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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정규 2집-SKANDALOUZ 2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2024.07.10 21:09조회 수 2050추천수 9댓글 3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507130451

 

 

 

 

로스의 <SKANDALOUZ>(2021)는 확실히 빼어난 앨범이었다. LA에서 그가 겪었던 인생 역정은 그의 강렬한 캐릭터에 거대한 설득력을 부여했고, 이것이 서부 냄새 짙은 지펑크-래칫 사운드와 맞물리며 내는 시너지는 평균치를 아득히 상회하였다. 그랬으니만큼, 3년만에 발매되는 공식적인 후속편에 대한 필자의 기대 또한 컸다. 그리고 막상 뚜껑이 열리자, 느껴지는 첫인상은 '꽤나 기분 좋은 당혹감'이었다. 프로덕션의 궤도가 필자의 예상을 상당히 벗어난 것이 당혹스러움의 원인이고, 그럼에도 로스 본인의 개성과 멋이 잘 유지되었다는 것이 기분 좋음의 근원이었다.

<SNAKE IN THE GRASS>(2019)와 <SKANDALOUZ>의 성공은 로스로 하여금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하였고, <SKANDALOUZ 2>의 기조도 어느 정도는 이를 따라간다. 다만, 앨범의 살을 이루는 멜로디와 베이스라인이 서부의 그것이라면, 앨범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드럼라인은 서부적인 래칫 이외에도 트랩("Catch A Vibe", "Big Moon", "O.W.M.D."), 멤피스("Intro") 등의 다른 방향으로도 뻗어가며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였다. 로스의 주 장기인 래칫의 운용에 있어서도 보다 멜로딕하거나("Go"), 더 훵키한("Famous", "Freaky") 방향을 모색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변화와 확장의 가운데서 제일 두드러지는 특징은 전작에 비해 사운드의 채도가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본작의 프로듀싱의 대부분을 채임진 라우디(RAUDI)는 '서부 힙합'하면 으레 연상되는, 포르타멘토로 요란하게 퍼지는 신시사이저음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았다. 대신 간결한 드럼 위에 웅웅거리는 베이스로 서부의 정체성을 드러낸 다음, 최소한의 악기를 더해가며 앨범 전반에 차분함을 효과적으로 구축하였다. 이 차분함은 "Go", "Famous", "Freaky"같은 쾌락에 절여진 순간에서도, "Catch A Vibe"와 같은 허슬과 투쟁이 서린 과거사, 앨범 곳곳의 가족주의적 언어들에서도 꾸준히 유지되며 앨범의 유기성을 쌓는 역할을 한다. 일관적인 분위기를 토대로 영리하게 자신의 음악적 저변을 확장하려 한 것이 돋보인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거워진 만큼 게스트들의 무게감도 상대적으로 더욱 두터워졌다. 특히 후반부에 스윙스, 도끼, 팔로알토 등의 대형 아티스트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이 눈에 띄는데, 충분히 화려한 퍼포먼스가 가능한 이들임에도 상당히 힘을 뺀, 자연스러운 퍼포먼스로서 앨범의 차분한 분위기에 성공적으로 녹아든다. 반면, 앨범에 더해진 젊은 피들은 상대적으로 템포가 높은 부분에 충당되었다. 치오 치카노(CHIO CHICANO)가 모두의 예상을 깨는 탁월한 퍼포먼스로 "Famous"의 훵키함 안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는 한편, 스트릿베이비의 기괴한 톤이 "Freaky"가 요구하는 섹슈얼함을 독특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상술된 조합들이 상대적으로 담백해진 앨범의 결을 따라 흐르는 만큼, 앨범의 최후를 장식하는 뱅어인 "Visty"는 가장 이질적이고, 그만큼 돋보인다. VMC 시절의 동료들을 한데로 모아 기세를 과시하는 트랙은 앨범 곳곳에 배치된 가족주의적 키워드와도 일맥상통하며, 기존의 팬들을 위한 최고의 팬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으나, 대체로 후속편은 전작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 앨범이 <SKANDALOUZ>의 시퀄을 지향한 이상, 전작과의 비교도 불가피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ANDALOUZ 2>는 상당히 훌륭한 시퀄이다. 기존의 팬들이 좋아할 법한 전작의 장점들, 즉 거리의 내밀한 이야기들과 꾸덕하고 끈적한 사운드를 상당 부분 계승하면서도, 음악적인 세부 사항의 재배치, 혹은 상대적으로 힘을 뺀 프로덕션 등으로 변화를 가하며 본작만의 개성을 성공적으로 확립하였다. 상술된 유지와 변화 가운데서, '서부의 음악', '거리의 험한 삶', '방탕함과 책임감' 등 로스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여러 부분들은 아직도 놀라울 정도의 유기성과 생명력을 띄고 있다. 옛 레이블이 다시 크루로 전환되고 '슬렌트 아이'라는 새로운 크루에 합류하여 변화를 맞이한 로스의 음악 커리어를 이 만큼 정확히 관통하는 결과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도기적인 전환의 기로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자기다움을 관철해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Best Track: Catch A Vibe, Famous (feat. CHIO CHICANO), Visty (feat. Wutan, Hwaji, Deepflow, Don Mills, Rohann, QM, Big One, Nucksal, Od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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