 빈곤한 흑인들이 생계를 꾸리는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 아메리칸 드림을 부르짖지만, 당위와 사실이 다른 미국 내의 불편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해 미국으로 입양된 스트릿베이비는 다양한 '꿈' 을 꿀 나이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기에 '살아 남기 위한' '양아치' 가 되어야만 했다. 불법과 합법을 가릴 처지가 되지 못하던 신세와 함께(돈 되는 건 다 갖다 팔았지), 모든 사람을 포용한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미국의 어두운 이면을 비판하기도 한다(낮엔 깎고 다녔었지 잔디 밤엔 그 집들 다 털어 was hungry)





할머니는 매일 아침 기도했지 날 위해


*


모두 하나같이 내려 입지 dickies

Uh 약속한 거처럼 걸고 *끼

Uh 걸어 다니는 건, 마치 펭귄

얜 학교 갈 때도 늘 총을 챙기지



-maham rd 中-​​



2번 트랙은 할머니와 스트릿베이비의 전화 통화 녹음이다. 자신이 중학생 때 감옥 갔던 일을 기억하냐 묻자, 할머니는 쉬쉬한다. 스트릿베이비의 삶을 위해 기도했고, 손주가 전과자라는 낙인을 숨기길 바랐지만만, 스트릿베이비는 달랐다. 자신이 감옥에 갔던 사실을 랩으로 드러내어 낙인에 맞서며, 미국 본토의 삶을 알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갱 흉내를 내는 한국 래퍼들을 비판한다.(누가 누굴 가르치니? / 넌 나처럼 되는 걸 바라지만 이건 되는 게 아니지 하루아침에) 



미국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옷을 내려 입고 총을 챙긴다. 그러나 그 행동은 오히려 족쇄가 된다(someone snitched on him). 살기 위해 챙긴 총에 맞아 죽은 친구를 추모할 새 없이 그 사건은 일상인 양 잘만 돌아가는 가혹한 사회. 그 속에서 죽지 않으려 노력한 스트릿베이비는 결국 감옥으로 가게 된다. 4번 트랙의 짧은 아카펠라 랩에서는 그를 치열하게 살게 만든 사회나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인 그를 감옥으로 보낸 뼈아픈 과거가 나온다(매주 판사는 내게 말했지 im guilty 나가라고 손찌검을 해 마치 ET).




2. 얻어낸 돈과 명예, 그러나 끊이지 않은 상처



6-12번 트랙에선 분위기가 바뀐다. 힘들었던 시절의 삶과 대비되는, 돈과 여자와 명예를 누리는 삶이 가사 내내 녹아 나온다. 싱글로 먼저 나온 곡 'PSB' 에서는 'Pop Star Bitch' 라는 중독성 있는 훅과, 짧고 굵은 곡 내용이 인상적이다.


​​



Im Rihanna

Ariana

Lady Gaga

Im Madonna

Michael Jackson

Katy Perry

Mariah Carey Vs Street Baby


-PSB 中-




미국에서 고군분투하던 소년은 한국에 와 팝스타가 된다. 앞서 나열한 셀럽들과 자신을 vs로 치환하여 대등할 정도로 자신이 유명해졌음을 말한다.


이 트랙들은 전반적으로 트랩 장르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다. 적들이 날 지켜본다, 돈이 많아서 심심하다, 네 여친이 내게 옷을 골라 달라 한다 같은 돈, 여자, 명예 3대 과시 클리셰로 자기과시적이고 노골적인 내용들을 써 냈다.



F*ck opposites i dont f*ck with opposites

난 내 미래를 봤어 마치 molly percocet (future)

난 돈 꼴레오네 다 날 불러 아버지

날 욕하는 새* 찾아가 봤더니 사무직

opp opp 너무 많아 opp

실수하면 하늘나라 so i keep my shit low key



*



너무 당연해 적들이 생길 수밖에

근데 이 새끼들 실제론 왜 이리 착해

니 오빠 아빠 합쳐도 내가 잘 벌어


-opps 中-



할 말 있으면 내 앞에서 해

돈을 담아

경찰이 오기 전에 자릴 피해

난 못 잡아

그러게 좀 닥치라 말했지

Ye 니 *따러 지금 간다

Ye 내가 죽어도 넌 못산다

Ye ye 만들어 너를 산타

Ye ye 앞으로 평생 잔다 넌


-die 中-​​



그러나 인생이 마냥 순탄하진 않다. 자신을 노리는 적들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하여 높은 자리까지 올랐지만(돈 콜리오네, 다 날 불러 아버지)그로 인해 생긴 수많은 적들. 그 적들은 자신을 위험하게 만들 것도 같지만(실수하면 하늘나라), 알고 보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뿐이다(찾아가봤더니 사무직, 실제론 왜 이리 착해). 그들을 향한 경고는 die 곡에 잘 녹아 내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적'들이 스트릿베이비를 실제로 싫어하는 악플러, 헤이터를 일컫는 말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지나간 과거 또한 걸림돌이다. 아무리 부를 축적하고, 남의 여자를 뺏고, 적들을 죽이는 방탕하고 다 가진 삶을 살더라도, 떠오르는 과거는 일종의 PTSD다. 14살에 여자와 성적 관계를 맺고(너무 이르게 찾아온 성숙함), 사람이 죽는 걸 목격하고(사람이 죽는 걸 본 적 있니 바로 눈앞), 10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매일 자다가 놀라 무슨 약 먹을지 골라)는 여전히 그를 회상하게 만든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



마지막 트랙 곡 goat와 5번째 트랙 pain을 보자. 주변인의 무시에도 굴하지 않고(기욱아 넌 미국 가서 대체 뭐했니, 못 배웠냐며 비웃던 거 기억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개를 기우뚱)그는 결국 혼자 힘으로 꿋꿋하게 살아 남았다. 이제 와서 달라붙는 주변인의 이중성을 향한 조소, 그들보다 높이 올라간 자신을 향한 자부심. 그 모든 것이 그의 곡에 녹아 있다. goat는 'greatest of all time' 의 약자인데, 자신의 매 순간 최고였고 또 최고일 거라는 일종의 상징적 제목이다.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그 삶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Life is pain but dont complain), '머릿속 악마' 와 '흉터' 라는 지난날의 고통을 '약' 과 '타투' 로 덮었다는 가사는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그때 생각함 울컥해 i can't go back

We've been through the lot of pain

not not again

두 번은 안 돼

다시 돌아갈 수 없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겪곤 하지

좋은 날도 힘들었던 날도 다

전부 기억나지

그날의 날씨까지


-pain 中-​​



다신 치열했던 옛날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피쳐링진이자 동료인 릴러말즈의 위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으나 그것 역시 자신의 삶이었으며, 극복하면 분명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라는 위로로 이 거대한 서사는 끝나게 된다.




4. 요약 및 소감 감상



위 글들에서는 앨범 속 스토리에 집중했지만, 가사 중에도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대비되는 두 색깔로 자신의 상태를 나타낸 점이라던가(거리를 색칠했어 피로 기다렸어 녹색 신호, 신호등 색처럼 위험한 현실과 안전한 삶에 대한 갈망), 진지한 노래 내용 중 간간이 웃게 되는 말장난이라든가(재주도 좋아 돌하르방), 상황에 걸맞는 비유법으로(돈이 많아서 심심해 어떻게 사는 거야 이재용, 난 돈 꼴리오네 다 날 불러 아버지)듣기도 분석하기도 즐거웠던 앨범이었다. 



스트릿베이비의 가사 내용이 cap인지 아닌지는 늘 얘기가 분분했다. '알아서 많이 얘기해달라' 며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던 그의 이야기가 이번 앨범을 통해 어렴풋이 드러났기에 아티스트 스트릿베이비가 인간 '이기욱' 일 때는 어땠을지 알 수 있어 그의 깊은 팬으로서 매우 만족스럽다. 미국에서 겪은 힘든 시절-이를 극복하고 한국으로 와 성공했지만 여전히 지난 날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함-그걸 이기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미래의 다짐 이라는 기승전결이 확실한 내용이었고, 그만의 개성적인 경험과 트랩 장르의 특성, 중간중간 보이는(의도했든 아니든)사회적 풍자가 잘 결합되어 Leaked라는 걸작이 나왔다. Leaked는 유출한다는 뜻이라는데, 스트릿베이비 자신이 자신의 삶을 유출함으로서 리스너들에게 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도록 앨범을 만든 건 아닐까? goat로 마무리된 앨범 트랙처럼 그의 앞날이 늘 Greatest Of All Time 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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