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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Unusual Scene of Usual Movie / [잔향]

title: 털ㄴ업 (1)lignis2024.08.01 13:02조회 수 161추천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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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 (2024.7.22, Sober)
 

앨범 소개: 어쩌면 모든 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우리의 잔향.

 

트랙 가사

그리워해요 매일 밤을 혼자서 서성이네요
사랑했어요 한마디 여전히 목에 걸려 있네요
미워했나요 그날 흘린 눈물의 의미를 알아요 
눈을 감으면 애써 참았던 그대가 밀려오네요

가끔씩 잊을만하면 떠올라요 전하지 못할 말들이 또 맴돌아요 
다른 사람과 행복한 그대 모습이 아직도 내겐 너무 어색하네요

내 방엔 낮과 밤이 없고  빛 한 줌 안 들어오는게 날 참 빼닮았죠
그대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괴물 같나요 
나는 그게 제일 겁이 났었죠

가끔씩 잊을만하면 떠올라요 전하지 못할 말들이 또 맴돌아요 
다른 사람과 행복한 그대 모습이 아직도 내겐 너무 어색하네요

하루를 버텨도 겨우 남긴 것들이 내 목을 졸라요
꿈에서 깨면 지독한 악몽이라며 날 안아주겠죠

 

 앨범, 소설, 영화와 같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을 향유하다 보면, 공감각적인 측면에서 여러 분야가 교차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좋은 소설을 읽은 후에는 소설 속 인상 깊은 부분을 상상 속에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그려낼 수도 있고,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는 음악 속의 플롯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식이다. 특히 이 중에서 나는 하나의 음악 앨범을 하나의 완결된 영화라고 생각하고, 앨범을 구성하는 트랙이 영화의 한 장면 장면과도 같다는 구조로 리뷰를 쓴다. (이는 힙합 입문 초기에 들었던 저스디스의 <2 MANY HOMES 4 1 KID>의 영향을 적잖게 받은 점이 있다. 4개의 HOME이라는 스킷을 사이사이 배치하고 난 후 남은 약 10개 정도의 트랙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앨범을 들을 때는 서사가 있는 앨범 중심으로 즐겨 듣는 경향이 있고, 특히 그 중에서도 리스너의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2019년에 개봉되어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조커>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싱글 앨범 역시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서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은 최근에 접했던 영화 <라이트 아웃>과 소설 <댄스댄스댄스>(무라카미 하루키)로부터 비롯됐다. 인터넷에 라이트 아웃이라고 검색하면 2개의 영화가 나온다. 하나는 대략 2분 40초의 짧은 러닝타임이었지만 수많은 대중에게 충격을 선사했던 단편 공포 영화고, 다른 하나는 이를 확장시켜서 개봉한 80분 가량의 영화다. 둘 다 좋은 평가를 받지만 내가 주목했던 것은 단편의 확장이다. 단편 영화에서는 관객의 심리를 옥죄는 공포스러운 시퀀스만이 존재하지만, 이를 장편으로 풀어냈을 때는 그보다 훨씬 깊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댄스댄스댄스> 역시 마찬가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본작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가상의 작품인데, 소설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면은 대략 3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베드신이다. 누군가는 그 장면으로부터 옛 인연을 발견해 끝을 알 수 없는 벼랑으로 이끌려 가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로부터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죽음의 순간을 목격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문학적 구조에 몰입감과 즐거움을 느낀 필자 본인은 과거에 리뷰했던 앨범을 만든 아티스트들의 근황을 찾아봤고, 그 중 깊은 인상을 받은 아티스트가 최근에 낸 싱글을 발견했다. <잔향>이라는 이 이름의 싱글은 앨범의 소개에 나타난 '우리의 잔향'이라는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연인과의 관계가 끝난 화자를 무대 위에 주연으로 세웠다. (이는 전작인 Romantic Refugee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도 있는 설정일 것 같다.) 사랑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끝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감정을 내비친다. 죽음 혹은 분노의 5단계라고 불리는 감정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끝이 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치거나 자신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과격한 이들도 존재한다. 본작의 화자 역시 헤어지기 전에는 말하지 못했던 그리움, 사랑, 미움 등의 여러 감정을 마음에 품고 있다. (보통 이러한 감정들은 종합했을 때 '미련'이라는 감정으로 남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의 연쇄는 스스로를 빛 한 점 없는 폐쇄된 공간으로 밀어넣고, 서서히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로 변화하며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악몽과도 같은 상상을 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져 가며 노래는 끝이 난다. 처음 가사를 봤을 때는 과거에 꽤 유명했던 영화 <플라이>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는데, 결국 전작에서 말했던 '도피처'가 이번 노래의 '낮과 밤이 없고 빛이 들지 않는 방'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작품의 도입과 결말에서 '죽음'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던지는 장치로 큰 효과를 발휘한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의 첫 대사는 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그게 어제였나. 잘 모르겠다.) 였고, 한국 소설의 역사에서 큰 영향을 남긴 최인훈의 <광장>의 결말은 "이튿날. 타고르호는, 흰 페인트로 말쑥하게 칠한 삼천 톤의 몸을 떨면서, 한 사람의 손님을 잃어버린 채 물체처럼 빼곡히 들어찬 남중국 바다의 훈김을 헤치며 미끄러져 간다. 흰 바다새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마스트에도, 그 언저리 바다에도. 아마, 마카오에서, 다른 데로 가버린 모양이다."와 같이 끝난다. 이처럼 한 존재의 끝은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도, 혹은 이야기의 막을 내리는 종점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끝은 또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세간에 많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수 있겠다.) 그렇기에 이번 싱글 <잔향>은, 전작인 <Romantic Refugee>에서 한 번 끝이 난 이야기의 에필로그인 동시에 사랑이 끝났지만 아직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이의 절규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작품을 겪을 때면, 내가 자주 하는 상상 중 한 가지 레퍼토리가 떠오른다. 바로 '남자/여자/노인/아이가 목숨을 거뒀다'라는 단 하나의 문장에서 출발하는 언어의 미로다. (비슷한 류로 '바다거북 수프'와 같은 나폴리탄 괴담이 있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다음 문장들은 '언제/어디서/어떻게/왜 죽었나?'와 같은 질문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상상하고 답변을 달면서, 단편적인 죽음의 한 문장에서 시작된 미로는 서서히 3차원의 현실적인 하나의 장면으로 구체화된다. 이런 접근에서 나는 많은 리스너가 기대하는 긴 호흡의 정규 앨범 뿐만 아니라 짧은 숨의 싱글 앨범에도 나름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찾는 역시 청자 나름대로이기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이것이 창작의 원동력이라고도 생각한다. 이번 싱글 <잔향> 역시 전작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단편이기에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만든 여러 트리 중 한 가지 얘기를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한다.

 

S: 어느 아이가 목숨을 거뒀다.

Q1: 그 아이는 누구였는가?

A1: 10대 중반의 소년이었다.

Q2: 어디서 숨이 끊겼는가?

A2: 집 근처의 거리에서.

Q3: 어느 시간에 죽음을 맞았는가?

A3: 햇살이 눈부신 어느 가을의 오후에.

Q4: 어쩌다가 죽음에 이르렀는가?

A4: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에 부딪혀서.

Q5: 그 자동차의 주인은 누구였는가?

A5: 소년의 자전거를 보지 못한 그의 아버지.

Q6: 왜 아버지는 소년의 자전거를 보지 못했나?

A6: 아버지 역시 동승한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의식이 없었기에.

Q7: 운전석에서 무슨 경위로 습격을 당했나?

A7: 24시간을 같은 곳에서 보내는 동승객인 여성이 약의 금단 증상으로 제정신이 아니어서.

Q8: 그럼 그 여성이 접하게 된 약의 출처는?

A8: 역시나 그 집에서 같이 지내는 여성의 어머니가 화장대에 올려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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